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
#2 천사
01. 날개 없는 천사들 (2)
날개 없는 천사들의 손에는 피가 묻어있습니다.
사람의 피가 묻은 천사들은 천사일까요? 악마일까요?
-이브의 서 中-
"띠리리리 띠리리리."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뭔가 급한 것을 알리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휴대폰의 주인인 두건을 두르고 안경까지 눌러 쓴 소년은 느긋하게 받았다. 그러는 중에서도 느긋한 걸음을 유지하고 했다.
"여보세요."
"상진이형인가?"
"응. 성열이냐?"
"뭐 지금 이 시간에 나 말고 형한테 건화걸 사람은 있나?"
"없지. 용건만 간단히 말해."
"아, 그래야겠데. 지금 말이데. 단장이 귀국한 데."
"단장이? 알았어. 언제쯤 오는 데."
"아마도 내일 오전 비행기인 것 같데. 형은 오지 않아도 되지만 형이랑 늘 붙어다니는 그 계집애 같은 녀석은 꼭 데리고 와야 한데. 그 녀석은 신입이니깐 말이데."
옆에서 조금 흘러나온 통화내용을 들은 소희가 끼어들었다. 그 소년은 '성열' 말대로 남자인 지 여자인 지, 구별 하지 못할 정도로 외모가 예뻤다.
"누가 계집애 같다는 거에요? 오타쿠 주제에."
"아, 마음대로 생각하래. 아 그리고 상진이형은 로리타 녀석 좀 찾아봐 달래."
성열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상진은 소희에게 말했다.
"단장이 귀국한 데."
"들었어요. 상진형. 그럼 아린 누님도 오는 거에요?"
"몰라, 그 녀석은 바쁘니깐 안 올 수도 있지."
"그래요?"
소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근데, 그 오타쿠 녀석이 말하는 로리타는 누구예요? 아니, 상진형 그보다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죠?"
"집 앞 편의점에 음료수 사러."
"그래요? 그럼 여기가 집 앞 편의점이에요?"
그들이 있는 곳은 시끄러운 놀이공원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기서 집 앞 편의점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더 놀라운 곳은 집에서 이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버스나 전철을 타도 30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상진과 소희는 10분을 갓 넘기고서 도착한 것이었다.
"후유, 나 참 어떻게 하면 10분 안에 여기에 올 수 있어요?"
"나도, 몰라."
"오늘 안에 집으로 갈 수 있어요?"
"응."
"그렇게 느긋하게 답하지 말아요. 한 대 치고 싶으니깐."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날개가 있었다.
전철역 앞에서 빨리 가고 싶은 초이와는 달리 진성은 시계를 보면서 전철을 계속 보냈다. 분명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틀림 없었다. 계단과 시계를 반복해서 보는 진성을 본 초이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불안은 현실로 다가와 버리고 말았다.
"늦었죠? 진성씨."
우아한 목소리와 등장한 사람은 바로 초이의 담임선생님 한명선이었다. 명선의 옷차림은 초이와 반대로 노출을 완전히 없앤 투피스 옷이었다. 노출을 줄였지만 초이와 대조적이게 어른스러운 면은 더 해갔다. 명선과 옷차림과 자신의 옷차림을 반대로 본 초이는 얼굴을 구겼다. 아니 명선이 등장할 때부터 뿌루퉁해져 있었다.
"괜찮아요. 저희도 방금 왔는 걸요."
"거짓말 30분 전부터 기다렸잖아요."
한순간에 명선에게 묻혀버린 초이는 진성에게 이런 식으로 대들었다.
"네? 30분씩이나요? 죄송해서 어쩌죠. 더군다나 초이와 나들이 같은 데 제가 끼어서."
"괜찮아요. 어차피 공짜 티켓 3장이니깐요."
초이는 후회하고 원망했다. 그 바람이 2장을 날려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그리고 눈치 없이 명선을 부른 진성도 원망스러웠다.
"꺄아아아악."
