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3시에 본가로 돌와 왔어요. 그분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모두 지닌체로요.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시간과 상황이 우리를 갈라 놨습니다. 어제의 일입니다. 여행 마지막날 데이트는 조금 일찍 만나서 귀국시간 전까지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뭔가 반지 외에 다른 증표를 남기고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주선자 선교사님께 전화가 와서 숙소로 돌아오라고 하시더군요.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숙소로 갔는데 베트남 매니저님이 제 결혼관련 서류를 가지고 엄청 심각하게 제 예비 부인님과 대화를 하더군요. 뭔가 엄청난 하자가 발견됐나? 설마 내것이 위조됐다고 오해하나?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것은 아니고 제 결혼서류 두장이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주선자님께서 부르신 거고 빨리 영사관 가서 등본초본과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 받아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처리 늦으면 공항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영사관까지는 한시간 거리인데 공항이 50분 거리입니다. 1시간 50분을 길에서 버리는거죠. 원래 한국이면 2,30분 걸리는 거리죠. 별수 없이 제가 주선자님의 직원과 일보러 가는동안 저의 그분은 제 부모님과 함께 공항으로 가 있기로 했습니다.
베트남의 거리는 너무 더워요.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에 더위가 겹쳐 정말 힘들더군요. 제발 10년후엔 에어컨 틀수 있는 자가용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이분들은 사고가 나도 우리처럼 보험 부르고 멱살잡고 싸우고 욕하는 일은 없더군요. 데체적으로 사람들이 유순했습니다. 제가 싸우는걸 못 본걸수도 있겠죠.
영사관에 겨우 도착해서 서류발급 받으려 했는데 등본초본은 발급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시간은 없고 어쩔수 없이 대리 위임장과 위임방법 서류 챙겨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영사관에서 서류 챙기면서 주변을 좀 봤는데 한베 부부들 나이 차이가 50대 20대 초중반 60대 20대 후반 정도 되보이더군요.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모습에 참 맘이 아팠습니다. 저와 제 예비 아내는 38-32이에요. 저도 오기전에는 띠동갑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나이 차 많이 나는 그분들에 비해 나는 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포들이 저 나이까지 결혼 못해서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서류 챙기고 가는 중에 어차피 늦어지는거 꽃다발 선물하려고 꽃가게 들려서 빨간 장미 18송이를 샀습니다. 프레지아는 별도로 들어오더군요. 꽃말은 첨부된 사진 보시면 됩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없어서 바로 꽃과 미리 준비한 200달러를 주고 입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200달러의 의미도 첨부된 사진을 봐주세요.
들어갔다가 서류 못 드린거 있어서 뛰쳐 나와서 주선자님께 서류 드리고 그분과 한번 약하게 포옹했습니다. 그분의 눈빛도 아쉬움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죠. 순간 작별 뽀뽀하고 싶어서 그분 볼에 뽀뽀하려다가 꾹 참고 그냥 입국장으로 들어 갔습니다. 수속 다하고 다시 나와 봤는데 이미 돌아가고 없더군요. 출국 절차만 밟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문자를 남기고 비행기 탔습니다. 비행기 타고 귀국하는데 반지 한번 보고 울컥하고 그분 생각나 한번 울컥하고 지금 글 쓰는 순간도 울컥합니다. 제가 이런 마음이 들지는 몰랐고 이런 멘트와 선물을 할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옆에서 아버지는 저보고 멋있다 하시며 우시고 얼마나 좋으면 귀국 내내 잠도 안주무시고 그분 사진만 계속 보시며 좋아하셨어요. 참 저는 불꽃효자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답장과 함께 제가 준 꽃을 사진 찍어서 페북에 올렸더군요. 살포시 좋아요 눌렀습니다.
글 쓰는 지금도 아쉽고 울컥합니다. 이것이 이산가족의 심정인가 싶어요. 하지만 한두달 후에 또 만날거니까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질 뿐이지 괜찮아요. sns로 연락 주고 받으면 되니까요.....
첫댓글 아이고..... 부러우면 지는건데...^^7 충성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