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입니다.
후기 쓰기 전에, 문 두들기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댓글을 봐서..
현관 열고, 집 안으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오면 중문이 있는데요. 오래된 주택이라 우풍이 심해서 리모델링 할 때, 새로 유리 맞춰서 설치한 3중 중문인데 말이 중문이지 베란다 문보다 두꺼운 방음창이에요. 현관에서 올라오는 계단도 꽤 긴편이라 큰 소리로 문 두들기지 않는 한 , 중문닫고 생활하면 잘 안들려요.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그 4시간동안 저는 아이들 미용이랑 목욕을 시켰는데 저희집이 복층이에요. (옥상쪽이랑 연결해서 만든 복층) 2층 강아지 전용 욕조있는 화장실에서 목욕시킨거라 아예 문 두들기는 소리조차 못 들었어요. 이건 신랑도 알아요. (제가 아이들 씻길 때 비포 애프터 사진이라고 신랑한테 카톡 보내주는데 그날도 애들 머리에 거품 올리고 장난삼아 보낸 카톡이 있어서...)
그리고 강아지를 아이들이라고 해서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반려동물을 안 키우시는 분들에게 반감생기고, 이상하실 거 알아요. 습관이 되어서 무의식에 계속 아이들이라고 작성하게 되네요. 양해부탁드려요ㅜㅠ
너무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동네 분들이 알아볼까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론 많은 조언들이 참 든든하기도해서요. 궁금해 하실까봐 후기 올려요.
월요일 출근길에 택배가 사라졌다고 말씀드리고 목욕탕 씨씨티비 확인하려는데, 목욕탕 사장님이 아침 식사때문에 자리를 비우셔서 씨씨티비 확인은 못하고 그냥 출근했어요. 퇴근하고 와서 확인하려구요. 근데, 직장에서 계속 생각해봤더니.. 상가에 계신 분들 대부분 10년 이상 되신 분들이고 제 결혼식날 장사까지 쉬고 결혼식에 와주실 만큼 가까운 사이입니다. 괜히 씨씨티비 확인했다가 택배는 안 보이고, 웬 아주머니만 (시어머니) 기웃거리는 걸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시고 혹시나 저희 부모님한테 전화하실까 싶어서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씨씨티비 확인 안했어요. 어차피 신랑이랑 그때까지도 연락 안했고, 더 이상 다툼없이 신랑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잘 이야기해서 그냥 지내려고했어요. 하지만, 신랑은 어제도 집에 안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미용실이 쉬는 날인데 (화요일마다 쉬는 날) 미용실 사장님한테 퇴근시간에 잠깐 미용실에 들리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평소 제가 이모라고 부르는, 상가 분들 중 제일 오래 되신 분이고, 저희 엄마랑 가장 가까운 사이세요. 제가 중학교때부터 시작한 미용실이라 15년 이상 알고지낸 분이구요. 엄마 아빠가 이사가신 이후로 생각 날 때마다 뭐라도 챙겨주시거나, 주말동안 제가 아무것도 안 먹고 혼자 멍하니 있을까봐 한번씩 저희 집으로 올라오셔서 점심같이 먹고 내려가실 때도 있었구요. 신랑이 들어와서 산 이후론, 한번도 안 오셨었습니다.
퇴근 후에 미용실에 들렸더니 미용실 옆에 작은 쪽방이 있는데요 (쉬거나, 식사하시는 공간이라 거기 가스레인지도 있어요.) 제 퇴근시간에 맞춰서 이제 곧 복날이라고 백숙을 끓여놓으셨어요.
