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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3 - 새로운 시작 (上)
0. S# 엘리베이터 앞. (3부 62씬)
땡.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재혁. 걸어오면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오한영.
오한영 : 지금 막 팀장님 사무실로 브리핑자료 가져가던 참입니다.
재혁 : (맨 위의 것을 하나 집어 들더니) 읽어보고 곧바로 회의실로 갈 테니까 십분 뒤에 회의실에서 만나지.
오한영 : 알겠습니다. (한쪽으로 빠져나가면)
재혁 :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0. S#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던 신반장. 회의탁자위에서 마른걸레로 닦고 있던 선우를 본다.
신반장 : 이선우 씨! 지금 그 위에서 뭐하는 거예요?
선우 : 네? 회의탁자 닦고 있는데요.
신반장 : (어이없다) 당장 거기서 내려오지 못해요?
선우 : (당황해서) 네에.
얼른 재빨리 내려오다가 옆에 있던 청소함을 건드린다.
옆으로 넘어지는 청소함. 청소기구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신반장 : 이선우 씨!
선우 : 죄송합니다. (얼른 무릎을 꿇고 청소기구들을 줍는다)
청소걸레 하나가 저쪽으로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기어가 막 주워드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이마를 쿵! 찧는 선우.
선우 : 아야! 아우우.. (아파서 고개 들어 쳐다보면)
들어서던 재혁, 멈칫해서 내려다본다. 순간.
재혁 : 어 이선우 씨..?
선우 : (순간 벌떡 일어나서 보며 반갑게) 안녕하세요, 팀장님! 다시 뵙게 되네요.
신반장 : (? 뿔테안경을 치켜뜨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오한영 : (?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선우 : 일곱 시부터 회의라더니.. 팀장님두 그 회의 때문에 오신 거예요?
재혁 : 네. 근데 이선우 씬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선우 : 청소요.
재혁 : 청소? (하는데)
선우 : 네 저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요.
재혁 : (멈칫해서 보면)
신반장 : (흠흠흠! 헛기침) 이선우 씨 밖에서 나 좀 봐요.
선우 : 네.
신반장 : (재혁에게 까딱..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가면)
선우 : (얼른 청소기구 챙겨서 따라 나가는데)
재혁 : 이선우 씨. 정말로 여기서.. 이 회사에서 청소 일을 시작한 겁니까?
선우 : 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언젠간 이 회사에서 절 만날 수 있을 거라구. 지금은 청소로 시작하는 거지만
또 언젠간 사무실에서 뵐 날이 있을 거예요. (웃음 뒤 돌아서서 가면)
재혁 : (본다. 조금은 황당해서 바라보면)
오한영 : (?해서 재혁과 선우를 번갈아 본다. 시선에서)
0. S# 청소관리 사무실.
텅! 관리 장부를 책상에 소리나게 내려놓는 신반장.
신반장 : 보다보다 별꼴을 다 보겠네, 내가 회의탁자 닦으랬더니 왜 그 위엔 올라가 미끄럼질이야?
이선우 씨. 청소일이 무슨 장난인줄 알아?
선우 : 올라가서 닦는 게 훨씬 더 빠르구 쉬울 거 같아서..
신반장 : 쉬운 일 하고 싶었으면 다른 델 찾아갔어야지. 뭐 하러 힘든 청소 일을 하겠다구 나선거야!
선우 : (보면)
신반장 : 하여튼 대학물까지 먹었다는 것들이 꼴통 짓은 더 한다니깐.
선우 : (그러자 헤 웃더니)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오늘이 처음이잖아요.
다음부터 꼴통 짓 안할 테니까 한번만 봐주세요. 네? 네 신반장님?
신반장 : (본다. 어이없이 보는 시선에서)
0. S# 회의실.
모여 있는 이사 및 중역진들. 오한영, 뭔가 사업설명을 하고 있고
한쪽에 앉아 있는 재혁, 브리핑자료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
flash-back>
대리점에서 소파를 혼자 끙끙거리며 밀던 선우/
짜장면을 맛있게 먹던 선우/
커피를 톡톡 끝까지 털어마시던 선우/
회의실 문에 이마를 쾅! 부딪히는 선우/에서
재혁, 자기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 순간 얼른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내 표정관리하면.
오한영 : 무선인터넷 사업에 관한 브리핑은 저희 신사업 팀의 장재혁팀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재혁을 보면)
재혁 :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마이크에 대고) 신사업 팀의 장재혁입니다.
앞으로 저희 팀에서 새로 진행하게 될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좌중을 보는 시선에서)
0. S# 화장실 앞.
여자화장실 쪽에서 나오는 선우, 쓰레기봉투를 한쪽에 매단 뒤 후.. 한숨.
남자 화장실 쪽을 쳐다본다. 잠시 망설여짐.. 쳐다보다가 흠흠! 크게 헛기침. 안으로 들어간다.
0. S# 남자 화장실 안.
불쑥 들어서는 선우, 눈 딱 감고.
선우 : (안쪽에 대고) 청소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안에 있던 남자들 놀라서 쳐다보면 선우, 고개 푹 숙인 채 마대로 닦기 시작한다.
일제히 가리며 돌아서는 남자들, 막무가내 밀고 들어오는 이 젊은 여자를 황당한 듯 쳐다보면.
선우 : 실례합니다. 다리 좀 잠깐만 치워주세요.
볼일남자 : 네.. 네에.. (최대한 가리며 한쪽다리를 어설프게 든다)
선우 : 감사합니다.
사이사이를 쓱쓱 닦는다. 나오는 웃음 참으며 쓱쓱 닦는 얼굴에서.
0. S# 제하그룹 전경. D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철웅, 씩 웃으면서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그 손에 들려져 있는 검정색 고무봉지.
0. S# 로비.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철웅, 곧바로 안내데스크 앞으로 다가서더니.
철웅 : 여기 이선우씨 면회 좀 합시다. 박철웅이가 왔다구 좀 전해주쇼.
안내 : 어느 부서에서 근무 하시는데요?
철웅 : 글쎄 자세한건 모르겠고. 암튼 불러주쇼.
안내 : 죄송하지만 부서명을 모르면 저희도 찾아드리기가 힘든데요.
철웅 : 빡빡하게 굴지 맙시다, 거. 오늘 첫 출근한 기념으루 얼굴도장 한번 찍구 가겠다는데.
안내 : 네?
철웅 : 오늘 첫 출근한 신입사원 중에 이선우 좀 만나잔다고 전해 달라구요. 에?
안내 : 죄송하지만 신입사원들은 다음 주부터 첫 출근인데요.
철웅 : (뭐? 본다. 그러다 흘끗 윗쪽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0. S#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철웅. 경비, 쫒아오며 말리지만 너무나 강한 힘으로 뿌리치며.
철웅 : 야! 이선우! 이선우 어딨어!
순간 일제히 이쪽을 돌아보는 직원들.
철웅, 개의치 않고 회의실을 열어본다.
철웅 : 이선우! 이선우 여기 없냐?
다른 방문도 벌컥벌컥 열어보면서 종횡무진.
철웅 : 이선우 어딨냐니까!
선우 이름을 부르면서 온 사무실을 헤집고 다니다가 한쪽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데 마침 안에서 나오던 재혁과 마주친다.
