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그분을 뵌 것은 동숭동 대학병원 어느 병실에서였다.
몇 달 동안 전화를 않 받으시다가 가까스로 연결된 음성은
따님의 목소리였고 말기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소식..
바로 그 직후였다...
-------------------------------------------------------------------
어느 날 밴드연습실에 초로의 신사 한 분이 통기타를 들고
나타나셨다. 효녀 따님이 수소문 끝에 무대에 한 번 서보고
싶으시다는 아버지의 소박한 소망을 이루어 드리려고 등을
떠밀다시피 억지로 모셔온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임시로
나의 밴드 멤버로서 연습에 참가 하게 하시고 그해 10월 무대에
같이 서시도록 배려를 하여드렸다.
그는 강남의 유명한 치과 의사였다. 강남 구청 옆 그의 치과는
일 년에 한 달은 간호사들로 하여금 단골 환자 예약만을 받게 하고
부부가 30년 동안 세계각지를 두루 여행한 여행가이기도 하였다.
지중해 크루즈만 세 번 타셨다는데.. 배안의 세개의 무도장에서
밤마다 열리는 댄스파티 그리고 여행 막바지 하선 전날 밤에 캡틴
선장이 주최한다는 댄스파티에서 기립박수를 수차례 받기도한
최초의 한국인 부부이기도 한 그는 모던 왈츠의 대가였다.
주로 의사 부부들이 주축인 모던 댄스모임은 TV 방송에도 여러 번
보도 되였고 매달 힐톤 호텔 대연회장을 빌려서 화려한 드레스, 연미복
약 100여 쌍의 부부가 모여서 댄스파티를 한다는데, 원래 그 모임의
창설 멤버이자 초창기 회장을 지내셨었고 원만한 모던 왈츠강사들을
가르치셨던 국내 최고 수준의 기량 보유자이셨다.
댄스스포츠의 올림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국 블랙풀 대회
우승 챔피언 커플이 여러 나라를 순회공연 중 입국, 이 분의
실연 기량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셨다.
두 분 따님이 미국에서 치과의사들이라 부부만 살고 계시는
경기도 광주 오포의 교수마을 단독주택에 초대를 받아서 우리 팀
밴드 멤버들과 가보았다. 2층인 주택 내부의 반을 수직으로 터서
난간 계단과 2층 복도에서는 아래의 플로어를 내려다 보게 된 구조로
부부가 왈츠를 연습하는 공간의 화려하고도 단아한 구조였다...
힐튼호텔 연회장에서 부부의 결혼 40주년 축하 댄스파티에 꼬마
손자가 나비타이 연미복에 화환을 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을
축하하러 플로워 가운데로 걸어 나오는 영상을 한쪽 벽의 스크린을 내리고 보았다..
원형으로 둘러선 약 150 여명의 우렁찬 박수 소리...
아~ 인생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댄스스포츠 5종목, 햇수로는 어언 십여년을 했다지만 모던 왈츠는 겨우 중급 정도만
하다 그만둔 나로서는 국내 최정상급의 실력을 보고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아~...
기실, 내가 댄스스포츠를 정식으로 시작 하게된 계기는 2001년경 스위스 제너바에서
열리는 회의에 우리 정부 대표단을 따라서 NGO 대표로 세 번 출장, 약 한 달간을
머물렀을 때였다. 약 80개국 150명 정도의 회의가 끝나갈 때쯤 보통 '쫑파티'를 한다.
이때, 유럽 각국 대표나 회의 참석자의 부인들이 기차, 항공편으로 제네바에 온다.
서양인들의 댄스는 스윙등 리듬에 맞추어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일 뿐이나, 그러한 파티
문화나 분위기에 익숙하지 아니한 동양인들 중국, 일본 대표들은 나와 같이 한쪽 구석에
둘러서서 명함이나 서로 주고받고 그저 칵테일이나 홀짝거리며 축 내기가 일수였다.
-----------------------------------------------------------------------------------------------------------------
2015.10.31 동백 기흥호수 조정경기장 옆에 아트트럭 무대를 세우고 용인시장님등도
참석한 공연에 '10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씨가 부르기 직전 순서에 그분과 함께
나의 밴드는 몇곡 공연을 하였다. 미국에서 우정 날아온 따님들도 무대의 아버지를
응원 했다.. 따님들의 예견대로 그해 겨울 그의 지병은 급속도로 악화 되였고...
광주 오포 그 분의 댁에는 미술을 전공 하신 사모님의 그림들이 연습장 벽면들에
가득하였고.. 마을 주민들인 교수 내외들을 초청해 가끔 부부가 댄스시범을 보여
주셨다던 그 플로워...
일 년에 한 달, 병원 일은 잠시 정지하고 부부가 다녀오신 수많은 나라들의 사진들...
힐튼 그랜드볼륨 홀 중앙에서 시연 하시던 노부부의 대형 왈츠 사진...
이 한 세상.. 삶을.. 멋지게 살다 이맘때 떠나 가신 그분의 모습이 오늘 아련히 떠오른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첫댓글 멋진 인생!!!
멋진 여행!!!
삶을 여행처럼~
맘껏 누리고. 가신 분이시네요.
과연~저렇게 멋지게 사실 분들이 얼마나 계실런지....
부러울 뿐이네요
멋진 삶을 살다 가신 그분...
남은 가족 분들도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 이여 지기를 바랍니다.
정년을 앞두고 댄스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학원에 다녔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중도포기한게 후회가 됩니다 지금은 용기가 나질 않아서 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