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지……?"
감겼던
나의 두 눈이 뜨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힘을 가지고 입에서 스르륵
흘러 나왔다. 지금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약속 장소를 나간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는 군......"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한 천장이 위태롭게 보였고, 내가
누워 있던 자리
아래로 물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누워 있다가는 문자 그대로 죽은
듯이 잠 들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걸어 나온 후 주변의 풍경에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무슨 전쟁이라도 났는지 주변의 모든 건물은 무너져 있었고, 새카맣게 타 버린
자동차만이 이리저리 갈라지고 튀어나와 버린 도로에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널려 있었다.
사람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난
무슨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정신을 잃은 사이에 세상이 망해 버릴
수가 있겠는가? 그것도 내가 있던 자리만이 그나마 온전한 형태를 유지 한 체 말이다.
"......
꿈 일까..?"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 정말 꿈이라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깨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꿈치고는 너무도 생생하다. 이것이 현실 이다.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때 몸에 고통을 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난
떨리는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여 볼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두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면서 그것을 비틀어 보았다. 행동이 하나하나 실행되면서부터 서서히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볼을 비틀었을 때는 볼 살이 끊어져 나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꼬집었던 부분을 문질렀다.
'제기랄!
꿈이 아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신문! 신문을 찾아보자.'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신문을 찾기 위해 내가 있던 곳을 벗어났다.
그것이 어떤 일을 부를 것인지는 알지 못한 체…….
벌써
4일째 신문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었다. 그 누구도 없는 곳,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혼자 4일간 헤맸다. 그동안 알게 된 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이 지구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온 것 같다는 점,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곳에서 살아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 하나뿐일
것 이라는 점, 그리고 그 어떠한 통신 장비도 작동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알았다. 광활한
대지 위에 무너져 버린 빌딩들의 묘지를 헤치면서 나의 몸에서는 점차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
지칠 대로 지쳐 버린 나의 몸이 허물어져 가는 순간 귓가로 사람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나의 두 눈이 번쩍 뜨여졌다. 사람. 사람의 목소리다!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몸 어디에 이런 힘이 남아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발걸음은 하나하나에 힘이 넘쳐 나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발이 무언가에 푹 빠지는 느낌과
동시에 바닥으로 쓰러졌고, 입안으로 한가득 들어온 모래를 뱉어 내기 위해 기침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뭐…….
모래라고?'
난
나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빌어먹을!
내가 이까지 어떻게 달려온 거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까와 같은 빌딩의 묘지가 아닌 천연의 바닷가였다.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며
파도치고, 백사장 에는 많은 수의 사람이 한가로운 표정으로 썬 텐을 하거나 백사장에
앉아 한가롭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건
무슨……. 내가 정말 꿈을 꾸는 건가? 아니야……. 분명 꿈이 아니야. 넘어졌을 때 다쳐
버린 나의
무릎의 통증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 주잖아? 그럼 이건 뭐지?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는
듯한 저 사람들은 뭐냐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의 처참함을 넘어서 잔인하기
까지 한 광경은 뭐냐고!'
이해
할 수가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난 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뒤의 풍경은
아까 내가 있던 무너져 버린 빌딩의 묘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뒤의 풍경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저
사람들에게 물어 보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발이 빠질 정도로 많은 모래
때문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버리고 모래에 발을 되었고, 순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의 발바닥을 타고 뇌를 뒤흔들어 놓았다.
'뜨겁다!'
난
화들짝 놀라 다시 신을 신고는 모래 위로 손가락의 끝을 살짝 가져가 보았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혼란스러웠다.
손과 발이 느끼는 것이 틀렸다. 그리고 아까 내가 있던 곳과 지금 이곳은 너무도 틀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난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거리가…….
줄지를 않아……. 난 아까부터 달렸는데! 어째서 저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닿을 수가
없는 거지……. 소리를 외치면 들릴 수 있을 정도……. "
난
바닥에 주저앉은 체,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이상했다. 분명 파도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소리였다. 그런대. 아까부터 나의 귓가에 맴돌던 것은 나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
뿐 이었다.
'뭐야…….
뭐냐고……. 이건 대체!!!!'
"헉!"
헛바람을
집어 삼키는 소리와 함께 난 잠에서 깨어났다. 손등으로 나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내고는 자세를 바로 잡고 자리에 앉았다.
'꿈…….
이었던 거야?'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색 빛 하늘에 새하얀 달이 걸려 있었다.