놀이공원에 도착한 초이를 반긴 것은 바로 사람들의 비명과 함성이었다. 저마다 움직이는 각종의 놀이기구들에 시선을 뺏긴 초이는 금세 뿌루퉁 한 기색도 사라진 듯 보였다.
"굉장해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진성은 초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초이 넌 저거 탈 꺼지?"
"네?"
진성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본 초이는 얼굴이 바로 구겨졌다. 그건 다름 아닌 페인트칠이 벗겨질 대로 벗겨진 500원만 넣어주면 흔들흔들 거리는 유니콘 모양의 기계였다.
"저런 건 안 타요."
"그래? 그럼 어떤 거 할래?"
"저거요."
초이는 손가락으로 당당하게 가리켰다. 그건 요전에 발표를 끝낸 놀이기구였다. 그건 높은 곳에서 회전과 함께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의 개량 판 토네이도 드롭이었다. 진성은 초이의 무리한 선택에 약간 불안한듯 했다.
"초이야. 차라리. 다른 거 타자. 회전목마라든 지 그런 거 있잖아."
"그래, 초이야. 저거 타다가 크게 다치면 큰일이잖니."
"싫어요. 저거 탈 거에요."
초이가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이길 수 없기에 진성과 명선은 그곳으로 향했다. 바로 앞에 서자 위압감은 더 해졌다. 사람들의 비명이 좀 더 가까워지자 초이의 다리를 덜덜 떨리고 있었다. 1시간가량을 기다리고 초이가 드디어 놀이기구를 타려고 하자 직원이 초이를 붙잡았다.
"저, 꼬마야. 잠깐만 키 좀 재볼까?"
"네? 네."
초이는 기린으로 되어 있는 자에 대고 섰다. 기린의 키가 약간 커보이자 직원은 웃으면서 말했다.
"꼬마야. 이것은 키가 135Cm 이상이어야지 안전하게 탈 수 있어. 꼬마는 다른 거 타야 한다."
"네? 말도 안 돼요."
직원의 말에 진성과 명선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초이는 다시 한 번 재달라며 까치발을 들었다. 그렇다고 무려 8Cm를 커버 할 수는 없었다. 이제 다시 난감한 건 바로 명선과 진성이었다. 1시간을 기다렸으니 초이 때문에 안 탈 수도 없었다.
"어떡하죠?"
"1시간을 기다렸는 데 그냥 타죠."
"하지만, 초이가 혼자 있는 데."
"초이가 저래보여도 17살이에요. 과자 사준다고 아무나 따라가지는 않는 다고요."
"그렇겠죠?"
"초이야. 이걸로 아이스크림 사먹고 저 벤츠에서 기다리렴."
진성은 초이에게 500원을 주었다. 그게 초이를 더 굴욕적이게 만들었다. 벤츠에 앉아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핥으려고 하는 순간 바람에 아이스크림은 힘없이 낙화하고 말았다.
"이게 뭐에요."
"뭐, 오늘 하루 액 낀 거지."
"그게 다 사신씨 때문이에요."
"내가 뭐?"
"사신씨가 아침에 이상한 말 해서. 그런 거에요."
초이는 목걸이를 있는 힘껏 돌렸다. 어느덧 사신은 초이와 화풀이거리가 돼버렸다. 진성과 명선은 흐뭇하게 나왔다. 초이가 기다리는 벤츠로 가는 동안 둘의 거리는 아까보다 가까워졌다.
"어떡하죠? 초이에게 미안해지는 데."
"나중에 아이스크림 하나 더 사주면 돼요."
둘이 오순도순 이야기 하고 있을때 한 살기가 감도는 목소리가 명선의 귀를 자극했다.
"잘 놀고 있군. 살인자."
익숙한 목소리에 명선은 뒤를 돌아봤다. 그건 바로 두건을 두른 소년 상진이었다. 상진을 본 명선은 저절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그건 본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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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핫, 대사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오타구->오타쿠.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잘 읽었어요. ^^
재밌는걸요. ^^
흡입력 있게 잘 쓰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