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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우수도 지나 어느덧 새봄의 초입, 2월 중앙 시조백일장에는 여느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작품이 몰렸다. 내처 손수 시집을 엮어 보낸 이도 있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장원으로 선정된 작품은 인천 용현동에 사는 주부 유현주(42·사진)씨의 ‘사다리’다.
당선작은 지하철 철로를 사다리로 형상화한 것이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지하철 1호선 선로를 보며 어린 시절 가을이면 앞마당에 열리는 햇과일을 따던 아버지의 사다리를 떠올린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보니 늘 타고다니는 지하철의 철도가 사다리를 계속 연결해놓은 모습이더라고요. 사다리도 길이잖아요. 하나의 물체지만, 가까운 곳을 건너 올라가는 길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당선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시조를 처음 접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던 지난해 4월 두 번째 응모 만에 장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문학에 문외한”이라는 유씨는 “전문적으로 시조 수업을 받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저 시를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중앙 시조백일장을 접한 뒤 시조에 입문하게 됐다. “가끔 혼자 시를 긁적일 뿐인 저에게 백일장은 일종의 자극이자 도전이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를 냈어요.”
그가 말하는 최고의 시조 공부 방법은 “무조건 많이 읽고 써보는 것”이다. “처음에 시조집 다섯 권을 사다가 밤낮 할 것 없이 읽었어요. 읽다 보니 시조의 율격에 차츰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열심히 제 생각을 시조의 틀에 담아내기 시작했어요.”
유씨의 작품은 독학만으로 익힌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다. 첫 번째 당선 때나 이번 당선 때도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이 지닌 매끄러운 구조와 참신한 상상력에 좋은 점수를 줬다.
전업주부라 해도 남편과 초등학생·중학생 아들 둘을 뒷바라지하는 유씨가 마냥 한가하지는 않을 터이다. “잠을 줄여가면서 시조를 쓰죠. 머릿속의 생각이 하나의 작품이 돼 딱 떠오르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느껴지는 희열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옆에서 말을 시켜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돼요.”
요즘 그는 퇴고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전에는 많이 쓰고 그걸로 끝이었는데 지금은 작품 하나를 쓰면 곁에 오래 두고 다시 읽어요. 한글 사전을 펼쳐 놓고 단어 하나라도 더 감칠맛 나는 것이 없을까, 남들이 잘 안 쓰는 예쁜 우리말은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죠.”
두 번의 당선을 “장님 문고리 잡은 격”이라 낮춰 말하는 유씨. 그러나 그의 비결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이다. 그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나니 가슴이 너무 뛰네요. 1차 목표는 연말장원이에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절대로 도태되지 않을 거에요.”
이에스더 기자
이달의 심사평
선명한 이미지로 일상의 경험 드러내
응모 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 매달 말 발표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매달 장원·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 연말장원을 가립니다. 연말장원은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자(등단자격 부여)의 영광을 차지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각각 10만·7만·5만원의 원고료와 함께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품집』(책만드는집)을 보내드립니다. 응모시 연락처를 꼭 적어주십시오.
◇접수처=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10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