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제 맘대로 주무르고 싶나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는 생명이다. 언로가 트여있어야 대화도 할 수 있고 타협도 가능하다. 일방통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언론을 통한 여론의 여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조정하고 싶어 한다. 특히 권력을 가졌거나 돈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자기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권총을 들고 편집국에 들어가 서부활극을 벌린 사람도 있고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신문사를 처 들어가 난장판을 만든 일도 있었다. 신문사 앞에서 데모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집단의 힘으로 언론을 억압하려고 한 실례는 너무도 많지만 종교단체의 항의는 자못 심각하다.
대부분 교주의 신격화에 빠진 사람들이 이 집단의 앞잡이로 나오는데 광신자들이기에 다루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두 그 종교단체에 바친 사람들이니 막바지에 올라있는 셈이라 물불을 가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들 종교단체에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있는 정상적인 신앙단체도 있지만 때로는 사교집단이 끼어있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사리판단이 어두운 집단의식에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서 언론을 손보려고 하는 경우에는 대책이 안 선다. 역대정권이 모두 언론을 제 맘에 맞도록 조정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한 일은 드물다. 부분적으로 코드에 맞는 신문이 생기기도 했지만 큰 영향력을 가진 신문들에게는 외면당했다.
노무현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소위 메이저 신문과 코드 신문으로 양분되어 치열한 공방을 벌려봤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부의 홍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부처에서는 신문보도 방향을 적극적으로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썼다. 심지어 공무원들에게 독자투고를 권장하여 게재되는 원고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게다가 비위에 거슬리는 기사가 나오면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맞서는 방법을 권장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언론의 자유에 유형무형으로 압력이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물리적인 압박은 물론이요 정신적인 위협은 많은 언론을 위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언론의 자유를 사수하고자 하는 결심이 아무리 굳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압력은 엄청난 부담이 된다. 김대중정권 막바지에 유수한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사찰을 한 것은 노골적인 언론압박이었다. 이로 인해서 언론인의 가족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있었으니 결국 권력이 희생자를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언론도 모두 잘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보도 낼 수 있고 과장된 기사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공익을 우선으로 여기다보니 때로는 펜이 앞서간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분만을 확대하여 언론을 매도하거나 휘어잡으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가 된다. 이번에 서울에서 발간되는 해공일보(海公日報)는 상지대학교 사태에 대한 특집기사를 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본 현재 상지대 총장으로 있는 김성훈이 발행인 류중석에게 항의전화를 했다.
기사내용에 불만이 있어서다. 김성훈의 요구는 서면사과였다. 신문기사가 틀렸으면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순서인데 왜 서면사과를 요구했을까. 신문 발행인이 굽실거리며 서면사과를 할 것으로 착각했을까. 필자가 해공일보의 톱기사를 읽어봤을 때 제목과 사진이 충격적이었다.
“상지학원 상지대학교 변형윤이사장, 김성훈총장 등 탈취자들은 불법 ‘시민대학’ 중지하고 즉각 퇴진하라”는 큰 제하에 중간제목은 다음과 같이 뒷받침을 하고 있다. “권력의 등 뒤에 숨어서 거짓을 끝까지 숨겨보려는 일련의 작태, 설립자를 내몰고 운영권을 탈취하여 각종 부정과 비리를 자행”
이 얼마나 모골이 송연할 일인가. 멀쩡한 설립자가 있는데 그를 쫓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다니 이다지도 뻔뻔할 수 있을까. 이 신문이 특집으로 마련한 이 기사는 뒷면에 상지대를 설립한 김문기의 피 눈물 나는 역정을 사진으로 엮어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여세를 몰아 관계 인사들이 원주시청 앞에서 데모하는 사진도 실감 있게 실렸다.
법원판결에도 꿈쩍하지 않고 용가리 통뼈처럼 버티고 있는 현 상지대 불법운영자들이 물러날 생각은 하지 않고 정당한 보도를 한 신문사를 상대로 ‘서면사과’를 요구했다는 것은 언론을 제 주머니 물건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지켜줘야 할 절대가치임을 인식해야만 하겠다.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건 언론이 아니다.
첫댓글 언론의 자유는 어떤일이 있어도 지켜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전대열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 건필 하십시요
그렇습니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언론은 국민의 대변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현 정권이 자유민주 국가임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되겠죠?^^ 빠샤!
대통령 사고가 그러니 .. 힘으로 하면 다돼는줄알았나, 대통령도 헌법이 보장되 틀에서 일을해야지 ,군림할려며누 되나,그런거 알면서 나라을 이꼴로 만들다니. 재발 하야하던지,조용이 게시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