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장애인 활동가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장애인안전대책 마련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장애계가 청도 대남병원과 밀알사랑의집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주요인은 ‘시설의 폐쇄성’이라며 탈원화와 탈시설 정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집단 격리하는 폭력 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라면서 “집단감염과 집단사망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장애인에게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사망자를 애도하는 얼굴 없는 영정사진 11개가 국가인권위원회 계단에 놓여있다. 그 앞에는 국화꽃 한 송이씩 놓여있다. 사진 박승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상북도지사, 청도군수, 청도대남병원장, 밀알사랑의집 원장을 인권위에 진정하고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집단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낸 청도대남병원은 26일 오후 16시 기준으로 직원 한 명이 추가로 확진돼 114명이 됐다. 이중 폐쇄병동에 있는 환자 확진자가 101명에 달한다. 코로나19 국내 사망자는 12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왔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국내 확진자 가운데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자는 연고자 없이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었다”라면서 “사망 당시 몸무게는 겨우 42kg였으며 코로나19로 폐렴 증세가 악화해 사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부검도 없이 빠르게 화장돼 사망 원인을 코로나19 외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라면서 “몸무게와 병세 등 신체상황을 미루어 볼 때 폐쇄병동의 열악한 환경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장애인 활동가가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영상사진 11개를 가지런히 세우고 있다. 사진 박승원
그런 가운데 보건당국은 22일 대남병원에 감염 발생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감염자를 1인 1실에 격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신병원과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연이어 쏟아져나온 것은 감염관리나 위생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보건 관리 사각지대에 있음을 의미한다”라면서 “현재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기존 6인 1실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코호트 격리를 하고 있다. 이는 경증을 중증으로 만드는 전염병 인큐베이터를 만드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신병동뿐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도 보건 관리 사각지대에 있음이 드러났다. 26일 기준 경북 칠곡군 가산면에 있는 밀알사랑의집 확진자는 23명으로 늘었다. 밀알사랑의집은 입소자 29명과 근로장애인 11명, 종사자 28명으로 6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대책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24일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관련 대응 방안’에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시설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폐쇄병동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어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본질은 장애를 이유로 존재 자체를 추방하는 ‘수용정책’에 있다”라면서 “코호트 조치가 만연한 지금 문을 더 걸어 잠글 게 아니라 탈원화·탈시설 정책으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이들이 지역사회에 살았더라면 동네병원을 이용하며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신속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변 활동가는 설명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사회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시설과 폐쇄병동에 격리해 왔다. 하물며 이제는 바이러스 취급을 하며 집단수용을 넘어서 코호트 격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라면서 “집단수용 정책을 폐기하고 장애유형과 거주환경에 맞는 감염병 대응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