멈칫하는 철웅, 재혁 역시 뜻밖의 표정으로 보면.
철웅 : 어? 당신이 왜 여기서 나와?
재혁 : 그야 여기가 내 사무실이니까요.
철웅 : 뭐..? 사무실? (보면)
재혁 : (보며) 이선우 씰 만나러 온 겁니까?
철웅 : (? 본다. 시선에서)
0. S# 휴게실.
흰 장갑 낀 손으로 쓱 문질러 먼지를 확인하는 신반장. 흰 장갑에 먼지가 쓱 묻어난다.
돌아보면 그 뒷쪽에서 마대로 열심히 바닥을 문지르는 선우,
신반장 : 이선우 씨.
선우 : (돌아보면)
신반장 : 여기 먼지가 그대루 있잖아. 그대루. 계속 이렇게 건성건성 할 거야?
선우 : 거긴 아직 안 닦았어요. 바닥부터 한 다음에 닦을려구 했는데..
신반장 : 또, 말대꾸한다. 또 말대꾸 해!
선우 : (입 다물면)
그 때 원경으로 프레임-인 되는 철웅, 돌아보다가 이쪽에 선우와 신반장을 본다. 보는 시선에서.
신반장 : 우리는 이 빌딩의 청결과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야. 한순간의 방심과 이번 한번쯤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거 명심, 또 명심해. 알았어?
선우 : 알겠습니다.
신반장 : (쓱 흰 장갑 보여주며) 다시는 이런 거 묻어나지 않도록 깨끗이 싹싹.
선우 : 네. 깨끗이 싹싹.. 알겠습니다.
신반장 : 계속해요.
선우 : 네.
한숨 내쉬고, 다시 마대로 바닥을 닦는다. 닦으면서 방향을 바꾸는데 그 마대 끝에 탁! 걸리는 발.
?해서 올려다보면 철웅이다.
선우 : 어? 박철웅? 니가 여긴 왠일이야?
신반장 : (누구지 또? 뿔테안경을 치켜 올리며 빠꼼히 보면)
박철웅 : (신반장을 무섭게 한번 노려보더니 선우를 보며) 너 지금 여기서 뭐하구 있냐?
선우 : 뭐하긴. 일하구 있지.
박철웅 : 너.. 이런 일 할려구 이 회사에 취직했냐? 고작 청소나 할려구?
선우 : 너 지금 시비걸려구 온 거니? 그런 거면 돌아가. 지금 근무시간이야. (하면서 다른 쪽을 마대로 문지르는데)
박철웅, 갑자기 선우가 들고 있던 마대를 거칠게 뺏어들어 집어던진다.
선우, 놀라서 보면 선우의 손목을 나꿔 채 끌고 간다.
선우 : 야! 박철웅! (놀라서 소리치면)
신반장 : (어어?) 이선우 씨! 일하다 말고 어디가!
선우 : 금방 돌아올께요 반장님! 잠깐만요.. (끌려가며) 야아!
신반장 : (뿔테안경 치켜 올리며 보면)
0. S# 복도 일각.
선우를 끌고 오는 철웅,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선우 : 이거 놔.
철웅 : 못 놔.
선우 : 박철웅!
철웅 : 너 고작 청소나 하라구 그 옷 선물해준 줄 알아?
선우 : 내가 선택한 거야. 니가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 아니야!
철웅 : 그래서 그만 못 두겠다구?
선우 : 그래. 그만 못 둬. 안 그만 둘 거야.
철웅 : 대체 너 이렇게 고집부리는 이유가 뭐야? 어디 그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선우 : 여긴 내가 들어오고 싶었던 회사야.
철웅 : 청소부로 들어오고 싶었던 게 아니잖아.
선우 : 일이 힘든 대신 보수가 좋아. 시간외 근무까지 합하면 왠만한 사무직보다두 많이 벌 수 있어.
철웅 : 더 편하구 더 좋은 직장 얼마든지 있어.
선우 : 내가 편하구 좋은 거 몰라 이러는 줄 알아? 내 형편이 지금 그런 거 따질 처지 아니라는 거 너두 잘 알잖아.
철웅 : 대체 이렇게까지 돈 벌어 뭐할 거냐? 빌딩이라두 지을래?
선우 : 대리점 아저씨 돈부터 갚아야지. 나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손해나게 할 순 없잖아.
철웅 : 핑계말구 진짜 이유를 대! 그 자식 때문이라구!
선우 : (멈칫..) 무슨 말이야?
철웅 : 너 그 자식 땜에 여기 들어온 거 아니야? 그 때 경찰서에서 실실거리던 그 재수 없는 자식,
그 자식 여기서 일하는 거 알구 들어온 거 아니냐구!
선우 : (표정 굳어 본다)
철웅 :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 맞구나. 너.. 정말루 그 자식 땜에 여기 들어온 거야. 그렇지!
선우 : (순간 그대로 돌아선다)
철웅 : (잡아 돌리며) 그 자식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이렇게 청소까지 해가면서까지 한 회사에서 있구 싶었냐?
그렇게 그 자식하구 같이 있고 싶었어!
선우 : (노려본다. 노여움으로 눈물이 글썽해서 보더니) 니가 날.. 이렇게까지 막 보는 줄 몰랐다.
철웅 : (멈칫.. 보면)
선우 : 나는 지금 너무 절박하구 너무 힘들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구. 알아?
그래두 넌.. 그런 나를 조금은 이해해주고 있는 줄 알았어. 근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구나.
(그러더니 철웅의 잡은 손 떼어내더니 돌아선다. 몇 걸음 가는데)
철웅 : (순간 욱하는 성격에) 에이!!!! (하면서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탁! 바닥에 집어던진다)
퍽! 소리와 함께 깨지면서 흩어지는 흙들. 선우, 멈칫.. 돌아보면.
철웅, 씩씩거리며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선우, 보다가 한쪽에 부서진 고무봉지를 내려다본다. 쭈그리고 앉아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주먹만 한 화분.. 그 한쪽에 리본. “축! 첫 출근!”
선우, 본다. 작게 한숨을 내쉰 뒤 그 흙을 고무봉지 안에 주워 담는다. 모습에서.
0. S# 야구배팅연습장.
탕! 탕! 볼이 튀어 나올 때마다 배트로 쳐내는 철웅. 나오는 볼을 치고, 또 쳐내고.
수탁 그물 밖에서 그러는 철웅을 지켜본다. 공이 떨어졌다.
철웅 : 한게임 더.
수탁 : 벌써 다섯 게임 짼데요. 형.
철웅 : 한게임 더!
수탁 : (본다. 보다가 동전 넣으면)
튀어나오는 볼. 캉! 쳐냄과 동시에.
flash-back>
선우 : 내가 편하구 좋은 거 몰라 이러는 줄 알아? 내 형편이 지금 그런 거 따질 처지 아니라는 거 너두 잘 알잖아.
난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알아?
> 현실
튀어나오는 볼 다시 탕! 쳐내면
flash-back>
인수 : 친구든 여자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힘부터 길러. 이 바닥에선 힘밖에 믿을게 없다.
>현실.
탕! 볼을 쳐내는 철웅의 얼굴.
flash-back>
인수 : 너한테 내가.. 그 힘이 되 줄 수 있어. 잘 생각해봐라 꼬마야.
