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의 철학
임 우 희
아침이면 작은 아령 하나를 천천히 든다. 무게는 고작 1kg. 하지만 그 안에는 내 삶의 균형과 질서, 의지가 들어 있다. 누구에게나 쉬워 보일 그 동작이 나에게는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일이다.
근육은, 나이와 무관하게 살아 있는 세포다. 쓰지 않으면 시들고, 자극하면 응답하며 되살아난다. 단순히 팔을 굽혔다 펴는 운동 같지만, 그 속에는 치밀한 생리학의 질서가 있다. 수축과 이완, 단백질 합성과 분해, 그리고 나를 지탱해 주는 깊고 조용한 생명력.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보이는 질서정연한 근육의 선은 단순한 미를 넘어 인간의 자기 단련을 상징했다.
힘은 곧 절제였고, 근육은 수양의 결과였다. 그 시대의 철학자들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인간다움이라 불렀다.
나는 지금 건강하다. 더 바랄 것도 덜어낼 것도 없다. 매일 같은 무게의 아령을 쥐고 같은 속도로 팔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 더 깊어진 호흡, 조금 더 부드러워진 움직임, 조금 더 유연해진 마음을 발견한다.
어떤 날은 왼팔이 먼저 지치고, 또 어떤 날은 오른쪽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그 차이를 느끼는 감각조차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는 '끊임없이 하는 것'이 체질이다.
한 번에 큰 것을 이루기보다는 작은 무게를 천천히, 꾸준히 쌓아가며 몸에 새기는 것을 좋아한다.
근육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기억이 있다. 몇 번의 계절을 함께 견뎌냈는지, 얼마나 나를 돌보아왔는지를 몸은 알고 있다. 1kg의 무게가 증명한다. 나는 나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특별한 운동을 하진 않는다. 누구의 방식도 흉내 내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무게, 나에게 맞는 속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오늘도, 근육은 조용히 자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나다운 삶으로 한 발짝씩 나아간다.
근육은 단지 움직임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작은 무게에 나를 맞추는 일, 그것이 내가 오늘도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뒤늦게 배운다. 단단함은 소리 없이 자라고, 지속은 고요 속에서 완성된다.
나는 더 이상 강해지려 하지 않는다.
다만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중심을, 시간 앞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고요한 긴장을 몸으로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읽어보니 정말 1Kg의 철학
이네요. 고마운 글 입니다.
몸이 오래 아프거나 나이가
높아지면 암만 노력해도 근육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스르르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방법이 있을 때
근육을 관리하는게 지극히
옳습니다. 좋은 판단을 갖고계심을 경하드립니다.
옳바른 철학적 사색이 먹혀드는 교훈적 수필입니다.
해당없는 나마져 집중하여
잘 읽었습니다. 감사.
남평선생님,
요즈음 입맛은 잃지 않으셨는지요?
무더위에 고생하셨습니다.
늘 선생님이 건강이 조금이라도 더 낫기를 빌어 봅니다...
물 자주드시고 심호흡만 깊게 하셔도 기분이 달라집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