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에게 듣는 <굿바이 솔로의 모든 것> (1) - KBS 홈페이지에서 퍼 왔습니다.
노희경 작가를 만났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돼서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어휴~ 얼굴보고 얘기하는 데 내가 어떻게 거절 하겠수? 합시다!”.
인터뷰 장소는 봄 꽃이 활짝 핀 여의도 앙카라 공원. 그 동안 <굿바이 솔로>를 쓰느라 햇빛 한번 제대로 못 봤다는 그녀는 이 참에 형제들과 꽃구경 약속을 잡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작품에서 7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나는 아니지만, 너는 그럴 수 있겠구나’ 라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노희경 작가. 지금부터 그녀와 아주 편안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작가보다 더 성실한 배우와 연출에 대한 고마움...
시청자를 향해 무릎 꿇은 나문희에 가슴이 먹먹해와...
DMZ : 또 한편의 작품이 마무리됐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노희경 작가 : 얼떨떨해요. (아직도 <굿바이 솔로>에 대한 생각이 남아) 있어요.
DMZ : 굿바이 솔로에서 다중구도를 시도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하다.
노희경 작가 : 드라마를 몇 편 쓰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해보고 또 나이도 먹어가고 하다 보니까 누굴 만나서 사랑했다 헤어졌다… 이건 이제 별로 궁금하지가 않은 거야. 내가 지금 궁금한 것들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 뭔지, 내가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 내가 정말 상처 받았던 게 뭔지, 사랑하는 사람한테 내가 바랬던 게 뭔지 이거 더라고요. 그런 얘기들을 한번에 하려면 한 두 사람 가지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작은 거기서 됐죠.
DMZ : 7명의 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라 캐스팅이 어려웠을 것 같다. 이번 연기자들에 대한 생각은?
노희경 작가 : 저는 조금 못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요. 너무 잘하는 사람은 잘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 게을러요, ㅎㅎ. 그런 면에서 김민희는 그 친구의 열정 같은 것 때문에 믿음이 갔고, 나문희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늘 잘하시지만 늘 공부하시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맑으시다, 아! 맑은 것 조차도 노력으로 자기 안에서 끌어 올릴 수 있구나…’. 귀엽기 까지 하시잖아요. 사실 연기자들은 불성실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나보다 더 성실하다는 걸 알게 됐죠.
DMZ : 직접 본인의 드라마를 시청하는지, 시청한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표정은?
노희경 작가 : (방영 중 시청) 하죠! ‘민호’ 같은 경우에는 “할머니 바보야” 수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너무 귀여웠어요, ㅎㅎ. 워낙 그 친구가 맑아요. (천정명의) 실제 생활하고 ‘민호’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소희는 5부 중반쯤에 “실수가 아닌데 어떻게 실수라고 그래?”라는 대사가 있는데, 복잡한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해 줬어요. 민희는 10부에 이재룡씨랑 처음으로 헤어지자고 하면서 치는 긴 대사가 있었어요. 5분 이상 가는 대사였는데 끊임없이 감정을 올려가며 폭발하는…. 그건 어린 연기자로서는 정말 불가능한데 혼혈을 다 기울여서 했던 것 같아요.
배종옥씨는 “뭐야, 썅!”이 기억나요. 워낙 잘하는 배우이고 나랑은 친구지만 그래도 그렇게 쌍스럽게 할 줄 몰랐는데, 정확하게 ‘영숙이’ 캐릭터를 살려줬어요. 이한은 아버지랑 수화할 때 장면들이 마음에 남아요. 재룡이 아저씨 같은 경우는 15부 엔딩에서 바람 맞으면서 씨익 웃는 장면이 기억에 남고.
나 선생님은… 나중에 내가 왜 그랬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15부에서 무릎 꿇고 ‘이쁜 민호’라고 쓰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건 참회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시청자에 대한 감사다.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 하시더라고요. 들으면서 먹먹했었어요.
DMZ : 이번 작품은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2004) 이후 기민수 PD와 두 번째 작업이었는데, 기민수 PD와 서로 보완해주는 부분은 무엇인가?
노희경 작가 : 보완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건데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은 거 같아요. 상당히 성실하고, 진지하고, 열심히 하고, 게다가 또 감각까지 있어요. 일하는 내내 ‘아 참 좋은 연출자다. KBS에 좋은 연출자가 있다’. 그리고 목적을 잃지 않는 거… 지금 이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게 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요.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아! 이 사람 참 젊구나. 나 늙었나? 왜 이렇게 노력을 안 하지?’. 그래서 대본을 더 보고 더 보고 더 보고 그랬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화제가 됐던 수희와 지안의 가짜 결혼식에 대해
DMZ : 극중 ‘수희’와 ‘지안’의 가짜 결혼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 설정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노희경 작가 :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주변에서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우리의 결혼관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요. ‘호철’이는 결혼을 안 한다고 했는데 뒤에 결혼을 시켰어요. 그리고 ‘민호’하고 ‘수희’는 굳이 구분한다면 동거 상태로 들어가는 거거든요. ‘지한’이는 가짜 결혼식이고.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결혼이 어느 정도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세상에는 그 형식이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미리’ 같은 경우가 그렇죠. 하지만‘지한’이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해프닝 밖에 안 되는 거거든요.
작가도 그렇고 우리가 살면서 가장 힘든 건 고정관념인 거 같아요.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거. 내가 선택한 방식만이 맞는다고 하는 거. 많은 사람들이 내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의아하게 봐요, ㅎㅎ.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데, 결혼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서 불쌍하게 생각한다고 했더니 나를 보는 눈이 ‘얘는 약간 미쳤구나’. 내가 부러워 할거라 생각했대요. 그런데 제 눈에는 정말 불쌍하거든요. 사람들 시각이 정말 다르구나.
그리고… ‘지한’이는 억지스러운 제안을 하고 ‘수희’가 받아주는데, 그러지 않고는 그 아이의 상처가 아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너무나 가난해서 순대를 사먹을 형편이 안됐거든요. 그런데도 내가 막 땡 깡을 부려서 엄마가 사줬을 때… 만약 사주지 않았다면 엄마가 나는 사랑하는지 그 당시에는 확인을 못했을 거에요.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지한’이 한테는 필요하지 않았나.
사랑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다...
DMZ : 작품들을 보면 ‘사랑전도사’ 같다. 우리가 사랑에 서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노희경 작가 : 서툴 수밖에 없는 건 어른들이 늘 그렇게 말씀 하시고 저도 늘 화두인데 입으로만 (사랑을)하죠, ㅎㅎ. 제 드라마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무조건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물만 떠달라고 해도 짜증나거든요. 그리고 정말 기쁨만 준다면 얼마나 옹졸한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슬픔도 주고, 고통도 주고, 또 그걸 이겨내는 힘도 주고, 때때로는 무료함도 주고. 하지만 무료함이 지났을 때는 엄청난 믿음이 생기는. 우리는 사랑을 너무나 쾌락이나 설레임이나 기쁨이나 아니면 내 욕심을 채우는 거, 내가 보고 싶으면 딱 봐야 되는… 너무 편협하게 보고 있지 않나. 그러니 큰사랑이 왔을 때 서툴죠. 고통이 조금만 와도 화를 내고 헤어지자 악을 쓰고 헤어졌는데도 미워하고, ㅎㅎ. 한번쯤은 사랑에 대해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다.
작성일: 06. 5. 4
글: KBS인터넷 성명미
첫댓글 읽기가 넘 힘들었어요^^..그래도 즐겁게 읽었습니다^^ㅋ
수정했어요.. 앞으로는 확인 한번씩 하고 올려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