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속에 길을 묻다(클리앙)
2023-10-02 06:12:19 수정일 : 2023-10-02 06:16:02
김원장 기자 페북
<모 건설사의 PF부도설이 또 불거졌는데...>
애시당초 부동산PF라는 게 미운오리새끼같은 땅을 백조로 만드는 겁니다. 150개 이상 공무원들의 도장을 받아 용도변경에 성공하면 대박이고, 그러다 금리가 오르거나, 분양 열기가 식거나, 대장동같은 사건이 터지면 쪽박입니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질 않거든요. 그러니 내가 제발 끝물이 아니기를 바라며 작두 타는 겁니다. 다 알고 있는 거잖아요.
미국처럼 투자받아 땅을 사지않고, 은행 돈을 빌려 부동산 사업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투자를 받으면 지분이 희석되죠. 혼자 크게 못먹습니다. 시행사는 땅값의 10%(에쿼티=10%)만 가지고 사업의 주인이 되고, 건설사는 손 안대고 코풀고, 은행은 한방에 대박 이자놀이가 가능합니다. 이 얼마나 한국적입니까.
그래서 삼성물산같은 건설사는 아예 PF 사업을 안합니다. 재건축 재개발만 하죠. 포스코건설 같은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PF사업에 지급보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지급보증한 금액도 부채로 잡히거든요.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해외입찰에서 불리해지니까 지급보증 안합니다. 대신 ‘책임준공’이라는 우리만의 비법을 개발해냈죠.
그런데 왜 중견 건설사들은 위험한 PF사업에 지급보증을 계속했을까. 그래야 대형건설사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내죠. 소비자들이 자이나 힐스테이트만 찾는데 무슨 방법이 있나요. 그러니 중견건설사들의 탐욕을 욕하는 것도 참 하나마나 한 지적같아요.
아파트값이라는 게 참으로 묘해서, 자동차나 운동화는 가격이 10% 내리면 더 잘 팔리고 30% 내리면 다들 사려고 줄을 서는데. 그런데 아파트는 10억 원 하던 아파트가 11억 원이 되면 더 잘팔리고 15억 원이 되면 다들 못사서 안달이 나죠. 그 아파트가 또 9억 원이 되면 또 아무도 안사요. 그 끝물에 걸리는 건설사는 대책 없이 다들 무너집니다.
그래서 PF사업은 작두타기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마음이 돌변하거든요. (동일하이빌은 2006년 용인 신봉에 땅을 살 때 그게 과연 끝물인 줄 알았을까. 그 현장 하나로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부도설이 퍼진 그 건설사는 PF 잔액이 4조 원을 넘는다. 이 건설사의 자본금은 200억 원 정도다. 아파트를 향한 우리의 욕망이 제발 우리땅까지는 이어지길 바랬을 것이다).
(2011년 KBS 9시뉴스는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집주인의 43%가 집을 산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어요. 그중 22%는 1년 안에 집을 팔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가을부터 우리는 온 국민이 집을 갖겠다고 달려들었죠. 거의 7년동안 집을 사지 못한 국민들은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그러더니 지난해 6월부터 또 갑자기 집을 안삽니다)
2008년쯤 집값이 차갑게 식고 그러자 PF부실이 물위로 떠오르자 다들 저축은행의 무리한 PF대출을 탓했습니다. 2012년이 되자 전체 금융권의 PF연체율이 12%를 넘었습니다. 연체를 거듭하던 LIG건설과 삼부토건, 동일하이빌, 진흥, 월드건설, 임광토건 등 중견건설사들이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100대 건설사 중에 27개 건설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건설사들이 뭉칫돈을 못갚자 부실이 은행으로 튑니다. 20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 등은 결국 간판을 내렸습니다. 저축은행들은 피해자일까? 그때 저축은행들은 PF대출에 15%가 넘는 이자를 받았습니다. 위험하니까 그렇게 높은 이자를 받은 거잖아요. 다 알고 있었잖아요.
(그 무렵 언론사마다 ‘PF대출 패러다임을 바꾸자’같은 기사를 쏟아냈어요. 지금 PF부실관련 기사 쓰고있는 기자들은 저축은행을 증권사로 바꿔 그때 기사 그대로 베끼면 됩니다).
인간의 탐욕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시장은 얼마나 똑같이 되풀이되는가? 그때 LIG건설은 용인이나 김포에서 무리하게 PF사업을 벌이다 법정관리로 넘어갔습니다. LIG건설은 대구의 주)건영을 인수한 회사인데요. 그 건영 역시 사실은 무리한 PF로 쓰러진 회사입니다. LIG가 법정관리 들어가기 불과 한달전까지 국민은행은 용인사업장에 1천억 원의 PF대출을 해줬어요. LIG건설은 돈줄이 막히자 기업어음(CP)을 발행했는데, 증권사는 법정관리 열흘전까지 이 CP를 팔고 있었어요. 다이나믹하죠. 한국의 PF 시장은 그래서 작두타기입니다.
해가 바뀌어도 아파트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에 길게 줄을 서고, 기업들은 한번 성공하면 대박이 나는 PF사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듭니다. 이 욕심에 멀쩡한 모기업까지 무너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2012년에 웅진이 갖고있던 극동건설도 역시 PF부실로 넘어가는데. 그룹 전체로 부실이 번지면서 웅진그룹이 무너집니다. PF사업은 워낙 규모가 커서, 정수기하고 비데, 아침햇살이 아무리 잘팔려도 감당을 못합니다.
