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벽을 허물자◇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언제 죽을지, 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어디서 죽을지의 4가지이다.
친구로부터 선물 받고서 묵혀 둔 책을 며칠 전에서야 읽었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에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며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어떻게 80대의 벽을 넘느냐에 대한 문제를 다룬 책이다.
2022년 5월, 일본에서 발간된 한 권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80세의 벽을 슬기롭게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하는 이 책은 노년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꿔버렸다.
나는 1946년생이다. 80이 아주 멀 것 같았는데 어느 틈에 내 곁에 와 있다.
과거에는 80세라 하면 생로병사의 마지막 단계라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100세 인생'이라며 떠들어대니 갑자기 나도 20년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수명이 길어진 일은 기쁘지만 '오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머리가 아프다.
<80세의 벽>의 저자, 와다 히데키(和田秀樹)는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사로 30년 동안 노인 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지금도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는 과도한 강박과 욕심이 스스로를 압박하고 무리한
절제 때문에 결과적으로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 한가지 예로, 저자는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암'에 대해,
"80세가 넘으면 누구나 몸 속에 암이 있다. 이를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다.
저자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요쿠후카이 병원은 노인 전문병원으로, 이곳에서 해마다
100명가량의 시신을 해부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몸속에 심각한 질병이 있음에도
생전에는 알지 못한 채 다른 질병으로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도 그 중 하나이다. 85세 이상의 유해를 부검해보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암이 발견된다. 즉 80세가 넘으면
누구나 몸 속에 암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암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암에 걸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행동 때문에 80세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 사실은 먹고 싶지만 건강에 해롭다고 삼간다.
* 몸을 움직이기 힘든 데도 건강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한다.
* 좋아하는 담배나 술을 건강에 해롭다고 삼간다.
*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이 나이에' 라며 참는다.
*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오래 살려는 마음'에 계속 약을 먹는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대목은, '8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은 하지 않아도 된다'이다.
물론 건강검진을 통해 암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검진의 기준이 되는
'정상수치'가 정말로 정상인지는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어떤 수치가 정상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 등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검사의 수치만 보고 환자는 보지 않는다.
눈 앞의 환자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보다는 정해진 수치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사에게 진단받고 치료받는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까?
저자가 오랫동안 노년의료 현장에 종사한 경험으로 볼 때,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치를 정상에 맞추려고
약을 먹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아있는 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사람까지 있다는 데서 내 마음이 끌렸다.
흔히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단순하게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일본에서 2020년 기준으로 평균수명은 남성 81.6세, 여성 87.7세다.
건강수명 평균은 남성이 72.6세, 여성이 75.3세라고 한다. 그러니까 남자는
9년, 여자는 12년간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거나
침대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건강수명이 늘지 않으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침대(요양병원)에서 생활
해야하는 기간만 길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80세의 벽은 높고 두텁지만 허물 수 없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싫어하는 것을 참지 말고 좋아하는 일만 한다.'
일하는 방식은 돈이나 효율만을 따지는 근로방식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살려 누군가를 도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먹고 싶은 것을 참지 않고 먹는다.' 먹고 싶다는 것은
몸이 요구하는 것이니 체중조절 위해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면
영양부족으로 노화가 촉진되어 스스로 수명을 깎는다.
'혈압, 혈당치는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된다.'
고령자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소 높거나 몸무게가 과체중인 경우에
더 오래 산다는 연구들이 있다. 혈압과 혈당을 낮추는 약물은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지만 대개 이런 약들은 신체에
나른함을 불러오고 활력을 떨어뜨린다.
'암 제거는 필요하지 않다.' 암 치료는 수술이든 화학치료든
몸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통증이 심하거나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 이상 제거하지 않는다. 특히 80세가 지난 고령자는 수술 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암은 진행이 느려지고 쉽게 전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담배의 폐해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담배를 계속 피웠는데도 80세까지 산 사람은 앞으로
금연하든 흡연하든 수명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동차 운전은 계속하는 편이 좋다.
운전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는가?
221쪽밖에 안 되는 책에 저자는 인생에는 다양한 의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오르막에서도, 내리막에서도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게 되거나 자녀의 원조를 받는 일이 늘어난다.
이를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면 불행이지만, '감사'라고 생각하면 행복이라 했다.
80세 전후의 노인은 물론이고,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는
40대와 50대, 60대는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 받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