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인 화요일 늦은 저녁에 지난 3월에 찾아들었던 구보다상-나오시마, 다카마쓰 여행시 자신의 집을 제공했던- 의 따님인 마끼꼬가
다시 한번 무설재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일본여행전문가 박인숙씨로 부터 전해 들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미리 알았더라면 돌아갈 때 쥐어 줄 선물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텐데 싶은 아쉬운 마음이 먼저였으나
아니라도 여유 있는 물건들 중에서라도 챙겨줘야겠다는 마음-결국 고유 음식 된장가루와 강황가루를 선물로-과
움직일 차량편이 없다면 제공해야지 싶은 마음을 먹고 다음날을 기다렸다.
이른 아침부터 재회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빨래를 하고 대청소를 하는 와중에 김추연 시인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쥔장에게는 늘상하는 소소한 일이지만 와병중인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인테넷 상으로 시詩 원고를 송고하는 일이 급한 일정이었던 듯
부리나케 찾아든 시인을 위해 작업을 해주고 오징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며 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데
무설재 명견들이 와글거리며 대책없이 짖기 시작한다.
부리나케 뛰어나가 보니 반가운 얼굴 마끼꼬와 동행한 박인숙, 김미선씨.
일단 기념삼아 한 컷 눌러 주시고 찾아들었던 지난 봄날보다 무성해진 초록에 교차되는 만감을 만끽한다.
다담을 시작하기 전에 또 한 번 미리 한 컷,
마끼꼬를 배려하여 그들이 사진 찍을 때 마다 부르짖는 '하이, 치즈" 와
요즘 우리나라에서 웃는 입 모양새를 위해 유행한다는 "불고기" 를 동시다발로 외치며 한때 유행어였던 "김치"는 뒷전에 두었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투병중인 사실을 알게 된 첫만남의 인연인 그들을 위해
아픔으로 점철되었던 마음이 담긴, 투병중에 눈물로 써내려간 절절한 詩 한편을 읊어주는 김시인과
그 내용을 일본어로 전달해주는 박인숙쌤의 친절함과 진심으로 경청하며 시인의 마음에 동승하는 마끼꼬.
누군가는 시를 쓰고 또 누군가는 여행을 섭렵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전문가로서 역사를 비롯한 박학다식을 드러내고
그곁의 누군가는 그들을 지켜보며 바라보는 것, 오늘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나름의 일상.
그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와병중에 있는 시인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며 "내일 죽을 것 같이 오늘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 가
그날의 맺음말이 되긴 햇다.
어쩐지 들어서는 마끼꼬의 어깨에 들린 커다란 가방이 궁금하였더니만 굳이 일본에서 부터 들고온 선물 보따리가 한 가득.
지난 번 나오시마 여행중에 머물렀던 다카마쓰의 구보다상이 친구가 되어버린, 혹은 한국으로 돌아와
여정중에 반갑게 맞아주어 고맙다는 선물을 보낸 쥔장과 박쌤에게 각자에게 걸맞는 선물을 하나 가득 챙겨 보낸 것인데
그녀의 집에서 부엌을 점령하며 요리해주던 것을 잊지 않은 그녀가 쥔장에게는 야채, 과일, 고기 전용 도마와 서툰 한글 편지를 보냈다.
아, 이런...감격스런 일이 있나.
울컥 하는 마음이 먼저 들면서도 손으로는 도마를 만지며 즐거워 하는 쥔장의 모양새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녀의 진심어린 선물이 고맙고도 또 고마웠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스카프와 목도리를 선물로 보내주니 그 자리에 함께 한 지인들이 대박 횡재.
또한 박인숙씨가 좋아하는 간편 가방, 일명 에코백... 말하자면 장보러 가거나 간단하게 필요한 물품들을 넣어갖고 다니기 좋은
귀엽고 근사한 장바구니들도 한 아름이나 보냈다는 것.
얼떨결에 대박 횡재를 맞이한 선미씨나 김시인이나 제 좋아하는 스카프 하나씩 선택해 목에 두르고 희희낙락.
박인숙씨나 마끼꼬 역시 본인들의 취향에 걸맞는 스카프를 걸치고 한껏 포즈.
또한 15 종류의 다양한 과일로 만들어진 젤리를 또 다담을 위해 보내주셨으니 어찌 입이 즐겁지 않으랴.
그렇게 선물 나눔이 끝나고 본격적인 밀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방면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나니
참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같은 맥락의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글로벌 시대의 장점이라 하겠다.
어쩌다 보니 역사 이야기도 나오고 문화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현실이 교차되지만 결국 삶이라는 여행길의 종착지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어 사랑으로 끝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 사랑에 관한 일화들이 오가는 사이
박인숙씨가 예전에 함께 여행을 하였던 전북대학교 건축과 교수이자 시인이신 유교수님의 시 한 자락을 들려 주었으니 압권이라 소개한다.
" 사랑, 처음에 하나가 나중엔 둘이 되어 끝내 알 수 없는 것 "
단 한줄의 명시를 듣는 순간 으아악....답시가 김시인의 자작시로 이어졌다.
" 이렇게 나를 부리는 이가 있다.
하늘도 아닌 땅도 아닌
말이 없는 문자 두 개
사랑 "
두 시詩가 모두 짧지만 가슴으로 파고드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그러게, 산다는 것을 정의하기도 어렵고 굳이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싶다가도 그래도 각자에게 알맞는,
본인이 추구하고픈 것 하나쯤은 있어야 당연하다 라는 말로 마무리 하며 잘 살아낼 것을 약속하고 다들 파이팅.
그 막간을 이용해 박인숙씨가 요즘 우리나라의 언어와 의지의 트랜드가 바뀌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한국인 하면 오로지 "한" 이 대세였으나 요즘은 "곰삭음, 흥, 열정, 느림"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문화 코드가 되었다는 말씀.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지난의 시대를 지나 급격하게 변화한 나라의 위상에 걸맞는 적재적소의 단어라는 생각에 박수를 치며 맞다 를 연발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삭음"에 이르러서는 상처롤 얼룩진, 곰삭아져 뭉그러진 마음은 어찌 달래야 할지 모르는
소통 불가 나랏님의 닫힌 귀에 대핸 열변을 토하다가 그래봐야 소시민이 게거품 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듯하여 입 다물고
돌아서는 발길들에게 살아가는 동안 내내 파이팅하자며 허공에 대고 외치는 무력감.
그들이 많은 것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넘실거리는 바다와 파도에 바친 영혼들에 관한 진실만 정확히 규명하겠다는데
나랏님은 왜 그리 난공불락의 요새를 겹겹이 두르고 계시는지 원 알다가도 모르겠다.
첫댓글 무력감, 열패감......ㅡ,.ㅡ;;;
소시민으로서 보탬 될 일이 별로 없는 나랏님의 귀닫음, 소통불가를 지향하는 그 정점에 저 역시
무력감과 열패감이 덧 입혀진다는.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우리는 소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