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소나무 숲
2016년 2월 18일(목) 맑음
안면도의 소나무는 볼 때마다 감동이다.
우리나라 다른 어느 곳 소나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금강산 귀면암 가는 길, 울진 소광리, 삼척 준경묘, 진조산 주변, 치악산 구룡사 주변, 광주
남한산 …… 등등의 소나무도 그 나름으로 장관이지만 안면도의 소나무는 첩첩산중이 아닌
마을과 가까이 있어 정겨움도 아울러 느낀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모시조개봉 가는 길옆에 이 고장 출신인 채광석 시인의 「기다림」을 새
긴 시비가 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들여다보았다. 채광석 (蔡光錫, 1948~1987)은 시인
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충남 태안군 안면도 안면읍에서 출생하였다.
기름진 고독의 밭에
불씨를 묻으리라
이름 모를 산새들 떼지어 날고
계곡의 물소리 감미롭게 적셔 오는
여기 이 외진 산골에서
맺힌 사연들을 새기고
구겨진 뜻들을 다리면서
기다림을 익히리라
카랑한 목을 뽑아 진리를 외우고
쌓이는 낙엽을 거느리며
한 걸음 두 걸음 조용히 다지다가
자유의 여신이 찾아오는 그날
고이 목을 바치리라
대를 물려 가꿔도 빈터가 남는
기름진 고독의 밭에
불씨를 묻으리라
예로부터 안면도 소나무는 나라에서 적극 보호하고 육성하였다.
충청수영계록(忠淸水營啓錄)에 따르면 조선 헌종 때 이래 범벌(犯伐)을 철저히 단속하여
3개월마다 그 결과를 보고하였으며, 금표 밖의 풍락송(風落松, 바람에 꺾인 소나무)의 처분
도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고종(高宗) 2년(1865) 4월 26일자 충청수영관첩(忠淸水營關牒)에 따르면, 절도사 이교창
(李敎昌)은 첩보하는 일로,
“본도 예산군 장곶리(獐串里)에 사는 백성 이명석(李明石) 등이 언답(堰畓)의 물통목(水桶
木)에 쓰려고 안면도 금표 밖의 풍락송(風落松) 2주(株)를 낙급(烙給)해 달라고 의정부에
정장(呈狀)하여 제사(題辭)를 받아 도부(到付)하였습니다. 그래서 전례에 따라 첩보하니,
참작하여 제하(題下)하시어 거행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하였고,
고종 2년(1865) 4월 초8일자 절도사 이교창의 첩보도 단호하다.
본영의 동서쪽 문루를 수개(修改)하는 일에 들어갈 목재를 안면도의 풍락송 중에 50주만 획
급(劃給)하게 처분해 달라는 사유를 첩보한 것에 대한 비변사의 제교(題敎)에, “관문의 방어
를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선무가 아닌 것은 아니로되, 안면도 전체가 민둥산이 되는 것도
번민해야 할 일에 관계되니, 당분간 시행을 허락할 수가 없음.”이라고 하였습니다.
소나무에 대한 옛 시를 몇 수 추려보았다.
내암 정인홍((來庵 鄭仁弘, 1535~1623)의 「외로운 소나무(孤松)」이다.
새로 난 소나무가 백 자로 자라기를 항상 원했더니 常願新松百尺長
추운 해 서리와 눈에도 풍광을 지켰네 歲寒霜雪保風光
꽃과 나무를 심어 봄빛을 꾸미지 말라 不栽花木粧春色
온갖 꽃도 명이 다하면 다시는 향기를 뿜지 않으리니 百花終年更不香
ⓒ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남명학연구소 ┃ 김익재 양기석 정현섭 (공역) ┃ 2014
옥담 이응희(玉潭 李應禧, 1579~ 1651)의 「바위 위 소나무(巖上松)」이다.
옥담 선생은 소나무에 대한 시를 특히 많이 지었다.
바위 위에 몇 척 높이 외로운 소나무 巖上孤松數尺强
푸른 비늘 흰 껍질이 풍상에 늙었어라 蒼鱗白甲老風霜
단지 대들보감이 못 된다는 이유로 直緣不合爲樑棟
도끼질 면하여 화를 멀리할 수 있었지 自免斧斤遠害戕
ⓒ 전주이씨안양군파종사회 ┃ 이상하 (역) ┃ 2009
옥담 이응희(玉潭 李應禧, 1579~ 1651)의 「소나무(松)」이다.
