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4.4.25.
홀아비바람꽃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여전히 새하얀 꽃잎, 단정하고 귀엽게 갈라진 잎, 아담한 크기까지 참 마음에 드는 꽃인데 이름이 홀아비바람꽃이라니... 너무한 이름이 아닌가 싶다가도, 홀아비라고 해서 항상 궁상맞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젊었을 때보다 생각의 가짓수는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허용의 폭이 넓어진다는 말이 되겠네요. 사람이 착해진 건지 물러터진 건지 각자 판단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꽉 막힌 늙은이로 찌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답니다.
하여간... 왜 홀아비바람꽃일까?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떠올릴 법한 의문입니다. 예전엔 꽃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면 한참을 책을 뒤지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고 하면서 오래오래 생각을 정리한 뒤에야 겨우 세상에 조심스레 운을 띄울 수 있었지요. 요즘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금방 찾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마치 쉽게 얻은 것보다 어렵게 얻은 게 더 애착이 가듯이요. 어쨌든 또 생각의 가짓수가 많아진 증거... ㅎㅎㅎ
'아네모네'라는 학명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바람의 딸'을 의미하니 '바람꽃'이라는 이름을 가져왔을 것이고, 여름에 피는 '바람꽃'이 긴 꽃줄기 끝에서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데에 비해서 딱 하나의 꽃만 피니 '홀아비'를 붙여서 '홀아비바람꽃'이 되었을 거라는 유래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