이모집이 꽤 먼 거리에 있는데, 저 백숙 먹이겠다고 쉬는 날 미용실에 와서 내내 끓이셨대요. 신랑 퇴근하면 같이 먹으라고, 들고 올라가라는데... 신랑은 오늘도 안 올 것 같고, 집에 올라가면 혼자는 안 먹게 될 거 같아서, 그냥 미용실에서 먹겠다고 하고 백숙 먹고, 평소처럼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갑자기 주말에 시어머니랑 식사 잘 했냐고 하시더니 너희 시어머니가 지난 주말에 미용실에 와서 머리를 잘랐는데, 처음엔 너희 시어머니인걸 전혀 몰랐다. 결혼식장에서 시어머니 얼굴을 봤다해도, 멀리 앉았고, 자세히 본 것도 아니고, 또 메이크업 받은 얼굴인데 그게 기억이 나냐고. 그런데 시어머니가 머리 자르는 동안 계속 세가 얼마고, 이 건물에 장사 중인 상가가 총 몇 개냐. 세는 동일하냐 등등 물어봐서 1층에 비어있는 가게 알아보는 사람인가 싶으셨대요, 그러다가 대뜸 웃으면서 우리아들이 여기 건물주인이라 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건물 아들이 저희 오빠 하나라, 혹시 OO이 (저희 오빠이름) 장모님이냐고 물었더니 제 이름 대면서 OO 시어머니라고 앞으로 자주 볼 사이니 인사하는 거라고 그러셨대요. 그렇게 시어머니가 머리 자르고 가고, 황당하기도 하고 혹시 아버지가 명의를 옮겨줬나 싶기도 하고... 다른 가게에도 왔나 싶어서 미용실 이모가 1층 가게에 돌아다니면서 물어보셨대요.
시어머니가 들어간 가게가 미용실이랑 옷가게 그리고 식당을 가셨는데 (주인이 여자인 가게만 가심) 제 이야기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자주 볼 사이라고 하셨고, 특히 서글서글한 인상의 식당아주머니한테는 제가 며느리고, 본인 아들이 착해서 절대 갑질을 하거나 갑자기 나가라고 하지 않을테니 맘 편히 장사하라는 그런 말씀까지 했대요. 더 웃긴 건, 식당 이모는 저희 시어머니라는 얘기듣고 김밥값도 안 받았대요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신랑 올때 맞춰서 현관 앞에서 기다린건지, 아니면 기다리다 내려가서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닌건지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2시간 정도 계셨던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모가 말해주신 이 이야기들도 분명 제 생각해서 많이 간추려서 전달해주신 거 같아요.
시어머니 댁은 우리집에서 버스정류장 4정거장이고 걸어서는 20-25분 걸려요. 동네 이름은 다르지만, 가까워요. 시어머니 임대아파트 사세요. 신랑이 결혼 전에 월 30인지 40인지 월세 낸다고 해서 월세 사시는 줄 알았는데, 근래 들어서 얘기하니 그게 임대아파트래요. 근데 상관없었어요. 어차피 나는 내 집에 계속 살거고 그쪽은 거기서 사는 건데 뭔 상관이겠나 싶어서요. 그리고 하시는 일은, 동네에서 다이어트약 건강보조제 판매하는 가게 하세요. 정확한 이름은 안 적을께요. 동네마다 있는, 동네 아줌마들 모여서 좌욕도 하는 그런가게요.
신랑은 절 처음 만났을 땐, 집 근처 모 카페전문점 매니저였고, 너무 구체적이라 신랑 지인들은 이제 다 알아보실 거 같은데...ㅠ 만난 장소는 제가 주말에 근처 유기견센터에 가서 미용 봉사를 종종 했는데 그때 그 사람도 봉사를 왔어요. 집도 가깝길래 신기해서 봉사일정도 공유하고 저한테 먼저 연락을 하길래 몇 번 만났는데 그때마다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라구요. 그러다 제 상처, 제 상황들 다 말하게됐어요. 정말 착실하게 살고, 정도 많고, 아픈 아이들 만져주는 따뜻한 사람,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사귀게 됐습니다.
그런데, 연애하고 1년 후 오랫동안 일하던 카페도 그만두고 갑자기 전자담배를 팔기 시작했어요. 시어머니가 대출 받아서 차려준거라는데, 얼마 버는 지 몰라요. 말로는 카페보다 낫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어떤 직업이었어도, 사실 백수라고 해도 결혼했을거예요. 지난 달 저한테 첫 생활비로 150만원 가져다 줬는데 솔직히 우리가 쓰는 생활비에 비해 턱도 없었지만, 첫 생활비라고 봉투에 담아서 준 그 마음이 예쁘고, 내가 정말 엄마아빠 품을 떠나서 이렇게 가정을 꾸려가는구나 싶어서 울컥하고, 너무 고맙더라구요.
