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교실문을 연다. 불을 켠다. 그리고 의자에 앉는다.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기도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나님~! 지금 저의 열심이 빗나간 열정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인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구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쓸대없이 신경질 내지 않도록도 하시구요. 내가 필요한 아이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채워줄 수 있는 지혜와 명철을 지닌 교사가 되게 해주세요............”
주저리 주저리 아침 기도를 마치고 성경책을 편다. 시편 10편을 읽다가 현경이의 인사소리에 또 다시 주위가 산만해진다. 마음이 분주해진다.
아차~ 아침자습 안내를 안했구나.
딴에는 구체적으로 안내한다고 한는데. 이녀석들은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오자마자 질문을 퍼부어 댄다.
“선생님 기초조사서가 뭐예요? ” “그저께 주소랑 부모님 직업.... 그거 있잖아” “
아~ 안 가져왔는데요?” 휴~
“선생님 저는 어제 일기 썼는데요~~!! 또 써요???”
“그건 어제고 오늘은 오늘 일기를 쓰란말야~” “아~”
“근데 왜 오늘 일기를 지금 써요? 집에 가서 쓰면 안되요?“ ”안돼!“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뇌를 자극한다.
갑자기 몰려든다. 역시 우리반이다. 어제 그렇게 일렀건만...
여전히 안되는건 안되나 보다.
“다들 칠판 확인하고, 가방정리! 신발정리!”
“박정이~ 선생님이 뭐랬어? 정리했어? 알림장 냈어? 똑바로 앉어~!! 책은 집어넣고~!! 빨리 일기장 꺼내~! 써~!!”
전쟁이다. 말하는게 갑자기 서글퍼진다.
1,2교시는 미술이다. 전담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기 군기좀 잡을랬더니 벌써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이러면 안되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이것들 또 엄청 떠들겠구만...
“선생님 죄송해요~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진땀이 난다. 이것들아 제발 제발 부탁이다. 이런 애들을 남겨두고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하다. 돌아보고 또 뒤돌아본다. 쉽사리 떠나질 못하겠다.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료 제작실에 들렀다. 난리다. 여기저기 딩구는 컴퓨터하며 캠코더가 더욱 마음을 무겁게한다. 도저히 지금은 무리다.
다시 교사연구실로 향한다. 차 한잔의 여유와 이것 저것을 정리하면서 조금 마음을 가라앉힌다. 일교시가 마치자마자 교실로 달려간다. 잘하고있으려나? 다행이다 퍽 진지하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다시 연구실로 향한다.
2반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선생님 총무지예~ 총무가 하는 일 잘모르지예.. 주임선생님이 좀 가르쳐주라고 하셔서예~
2교시 마치면 조금 빨리오셔서 차좀 준비해줄 수 있습니까? 잘 몰라서 그러셨나본데.. 좀 부탁합니다. 다른 선생님 보시기에 좀 그렇게 보일수도 있으니까예~~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시구요~!”
언제봐도 2반 선생님은 멋지다.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하며, 언제나 조근조근하고 차분하다. 그리고 참 착하시다. 닮고 싶다. 그러나 저러나...
이크~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나보다.. 이선화 선생님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거보면,...
일찍 온다고 오는데.. 언제나 다른 분들이 먼저와 계신다. 내일부턴 애들이고 뭐고 내팽겨치고 종치자마자 달려야겠다.
첨으로 다과를 준비해놓고 다른 선생님들을 기다려본다. 괜히 기분이 좋다.
그동안 못다한 것을 한꺼번에 만회한 기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는데.. 도저히 도저히 해독 불능이다... 분명 한국말을 하긴하는데. 뭔말이랴??
웃으면 같이 따라웃고,, 심각한 표정지으면 덩달아 해본다.. 어리하다...... ^^
3교시 수학시간...
2교시의 연속이다. 아직까지 색종이를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다.
“2분 준다.. 2분 만에 정리해~~”
“10초 남았어~~ 10 9 8 7 ......0 동작그만..!!! 정리 안된 사람 앞으로 나와~”
“ 박정이~! 허준호! 김중훈! 나와!”
“손들어~ 칠판에 손올려~” 손 모양대로 그려준다.
“이 자세로 10분동안 있는거야~ 칠판에서 손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1분 추가! 시작”
자세가 너무 웃긴다. 웃으면 안돼 ~ 안돼~ 진지해야해~~ 캐도 어쩌냐? 자꾸 웃음이 난다.
