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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년 9월 1일~ )는 프랑스의 작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아니 에르노>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 아니 에르노>가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1940년 프랑스 이브토에서 태어났으며, 루앙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공부하고 교사생활을 하다 1977년부터 대학교수로 일했다.
1974년 스무 살 때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자신의 경험으로 시작하는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 하층 노동자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삶과 부르주아 중상류층에 속하게 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자리>(1983),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다룬 <한 여자>(1987) 이밖에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사진의 용도> <세월> 등이 대표작들로 꼽힌다.
8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위대한 상을 수상 했다는 것이 내게 힘과 용기를 준다. 그녀에 비해 오십 대의 난 너무나 어리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녀는 무수한 경험으로부터 얻은 글을 냉담하고 담백하게 써내려 간다.
수십 년간 좋아했던 작가의 수상 소식은 먼 나라 프랑스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기억의 근원과 집단적 통제를 드러낸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녀는 부엌에서 일하다 라디오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 에르노는 수상자 발표 직후 스웨덴 공영 방송 인터뷰에서 “제게 대단한 영광이자 동시에 큰 책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십 대에 처음으로 읽은 중년 여성의 자전적 불륜 소설 <단순한 열정>은 내게 충격이었다. 직접 겪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더욱 놀라웠다. 1991년 발표한《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에르노>가 <포르노>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젊은 시절 , 그녀의 외모는 지적이고 상당히 육감적이었다. 책상 서랍 깊이 넣어 두고 읽고 또 읽었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 낯 뜨거웠던 적나라한 문장들! 그때의 그녀만큼 나이 들고 나서 다시 읽어 보았다.
어린 시절, 어른들 몰래 훔쳐 마시고 그 끔찍한 맛에 바닷가 모래사장에 묻어둔 소주처럼 고달프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 다시 마셔 보았을 때만큼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날것 그대로의 심리 묘사, 경험자만이 가능한 현실적으로 말하는 대담한 그녀의 문장은 설명이 전혀 필요 없다.
지인 중 돈이 많은 김 사장은 세상이 다 돈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풍경은 이야기로 보인다. 경험하는 만큼만 보인다. 재수 없으면 백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데 , 마음 단속을 잘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난 마음공부를 위해 에르노의 책을 든다.
인간사는 다 거기서 거기다. 2천 년 전 철학책을 보면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 현대의 우리는 고대 로마인들이나 그리스인들과 달리기를 해도 질 것이며 팔씨름 심지어 암기력 테스트를 해도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의 철인 같은 인내심과 절제력은 고도의 정신으로 무장되어있다.
펜이나 종이가 귀했던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책을 빌려 오면 외울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기억법 책이 아직도 기억법의 정수일 수밖에 없다.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이유식부터 먹기 시작해서 죽, 밥 차례대로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마라탕이라는 유투버부터 보기 시작했으니 일반 책은 밋밋해서 읽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기본기를 익혀야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을 지니게 된다. 현란한 동영상에 먼저 빠져들면 움직이지 않는 흑백 활자는 강렬하고 단짠단짠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취향에 맞을 수가 없다.
삶의 경험이 많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 중에서도 경험의 법칙이 최고이다.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던 노랫말이 시련을 당한 순간 내 마음처럼 들릴 때도 있고, 혐오스럽게 보이던 유명한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이 힘든 순간에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슴에 바람을 일으킨 적도 있다.
여성과 억압받는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에르노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땅거미가 거미의 한 종류인 줄 알고 있었다는 재훈이에게 땅거미'는 해가 진 뒤 어둑어둑한 상태로 '땅거미'는 '땅'과 '검다'할 때의 '검.' 그리고 접미사 '-이'가 결합한 말이고, 정글(Jungle)이 한자인 줄 알고 있었다는 은빈이에게 "정글북"이라는 영어책을 읽어주고 싶다.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세계이다. 책이 우리 삶의 경계를 얼마나 넓혀 줄 수 있는지!! 땅거미 지는 어슴푸레한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