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 치매 관련 도서 100권
‘똥꽃’
치매 부모를 두고 마음의 혼란을 겪는 가족들이라면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 치유의 기록’을 적극 권하고 싶다.
저자 전희식은 20여년 동안 불평 한 마디 없이 어머니를 모셨던 서울 큰 형님 댁에 들렸다가 치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줄줄 새는 오줌으로 아랫도리가 따갑다는 어머니 말씀에 헐어서 벌겋게 부어있는 음부를 보고 안타까움과 그동안의 불효에 대한 죄스러움이 더해져 어머니를 시골로 모시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우연의 꼬리를 물어 이사하게 되어 어머니를 모셨다고 겸손해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치밀한 계획을 세워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신 어머니 정서에 딱 들어맞는 환경을 고려하여 오랜 세월 버려진 빈집을 구입했고, 개보수하여 어머니를 모실 ‘궁궐’을 지었다고 본다. 그는 어머니가 따뜻한 방에서 문을 열지 않고도 바깥을 훤히 볼 수 있게 이중 유리로 문을 만들었고, 글 읽기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돋보기와 어머니 전용 동화를 써서 큰 글자로 인쇄하여 보여 드리는 효심을 불태웠다.
처음엔 한겨울 추위에 산골에서 어머니에게 무슨 변이라도 생기면 어쩔 것이냐는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귀도 멀고 똥오줌도 잘 못 가리는 어머니가 계실 곳은 더 이상 서울의 작은방이 아니라는 생각과 더불어 어머니에게 파란 맑은 하늘, 바위와 나무, 비나 눈, 구름, 철따라 피고 지는 꽃도 보고 사는 것이 여든여섯 노쇠한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가두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가족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편 이러한 결단을 하기까지 또 다른 어려움과 갈등이 많았을 거라는 짐작은 그의 아내가 지적한 ‘자기 혼자 어머니 다 모신 것처럼’ 이나 자녀들의 불평 ‘좀 조용히 살면 안되요?’라고 투덜대는 소리에서 엿볼 수 있다.
한 가정을 꾸린 가장이 현재를 뒤로 한 채 과거로 회귀하여 어머니의 아들로 살아가겠다고 작심하니 어찌 갈등이 없었겠는가!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만약 아내가 친정으로 회귀해 현재 꾸리고 있는 가정보다 친정 부모님에게 섬김과 헌신을 다한다면 이해해줄 남편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 본다.
저자 전희식은 이렇게 어머니와 시골에 정착하며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치유해 가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긴다. 내리는 눈을 보고 ‘세상 좋아졌네’라는 표현에 감동하고, 나물 뜯어오니 나물을 보며 빌금다지에 얽힌 어머니의 이야기보따리들을 들어주고, 똥을 주무른 어머니의 별칭 똥대장, 똥박사, 똥재이를 외치며 웃다 울다하며 지어본 똥꽃시, 손수 농사지은 밥상으로 인색한 어머니에게 칭찬 받은 얘기, 식구들이 함께 모여 모내기 하던 날 현대식 농법으로 모심는 장면을 생생히 어머니에게 보여드린 이야기, 소일거리를 챙겨드려서 어머니의 자존감이 회복될 즈음 들을 수 있었던 ‘나 이제 밥값 하제’와 ‘비오기전 하늘이 뺀 할 때 배추 심으러 가자’와 같은 자신의 의지로 환경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어머니의 치유과정을 몸소 체험하며 실감나게 기록으로 남겼다.
이 저자는 치매는 한마디로 필요한 현상이고 치유의 과정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굴절된 삶의 현재적 표현일 뿐이라고 한다. 즉 오늘의 어머니를 인정하려면 그간의 고른 삶뿐 아니라 굴절된 삶도 함께 받아들여야 하고 오히려 치매를 앓지 않는다면 오늘의 어머니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치매는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한 필요한 현상이고 치유의 과정일수 밖에 없는 당위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제 어머니의 굴절된 삶속에 스며있는 고통을 덜어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뭔가를 해 볼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 전희식은 이러한 결론아래 뭔가 방법을 찾기 위해 치매에 대한 이론서들을 다독하던 중 특히 알츠하이머 특집을 다룬 ‘깨어라’ 잡지가 치매 노인을 관리의 대상이나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한 식구로 바라보며 특히 치매 걸린 사람에게 인식의 오류를 바로 잡아 주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충고에 인식을 같이 하며 어머니 섬김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면 농부 전희식이 쓴 ‘똥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2011년 5월 20일 작성] 안경순<한국복지교육원 연구위원>danbi315@hanmail.net
전희식 김정임 지음, 농부 전희식이 김정임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똥꽃’, 그물코, 2008. 3. 5. 값 1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