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IT 따라잡기] 2020.10.01
2009년 '익스플로러' 60%… 2020년엔 '크롬'이 66%죠
◇크롬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닐 때 여러분은 어떤 프로그램을 쓰나요? 누군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인터넷을 돌아다닐 수도 있고, 누군가는 '크롬'이나 '웨일'을 쓸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익스플로러와 크롬으로 접속해서 보는 인터넷은 서로 다른 걸까요?
◇초기 인터넷 독점하던 익스플로러
한때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은 익스플로러예요. 빌 게이츠가 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995년 내놓은 웹 브라우저이지요. 당시 빌 게이츠는 인터넷이 미래의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Windows)'에 익스플로러를 탑재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버드대를 다니다 중퇴한 빌 게이츠가 친구인 폴 앨런과 함께 1975년 단 1500달러만 갖고 설립한 회사입니다. 1981년 IBM이 최초로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PC)에 탑재할 운영체제인 엠에스 도스(MS-DOS)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지요. 1990년 오늘날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를 내놓았어요. 5년 후 개발한 익스플로러는 윈도 독주에 힘입어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며 웹 브라우저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지요.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시간이 갈수록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그 이유는 익스플로러가 인터넷 표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 /그림=김영석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정보통신 기술은 '약속'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쓰든 어떤 컴퓨터를 쓰든, 내가 보낸 정보와 상대가 받아보는 정보가 똑같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인터넷 역시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같은 기구를 통해 끊임없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1990년대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글과 사진 정도만 보던 때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으로 쇼핑도 하고 게임을 즐기면서 신용카드로 돈도 내게 됐답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별도의 작은 프로그램인 '액티브 엑스(Active X)' 를 컴퓨터 안에 심어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액티브 엑스는 공인인증서를 비롯해 갖가지 보안, 결제, 게임, 동영상 등 다양한 새 기술들을 끌어안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액티브 엑스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직 익스플로러 안에서만 작동했거든요. 다른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액티브 엑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사이트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여기에 각종 비표준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서 익스플로러 속도도 점점 느려졌지요.
◇2008년 크롬의 등장
그러던 2008년 미국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직접 웹 브라우저를 개발해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크롬'입니다. 원래 개발자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창틀'을 가리키는 일종의 코드명이었는데 이것이 이름이 됐어요.
크롬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자체적으로 웹 브라우저를 만들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당시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었던 에릭 슈밋이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웹 브라우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개발을 반대했죠. 개발자 출신인 두 창업자는 크롬 시험판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끈질긴 설득에 나섰고, 가까스로 개발에 착수했답니다. 크롬이 완성되는 데만 4년이 걸렸고, 이 과정은 현재 구글을 이끌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CEO가 이끌었습니다.
크롬은 딱 두 가지에만 집중했습니다. 글로벌 표준을 지키는 것, 그리고 빠른 속도였죠. 처음 크롬을 써본 사람들은 '내 컴퓨터 성능이 좋아졌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해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크롬엔 무거운 보조 프로그램들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구글은 모든 서비스를 글로벌 표준에 맞춰 개발했고, 어느 기기를 사용하든지 크롬을 통해 웹사이트를 빠르고 안전하게 볼 수 있게 했어요. 더 나아가 201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터넷의 중심은 단숨에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아갔지요. 스마트폰에선 액티브 엑스 등 익스플로러 보조 프로그램을 쓸 수 없었거든요. 2009년 3.2%였던 크롬의 점유율은 11년 만에 20배 이상 늘었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익스플로러는 점유율 60%에서 1.4%로 쪼그라 들었죠.
◇전 세계 66%가 쓰는 크롬
올해 8월 기준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66%가 크롬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소통합니다. 우리나라도 크롬이 점유율 1위입니다. 다만 아직 많은 관공서나 금융기관이 공인인증서를 액티브 엑스를 통해서만 발급해서 아직도 익스플로러를 쓰는 사람(약 11%·데스크톱 기준)이 많은 편이에요.
크롬도 시간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예전보다 느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초기 크롬처럼 웹사이트를 빠르고 안전하게 띄워주는 다른 웹 브라우저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이 2003년 개발한 '사파리', 마이크로소프트가 2015년 개발한 '에지'입니다. 이들 역시 초기 크롬처럼 날렵한 데다 휴대전화든 컴퓨터든 어느 기기에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럼 앞으로 인터넷을 어떻게 접속하면 될까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아직 크롬입니다. 현재 크롬으로 제대로 볼 수 없는 사이트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익스플로러가 요즘 인터넷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갑자기 익스플로러를 없애면 액티브 엑스 기반의 각종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에지'부터 개발한 뒤 익스플로러는 더 이상 새 개정판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이제 익스플로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거예요.
☞웹 브라우저
인터넷 웹사이트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해요. 브라우즈란 문서를 군데군데 훑어본다는 뜻이기 때문에 웹 브라우저란 웹사이트의 내용을 둘러 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란 뜻이랍니다.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