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길어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 콜롬비아로 들어섰다. 국경에 놓인 다리를 건너다다 다리 밑에 있는 계곡을 내려다보니 제법 깊고 좁다. 뒤돌아보니 에콰도르가 남겨져 있다. 콜롬비아를 향해 걸어간다. 수박장수 아저씨가 제일 먼저 맞아준다. 수박이 엄청 크다. 수박 크기만큼이나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2층에 있는 입국 신고 사무실로 향했다. 입국 신고도 나라별로 줄이 다르다. 별 무리 없이 입국 도장을 받았다. 사람들이 온순하고 순수한 것 같다. 분위기가 좋다. 사무실은 나서니 이피알레스의 유명 관광지인 교회의 모습이 커다란 간판에 그려져 있다. 먼저 환전을 했다. 콜롬비아는 페소다. 1달러가 2130페소다. 일단 10달러를 환전해서 택시를 타니 택시비가 8000페소다. 출입국 사무실을 나오니 광장에 환전상들이 많다. 손에 잔뜩 돈을 들고 있다.
택시를 타고 이피알레스 마을로 향했다. 약 10분 정도를 달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피알레스는 콜롬비아 남서부 나리뇨 주에 있는 도시이다. 안데스 산맥의 과이타라 강 기슭 해발 2,897m 지점에 있으며, '세 화산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1585년 원주민인 파스토 인디언들을 위해 일하던 선교사들이 스페인 정착촌으로 세웠다. 유명한 인디언 시장과 라스라하스 성모 마리아 성역이 있으며, 제조업 중심지로서 모직물·면직물·사이잘삼·맥주 등이 생산된다. 에콰도르 국경에서 4㎞ 떨어진 국경 군대 주둔지이기도 하며, 팬 아메리카 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전투복 차림을 한 군인들이다. 검은 모자에 방탄 조끼를 착용한 총기를 든 잘생긴 젊은이들이다. 미소가 아름다운 건강해 보이는 미남들이다. GAULA라는 글씨가 유난히 커 보인다. 알고 보니 콜롬비아 경찰이란다. 터미널 입구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진을 찍어도 된단다. 터미널에 들어가니 여러 개의 버스표 매매 창구가 있다. 메데인을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모두 좌석이 없단다. 지금 시각이 오후 3시 30분이다. 저녁 7시에 출발하는 칼리 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그 사이에 이피알레스의 유명한 절벽 교회를 다녀오려고 한다.
큰 가방을 버스 회사 사무실에 맡겨두고 아내와 서둘러 나왔다. 터미널 밖에 주차해 있는 택시를 타기위해서다. 택시는 쉐어 택시와 일반택시가 있었다. 쉐어 택시를 타고 다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려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택시 기사는 스마트 폰 번역기를 가지고 우리 둘만 태우고 8000페소에 가자는 내용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한글로 번역된 것을 보여 주는데 엉망이다. 그러나 대충 뜻은 알 것 같았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8000페소에 가기로 했다. 기사는 기분이 좋은지 즐겁게 출발한다. 계곡을 따라가다가 잠시 차를 세운다. 절벽 아래 사진에서 보던 교회가 내려다보인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을 지나 걸어서 가는 입구에 차는 섰다.
기사는 내려서 걸어가는 입구를 친절히 안내해 준다. 교회를 향해 걷는 길은 왼쪽은 절벽이다. 화장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입장권을 받는 곳인 줄 알았다. 입장료는 없다. 절벽교회의 이름은 라스 라하스(Las lajas) 교회다. xortl 기사가 내려 준 곳에서 꽤 걸어서 내려간다. 은근히 멀다. 올라올 것이 걱정된다. 성당으로 내려가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했다. 시간이 늦어서 사람이 없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붐벼서 놀랐다.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특히 신기했던 점은 콜롬비아인 여행자가 참 많았다. 화려하고 예쁜 장신구들도 많고, 꾸이(기니피그 고기)나 여러 가지 먹을 것도 많이 판다. 내려가는 길 벽에는 기도제목들과 감사제목들이 붙어있고, 관광객인지, 미사 드리러 가는 현지인들인지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성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성당!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1916년부터 짓기 시작해 20년이 걸려 지어졌다는 성당이다. 이렇게 계곡에 위치해있다. 콜롬비아 Ipiales에서 약 7km 떨어진 곳에는 협곡 사이를 가로질러 세워진 라스자라스 성당이 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성당은 1916년에 세워진 것으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위치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성당의 높은 제단은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바위 높이로, 사제가 예전을 집행 할 때 성모의 안위를 받는다고 한다.
이 교회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1754년에 있었던 사건에 관계된다. 마리아라는 인디언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눈멀고 귀먹은 자신의 딸 로사를 등에 업고 자신의 집이있는 포토시 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이피알레스 마을로 가려고 힘들게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이 산길은 구아이타라 강으로 인해 만들어진 협곡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가는데 마리아는 강한 폭풍우를 만났다. 마리아는 물론 이곳 주민들도 음산하게 숲이 우거진 이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라스 라하스(바위)’로 알려진 이곳에 바로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폭풍우를 피하기위해 협곡의 동굴로 들어섰다. 그대 그녀의 어린딸 로사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고 눈을 뜨면서 말했다고 한다. “엄마, 어린애를 안고 있는 어린이를 보세요!” 라는 말과 함께 언덕 넘어 희미하게 빛나는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 일이 있은 후 마리아는 어린 딸 로사를 등에 업고 종종 이곳을 방문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꽃을 바치거나 촛불을 켜 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로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주변을 뒤져 달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문득 이 동굴이 생각나 동굴로 달려갔다. 동굴에 도착하자마자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딸 로사가 아주 잘 생긴 남자아이와 기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아름다운 여왕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즉각 아기 예수와 성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모의 나타남을 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린 로사가 곧 아프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병이 악화되어 죽었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긴 마리아는 이곳 동굴에 와서 로사의 생명을 다시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이렇게 기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로사는 숨을 쉬었고 눈을 떴다. 마치 잠깐 잠들었던 것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이러한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에 퍼졌다. 감사기도를 하려고 사제들과 함께 동굴에 다시 도착했을 때 빛나는 초상화를 목격했다. 절벽의 벽면에 그려진 것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성 도미니크의 초상이, 다른 한쪽에는 성프란체스코의 이미지가 있었다. 이러한 일은 수많은 순레자들이 몰려드는 게기가 되었고, 기적의 치유 장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교회는 협곡의 바닥으로부터 100m 높이에 건립되었고 협곡 반대편과는 50m 길이의 교향으로 연결되어있다.
