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들에게 방학은 그냥 방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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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가 되면 또 다른 사교육이 펼쳐진다.
놀이의 사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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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도 주로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된다. 각종 체험학교, 극기학교, 예절학교, 레저학교가 그것이다. 프로그램은 1박 2일짜리 문화유적 탐방에서 1주일간의 국토순례 체험까지 다양하다. 청학동 서당과 같은 예절학교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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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예절학교 수업료는 6박 7일에 30만원이 넘으며, 이곳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는 한 달에 무려 80만원이다. 한마디로 고액과외인 셈이다. 이런 것을 떠나, ‘지금 아이들이 비싼 돈을 배워야 하는 것이 과연 저런 예절일까? 아무런 비판의식도 가르치지 않는 일종의 군대식 복종 훈련이 아닐까?’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회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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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패키지 놀이는 부모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는 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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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패키지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보통 2박 3일에 15~20만원 정도 내야 한다.
자녀가 2명이면 4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모든 가정이 이런 고액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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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놀이, 체험학습, 예절교육 등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은 패키지 프로그램을 보고 부모들이 선택하는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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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들은 동네마다 자유롭게 뛰어노는 대신, 어떤 정해진 규격에 맞게 놀아야 하고, 보고서도 써야 한다. 연날리기나 팽이치기 같은 놀이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소품’이다. 어른들과 마음껏 연날리고 팽이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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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만들어진 놀이, 짜여진 프로그램 놀이를 하고 있고,
돈 때문에 이런 틀에 맞춘 프로그램, 놀이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 일상생활연구회 ‘현대 한국사회의 일상코드’
이제, 아이들이 방학 때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일단 돈을 많이 내고, 그것도 정해진 틀에 맞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