예를들어 시장점유율 92%였던 진로소주가 있는데 진로는 도대체 왜 망했을까(경기가 나빠지면 오히려 더 팔린다는 그 신비로운 이슬이 있는데). 역시 진로건설의 부실이 화근이였습니다. 도대체 소주 잘 팔리는데 기업은 왜 아파트를 지었을까? 천 원짜리 소주를 팔던 회사는 다른 건설사들이 시행 한 건에 수천억 원을 버는 게 부러웠을 겁니다. 진로그룹은 2004년 하이트로 넘어가고, 장진호회장은 영화처럼 캄보디아로 도피해 동남아를 떠돌다 중국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정부 이야기도 쫌 하면요, (여기까지만 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죠!) PF부실이 커지니 정부가 또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역시 10여년 전과 ctr+C, cnt+V입니다. 은행권에 도움을 요청해서(사실은 압박해서) 20조 정도 탄환을 마련하고, 또 공적보증기관을 내세워 위험에 빠진 PF사업장들을 보증해줍니다. 거시적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같은 이자율 낮은 상품을 출시해 아파트 분양을 유도합니다.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왜 민간사업자의 부실을 은행이 떠맡는가? 만약 그 개발사업이 성공했다면 시행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데 왜 부실은 공공과 은행이 떠맡는가? 시장원리대로라면 은행은 부실 사업장에서 더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습니다. 애초에 PF사업은 위험해서 대부분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돈을 빌려줬는데, 해결은 왜 은행이 나서야 하는가. 정부가 주택시장을 부양해서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살아나고 집값도 계속 오르면 좋은데...그렇게 분양받은 집값이 내리면 어떡합니까. 그럼 정부가 PF의 부실을 민간에게 전가한 셈입니다.
계속 해법을 고민하다보면 결국 문제의 출발은 아파트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죠. 그래서 근본적인 해법은 시장참여자들이여 탐욕을 버려라. (아니면 탐욕을 꾸준히 유지하던가). 그래야 기업들이 이 탐욕의 PF시장에 불나방처럼 안 달려들텐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압구정 현대를 지나칠 때마다 나는 왜 2013년에 저 아파트가 10억원 일 때 안샀을까. 집사람한테 경비아저씨가 발레파킹해주는 아파트에 어떻게 사냐고 했던. 아 갖고 싶다. 추석인데 이제 그만 쓰고 그냥 남은 고기나 굽자. 집사람이 늘 말해요.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탐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1)사실은 정부가 잘한 것도 있다. 저축은행 대신 증권사들이 PF에 열을 올리자 2021년 정부는 부동산 PF 대출과 채무보증을 합한 금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지 않도록 규제했다. (이거 한 공무원 찾아서 스벅 상품권이라도 줘야). 그때 몇몇 언론은 정부의 무리한 대출 규제가 아파트 공급 막는다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2)브릿지론이 본 PF대출이 훨씬 더 위험하죠. 규모는 본PF대출이 두세배 되지만, 기본적으로 브릿지론은 땅을 사고 인허가를 받기위한 돈이죠. 용도변경이 안되고 사업승인을 못받으면 이 땅은 그냥 미운오리새끼로 남는거죠. 시행사가 부도나고 은행이 땅을 공매로 넘겨도 원금의 절반도 건지기 어렵습니다.
올 초에 대우건설은 울산에서 시행사가 빌린 브릿지론 수백억 원을 대신 갚아주고 나왔습니다.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얻기 위해 보통 브릿지론 받을 때 보증을 서주는데, 본PF대출이 어렵겠다 싶으니까 브릿지론 단계에서 손 털고 나온 겁니다. 브릿지론은 사업추진이 안되면 거덜나기 쉽습니다.
반면 PF대출은 어찌됐건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해주니까, 결국 땅하고 아파트가 남습니다. 은행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분양해서 대출금을 어느 정도는 회수할 수 있습니다.
3)저축은행을 살리기위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김석동금융위원장은 “작은 웅덩이에서 가쁜 숨을 쉬고 있는 붕어에게 필요한 것은 강물이 아니고 물 한바가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은행은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 물 한바가지만 달라고 하면 한방울이라도 퍼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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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도돌이 아파트의 부흥.
9~11월 만기가 도래하는 신용공여 규모만 15조원에 달하며, 브릿지론 짧은 주기로 돌아오는 만기 탓에 위기설은 연말까지도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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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대악당
브릿지론이 본 PF대출이 훨씬 더 위험하죠. 규모는 본PF대출이 두세배 되지만, 기본적으로 브릿지론은 땅을 사고 인허가를 받기위한 돈이죠. 용도변경이 안되고 사업승인을 못받으면 이 땅은 그냥 미운오리새끼로 남는거죠. 시행사가 부도나고 은행이 땅을 공매로 넘겨도 원금의 절반도 건지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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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대우건설은 울산에서 시행사가 빌린 브릿지론 수백억 원을 대신 갚아주고 나왔습니다.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얻기 위해 보통 브릿지론 받을 때 보증을 서주는데, 본PF대출이 어렵겠다 싶으니까 브릿지론 단계에서 손 털고 나온 겁니다. 브릿지론은 사업추진이 안되면 거덜나기 쉽습니다.
천하제일대악당
대우건설이 포기한것은 PF를 못받게 될까봐 그런게 아니라 부동산 하락국면에 사업성이 떨어져 나중에 미분양 나면. 물릴까봐 그런 겁니다
그리고 브릿지할때 1-2군데 감정평가하고 딱 토지대 정도만 집행됩니다. 자금 집행기준도 정해지기에 전횡이 불가능합니다(금융권은 사업 안되면 토지를 가져가기에 브릿지 까지는 금융권 손해 없다고 보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