>현실
탕! 볼을 쳐내는 철웅. 공이 저 만치 가서 푹! 박힌다.
숨을 몰아쉬며 쳐다보던 철웅, 그대로 방망이를 집어던지더니 밖으로 나간다.
수탁 ?해서 쳐다보면.
0. S# 거리.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앞만 보며 걸어오는 철웅.
수탁 : (따라오며) 형, 어디 가시는데요. 네? 혀엉. (불안해서 보면)
철웅 : (말없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시선에서)
0. S# 창고.
문을 열고 나타나는 철웅. 안에 있던 깡패들, 멈칫해서 돌아본다.
깡패1,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철웅을 보면.
수탁 : 설마.. 저 자식들하고 손잡을라 그러는 건 아니죠. 형. 이건 아닙니다. 다시 생각하세요.
철웅 : (걸음을 옮겨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면)
수탁 : (따라오며) 형.. 이건 형 스타일이 아니잖습니까, 예? 우리는 건달이지 깡패가 아니라 구요.
철웅 : 입 닥쳐.
수탁 : (멈칫.. 보면)
철웅 : (깡패들 앞으로 다가서서) 늬들 대장 어딨냐.
깡패 : 결국은 고개 숙이러 왔구나.
철웅 : 잔말 말구 늬들 대장 있는 데나 대! (하는데)
깡통 : (저 뒤에서) 아그야!
철웅 : (돌아본다)
깡통 : 일로 온나. 기다리고 계신다.
철웅 : (본다)
수탁 : 형 지금 제정신 아니예요. 가면 안돼요! 돌아가자 구요. 네?
철웅 : 넌 여깄어. (그러더니 사무실 쪽으로 간다)
수탁 : (이거 일 났다. 보는 시선에서)
0. S# 인수 사무실 안.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인수. 그 앞으로 들어서는 철웅.
깡통 : 대장아. 꼴통 자슥 왔다.
인수 : (한번 보더니) 생각보다 좀 늦었구나 꼬마.
철웅 : (본다. 보더니) 너.. 나한테 이백만 원 줄 수 있냐?
인수 : (본다)
철웅 : 나한테 이백만 원 줄 수 있냐구.
인수 : 약속을 지키러 온 게 아니었냐?
철웅 : 나한테 이백만 원 준다면.. 니 밑으루 들어간다.
인수 : (본다)
철웅 : (보면)
인수 : 깡통. 돈 꺼내라.
깡통, 금고를 열고 안에서 현금 두 뭉치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인수, 그 현금을 쭉 철웅 쪽으로 밀더니.
인수 : 가져가라. 그리구 당장 내 앞에서 꺼져.
철웅 : (멈칫.. 본다)
깡통 : 대장아..?
인수 : 그래두 나는 니가 사내자식이라구 생각했다. 남자대 남자로 한 약속은 소중히 하는 놈이라구 생각했지.
근데 내가 틀렸구나.
철웅 : (보면)
인수 : 이 돈은 그 날 나한테 얻어맞은 값이다. 그러니까 그냥 먹구 떨어져. (그러면서 시선 돌려 다시 장부를 쳐다보면)
철웅 : (자존심 상했다) 이 돈 거저 달라 그런 적 없어. 돈 받은 만큼 니 밑에서 일해주겠다구.
인수 : 잘 들어라 꼬마. 나는 돈으로 사람을 사지 않아.
철웅 : (멈칫.. 보면)
인수 : (보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깡통 : 아 돈만 날맀네. 아까버라... (하면서 따라 나가면)
철웅 : (본다. 이백만 원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0. S# 대리점 안.
진열장위로 턱! 놓이는 돈뭉치. 주인, ?해서 쳐다보면.
철웅 : 이걸루 선우 빚 다 갚은 겁니다. 나중에 선우한테 딴소리 하지 마세요.
그랬단 이 대리점 내 손으루 다 박살내 버릴 테니까.
주인 : (? 보면)
철웅 :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한쪽에 서 있던 수탁, 나가는 철웅을 한번 돌아본다. 왠지 기분이 영 찝찝하다. 철웅을 따라 나가는데서.
0. S# 회사 로비. 공중전화 앞.
선우 : 네? 철웅이가요? (놀라는 표정에서)
0. S# 대리점 안.
주인 : 어어. 이백만 원을 것두 현찰루 던져 놓구 갔어. 이거 참 받아야 하는 건지 어째야 하는 건지.
0. S# 회사로비. 공중전화 앞.
선우 : 알았어요, 아저씨. 제가 한번 알아볼께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다 다시 수화기 들면)
0. S# 철웅의 집 마루.
때르릉 울리는 전화벨.
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연웅, 뛰어 들어와 얼른 받는다.
연웅 : 여보세요? 어! 선우언니. (듣다가) 누구? 철웅 오빠? 잠깐만요. (수화기 막고 안쪽에다 대고) 철웅 오빠! 철웅 오빠!!!
(수화기에 대고) 잠깐 만요. 확인하구 올께. (다시 내려놓고 이층으로 뛰어올라간다)
0. S# 철웅의 방.
연웅, 문 열어본다. 물론 철웅이 있을 리 없다.
0. S# 마루.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드는 연웅.
연웅 : 오빠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왜? 무슨 일인데요?
0. S# 회사 로비. 공중전화.
선우 : 어어. 아니야. 알았어. (수화기 내려놓는다. 걱정스러운 표정인데)
신반장 : 이선우 씨 여기서 뭐하구 있어?
선우 : (멈칫.. 돌아보면)
신반장 : 5층 화장실에서 휴지 떨어졌다구 계속 컴플레인 들어오구 있잖아. 대체 화장실 체크 안 하구 여기서 뭐하는 거야?
선우 : 네. 지금 올라가요. (그러면서 올라가면)
신반장 : 그저 한눈만 팔았다 하면 딴 짓이지. (쳐다보는데서)
0. S# 화장실 안.
두루마리 휴지를 교체하는 선우, 그러다.
선우 : 대체 이백만원이 어디서 난거지? 하여튼 엉뚱한 짓 하기만 했어봐. (그러더니 턱! 휴지케이스를 덮는데서)
0. S# 한정식집 룸안.
인수,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깡통.
깡통 : 대장아. 그 꼴통자슥이 또 찾아왔는데..
인수 : 볼일 없다. 그냥 가라 그래.
깡통 : 알았다. (돌아서는데)
턱! 문을 밀치며 들어서는 철웅.
인수, 쳐다보지 않은 채 식사만 계속한다.
철웅, 본다. 인수, 여전히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식사를 계속하면.
철웅, 본다. 보더니 갑자기 맞은편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앉는다.
깡통, 놀라서 본다. 이 자슥..?
인수도 그제야 멈칫해서 돌아보면.
철웅 : 저도 한잔만 주십쇼.
인수 : (본다)
철웅 : 안됩니까?
인수 : (본다. 잔을 내밀면)
철웅 : (받는다)
인수 : (따라주면)
철웅 : (돌아앉아 마시지 않고 얼굴 맞댄 채 정면으로 들이킨다)
깡통 : 근데 저 싸가지 없는 자슥. 누구 앞이라고 면상에서 대작을 하노.
