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벌어져 다시는 다물지 못하는 입처럼
옷장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씹고 있는 음식물을 느닷없이 밀고 나온 토사물처럼
입에서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는 토사물처럼
옷들이 주르르 옷장 밖으로 엎질러져 있다
한 덩어리의 옷더미 속에 팔이 솟아나와 있다
다리가 여러 개 빠져나와 있다
누군가가 입고 있다는 듯 단추를 꼭꼭 채우고 있다
황급히 몸이 빠져나간 자리에 목이 솟아났던 구멍이 있다
팔다리에 손발이 돋아났던 자리가 있다
숟가락을 물고 식은 죽처럼
먹다가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입을 기다리는 죽처럼
뭉개진 모양 그대로 굳는다
목에 팬티를 덮어쓴 채 굳는다
팔에서 양말이 돋아난 채 굳는다
팔다리와 목과 가랑이가 머리카락처럼 엉킨 채 굳는다
몸 없는 채로 몸의 기억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것들이 굳는다
병원에 간 주인을 기다리는 늙은 개의 눈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킁킁거리며 찾는 코처럼
옷에는 하나같이 구멍이 뚫려 있다
제 안의 구겨진 어둠으로
구멍들이 황급히 빠져나간 목과 팔다리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