아이들을 등지고 한번 웃고나서, 다시 인상을 한번 써본다. 근데 이내 또 웃음보가 터진다.
말짱 꽝이다.~~!!!! 애들도 덩달아 웃는다..
“웃지 말고 수학책 꺼내 ~! 5쪽 펴보세요~~”
“자~ 우리 어제 뭐 배웠지요?” “배수요~”
“배수가 뭐예요?” “어떤 수를 한배 두배 한수요~”
“오늘은 약수에 대해 배울꺼예요~“
“쵸코파이 6개를 똑같이 나누어 담으려고 합니다. 모두 몇가지 방법이 있을까요?”
쵸코파이를 보는 순간 또다시 눈이 뒤집어진다.
통제 불능의 상태까지 와 버렸다.
“조용~ 퀴즙니다. 잘듣고 답하세요~ 떠드는 사람 안시켜준다.!”
조용하다... 70개의 또랑또랑한 눈들이 나만 쳐다본다.. 어라~ 괜히 내가 긴장되네..
“이렇게 6을 나머지 없이 나누어 떨어지게 하는 수를 뭐라고 할까요?“
“약수요~” “너 탈락~ 손들고 발표합니다.”
“어~ 지현이 말해보자~~”
“약수입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다. 너무 쉽다는둥 가르쳐줬다는둥~~~ ^^
이번에는 모듬퀴즈다.
“여기 주머니속에 문제가 있습니다. 각 조 이끔이 나와서 받아가세요~ 아직 보면 안돼 보는조 탈락! 준비시작! ”
억시 진지하다. 지금껏 내가 본 모습중에 젤 진지한 것 같다.
이것들봐라 쵸코파이 하나에 이렇게 진지할수 있나? 그렇게 목터져라 외칠때는 들은척도 안하드만......... 휴~
그렇다. 쵸코파이 하나에도 이렇게 진지할 수 있는게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아이들이다.
이렇게 3교시를 마치고 말하기 듣기 시간...
비유적 표현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했다. 지난시간에 그렇게 비유적 표현에 대해 일렀건만...
묵묵 부답이다.
마음을 비운다. 모르면 다시 하면 되지...
교과서 글들이 형편없다. 아이들의 관심을 조금도 자아내지 못한다. 허나 어떡하랴~
준비된 자료가 없는데.. 모른다 해도 할 수 없고 재미 없어도 할수 없다..
마지막 정리 문제로 우리 반에서 젤 잘 웃는 사람이 누구냐니까..
다같이 “민정이요~” 이런다.
“민정이 앞으로 나오세요~”
“민정아 친구들 앞에서 한번 웃어보자!”
“예쁘지요? 퀴즈........ 민정이의 웃는 얼굴은 마치 ( )같다.”
상품은 쵸코파이 하나~ 주어진 시간은 1분~ 1분안에 최대한 멋진 말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저리서 야유가 터져나온다. 덜컥 겁이 났다..
민정이한테 되려 상처를 주는건 아닌지......
그런데 참 멋진 말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반 까불이 진우가 일어선다.. 상품때문인지 진담인지. 짜식 부끄럽지도 않나??
“민정이의 웃는 얼굴은 마치 천사 같습니다. 왜냐하면 천사처럼 웃는 모습이 예쁘기 때문입니다” 이러고 소리치면서 앉는다. 참 멋지지 않는가?
그밖에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오늘의 엠브이피는 당연 김진우!!! 다...
마지막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 재량시간이다..
계속해서 뭐할꺼냐고 묻는다. 가끔은 이런 질문들이 짜증이 난다.
“눈감어~ 손머리~~~ ”
눈감어 손머리~~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는데.. 나도 어쩔수 없는 선생인가 보다..
눈감어 손머리 선생님 봅시다........ 하루의 1/2을 이 말들로 도배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하루의 1/2을 “그게 뭐예요?“로 도배를 한다..
이내 조용해진다..
“다들 눈감고 손만 책상 위에 올려두세요~”
“너~ 손톱 깎고 와~ 알았지? 내일 다시 검사 받아~”
“근대요 선생님 선생님은 왜 손톱이 이렇게 길어요?”
등줄기가 서늘하다.......... 할말이 없다........... 주워 담지도 못할 ..........
참으로 어리석은 말을 뱉어 버린다..
“선생님이니까.. 손톱 깍기 싫으면 니도 선생님 해라! 하하하하 ”
하도 머쓱해서 웃음으로 무마시켜보려하지만...