인수 : 한 잔 더 할래?
철웅 : (받는다. 역시 돌아앉아 마시지 않고 그대로 쭉 들이킨다)
깡통 : 아 저 꼴통 자슥.. (보면)
철웅 : (쓱 턱을 문지르고 탁 술잔을 내려놓더니) 두 가지만 지켜주십쇼.
인수 : 말해봐.
철웅 : 여자하구 노약자는 건들지 않는다. 사람목숨 다치게 하는 짓은 절대 안한다.
인수 : 나 역시 여자나 노약자 건드는 덴 취미 없다. 사람 목숨 다치는 일.. 나두 싫어.
철웅 : 어설프게 나한테 양아치 짓 시킬 생각이면 그 땐 내가 이 조직 박살낼 겁니다.
인수 : 꼭 필요한 일 외에 널 부르지 않을 거야.
철웅 : (본다. 보더니) 제 이름은 박철웅입니다.
인수 : 이인수다. (보며) 식구가 된 걸 환영한다.
철웅 : (본다. 삐딱한 시선에서)
0. S# 사무실 안.
쭉 서 있는 중간 보스들. 그 앞으로 서 있는 인수와 깡통, 그리고 철웅.
인수 : 박철웅이다. 앞으로 잘 모셔라.
깡패들 : (일제히 고개 숙이며) 네 형님.
인수 : (철웅을 돌아보면)
철웅 : ... (긁적긁적 재미없는 표정)
그 뒷쪽으로 서서 바라보고 있는 수탁, 계속해서 불안하고 안타까운 시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으로 보는데서.
0. S# 평창동 집 전경.
0. S# 승희의 방.
침대위에 누워있는 승희, 잡지를 들척이고 있다. 툭 덮고 엎어진다. 그러다 다시 자쳐지며.
승희 : 아 진짜 드럽게 심심하네.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시선에서)
0. S# 태희의 방.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쭉 한번 살펴보다가 문득 태희 아버지 사진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자 슬그머니 사진을 엎어놓고 두리번두리번. 그러다 서랍을 열어본다.
뒤적거리다 한쪽에 고급스럽고 커다란 보석함을 발견. 꺼내서 열어보면 온통 명품 시계와 화려한 목걸이에 귀걸이들..
우와.. 승희, 좋아라고 꺼내서 해본다. 거울에 비춰보다가.
승희 : 이렇게 많은데.. 하나쯤 없어져두 모르겠지?
그러더니 그 중에 목걸이 하나를 쓱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도로 닫고 서랍에 넣는데
불쑥 문이 열리며 청소기 들고 안으로 들어서는 예산댁.
시껍해서 놀라는 승희.
예산댁 : 어머. 여기서 뭐해?
승희 : 네? 뭐하긴요. 그냥... (둘러대듯) 그냥 심심해서 뭐 읽을게 없나 들어와 본 거예요. (그러더니 휘 둘러보며 밖으로 나간다)
예산댁 : (이상해서 돌아보는 표정에서)
0. S# 거실.
내려오는 승희, 휴.. 한숨 내쉰다.
승희 :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하는데)
현자 : 간이 왜 떨어져?
승희 : (멈칫.. 돌아보면)
현자 : (주방에서 쥬스 컵을 들고 나오던 길인 듯. 서서 보며) 뭐 나쁜 짓 하다 들켰니?
승희 : 아아뇨오. 그게 아니라.. 언니 방에 잠깐 있는데 아줌마가 갑자기 방문열고 들어와서.. 그래서 놀랬다구요.
(그러더니 도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자 : (의심의 눈초리)
0. S# 이층 거실.
올라오는 승희, 태희 방 안에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나즉히 들리는 가운데.
승희 : 아 진짜, 사방에 적군이 쫙 깔렸네. 쫙 깔렸어. (하면서 괜히 엄한 소파만 툭 걷어찬다. 시선에서)
0. S# 제하전경.
0. S# 회장실.
똑똑똑 문 열리고 진상만 들어온다.
진상만 : 회장님, 태희 양 왔습니다.
김필중 : 들어오라 그래.
진상만 : 네. (문을 열고 비켜서주면)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김필중, 책상 앞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오며.
김필중 : 앉아라.
태희 : 네. (앉는다)
김필중 : 그래. 다음 주부터 첫 출근이지?
태희 : 네 할아버지.
김필중 : 그래 당당히 수석으로 붙은 소감이 어떠냐.
태희 : 아직 현실감은 없어요. 앞으로 부딪혀봐야죠.
김필중 : 그래. 그렇겠지. (그러다 쿨룩쿨룩 잦은 기침...)
태희 : (? 본다) 할아버지 기침하세요? 감기 드신 거예요?
김필중 : 아니다. 그냥 나이가 드니 시도 때도 없이 기침 같은 것도 나오구 그러는구나.
칠십여 년 동안 원 없이 부려 먹었으니 하나둘씩 고장두 나고 말썽도 생기는 거지.
태희 : 병원 가서 한번 체크해보세요. 제가 같이 가 드릴까요?
김필중 : 할애비가 그렇게 걱정 되냐?
태희 : (? 보면)
김필중 : 할애비 일선에서 물러나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해줄려면 니가 좀 더 분발해.
앞으로 이삼년 사이에.. 적어도 상무나 이사자리쯤 앉혀도 손색없을 만큼. 무슨 뜻인지 알겠냐?
태희 : (보며) 할아버지..
김필중 : 내가 죽은 다음에 날 이기는 건 의미가 없어. 내가 조금이라도 정정할 때.. 그 때 치고 올라오는 거야.
그래야 공평한 게임이지. (보며) 어때. 할 수 있겠지?
태희 : (본다)
김필중 : (보면)
태희 : (시선에서)
0. S# 회사 뒷길 공원
재혁과 태희, 함께 걷는다.
태희 : 요즘 들어 종종.. 그렇게 마음 약한 말씀을 부쩍 많이 하셔. 금방이라도 먼 길 떠나실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좀 그래.
재혁 : (보면)
태희 : 너하구 내 일만 해두.. 예전 같았음 한 발짝도 양보 안하셨을 텐데. 이번엔 일주일 만에 백기 드셨어.
우리한텐 잘 된 일이지만.. 할아버지가 그만큼 약해지셨다 생각하니까 한편으론 좀 쓸쓸한 거 있지.
재혁 : 할아버질 많이 좋아 하는구나.
태희 : 그러게.. 그런가봐.
재혁 : (본다. 보더니) 너무 걱정할거 없어. 회장님 니가 걱정하는 만큼 아니야. 여전히 회사 내에선 건재하시구 정정하셔.
아직두 잘못하는 사람한테 고함치시는 소리 들으면 우리보다 기운이 넘치신다구.
태희 : (짐짓 웃음. 그러더니 재혁을 보며 불쑥) 재혁아. 우리 결혼할래?
재혁 : (멈칫.. 고개 돌려 본다)
태희 : 우리 결혼하자. 너하구 같이라면 해볼 수 있을 거 같애. 니가 내 옆에 있어준다면 회사 물려받는 거 겁 안 날 거 같애.
재혁 : (본다)
태희 : 우리 결혼하자. 나하구 결혼해. 응?