1951년 로마교황청은 라스 라하스의 성모발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1954년 대성당으로 승격했단다. 그 후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그린 신비로운 그림이 동굴 벽에서 발견되었단다. 이 그림이 무엇으로 그려졌는지 알지 못했는데 최근 분석한 결과는 땅속 깊이 박혀있는 바위 자체에 스며든 색소라는 점을 알아냈단다. 이곳에 성당을 짓고자 했던 후안 신부는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신축할 부지의 길이와 폭을 발걸음으로 오가며 측정했으며 교회 신축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1764년 마침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 후안 신부는 곧바로 교회 신축을 착공했다. 교회가 완성되자 감사기도를 드리던 후안 신부는 갑자기 시력이 회복되어 신축 교회의 웅장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고딕 양식의 대성당은 놀라운 모습은 다시 증축되었으며 1952년 교황 비오 12세는 영예로운 왕관을 수여했다고 한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성당이다.
다리 건너 정면 언덕 위에는 천사상이 조각되어 있다. 내려가는 길에 금빛 영감님 동상이 있다. 자세히 보니 남루한 차림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왜소한 동상이다. 무슨 동상인지 모르겠다. 교회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웅장하다. 제단 앞으로 가보니 특이하게 바위 절벽이 그대로 있다. 핀란드에서 보던 바위돔 교회가 생각난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교회 내부에 자연스러운 바위가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 같다. 바위에 그려진 그림이 보인다.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모자이크 그림이 정말 섬세하게 보인다. 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깨끗하고 엄숙하다. 교회 밖으로 나오니 마당이 바로 다리다. 계곡에 걸친 다리다.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교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걸어간다. 오솔길이다. 교회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다리와 함께 계곡에 세워진 교회가 참 아름답다. 폭포가 있는 곳 까지 걸어가면서 구경을 한다. 지형의 독특한 모습을 이용한 교회의 모습이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게 한다.
배가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돌아오는 길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돼지고기 튀긴 것과 옥수수, 감자를 얹혀주는 음식을 선택했다. 한 접시를 주문해 아내와 둘이서 먹었다. 짭짤한 돼지고기에 심심한 감자와 푹 익은 옥수수가 잘 어울린다. 음식이 맛있으니 사람들이 많다. 돼지고기를 자르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배를 채우니 맘이 여유롭고 기운이 난다. 다시 교회 앞 광장으로 간다. 길가에 만들어진 쓰레기통도 겸손하다. 다리위에 만들어진 아기 천사 상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나온다. 다리 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니 정말 높다. 교회를 짓는다고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멀리 절벽에는 실 폭포가 흘러내린다. 다 구경한 것 같다. 교회를 등지고 언덕을 걸어서 올라간다. 숨이 차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모녀상이 보인다. 줄지어 있는 기념품 가게도 이제 문을 닫기 시작한다. 걸어서 올라가기가 힘들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걸음걸이도 여유가 있고 고지대의 오르막도 여유가 있다.
택시 타는 곳으로 왔다. 먼저 타고 있는 모녀가 있다. 얼른 올라탔다. 10여분을 지나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400페소를 주고 내렸다. 택시 기사가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택시비가 부족하다는 것 같은데 무시하고 걸어간다. 이피알레스 버스터미널은 여전히 조용하다. 밖으로 터미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시게 반대방향으로 걷다보니 로터리가 나오는데 거기에 독수리 형상이 크게 만들어져 있다. 칼라 풀 한 색상이 화려하다 자세히 보니 꼬마 마법사도 있고 독수리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만화 캐릭터 같기도 하고 해리포터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의 독수리 같기도 하다. 이 마을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아무리 꿰맞추어 보려고 해도 알 수 없다. 다시 터미널로 들어간다.
식당 앞에 그려진 음식 사진이 낯익다. 갈비탕이다. 저녁도 먹을 겸 들어가서 그림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갈비탕에 감자가 들어가 있을 뿐 우리 갈비탕과 같다. 그런데 먹어보니 영 아니다. 갈비에 붙은 고기는 가죽 같이 질기다. 실망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우리가 맡긴 짐을 찾았다. 이제 버스를 타고 밤새 가야한다. 자주 밤차를 타다보니 별로 힘든 줄도 모르겠다. 저녁 7시에 버스는 출발한다. 새로운 도시를 향해 간다는 설렘이 많이 무뎌진 것 같다. 평지를 달릴 것 같았던 차가 꼬불꼬불 언덕을 올라간다. 커다란 산을 넘어가는 것 같다. 창밖으로 보름달이 들어왔다. 의자가 좀 불편하다. 우리는 콜롬비아의 칼리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