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국은 성완종 리스트로 시끌벅적하다. 분위기로 봐서는 무슨 무슨 게이트 수준이다. 이름이 거론 되는 사람들도 어떻든 현 정권의 실세로 불려지는 사람들이다. 성완종이라는 사람은 기업가인지 정치가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왔다 갔다 한 사람인 것 같다. 특별한 학력이 없어 학연이 없는 대신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 인맥을 쌓아 온 것 같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으나 돈으로 사람을 엮고 이용해온 사람 같다. 국회나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성완종이 준 돈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중에서도 유독 이완구 총리가 3,000만원을 먹었느냐 안먹었느냐 하고 집중 조명을 받아 낙마 직전이다.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점입가경의 이전투구 상황에 흥미와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 사건이 큰 일이기는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모든 국정이 마비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심히 짜증스럽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성완종은 자신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이이고 차기 대통령으로 반기문 이름이 떠오르자 이완구총리가 자신을 표적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총리가 스스로 차기 대권에 욕심을 가지고 미리 견제하기 위하여 자기를 잘라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죽음으로 이완구를 날려 보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보복 인상이 짙다. 그러나 성완종의 이러한 주장은 크게 잘못된 판단인 것 같다. 이를 보는 충청도민의 민심은 모처럼 충청도에서 총리를 냈는데 같은 충청도 사람이 씹어버렸으니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상도 사람인 문재인이나 김무성이 씹어 대는 것을 고운 눈으로는 결코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충청도민 역시 전라도민 처럼 지역감정에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자원비리 수사는 전직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고 이는 박대통령의 의중이 더 반영된 것이지 이완구 총리정도의 인물의 의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자원비리 수사를 하려면 포스코나 경남기업등이 주 대상이고 이런 기업들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검찰이 이완구의 지휘로 수사할만큼 이나라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므로 김진태 검찰총장이 진즉부터 자기들이 내사하고 있는 수사사항을 가지고 이완구가 마치 자기가 주도하는 것처럼 생색내기 회견을 했다고 불만했던 것이다. 이번 낙마 사건도 결국은 이완구의 왔다 갔다하는 경솔한 입 때문에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돈 먹은 것이야 정황이 어떻든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데 장기간 끌어갈 사안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수사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이완구가 계획했다는 성완종의 주장은 너무 피해망상적이고 무지한 판단인 것 같다. 아울러 이유야 어떻든 이나라의 현 정권실세를 포함하여 권력의 직위에 앉아 있는 많은 인물들이 이런 사람의 손에 놀아난 인상은 정치인들에 대한 회의와 씁쓸하고 한심한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이 와중에서 여당의 대표인 김무성 의원은 아직까지는 성완종의 표적에서 비켜나 있다. 자신의 재산이 많은 복으로 남의 돈까지는 먹지 않는다는 평이다. 김무성은 현 정권 탄생의 주역이면서도 실세에서 비켜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늘어나고 또 당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당의 대표직을 잡았다. 대표 당선 초기에는 개헌 문제제기로 박대통령과 그 측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으나. 현 권력에 도전하는 듯한 인상이 아직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재빨리 몸을 낮추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박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기에 앞서서 독대를 했다. 그만큼 김무성의 위치가 높아졌고 박대통령 주변이 초토화 되었다는 의미다. 김무성의 그 무표정한 얼굴에서 아주 편안한 인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김무성으로서는 이완구가 차기 대권에 뜻이 있던지 없던지 간에 충청민심을 뒤에 엎고 차기 가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인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기회가 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그러나 김무성이 직접 나서서 사퇴 요구를 하는 것은 충청민심에 이반 되는 행위로서 손해 보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유승민을 앞세워 공격하면서 청와대를 압박했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발표가 나자 안타깝다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현 비서실장을 포함하여 곤경에 빠진 박대통령주변을 적절히 견제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중이다.
또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선제 제의를 함으로서 이번 성완종 사건에서 사면을 두 번씩이나 했던 노무현 정권의 실세인 문재인을 견제하는 효과도 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이완구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인터뷰를 하였다. 문재인은 호남 총리 발언으로 충청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완구가 지금은 곤경에 몰려 있지만 총리직에서 해임되었을 경우 그를 추종하는 충청민심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문재인의 이런 인터뷰는 차기 대권가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아마츄어 같은 행위이다.
이럴 경우에는 김무성이 유승민을 내세운것 처럼 원내대표인 우윤근을 내세워 공격하게 하던지 할 일이지 자신이 통반장 다하려는 태도는 아직 미숙한 그의 정치력을 보여줄 뿐이다. 이러한 미숙한 모습은 김무성의 느긋한 태도와 정치력에서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금은 물론 여당에 커다란 악재이지만 어떻든 이는 박대통령의 부덕함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므로 이에 살짝 비켜선 김무성으로는 현 정권실세들도 견제하고 아울러 특검으로 과거 성완종의 행적을 캐보자는 으름장으로 문재인 까지 적절히 견제하는 꽃놀이 패를 즐기는 여유를 가질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과유 불급이므로 그가 어떻게 충청 민심도 상처를 받게 하지 않고 이 기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갈지 중요한 시험무대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10년 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을 어떻게 풀것이며 또한 이를 어떻게 긍정적인 상황으로 반전시킬수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성동격서라기 보다는 양수겹장 같은 묘수를 과연 김무성이 짜낼수 있을지 재미 있는 관전 포인트이다.
(2015. 4. 일간지 기고 칼럼 글쓴이 정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