나에게 높은 소나무가 있으니 我有高松樹
맑은 그늘이 온 뜰을 다 덮는다 淸陰覆一庭
푸른 비늘 만년을 지낸 것이요 蒼鱗經萬祀
흰 껍질 천년을 보낸 것일세 白甲度千齡
촘촘한 잎은 늘 푸른 봄빛이요 密葉長春色
성근 가지는 언제나 빗소리 낸다 疎枝每雨聲
겨울철 서리와 눈이 내린 뒤에 玄冬霜雪後
홀로 세한의 정을 지키고 있지 獨保歲寒情
옥담 이응희(玉潭 李應禧, 1579~ 1651)의 「봄날 앞 연못에 내려가서(春日下前池)」이다.
오늘 지팡이 짚고 어디로 갈거나 此日遊筇何處鳴
작은 연못 풍광이 내 발길 붙잡누나 小塘風物駐吾行
시내에 가득한 수양버들은 봄빛을 자랑하고 滿溪垂柳誇春色
물 저편의 성근 소나무는 빗소리 보내온다 隔水疎松送雨聲
휘파람 불며 돌아가길 잊은 채 좋은 경치 찾고 嘯傲忘歸探好景
줄곧 읊조리며 한가한 정을 시로 쓰노라 沈吟不輟寫閑情
서쪽 산에 해가 지는 것을 시름하지 말라 莫愁西嶺金盆下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밝은 달 보게 되리니 要見天東月上明
ⓒ 전주이씨안양군파종사회 ┃ 이상하 (역) ┃ 2009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1431 ~ 1492)의 「도로 가에 있는 소나무의 껍질이 다 벗겨
지다(道傍松皮剝盡)」이다.
그의 애민의 정이 묻어난다.
천 그루 만 그루 소나무가 뼈만 앙상하여라 骨立千株復萬株
흉년에 일찍이 제 살을 아끼지 않았구려 凶年曾不惜肌膚
아, 나는 부질없이 하내의 부절만 가졌으니 嗟我謾持河內節
어찌 한갓 급 대부에게만 부끄러울손가 豈徒羞煞汲大夫
(주) 급대부(汲大夫)는 중국 한(漢)나라 때의 직신인 급암(汲黯)을 가리는데, 지방관으로서
백성을 구제하지 못함을 자책한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1431 ~ 1492)의 「취옹정에서 선원의 원옹운에 화답하다
(醉翁亭和善源元翁韻)」이다.
홀로 턱 괴고 산 구경하며 얼마나 술에 취했던고 柱笏看山酒幾中
시단에선 노련한 종공이 될 만하도다 詩壇堪作老宗工
현악이나 관악도 아니며 꽃도 달도 아니요 非絲非竹非花月
참다운 낙은 참으로 육일옹과 같다오 眞樂眞同六一翁
늙은 소나무 가지 술잔 속에 잠기어라 虯枝老樹蘸杯中
어떤 이가 붓 빨아 화공 시켜 그릴런고 吮墨何人倩畫工
맑은 바람 끌어다가 취한 얼굴에 불어 대니 引得淸風吹醉面
하늘이 응당 이 늙은이에게 보내 줬으리 天公應爲餉斯翁
(주) 육일옹은 송(宋) 나라 때 별호가 육일거사(六一居士)인 구양수(歐陽脩)를 말한다.
구양수는 장서(藏書) 1만 권, 집고록(集古錄) 1천 권, 거문고 1장(張), 바둑판 1국(局),
술 1호(壺)와 구양수 1노(老)를 합해서 육일(六一)이라 자호했으며, 취옹정(醉翁亭)은
구양수의 정자 이름이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할미바위와 할애비바위(왼쪽)
첫댓글 두루 두루 다니시네요 ~
더욱 강건하게 뽜이팅 하십시오 ..
언제 또 이렇게 부지런히 다녀오셨데요,,,존경스럽습니다...이런때 아니면 한가하게 경치를 구경하기 어렵겠지요
안녕하세요 악수님
안면도 다녀가셨네요ㅎ
그런데 다녀간 일자 2015년으로 쓰셨네요?
내일도 멋진산행 하세요^^
쌩유.^^
산아 님과 함께 산행한 지도 꽤 오래되었네요.
아무튼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