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 10대에 바라본 60대
제가 10대 때 까지만 해도 어르신 나이 60을 넘기면 두 분을 모시고 색동저고리 입혀서 잔치를 했습니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지팡이 짚은 어르신을 길에서 만나면 아무리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했습니다.
집에 불이 나도 가장 먼저 어르신들을 구해 냈습니다.
정초(正初)에는 서로서로 어르신의 집에 세배를 갔지요. 그래서 전 이 분들이 굉장히 존경스러운, 훌륭한 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 20대에 바라본 50대
제가 0관구 사령부 본부근무대에 근무 할 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났습니다.
사령부 주임상사(그때는 원사 계급이 없었음)와 직할대대 상사들이 모두 할아버지 인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왠 할아버지들이 군복을 입고있지?」 이런 버릇없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장군들도 그 분들에게 경어를 쓰는 것입니다. 알고 봤더니 이 분들은 모두 6. 25참전 용사들이시고 월남전에도 참전하신 역전의 노장들이며 장군들도 이 분들이 걸어오신 길을 존경하며 이분들의 권위를 존중해 주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맥아더 원수의 말도 배웠고요..."
◇ 30대에 바라본 50대
나이가 30줄에 들어서니 저의 어깨에도 무거운 짐이 지워집니다.
야근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근 해야 합니다. 안하면 그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월,화,수,목,금,토,일 이라고 하지만 저의 일상은(저 뿐 아니라 대부분 책임감 있는 사람들은...)
월,화,수,목,금,금,월 이라고 자조하는 일상이었는데요.
이 무렵에 우리 또래들이 많이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좋아서 어르신들이 저의 삶에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큰 일을 만날 때 마다 이 분들이 앞장서서 서로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선해 주고 채워 주셨는데
제 눈에는 마치 손오공이 마술을 부리는 것 처럼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 40대에 바라본 50대
나이 40이 되니까 50대가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이 분들이 가지고 계신 잠재역량이 의외로 대단합니다.
50대의 인맥(人脈)은 고난과 역경의 험로를 거쳐온 공통분모로 연결 되어 있어서 아주 뿌리가 깊습니다.
이 분들의 세계에서 '그놈 싸가지 없어'
이런 말 돌아버리면 상대방은 힘들게, 힘들게 지내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어르신들에게 잘 해 드린 편이라 무난하게 40대를 보냈지만 그렇지 못한 또래들은 고생 많이 했습니다.
◇ 50대가 바라본 60대
드디어 저도 정상(頂上)에 올라왔습니다.
정상에 올라와 보니 비로소 세계가 보이고 눈이 열리며 뭔가에 대한 깨달음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저의 시대를 거쳐가신 60대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이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제가 50대가 되니 30, 40대 들이 우리의 30, 40대 같지 않습니다.
얘들은 뭔데 한 일도 없으면서 당당하고 할 말 다하고 아는 것도 많고요 쉽게 설득당하지 않습니다.
말은 또 청산유수처럼 얼마나 잘하는지. 그래서 존경은 커녕 대우도 별로 받지 못하고 50대는 지나가버리고 말았지요.
◇ 60대가 되고 보니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50대 까지만 해도 전통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있었는데 제가 60대 되고 나니까 없던 말이 생깁니다.
꼰대, 틀딱, 노털, 연금충, 할매미, 헬스클럽보다 소염/진통제 없이는 못사는 층
우리가 젊었을 때는 이런 말 쓰면 맞아 죽지는 않더라도 대번 주위에서 태클 들어갑니다.
그런데 지금은 못된 정치의 부산물인가? 표가 안되니까 갈라치기의 희생양으로 삼았는가? 정말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그래서 70대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르신들., 젊었을 때는 고생 많이 하셨지만
이런 험한 꼴들을 눈으로 안보고 귀로 안듣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 70대의 문턱에 서서
아직도 생각과 마음은 적어도 30대 입니다.
체육방송(야구, 축구, 배구 등등)을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열받친 소리가 나옵니다.
'야 이새꺄 투스트라익 스리볼이면 당연히 다음 공은 삼진 잡기 위한 유인구지 왜 그걸 모르고 속냐 새꺄'
그러나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70대의 슬픔은 근로의 현장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용시장에서 70대는 행정편의 주의와 획일주의에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무르익고 사리분별력이 탁월하며
경륜이 풍부하다는 것은 우리들 만의 아우성이고 정책의 일선에서 70대의 존재는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제가 자서전을 쓰면 혹시 모를까 제가 걸어온 파란만장한(죽을 고비만 두번,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숱한 훈련, 등등)
사연들을 누가 알겠습니까? 이젠 저도 시내버스 무임승차권을 기다리며 임플란트 2개의 비용을 지원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70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향하여 한마디 하고 끝을 맺습니다.(글이 너무 길지요? 쓰다보니 감정이 ....)
「야 이놈들아 너희들 늙어 봤어? 난 젊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