"하하
정말 실감 나는 꿈이었어!"
난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나의 양 무릎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 날 수는
없었다. 무릎에서 시큰한 통증이 일어났고, 손이 닿은 곳에는 모래알들이 덕지
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꿈이
아니었어...?'
갑자기
숨이 가빠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의 영상이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고, 심한 구역질이
올라와 시큼한 위액을 한 움큼 토해 내었다.
"크으윽!
허억! 헉."
-쿠웅!
갑자기
땅이 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의 머리 위로 먼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땅의 울림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리 저리 휘청 이는 몸을 움직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반쯤 무너져 버린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이럴
수가……."
난
무너졌던 건물이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찾는 것을 보며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완전히 무너져 버린 세상이 조금씩 북원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너져 버린 건물이 다시금 세워지자 건물에는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다시금 매끄럽게 복원된 도로 위로 많은 차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있던 곳의 건물은
복원이 되지 않은 채 서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위와 아래가 서서히 분해 돠어
가고 있었다. 이윽고 내가 버티고 설 정도의 자리가 남았을 때 눈앞에는 푸른 레이저
광선을 쏘아 대며 세상을 [그려]나가는 레이저 펜이 보였다. 그리고 그 레이저가 나의
몸에 닿았을 때 나의 의식의 선이 끊어져 버렸다.
-일련번호
1043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끼치는 영향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특정한 날이 되었을 때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킹해 모든
데이터를 파괴함.
특이
점.
프로그램의
메인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파괴 시키는 무섭고도 뛰어난 성능을 지녔으나 특정 네임으로
지어진 루트 데이터는 손 되지 못하는 듯함.
현제까지
밝혀진 루트 데이터 네임으로는 sou-let, m-yak h-life A-life city-mod, 등으로 확인되어졌음.
디
버깅 방법.
디
버깅 프로그램이 이 바이러스를 안전지대로 몰아넣은 뒤 그 부분의 모든 데이터의 파괴
후 제 복구.
난
급하게 데이터 복구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모니터 옆의 서류 고정 대에는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초 고성능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법이 적힌 종이가 걸려 있었고,
이 바이러스 덕에 내가 맡은 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완전히 초토화 되어 있었다.
"아
짜증나!"
간신히
작업을 마친 난 데이터를 백업 해 두고, 일찌감치 퇴근해 버렸다. 퇴근 하는 길에 여자친구라도
만날까 하는 마음으로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전화로 대충 약속을 잡은 난 약속 장소를
가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
어....라....?"
약속
장소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갑자기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진 것처럼, 어두워지더니 나의
의식마저도 살아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던 모든 세계가 파괴 되어 있었다.
첫댓글 혼자야...남색 빛 하늘에 새하얀 딸이 걸려 있었다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고??
빛과 의식이 살아지다뇨?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거참~ 오타 무지 많으시네.. 그래도 재밌네요.. 반복의 연속을.. 부르는..
저도 딸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ㅎㅎㅎ 훔. 그럼 여기서 공포를 느끼는 주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인건가요?기발하네용 ㅎ
남색 빛 하늘에 새하얀 딸.. 저는 그저 남색 하늘에 걸려있는 새하얀 딸이 별이라고 생각했는데= =; 더 깊은 뜻이 있는건가; 어느정도 이해는 가는데 설명이 어렵군요ㅡㅜ 제목이 버그 프로그램이잖아요! 등장하는 사람이 컴퓨터상의 버그를 치료하고, 맨 처음 등장한 여자친구를 찾아가던중 의식을 잃은 사람은 버그
프로그램-_-;으로써 백신에게로 부터 도망다니죠. 모든것을 잊는건 백업때문이고.. 처음 등장해 재앙을 피해다니던 가상의 주인공이 의식을 잃고, 현실의 주인공은 데이터를 복구하죠. 그 후에 다시 현실의 주인공도 반복되는 재앙을 맞죠.
우리들이 버그프로그램을 없애듯이 지구에게는 우리 인간들이 버그와 같은, 존재하면 해가 되는 것이므로 없애려고 지구에 재앙이 일어난다는 걸 표현하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렵지만 여러 생각을 해보게끔 해주는 글이군요!;
딸이 아니라 달 을 잘못친게 아닐까염-ㅁ-? 저도, 딸이 걸려있었다 해가지고 좀 놀랬는데-ㅁ-; 생각해보니깐 달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