서울 2기 지하철 중 3기 지하철을 미리 준비하고 지은역들
한우진 ianhan@hanmail.net
1.
2기 지하철 건설당시 1기 지하철과의 과다한 환승거리가 문제가 되자
2기 지하철 건설시에 3기 지하철 계획을 미리 염두에 두고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2기 지하철끼리의 환승역의 경우 우수한 환승동선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계를 한꺼번에 했기 때문이지요.
약간 어긋난 십자교차역인 천호역이 그런 경우이고,
정십자역인 군자역은 십자 교차역 치고는 지나치게 환승거리가 긴게 아닌가 싶은데
아마 환승통로를 승객 수용공간으로 사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봅니다.
2.
사실 동일플랫폼 평면환승이나
계단하나만 오가면 되는 환승구조의 경우 환승거리는 짧지만
자칫 열차가 제때오지 않아 승객을 빼내가지 못하면
승강장 공간에 승객들이 터져나가는 사태가 우려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사태는 이미 90년대 1복선 시절에 신도림역 섬식 승강장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고
(그래서 지금은 완행 상행선에 별도 상대식 승강장 설치)
철도공사가 온수역에 급행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도
이용객에 비해 너무 좁은 승강장과,
7호선 환승통로의 낮은 수송력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급행이 정차하여 승객을 쏟아내는데 비해서,
7호선 환승통로 ES가 꾸물꾸물 느리게 승객을 승강장에서 빼내가다보면
플랫폼이 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승통로를 일부러 길게 하는 사례는 사당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당역은 2호선 내선에서 4호선 섬식승강장으로 환승할때
일부로 북쪽으로 우회를 하도록 동선을 설정해두고 있는데 (RH때 지름길을 막음)
비교적 한적한 4호선 섬식 승강장 북쪽으로 승객을 유도한다는 측면도 있고
환승통로 자체를 일시적인 승객 수용공간(buffer)으로 사용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군자역도 이런 개념에서 일부러 환승통로를 길게한게 아닌가 합니다.
(덕분에 수직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EL은 절찬리 운행중)
3.
어쨌든 미리 설계 및 준비를 해두면 환승통로를 짧게하고,
후속 건설되는 지하철의 공사를 편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현재 2기 지하철 역 중에서 3기 지하철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역은 아래와 같은 역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호선 : 여의도(9호선 고려), 올림픽공원(9호선 고려)
6호선 : 마포구청(11호선 고려), 녹사평(11호선 고려), 고려대(12호선 고려)
7호선 : 사가정(10호선 고려), 논현(11호선 고려), 고속터미널(9호선 고려), 신풍(10 호선 고려)
8호선 : 석촌(9 호선 고려), 가락시장(3호선 연장 고려)
4.
이런 관점에서 2기 지하철 역들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이 많이 섞였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게 있으면 알려주시구요)
우선 위에서 언급된 녹사평역을 보면
녹사평역 구조는 가운데 원기둥을 두고, 6호선 승강장이 한쪽으로 비껴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혹시 원기둥 반대쪽에 11호선이 들어갈 공간이 있으면 어땠을까요.
가운데 원기둥을 중심으로 양쪽에 승강장이 선로별 쌍섬식으로 배치되는 그럴듯한 구조였을 것입니다.
아래에 그림으로 표시해보았습니다.
정말 이렇게 설계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롭습니다.

5.
논현역도 이상스런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지하 3층 승강장과 지하 2층 대합실에 남북 방향으로 이유없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빨간 타원 표시)
만일 지하 4층에 남북방향의 11호선(현 신분당선) 승강장 (아마도 섬식)이 존재하고
4층에서 3층으로 가는 환승계단과, 4층에서 2층으로 가는 출입구 계단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를 염두에 두고, 불룩 튀어나온 예비공간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6.
가락시장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락시장역은 4거리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하므로, 3호선 환승통로는 남쪽 끝에 설치되겠지요.
승강장을 보면 북쪽끝은 좁지만, 남쪽끝은 넓습니다.
이것은 환승통로 설치및 환승 유동인구로 인한 공간 확보를 염두에 둔 설계입니다.
또한 실제로 가락시장역에 가보면, 북쪽끝은 대리석으로 완전히 고정되어 있는데 비해
남쪽 끝은 플라스틱 가벽이 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만 가볍게 떼어내고 공사를 하면 됩니다.


