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댓글도 남긴적 없지만, 마선배님의 글을 매번 잼있게 읽었더랬지요...오늘로 마지막이라니.... 아쉽습니다.
그동안 잼있었던 글과, 소식들........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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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학교 다닐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구 배웠는데 요즘은 영 그말이 믿기지가 않는군요. 계속 며칠째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의 연속이니 기분도 그저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기분전환이 필요한 오늘은 '맛따라길따라'의 두번째 이야기인 경산이 주제입니다. 자칫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엄청난 비난을 받을 주제이기에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지만, 모든 영대문화 선후배님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경산의 음식기행을 해볼려구 합니다
물론, 제가 지금부터 쓰는 글은 50%이상을 인터넷과 각종 관련잡지, 그리고 신문지상에서 이미 소개된 내용이구요. 제가 기억을 더듬어 쓰는 내용은 50% 미만이 될 것 같습니다.(아휴, 조심스러워...)
흔히 음식은 문화의 전령이라 합니다.
그 시대와 그 지역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음식은 가장 대표적인 문화코드가 되곤 하지요. 바꿔 말한다면, 하나의 문화가 전파될 때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나중에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요. 때론 합쳐지거나, 떠나버린 문화의 산물로 음식은 또다른 형태로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가령, 고대오리엔트 문화의 서구전파로 인한 대표적 산물로 들 수 있는 파스타와 스파게티, 황해도 음식인 가자미식혜가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생선초밥의 형태가 되거나, 일본에서 개발되었지만 종주국을 이미 앞지르고 있는 한국의 라면문화 같은 것은 그 대표적인 형태로 볼 수 있겠지요. (샤브샤브나 부대찌게 같은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지만, 경산의 음식문화는 순박한 시골농촌의 먹거리 문화에서, 급격한 산업발전의 산물인 인스턴트 음식문화와 특유의 대학가문화의 합일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아시다시피 경산시는 단위 인구당 2년제 이상 대학의 보유율로는 전국 최고입니다.
그래서 대학가와 그 주변일대에 걸친 급진적(?) 유흥문화와 소박한 시골문화가 항상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경상도 특유의 소박하고 보수성이 강한 음식이 대부분이고, 기후가 따뜻한 까닭으로 음식의 맛은 대체로 얼얼하도록 맵고 짠 편이며,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을 반영하듯 멋을 내거나 사치스럽지 않고 소담하게 만들어 냅니다.
암울했던 7,80년대를 지켜오신 선배님들이나, 자연스레 그 잔재를 물려받은 90년대 초반학번들은 아직도, 나래분식이나 선비촌의 향수를 잊지 못하실 겁니다. 본관뒤의 까치식당은 일상탈출의 상징이었고, 후문식당의 라면밥이나 시원한 콩국수 또한 작은 사치로 기억되지요.
학교앞 포장마차의 야채만두랑 특유의 굵은떡볶이도 잊을 수가 없구요.
최근의 학교근처 맛집이나 소문난 술집은 제가 오히려 후배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가끔 추억을 되살리고자 학교를 찾으시는 선배님들도 계실테니, 몇군데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후배들 아무나 미리 연락해서 안내를 부탁하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걸죽한 동동주 한잔이 생각나시는 분들께는 <무위자연>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영대정문 맞은편에 있는건데요, 낙지볶음도 괜찮지만 역시 이집의 안주는 '주방장 마음대로'가 최고입니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표현하기 힘듭니다.
지난번 친구결혼식에 내려갔다가 전날 친구들이랑 먹었는데요, 아휴 거의 죽음입니다.
(053-818-3777)
아직은 텁텁한 막걸리보다, 시원한 생맥주가 편한 후배들에게는 <Blue fish(영남대 복지관 맞은편 언덕길)>를 추천합니다. 김치베이컨말이, 오징어샐러드, 닭고기 카레튀김 같은 퓨전식 안주에 곁들인 생맥주는 아마도 학업과 과중한 편집실업무에 지친 몸을 아주 잘게 부숴줄 겁니다.(?)
(053-817-9599)
밤새 들이킨 술 때문에 고생하신 분들께는 학교에서는 약간 벗어나지만 시원한 국물의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이름은 외우기 쉽게 <경산 해장국>이구요, 한우만을 고집하기로 유명한 집인데다가, 명절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니 언제든 마음편히 가실 수가 있겠지요.
(053-815-5225 계양네거리에서 자인방향으로 150m가시면 산립조합 옆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할려다보니, 서술만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경산에서 보낸 시간들을 가만히 기억해보니, 자취방에 혼자 있는 일요일이 전혀 외롭지가 않군요.
다들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행복한 석가탄신일과 일요일 보내세요.
도시락 편지로는 이번호가 마지막이 될 것 같군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능력의 한계라구 해두죠.
그동안 관심가져주신 모든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이글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