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성공의 3종세트 '우월감·불안감·절제력'… 어릴 때 심어줘야"
'트리플 패키지'로 성공 방정식 분석한 '타이거 맘' 에이미 추아 부부
성공의 '트리플 패키지' :
유대인·중국계 등… 美서 성공한 집단 분석… 세가지 성공요인 찾아
한국은 완벽한 성공 사례 :
수천년 역사 자부심 있고… 외세 침략으로 불안감 겪어… 근면한 민족으로 절제력도
마이클 조던의 트리플 패키지 :
세계 최고라 말하고 다녀도… 밀려날까봐 늘 불안해해… 매일 1000개씩 슈팅연습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유가 뭘까? "가난한 중국 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은 이유는 뭔가?"
에이미 추아(오른쪽)·제드 러벤펠드 교수 부부는“유혹에 빠지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뭔가 성공하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강력한 동인(動因·drive)이 필요하다”면서“반드시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열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에이미 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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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스파르타식 교육법의 우월성을 강조한 책 '타이거 마더'로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는 새로 낸 책 '트리플 패키지'에서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다. 그녀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근무 중인 남편 제드 러벤펠드 교수와 함께 미국 사회에서 다른 집단보다 탁월한 성과를 내온 유대인, 모르몬교도, 중국계, 인도계, 쿠바계, 레바논계, 이란계, 나이지리아계 등 특정 종교나 민족 8개 집단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 답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우월감(superiority complex)과 불안감(a deep sense of inferiority), 절제력(impulse control)이 그것이다. 방학을 맞아 뉴욕 맨해튼 자택으로 돌아온 추아 부부를 만나 새 책의 내용과 타이거맘 식 교육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계 미국인인 추아 교수는 '제국의 미래' '불타는 세계' 등을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고, 러벤펠드 교수 역시 권위 있는 미국 헌법학자이자 추리소설 '살인의 해석'을 써 32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 작가다.―이번 책은 이전에 썼던 것과 주제가 다르다.
추아 "'트리플 패키지'는 특정 집단이 성공한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성공한 집단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미래를 생각한다. 물론 누구나 현재를 즐기고 싶어 하지만, 미래에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선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제드는 이 주제에 관해 '자유와 시간'이란 책을 썼다."
러벤펠드 "미국인들은 현재에 안주해 산다. 미래나 과거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현재 순간을 즐기는 데만 치중한다. 이걸 '즉자적 만족(instant gratific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 미국 사회는 즉자적 만족에 빠져 성공의 필수 조건인 트리플 패키지를 상실했다. 트리플 패키지는 15년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답이다. "
―세 가지 특질 중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추아 "균형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하나가 너무 지배적이면 문제가 생긴다. 아리안족(族)의 우월성을 강조한 나치가 2차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학살한 게 대표적이다. 또 자부심이 너무 강하면 '나는 위대하니까'라며 게을러질 수도 있다."
러벤펠드 "불안감이 너무 강하거나 또 우월감과 불안감은 있는데 절제하는 능력이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트리플 패키지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러벤펠드 "후천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믿는다. 물론 유전적 영향을 받는 선천적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후천적 영향이 강력하다."
추아 "오바마 대통령이 좋은 예다.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그는 선천적으로 트리플 패키지 집단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그에게 '너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다. 지도자가 돼야 한다'면서 자부심을 심어줬다. 동시에 흑백 혼혈이란 태생 때문에 불안감도 많이 느꼈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절제하는 훈련을 시켰다. 오바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이처럼 트리플 패키지는 어린 시절에 심어주는 것이 좋다."
―인종 우월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추아 "이 책은 인종주의와 무관하다. 오히려 소수민족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책을 썼다. 책에 나온 8개 집단은 모두 문화적·민족적 자부심이 강하다. 반면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하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강하다. 이는 이민 2세로서 내가 자라온 방식이다. 나는 초·중·고를 다닐 때 피부색이 달라 고민이 많았다. 발음도 서툴러서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게 금세 표가 났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마이너리티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많이 고민했다."
―이민자를 위해 쓴 책이라니 흥미 있는 주장이다.
추아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반에서 유일한 아시아계 여학생이었다. 같은 반 남학생들이 항상 내 발음을 흉내 내며 놀렸다. 집에서 중국어를 썼기 때문에 중국식 억양이 영어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울면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오히려 화를 내셨다. '왜 바보 같은 남자애 때문에 우느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엄마는 '우린 중국에서 왔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가진 자랑스러운 나라'라며 남자애가 놀려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이렇게 엄마에게 배운 민족적 자부심이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막는 방패가 됐다. 트리플 패키지는 소수 집단에 더 큰 효과가 있다. 마이너리티도 주류 사회에 기죽지 않을, 믿는 구석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민자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런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은 항상 기죽어 지낼 것이다."
―책에 한국계 미국인들의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설명한 대목이 많다. 그런데 왜 성공한 8개 집단엔 한국계가 빠져 있나.
러벤펠드 "한국계 미국인은 정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한국계는 기본적으로 두 집단으로 나뉜다. 극단적으로 성공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평균 이하다. 평균 소득이 책에서 다룬 8개 집단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추아 "한국계 미국인의 학교 성적은 극단적으로 뛰어나다.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엔 한국 학생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명문대 로스쿨과 의대, 줄리아드 음대도 마찬가지다.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낸 헤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법 전문가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론 성공하지 못한 한국계가 많다. 이는 언어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리 똑똑한 한국계라도 언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트리플 패키지’의 성공 사례‘트리플 패키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 레바논계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텔레콤 회장, 중국계 리안 영화감독,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유대인 솔 벨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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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패키지란 관점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평가하면 어떤가.
추아 "한국은 트리플 패키지의 완벽한 사례다. 한국은 수천년간 일궈온 찬란한 문화유산이 있다. '우리 민족은 특별하다'는 민족적 정체성, 즉 우월감을 갖고 있다. 반면 과거 외세의 침략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불안감도 겪었다. 또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한 민족이다. 그만큼 절제력도 강하다."
―트리플 패키지가 기업이나 국가 차원으로도 적용될 수 있나.
추아 "스포츠 팀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팀은 트리플 패키지를 갖고 있다. 이런 팀은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금세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반면 항상 하위권을 맴도는 팀은 이런 능력이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 직원이 뭉쳐 있다면 그 조직의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책에서 트리플 패키지를 갖춘 인물 중 한 명으로 스티브 잡스를 꼽았는데.
러벤펠드 "잡스 역시 트리플 패키지를 가진 집단 출신은 아니다(잡스의 생부는 시리아계 이민자였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거만하다고 할 만큼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친구들은 그가 항상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고아로 입양됐기 때문에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다른 이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존경받지 못한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갔다. 또 절제력이란 측면에선 굉장히 원칙이 분명했다."
추아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도 좋은 예다. 그는 항상 "나는 세계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밀려날까 봐 항상 불안해했다. 그는 코치가 시킨 대로만 플레이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플레이를 개발했다. 그는 최고가 되려고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고,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그만큼 유혹에 빠지지 않는 충동 조절 능력이 강했다. 절제력이 강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처럼 이타적 인물도 트리플 패키지로 설명할 수 있나.
러벤펠드 "트리플 패키지는 세속적 성공을 다룬 책이다. 아쉽지만 이타주의와는 관계가 없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인류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건 도덕적으로 훌륭한 일이다. 인생에는 세속적 성공 말고도 가치 있는 일이 많다. 모든 사람이 트리플 패키지를 따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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