재혁 : 너는 가끔 중요한 말을 너무 장난같이 하는 경향이 있어. 알구 있니?
태희 : 우리 하자. 그냥 해버리자.
재혁 : 결혼 같은 거 아직 내 계획에 없어.
태희 : 그럼 지금 계획에 끼어 넣어. 그럼 되잖아.
재혁 : 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이야? 그렇게 쉽게 생각하구 결정할 일 아니잖아.
태희 : 쉽게 생각하구 결정한 일 아니야. 너 미국으로 떠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던 생각이야.
재혁 : (본다. 보더니) 왜.
태희 : (보면)
재혁 : 왜 나하구 결혼하고 싶은 거니.
태희 : 너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너라면 우리 회사 안 말아 먹구 잘 이끌어 가줄 거니까. 끝까지 날 지켜줄 거니까. 그리구..
재혁 : (보면)
태희 : 널 사랑하니까.
재혁 : (본다. 보는 시선에서)
0. S# 회사 로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재혁. 경비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아넘기며 쭉 걸어온다. 생각에 잠긴 시선에서.
0. S# 재혁의 사무실.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오한영에서.
오한영 : 어디 계셨습니까? 계속 연락했는데 연결이 안돼서..
재혁 : 누구 좀 만났어.
오한영 : 김태희 씨하구 같이 계셨습니까?
재혁 : (책상위에 있는 서류를 보며) 이게 오늘 결제할 서류 전분가?
오한영 : 네.
재혁 : (결재에 서명한다. 오른손으로 펜 집어 왼손으로 싸인 할 것! - 복선임)
오한영 : (흘끗 보며) 김태희 씨, 말입니다. 혼자 잠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팀장님이 김태희 씨하구 결혼하면 어떨까 하구요.
재혁 : (멈칫.. 고개 들어 보면)
오한영 : 그렇게 되면 힘들이지 않고 제하그룹을 되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재혁 : 내가 쓰러뜨리고 싶은 건 김필중 회장이야. 그 일에 태희를 끌어 들일 생각 없어. 이용하는 건.. 한번으로 충분해.
오한영 : 피를 흘리지 않고 적을 무찌르는 게 가장 상책이라고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잖습니까.
김태희를 이용하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한 번에 역전 시킬 수 있는 겁니다.
재혁 : (순간 펜을 탁! 책상에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오한영 : (멈칫.. 보면)
재혁 : (결재서류를 들고 오한영 앞으로 걸어오더니) 자네가 날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깊게 관여하지는 마.
자네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알았어? (그러더니 서류를 턱! 오한영에게 넘겨준 뒤 밖으로 나간다)
오한영 : (돌아보면)
0. S# 복도 일각 (또는 흡연실)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워 무는 재혁, 한숨과 함께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밖을 본다. 시선에서
0. S# 태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한쪽에 가방과 외투를 던져놓고 침대에 털썩 드러눕는다.
그러다 한쪽으로 돌아누우며 다시 한숨.. 시선에서.
0. S# 흡연실 (또는 비상구 일각)
한쪽 재떨이에 여러 대의 담배꽁초가 보이고 그 위로 또 하나의 담배를 비벼 끄는 재혁의 손.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
재혁, 소리에 짐짓 돌아서다가 멈칫.. 청소 기구를 들고 들어서던 선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우 : 어? 팀장님. 아직 퇴근 안하셨네요?
재혁 : 아직까지 일이 안 끝났어요?
선우 : 이제 여기가 마지막 이예요. (담배꽁초를 치우며 흘끔 본다) 근데 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재혁 : (보며) 그래 보여요?
선우 : 네에.
재혁 : 사람 마음도 읽을 줄 아나보군.
선우 : 그냥 그 사람 표정으루 짐작하는 거예요. (보며)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되요?
재혁 : (? 보면)
선우 : 얘기하기 싫음 말구요. (다시 치우는데)
재혁 : 길구 지루한 얘긴데 괜찮아요?
선우 : (? 본다. 보더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재혁을 보며) 해보세요.
재혁 : (본다. 다시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내가 아주 많이 존경했던 분인데..
회사가 부도나면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역시 부도와 빚 독촉에 못 이겨 자살 하셨구요.
할아버지하구 동업하던 친구가 배신을 해서 그렇게 됐죠.
선우 : 어머.. (멈칫.. 보면)
재혁 : 회사규모가 점점 커지니까 할아버지가 갖고 있는 절반까지 욕심이 났던 거겠죠.
우리 할아버진 회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소중하게 생각했던 우정까지 잃은 거예요.
선우 : 그런 사연이 있을 줄 몰랐어요.
재혁 : 사연은 누구한테나 있는 거니까..
선우 : 그래서.. 그 욕심 부린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
재혁 : 글쎄.. 책에서라면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하늘에서 벌을 내려줘야 마땅했을 텐데..
불행히도 그 사람은 너무나 잘 살고 있어요. 회사도 그 때보다 열 배나 더 커졌구.. 그 영감님두 아직 건장하게 살아계시죠.
선우 : 아직 용서하지 못하셨나 봐요.
재혁 : 용서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그 사람을 쓰러뜨리겠다는 생각만으로 이제껏 살아왔어요.
선우 : 안됐네요.
재혁 : 누가요? 그 영감님이?
선우 : 아뇨. 팀장님이요. 팀장님이 안 됐다 구요.
재혁 : (멈칫.. 보면)
선우 :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평생 살아가고 있잖아요.
재혁 : (본다)
선우 : 사실은 나두 한 때.. 날 버린 부모님을 미워한 적이 있어요.
재혁 : 버려..졌다구? 이선우 씨가?
선우 : 네. 하지만 이젠 미워하지 않아요. 비록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내가 잘되길 바라고 계실 거다..
그렇게 믿기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갑자기 내가 소중해진 느낌이 들더라 구요.
재혁 : (보면)
선우 : 팀장님은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가지고 있는 것도 많아요.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잖아요.
그런 기억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재혁 : (선우를 본다. 바라보더니 갑자기 힘없는 웃음)
선우 : (? 보면)
재혁 : 이선우 씨하구 얘길 하다보면 내가 좀 멍청한 기분이 들어요.
쓸데없는 일에 목숨걸구 있는 거 같은..그런 기분이 든다 구요. (보며) 그래서.. 자꾸 경계하게 되요.
선우 : 저를요?
재혁 : 그래요. 이선우 씨를요. 만날 때마다 조금씩.. 날 흔들어놓거든요. 그래서 자꾸만 경계가 되요.
선우 : (그 말에 본다)
재혁 : (응시하면)
선우 : (순간 두근.. 두근.. 보더니 시선 피하며) 어.. 늦었다. 가봐야겠어요.
그러더니 얼른 청소 기구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바라보는 재혁의 시선.
0. S# 복도 일각.
나와서 벽에 기대서는 선우.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고른다.
선우 : 어우.. 왜 이러지? (그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선우 정신 차려. 정신.. (그러면서 돌아서서 프레임-아웃)
0. S# 흡연실 (또는 복도 일각)
남아있는 재혁, 관조적인 웃음... 그러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본다. 시선에서.