저는 살기 싫어서 죽으려던 사람이고, 정신차리고 다시 살다보니, 돈 없어도, 못 벌어도 상관없어요. 저도 한없이 부족한 사람인데 제가 누굴 판단해요.
저희 부모님 또한 그 사람 가정형편, 직업 다 아셨고,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절대 그쪽에 큰 거 기대하지 말고, 주어진 대로 가진 거에 만족하면서 살라고 말씀하셨고, 힘들면 언제든지 엄마 아빠가 도와주신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이 집에서 그냥 살겠다고 했을때 저희 오빠가 그래도 새 가족 들어오는 신혼집인데, 꾸며주고 싶다고 이 집을 리모델링 해준거예요. 우리 가족 얘기 적으니깐 또 미칠 거 같네요.
근데, 그 사람들은 저희 아버지의 건물이 자기네 건물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랑 결혼은 한거였나봐요. 삐까뻔쩍한 건물도 아니고, 지어진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동네건물이에요. 비싸면 그러려니 한다지만, 비싸지도 않아요. 이제 겨우 신혼 2개월만에 본색을 드러내고 다니는 거 봐서는 이미 작정하고 결혼 한게 맞겠죠.
이모께서 집으로 가시기 전에, 저희 엄마한테 절대 말 안하신다고 걱정말라면서 남편봐서는 참 괜찮아보였다. 그렇게 건물얘기 하고 다니는 게 시어머니만의 생각이고, 시어머니만 이상한 사람이면(욕도 하셨음) 그냥 남편 잘 교육시켜서 잘 살라고 신혼 초라 아직 엄마 품을 못 벗어난거라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니깐 잘 이야기 해보라는데, 제 생각엔 남편도 한 통속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참 바보 등신같아요. 부모님 생각하면 살 수 없어요. 또 죽일년이에요. 못을 박고 겨우 나아졌더니, 더 큰 못을 박아요. 우리 부모님은 무슨 죄길래. 부모님께 말씀드릴 자신도 없구요. 말하기 전에 미안해서 제가 죽을 거 같아서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헤어지고 그 다음에 부모님이 알게 되시면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려구요. 오빠한테 몇번이고 전화해서 말할까했지만, 손이 덜덜 떨려서 전화도 못 하겠고. 저희 오빠도 저때문에 고생 많이해서... 가족에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친구도 없는 사람이에요.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 없어요. 강아지들 껴안고 우는 게 전부네요. 댓글처럼 그냥 강아지들이랑만 평생 살았어야 됐는데... 저도 뭐라도 좀 하면서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연애도하고 결혼도 해서 이 사단이 났나봐요.
우리 엄마아빠에게 그 사람은 당신들 짐덩이였던 나를 덜어준 천사였을텐데 천사가 아니라 악마였네요. 저는 그 악마를 데리고 온 죽일년이구요.
그리고 혼인신고는 아직 안했어요.
다음달에 나름 우리 둘의 의미있는 날짜가 있어서 그때 하려고 미뤄뒀는데..짐만 가져가라고 하면 되는데, 순순히 나갈지가 문제지만, 지금까지 연락 없는 걸로 봐서는 제발 그냥 계속 연락없이 이렇게 안들어왔음 좋겠어요. 사실 뒤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사람이랑 연락하는 것도 그 사람 보는 것도 무서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ㄱㅆ http://m.cafe.daum.net/ok1221/9Zdf/1650929?svc=cafeapp 전글!!
아 진짜 안타깝다..얼렁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댓처럼 알고 일부러 접근했을것같응데
뭐야 ㅅㅂ 좆뱀들이네 다 시애미 뭔 지 아들이 건물주야 건물주는 존나 그 애미에 그 좆뱀이네
목숨이 위험해. 얼른 처리하길.
좆팔아서 결혼하려들었네
와 건물주행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인신고 안해서 다행이다 ㅆㅂ
아후 내가 도와드리고싶다 멘탈이 너무 약하신거같다 혼인신고 안한 것도 진짜 신이 도왔다
착한사람 등쳐먹으려고 작정했네 ㅁㅊ
당장 가족들한테 얘기하고 해결해야지 혼자 해결하려규 했다가 뒤늦게알면 그게 더 대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