여기 저기서. 또다시 소리들이 불거져나온다..
“우리선생님 손톱은 호랑이 손톱~~, 끌키면 죽겟다 맞제??” 이게 왠 쪽이란말이냐?????
“조용~~~”부끄러우니까 괜히 또 인상한번 써본다...
“다들 눈감고 손머리 오른손만.. 내려~~~ 들리는 소리 5가지 이상 쓴다.. 시작”
조금도 가만히 못 있는다...... 눈감고 손머리는 했지만 할거 다하는 아이들이다.
필통 떨어지는 소리 딱풀 굴러 가는 소리, 연필 떨어지는 소리~~
오만 소리가 들린다.
수호천사놀이를 진행하는데........ 아무리 자기가 뽑은 사람을 아무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해도 여기저기서 들켰단다...... 휴~
들킨사람 다 나와~ 카니까.. 7명이 나온다.. 다시 섞어 뽑아~~~
“다들 뽑았지요~ 이제 자기가 뽑은 사람의 수호천사가 된거예요! 일주일동안 편지 한번...
그리고 500원 이하의 선물 하나.. 어려운일 도와주기...“
“어려운일을 어떻게 도와줘요? 들키자나요!!!”
단순하기는.........
“어려운 일을 들키지 않고 도와주는 방법 하나!! 수호천사는 한번만 도와주고 다른 사람의 부탁은 세번 들어준다... 단순한 사람들은 속겠지요?”
다들 알림장내고 알림장 쓰세요~~~
알림장은 안내고 저마다 난리다.........
도저히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달았다..
“모두 손들어 눈 감아~~손 귀에 바짝 붙여~~“
‘10분이다,, 아니다....... 5분만 할까? 아니야~ 벌은 엄하게......그래 10분이다..
아니다. 그래도 넘 불쌍한데..........‘
심히 괴롭다.... 8분을 채운다.. 비비틀고 끙끙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현이는 머리카락 한움큼을 위로 세우고 머리카락에 의지해서 손을 들고 버티고 있다.
도저히 못보겟다..
다들 손내려~~~~~~~~
조용히 알림장써~ 알림장 다쓴 사람~ 청소시작~~~~~~~
분주한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씁쓸하다... 한심한 하루다......... 낼은 또 뭘로 전쟁을 할것인가? 은근히 기다려진다.
진우가 내 마음을 달래준다.
“선생님!!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어요~ 번호도 없고,, 여자예요? 남자예요. 누구예요?”
“보자 보자 누군데??????????”
헉쓰~~~~~ 경악을 하겠다..
그이름은............
“ 김! 선! 혜!”
“야 니 장난치나?? 낼 까지 누군지 알아와~~ 어? 김진우 알았어?”
“누군지 어떻게 알아내요~ 들키면 어떻하하라고~~~`? 가르쳐 주세요~~~ 네???”
김진우~~~ 대단한 아이다.........
내가 졌다....... 오늘은 너의 날이다........... 진우야~~~~~~~~~~~ ^^
첫댓글 푸하하하~~ 진짜 우끼다./// 근데 하루 일과의 반이 벌주는 거고~ 역시 선상님이다.. 그러니깐 내 머리속에 벌받은 기억만있지~~~ㅋㅋㅋ 진짜 궁금 한거 하나??? "교대가면 벌주는거 배우나???"ㅋㅋㅋ
울 칭구 쏘네 화이링이다. 정말 니가 자랑스럽다..선혜야 열심히 본분을 다해서 꼭 존경받는 쌤이 되기를 바래요^^ 내가 니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니는 아나? ㅋㅋ 기도하께..따랑해
나는 우슬초 지체들을 대할 때 한 번 씩 이ㅐ런 마음이 든다. 동병 상련, 우이 독경 등등 ㅋㅋㅋ 설교 시간에 집중 안하고 2부 순서 땐 열심히 떠들고 성경 공부 땐 도망 가고 등등 니 이제 내 맘 알겠제
선혜는 글을 어찌나 잘 적는지 머리속에 그려진다ㅋㅋㅋㅋ 재미겠다 근데 칠판에 붙어서 손들고 손바닦 대고 그것도 모자라 손모양을 그리기까지...... 좀 잔인한것 같다 ㅎㅎㅎㅎ 그건 요령도 못펴서 벌받는 얘들이 많이 힘들겠다 선혜는 알고 보니까 고문관이구나 ㅋㅋㅋㅋㅋ
넘웃긴거 아닉???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