0. S# 신사업팀 사무실 안.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한쪽에 남아 기다리고 있던 오한영, 벌떡 일어나 보면
재혁, 말없이 지나쳐 자기 사무실 쪽으로 가다가 멈칫.. 예의 그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보더니.
재혁 : 이인수한테 전화해. 오늘 좀 만나야겠다구.
오한영 : (본다)
재혁 : (안으로 들어가면)
0. S# 철웅의 집 골목앞. N
걸어오는 선우, 좀 전의 생각으로 뭔가 설레임이 있다. 혼자 베식 웃으면서 걸어오다가 멈칫..
저 앞으로 벽에 기대 서 있는 철웅을 본다. 철웅도 선우를 돌아본다.
선우, 본다. 일순 표정 변해서 철웅을 흘끗 보더니 그대로 철웅을 지나쳐 간다. 그러다 다시 되돌아와 앞에 서더니.
선우 : 너 어떻게 된 거야?
철웅 : ...
선우 : 대리점 아저씨랑 통화했어. 니가 이백만 원 놓구 갔다면서? 너 그 돈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난거야?
철웅 : (빤히 본다)
선우 : 하늘에서 떨어 졌을리는 없구. 어디 가서 일해와 벌어온 돈은 더더욱 아닐 테구. 너 혹시 어디 가서 나쁜 짓 한 거니?
철웅 : (빤히 본다)
선우 : 좋은 말루 할 때 불어. 그 돈 어떻게 된 거야 너. 어디서 난 거냐구. 말 안 해? (하는데)
철웅 : (갑자기 선우를 꼭 끌어안는다)
선우 : 야아! (놀라서 떼어내려고 하는데)
철웅 : 일분만.. 일분만 이대루 있자.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보며) 너.. 왜 이래? 너.. 정말 무슨 일 있는 거니?
철웅 : 아무 말 하지 마. 암말 말구 일분만 이러구 있자구. 일분만..
선우 : (보면)
힘껏 선우를 꼭 안고 있는 철웅의 얼굴. 그 위로.
인수E : 쓸 만한 녀석을 하나 얻었어.
0. S# 인수의 사무실.
재혁 : (본다)
인수 : 행동 대장 격인데.. 앞으로 이 일대 접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녀석이야. 너두 만나보면 맘에 들 거다.
재혁 : 사람 쓰는 일이야 니가 알아서 할 테구. (오한영 쪽을 돌아보면)
오한영 : (봉투를 인수 앞에 내민다)
인수 : (? 보면)
재혁 : 제하통신 주식시세야. 현재 밑바닥을 치는 중이지.
인수 : (보면)
재혁 : 두 달 뒤에 인수합병이 있을 거야. 다른 PCS사를 우리 쪽에서 흡수함과 동시에
새로운 신사업 구성안이 나오게 될 거라구. 그렇게 되면 주식 값이 엄청 치솟게 될 거야.
인수 : 그런 복잡한 얘긴 집어치우고 본론만 간단히 얘기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재혁 : 제하통신의 주식 팔백만주를 확보해야겠어. 오백만주까지는 내가 자금을 댈 수 있어.
여기 오기 전 뉴욕에서 크게 한건 한 걸로 떨어진 게 좀 있으니까. 나머지 삼백만 주는 니가 해결해줘야겠다.
인수합병 소문이 돌기 전까지 일을 끝내야해.
인수 : 그러니까 뭐야. 나머지 삼백만주를 사 들일 수 있는 자금을 대달라?
재혁 : 내가 제하통신을 잡게 되면.. 내가 갖고 있는 지분의 30%를 너한테 줄 거야.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인수 : 조건 갖다 붙이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재혁 : 한 달이야. 한 달이면 인수합병 소문이 퍼질 테니까 그 전에 잡아야 돼. 할 수 있겠니?
인수 : (본다) 까짓 거 해보는 거지.
재혁 : 좋아. (본다. 시선에서)
0. S# 평창동 집전경. D.
0. S# 태희의 방.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대충 스킨 로션을 바른 뒤 서랍을 연다.
어수선하게 어질러져 있는 서랍 안. 왜 이렇게 어질러져 있지?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커다란 보석함을 꺼내 연다.
누군가 만진 흔적이 역력하다.
태희, 이리저리 뒤적여 보다가 멈칫.. 고개 들어 쳐다보는데서.
0. S# 주방안.
들어서는 태희, 물을 따라 마시며 지나가는 투로.
태희 : 아줌마. 어제 제 방 청소했어요?
예산댁 : 네.
태희 : 혹시 내 서랍 만지셨어요?
예산댁 : 아닌데요. 세탁물 옷장 속에 넣어둔 거 말구는 다른 덴 손두 안 댔는데.. 왜요? 뭐 없어졌어요?
태희 : 목걸이가 없어진 거 같애요.
예산댁 : (생각하는 표정으로 시선 돌리며) 윤희양인가?
태희 : 네?
예산댁 : 아니 그게.. 어제 청소하러 들어갔을 때 윤희 양이 그 방에 있었거든요. 읽을 책 찾는다 길래 그런가 했는데..
태희 : 윤희..가요? 윤희가 내 물건에 손을 댔다 구요?
예산댁 : 글쎄 그게 정확히 본 게 아니라서.. (하는데)
현자 : 뭐라구? 윤희가 누구 물건에 손을 대?
예산댁 : (얼른 시선 돌린다)
태희 : (본다. 보더니) 암 것두 아니예요.
현자 : 윤희가 니 물건에 손댔니?
태희 : 그런 거 아니래두요. (그러더니 밖으로 나가면)
현자 : (돌아보며) 뭐예요 아줌마?
예산댁 : 저두 자세한건 모르는데요.
현자 : 그럼 자세하게 말구 대충 얘기해 봐요. 윤희가 뭘 어쨌는데? 그 애가 태희 물건에 손댔어요?
예산댁 : 글쎄 그게..
현자 : (추궁하듯) 아줌마!
예산댁 : (난처하게 보는 시선에서)
0. S# 승희의 방.
똑똑똑. 소리에 승희,
승희 : 네. 들어오세요.
태희 : (안으로 들어오며) 일어나 있었구나.
승희 : 그렇죠 뭐. 여기 들어온 뒤로 내내 집에만 있으니까 아침에도 일찍 깨지더라 구요.
뭐 취미생활이라두 하나 잡아서 해야 할까 봐요.
태희 : 그래애. (그러면서 본다. 쉽게 말을 못 꺼내는데)
승희 : 왜요?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으세요?
태희 : 어? 어어.. (하다가) 아니야.
승희 : 에이 얼굴에 잔뜩 써 있는데요 뭐. 뭔데요? 말씀하세요. 네?
태희 : 아니야. 별 얘기 아니야. (하는데)
현자 : 별 얘기 아니긴 뭐가 아니야!
태희와 승희, 멈칫해서 돌아보면. 열리진 문뒤로 들어서는 현자.
현자 : 윤희 너! 니 언니 방에 들어가 함부로 물건 만졌다며!
승희 : (멈칫.. 보면)
태희 : 고모.
현자 : 너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허락두 없이 왜 함부로 물건에 손을 대?
승희 : (당황.. 시선 돌리면)
태희 : 그만하세요.
현자 : 태희 너두 그러는 게 아니야. 이게 지금 무조건 감싸준다고 될 일이니?