7.
마지막으로 최근 언론기사화 된 적도 있는 여의도역은 가장 노골적입니다.
이미 9호선 역 구조물이 완성이 되어 있습니다.

여의도역 구조도를 보면, 지하1층 대합실에서 개찰하여, 지하 4층까지 가야 5호선이 나오는데
이는 5호선 하저터널 관계로 미리부터 심도를 깊게 한데에 기인합니다.
아울러 지하2층 공간을 보면, 5호선과 십자교차되는 공간을 명백히 볼 수 있는데
바로 여기가 9호선 선로가 지나갈 공간입니다.
9호선 선로가 될 부분을 빨간줄로 표시해보았습니다.
현재 여의도역 지하 2층의 벽만 제거하면 순식간에 9호선 상대식 승강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수 있고,
환승동선도 완벽합니다.
(참고로 9호선 여의도역은 급행정차역이며 대피선 없는 일반상대식 승강장입니다)
9호선은 상대식 승강장이고, 개찰구쪽을 통해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지하 3층에 내려왔다가
다시 2층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방향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노선번호가 낮은 노선이 오히려 아래쪽에 위치하는 경우는
천호와 여의도에서 볼 수 있는데, 모두 5호선이 한강을 통과하다보니 나타나게된 현상입니다.
어쨌든 상당히 흥미로우며, 선견지명이 부족하다고 자주 지적되어온 도시철도 사업에서
선견지명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합니다.
*아래는 해당 공구 홈페이지에서 퍼온 참고사진입니다.


첫댓글 이열~~~ 좋은정보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4번 항목이 대단히 흥미롭군요 ^^
도시철도간의 환승역 다섯개 중 군자역을 뺀 네 개는 모두 다 먼저 개통한 구간이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금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녹사평역의 경우에는 말씀하신 대안. 즉 중앙 Sunken-Garden을 중심으로 하여 한쪽에 6호선 한쪽에 11호선 승강장이 계획되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녹사평역에 가 보시면 그런 개념으로 만들어진 도면(동판)과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그런가요? 꼭 한번 가 봐야겠군요 ^^.
부산은 수영역(2·3)이 모범적인 사례죠. 2호선역과 3호선역을 한꺼번에 설계·시공했죠(2·3호선 연결선도 설치, 3호선 차량 중정비용). 그 결과, 갈아타기 매우 쉬운 역이 됐죠. 미남역(3·반송) 역시 수영역을 본따 복층승강장 형태의 통합역사로 시공하고 있죠. 반면, 연산동역(1·3)은 3호선역을 지을 때 애를 먹었는데, 애초에 환승역으로 설계된 역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두 역이 십(十)자형으로 교차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갈아탈 수 있습니다. 3호선역에서 보자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경사로를 따라 걸어가면 1호선역으로 갈 수 있죠.
아직은 유효한 역들이 남아있어서 다행입니다. 고려대역은 꼭 분당선이 연장되어 그 기능을 완수하였으면 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Editor`s Space에 이동이 될 만한 글이네요
이런 거 까지 조사하시다니..한우진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좋은 자료 잘 보고 갑니다. ^^
자료 감사해요. 상도역도 한 쪽으로 치우쳐져있는데 왜 그렇게 했나 몰라요..;;; 완죤 공간낭비; 돈 낭비;; 제가 알기론 3기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 그리고 충무로역도 3호선이 4호선보다 밑에 있습니다.
재밌네요. 새로운 사실을 알고갑니다. 가락시장역의 3호선 연장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언제 한번 녹사평역과 여의도역을 둘러봐야겠군요..^^
유용한 정보네요 !
그리고 최근 보니 논현역은 아예 11호선 홈이나 본선 구조물 까지 미리 다 만들어두었습니다. 한 마디로 궤도와 전차선만 깔면 여객취급이 가능한 수준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