이제는 한집에서 방문까지 꼭꼭 걸어잠그구 살게 생겼는데, 그냥 넘어갈 일이냐구 이게!
태희 : 윤희가 그런 건지 아직 확인안한 일이예요.
현자 : 견물생심이라 그랬어. 너무 없이 살다가 갑자기 좋은 물건이 사방에 깔렸으니 정신이 하나두 없겠지.
승희 : (멈칫, 홱 현자를 노려보면)
태희 : 알았어요. 제가 윤희한테 알아듣게 얘기 할께요.
현자 : 우리 집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없던 일이야. 처음에 따끔하게 해두지 않으면
한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는 게 도둑질이라구. 알아들어?
승희 : 지금 말 다하셨어요? 도둑질이라뇨? 누가 도둑질을 했다는 거예요?
현자 : (? 돌아보면)
승희 : 그래요. 언니 방에 들어갔었어요. 들어가서 언니 물건 구경 좀 했어요. 그러다 예쁜 목걸이 있어 한번 해봤어요.
그게 그렇게 죽을죄예요?
현자 : 어쨌든 몰래 들어갔잖아! 몰래!
승희 : 나요. 국밥집에서 그 가난하구 드럽게 살았을 때두 도둑년취급 당한 적 한번두 없었어요! 알아요?
현자 : 뭐? 아니 너 어디서 그런 천한 말을..
승희 : 그래요. 나 천해요. 그래서 이년저년 도둑년.. 그런 말 막 해요. 어쩔래요?
현자 : (기막혀 입이 딱 벌어진다)
태희 : 됐어 윤희야. 너두 그만해.
승희 : 고모면 다야? 고모면 이렇게 나한테 막할 권리 있는 거냐구!
현자 : 어머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어머.. (기함하기 일보직전)
태희 : 윤희야 그만하라구 글쎄. (하면서 잡는데)
승희 : (탁! 뿌리치며) 됐어! 다 필요 없어! 나 집에 갈 거야! 더럽구 치사해서 여기서 안살아!
현자 : 너 정말 말 다했니?
승희 : 그래 다했다. 이 재수 없구 얌체 같은 고양이 아줌마야! (그러더니 홱 밖으로 뛰쳐나가면)
태희 : 윤희야! (따라가려는데)
현자 : (현기증으로 비틀.. 아무거나 붙잡고 서면)
태희 : 고모 괜찮아요?
현자 : 넌 지금 내가 괜찮은 걸루 보이니?
태희 : (본다. 보더니) 윤희도 잘한 거 없지만 고모두 잘하신 거 하나두 없어요.
현자 : 뭐야?
태희 : 사람 감정 상하게 함부로 몰아세우고 그러지 마시라 구요. 아셨어요? (그러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면)
현자 : 세상에 내가 이젠 이런 수모까지 당해야 하는 거야? 어우.. 어우우.. 골이야. (그러면서 머리를 짚으며 휘청하는데서)
0. S# 거실.
태희 : 윤희야! 윤희야!! (뛰어내려오면)
예산댁 : 좀 전에 밖으루 뛰어 나가든데요.
태희 : (돌아본다. 걱정스러운 시선에서)
0. S# 국밥집 앞.
터벅터벅 걸어오는 승희, 그러다 뒤쪽 돌아보며.
승희 : 내가 미쳤어. 아 진짜.. 그냥 좀 참는 건데.. 나는 왜 꼭지만 돌면 눈에 뵈는 게 없지.
그러면서 국밥집으로 다가와 문을 연다. 여는데 덜컹 잠겨 있다.
승희 어? 해서 덜컹거리며 열어보려고 하는데 앞에 붙어있는 글씨 “임시 휴업 중”
승희 : 임시 휴업? (하는데)
길여사 : 승희 아니냐?
승희 : (돌아보면)
길여사 : 맞구나. 어디 좋은데 들어갔다드니 신수가 훤해졌구나.
승희 : 네.. (그러다) 근데 저희 엄마 어디 갔어요?
길여사 : 모르구 있었니? 제주도로 여행 갔는데.
승희 : 네? 여행이요?
길여사 : 그래. 무슨 바람 불어 그런지 삼박사일 문 닫구 제주도 갔다 온다구 가드라. 내일 돌아올게다.
승희 : (한숨 쉬며) 큰일 났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꺼내보면 천 원짜리 몇 개와 동전.. 밥도 못 먹어서 배도 고프고. 에이씨.. 그러더니 한쪽으로 걸어가면
길여사 ?해서 본다. 시선위로.
E 때르르르릉! (전화벨 소리)
0. S# 국밥집.
아무도 없는 국밥집에 울리는 전화벨.
0. S# 거실.
수화기를 내려놓는 태희.
예산댁 : 왜? 안 받아요?
태희 : 네.
현자 : 어이그그.. 어이그 골 흔들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얼음주머니 머리에 얹어놓고)
태희 : (보면)
현자 : 아줌마.. 여기 얼음 좀 더 채워요.
예산댁 : 네. (얼음주머니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현자 : 어이그그.. 골이야.
태희 : (본다. 그대로 시선 돌리며 한숨 내쉬는데서)
0. S# 철웅의 집 앞. N
쭈그리고 앉아 있는 승희, 배가 많이 고픈 듯.. 그 때 누군가 걸어온다. 모습을 보고.
승희 : 철웅 오빠? (쳐다보는데)
다른 남자다. 승희를 흘끔 보며 그대로 지나가버리면.
승희 : 보긴 뭘 쳐다봐.
다른남자 : (홱 돌아보면)
승희 : (찍소리 못하고 고개 돌린다. 한숨.. 다시 쭈그리고 앉는데)
저 아래서 걸어 올라오는 선우.
승희, ?해서 보다가 멈칫.. 얼른 고개를 돌린다.
선우, 걸어오다가 무심코 선우 쪽을 본다. 처음엔 못 알아보다가 멈칫.. 다시 승희를 보면
승희, 최대한 안 보일려고 몸을 가리는데.
선우 : 승희야. 너 거기서 뭐해?
승희 : (? 본다. 썰렁해져서 고개 돌리면)
0. S# 패스트푸드점. N
선우, 카운터에서 음식 받아 가져오면 승희, 잔뜩 배가 고팠던 듯 허겁지겁 먹는다.
선우 : 니네 친언니 부자라며 밥두 못 얻어먹니? 꼭 석달 열흘은 음식구경두 못한 사람 같다 너?
승희 : (먹기만)
선우 : 너 쫒겨 났지? 그렇지?
승희 : (한입가득 든 채 흘끗 보더니) 그만해.
선우 : 또 무슨 잘못했는데?
승희 : 잘못은 무슨 잘못!
선우 : 너 또 있는 승질 없는 승질 다부리구 나왔구나. 그렇지? 맞지?
승희 : (턱! 먹던 거 던지며) 그만하라구 글쎄!
선우 : 내가 장담하는데 너 그 승질 죽이지 않구 살다간 언젠가 큰 코 다쳐. 다쳐두 부러지게 다쳐. 알았니?
승희 : 아 이게 진짜! 거 먹을 거 한번 사주면서 되게 지랄이네 증말.
선우 : 어디서 큰소리야 이게? 멀쩡하게 대리점 잘 다니는 사람 고소하겠다구 협박해서 짤리게 한 게 누군데?
승희 : 그러니까 나 함부로 건들지 말라구! 승질나면 눈에 뵈는 거 없으니까!
선우 : 어쭈우.. 까분다.
승희 : (흘끗 보더니 아까 던졌던 거 도로 집어먹는다. 그러다 흘끔 보며) 근데 넌.. 궁금하지 않냐?
선우 : 뭐가?
승희 : 니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할 때 없냐구.
선우 : 쓸데없이 그런 건 왜 갑자기 묻구 그래? 왜? 니가 친언니 찾구나니까 이제야 내 처지가 좀 불쌍해 보이냐?
승희 : 기집애. 말 많네. 그냥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할 것이지.
선우 : (본다. 보더니) 보고 싶어. 내 가족이 누군지 항상 보고 싶은데.. 아무도 기억이 안 나니까..
차라리 아예 생각을 안 해 버리는 게 편해.
승희 : (보며) 정말 암것두 기억이 안나니?
선우 : 안나. 암것두.
승희 : (본다. 뭔가 생각하는데)
선우 : 빨리 먹어. 나 일찍 들어가 자야 돼. 내일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한단 말야.
승희 : 출근? (보더니) 용하다 너. 그새 또 어디 취직했니?
선우 : 그래. 했다.
승희 : 이번엔 어디서 일하는데?
선우 : 왜? 알려주면 이번에도 쫒아와 깽판부리고 나 쫒겨나게 할려구?
승희 : 어디냐니까.
선우 : 있어. 그냥.. 청소하는데..
승희 : 청소? (순간 푹! 터지는 웃음) 청소? 야아. 이선우 이젠 완전히 밑바닥까지 갔구나. 어?
선우 : 그게 왜 밑바닥이야?
승희 : 밑바닥이지 그럼. 윗 바닥이냐?
선우 : (본다. 도저히 못 참겠다) 잘 먹구 잘 가라 우승희. 알았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리면)
승희 : 야아! 나 아직 다 안 먹었어. (마저 입에 넣으며) 야! 이선우! 같이 가자니까!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마지막 음료수 쪽쪽 팔고 쫒아나간다)
0. S# 페스트푸드 점 앞.
안에서 뛰어나오는 승희, 두리번두리번.. 그러나 이미 선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승희 : 아 기집애. 드럽게 빠르네. 맨날 이딴 식으루 나오니 내가 이뻐해 줄래야 이뻐해 줄 수가 없지.
그나저나 오늘밤 어디서 비비지? 아이씨..
심난해서 돌아보더니 그대로 한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 원경으로 빠꼼히 고개 내밀어 보는 선우..승희의 뒷모습을 본다. 어쩐다? 조금은 걱정되는 시선에서.
0. S# 국밥집 앞. N
문을 두드리는 태희.
태희 :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국밥집을 두드리고 열어보려 하지만 열쇠로 잠겨있고 불도 꺼져있다.
대체 윤희가 어디로 간 건가 걱정 되서 돌아보는데 그 때 저쪽에서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오는 승희,
태희 : 윤희니?
승희 : (멈칫 본다. 보면)
태희 : (다가서며) 너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한참 찾았잖아.
승희 : 저를.. 뭐하러요?
태희 : 아침에 그러구 나가서 이 시간까지 연락두 없는데 그럼 걱정이 안 되니? 지갑두 두고 나가구..
하루 종일 너 밥은 제대루 먹은 거니?
승희 : (순간 울먹.. 고개를 가로젓는다)
태희 : (보면)
승희 : 난 정말.. 별 뜻 없이 그랬단 말예요. 언니 목걸이 훔칠 생각 없었다 구요. 그런데.. 그런데..
태희 : 알아. 그런 뜻 아니었다는 거. 고모가 오해하신거야. 그러니까 그만 마음 풀구 들어가자.
승희 :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보면)
태희 : 한 가족이 된다는 건.. 서로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거야.
그러니까 윤희 너두 조금만 더 참구 노력해. 언니를 봐서라두. 알았니?
승희 : 언니 난.. (순간 글썽해져서 보면)
태희 : 알아. 니 마음 다 알아.
승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태희를 와락 끌어안는다) 미안해요.
태희 : 괜찮아.
승희 : (괜히 눈물이 글썽..) 정말 미안해요 언니...
태희 : (안심하며 승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0. S# 국밥집 앞 일각. N
승희를 따라온 선우, 한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두 사람을 보더니.
선우 : 기집애. 결국 저럴 거면서..
그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돌아서서 걸어간다. 터벅터벅.. 가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시선에서.
0. S# 철웅의 집 앞. N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 오다가 멈칫.. 보면. 대문 앞으로 기웃거리는 수탁이 보인다.
선우 : 어? 뭐하세요?
수탁 : (본다. 보다가 멈칫.. 시선 돌리면)
선우 : 철웅이 찾아왔어요? 불러 줄까요?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수탁 : 철웅이 형 찾아온 거 아닙니다. 저기.. 이선우 양 만날려고 온 겁니다.
선우 : 저를요?
수탁 : (보더니) 이선우양이 가서 우리 철웅이 형 좀 말려주십쇼.
선우 : 네?
수탁 : 형.. 저러다 큰일 납니다. 형 좀 말려주십쇼. 물론 이선우양한테 이런 거 꼰질른 거 알면 형 성격에 저 죽일라 들 겁니다.
그런 거 알지만 저 죽을 각오하구 왔습니다.
선우 : (본다)
수탁 : 가서 형 좀 말려주십쇼. 예?
선우 : (본다. 시선에서)
0. S# 인수의 사무실. N
구역지도위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는 인수.
인수 : 여기, 여기, 여기.. 이 지역 나이트만 접수해두 하루에 떨어지는 매출이 지금보다 다섯 배는 많아진다.
철웅 : (듣고만 있다)
인수 : 일주일 안으로 이 지역 나이트 전부 접수할 수 있겠냐?
철웅 : (보더니) 앞으로 그런 거 꼬치꼬치 묻지 마십쇼. 일일히 대답하기 귀찮슴다.
깡통 : 근데 이 싸가지 없는 노무 자슥, 어따 대고..
인수 : 괜찮아. (보며) 자신감 있는 게 보기 좋다.
철웅 :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몸 빠르고 말귀 알아드는 놈으루 여섯만 붙여주십쇼.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러더니 쓱 돌아서서 나간다)
깡통 : 저 꼴통자슥.. 지가 대장인줄 아나.
인수 : (그러나 빙긋 웃는다. 시선에서)
0. S# 창고 앞. N
대기하고 있는 봉고차, 후다닥 깡패들 올라타면.
마지막으로 창고에서 나오는 철웅과 인수, 그리고 깡통.
깡통 : 대장아. 그럼 갔다 올란다.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선우 : 박철웅!
차에 타려다 말고 멈칫.. 돌아보는 철웅, 일순 표정이 싹 변한다.
인수와 깡통도 돌아보면.
다가서는 선우와 그 뒤로 수탁.
선우 :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니?
철웅 : (본다)
선우 :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구!
무섭게 쳐다보는 선우와 그 이쪽으로 고개 돌리는 철웅의 얼굴에서 스틸.
<1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