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8년 6월 18일. 카온 들이 그란로드 성단에서 온지도 며칠이나 지나고, 언제나 그랬듯 용자들은 그때의 혼란은 잊고 간신히 안정을 찾은듯 했다. 비록, 브레이브 폴리스는 아직도 GGG의 메탈락커룸에서 신세를 지고 있고, 센푸지 콘체른 용자들은 ARK에 신세를 지고 있었지만.
오전 9시 30분.
천황도의 ARK에서 그럭저럭의 생활을 보내고 있던, 용자특급대 가인의 새로운 즐거움은, 스파클 브레이브들의 락커룸에 가는 것이었다. 언제나 이곳에는 싸움을 비롯,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즐거움은 풍부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네놈은 왜 언제나 그모양이야!!!"
"시끄러! 이 시퍼런 머리칼 녀석이!!!!!"
백발의 백호와 푸른색 머리의 청룡의 싸움은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검과 창을 빼는 것으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가인이 보기에는 로봇몸이었을때는 아슬아슬할정도로 살기가 넘치는 대신 행동은 무뎠는데, 지금은 공격이 엄청 날카로워 진 대신 살기는 사라졌다, 는 것일까. 지금은 목숨걸고 싸운다고 말해도 대련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크흠, 자, 저 녀석들은 미뤄두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던 것일까. 입구에 서서 백호와 청룡의 싸움을 보던 가인은, 저 멀리에서 단단하게 말하는 지현의 목소리에 몸을 움츠린채 입구 옆에 잠자코 서 있었다. 백호와 청룡의 싸움을 곁에두고, 방의 중앙에는 지현과 ARK의 메카닉 슈퍼바이저인 유 찬영 박사, 그리고 카온, 카이, 블레이드, 썬더리온, 현무, 주작과 비영이 서있었다. 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현과 찬영을 뺀 그들이 일신에 상당한 힘을 갖추고 있는 [스파클 브레이브]라는 사실은 이 방에서는 가인만이 새삼 느끼는 사실이리라.
그 인간들의 앞에는, 상당히 위압적이고 흉악한 동물모양의 로봇들이, 마치 인간들의 지시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앉아있었다. 백호, 청룡, 주작, 현무의 모습을 한 동물의 로봇, 그리고 그 앞에는 보랏빛 매모양의 로봇, 그러니까 비영의 원래동체가 있었다. 저런 녀석들 몸에서 저런 미형의 인간들이 분리 되었다는 건가. 한순간 드는 위화감에, 가인은 저도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니까, 현재 가이아 워리어즈의 동체에는 내가 원래 넣어둔 간이형 AI만이 동작하고 있어. 어느정도 발전은 한듯하지만, 뭐랄까. 인격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일까."
"흐음....그래? 비영의 동체에는 뭐가 들어있는거지?"
생소한 단어에 거의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찬영과 그 뒤쪽의 가인은 그 의미를 파악할수 있었다. 방대한 정보를 모아 처리한다는 컴퓨터의 특징 하나를 극대화해 가지고 있는 AI로, 이를테면 CPU의 기능축소, 발전형인것이다. 센푸지 콘체른에는 이미 시판을 위해 이것의 연구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가인은 알고 있었다.
유 찬영은 이 집단 중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이 들어보였다. 실제로는 23살전후지만, 2년은 더 먹어 보이는게 그의 모습이었는데, 그것과 함께, 언제나 침착함을 보이는 그 행동때문에 이 무리가 많은 집단에서도 조금씩은 경어를 써주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그에게 이정도로 방만한 말투를 쓰는 자도 딱 하나만 빼놓고는 없다.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거 아니냐, 카온. 비스트로노비치 박사라면, AI 공학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으로, 특히 바이오 컴퓨터의 이론확립에 기여한 사람이지. 이건 좀 아니지만, 한달전에 손녀딸을 유괴당한걸로 유명하고."
"흐음.....유박사가 이렇게 긴 말을 한것은 처음들어보는데."
"..........대체, 내 말을 뭘로 알아 듣는거냐...."
이러면 저 침착한 유박사가 카온에게 주먹이라도 날리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까봐 재빨리 끼어든것은 주작이었다.
"그렇다면, 저것들에는 간이형 AI가 동작하고 있단 말이지? 인격은?"
"없어. 있다고 해도 상당히 낮은수준이야. 일부러 집어넣을 필요도 못느끼고."
"흐음, 그래?"
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작.
"그래서, 형의 말에, 일단 저 넷을 자무키엘의 AI에 연결하고, 상황에 따라 운용하겠다고 하더라고.."
"그 말대로다."
"뭐야, 설마 손목시계같은거에 대고 컴히어 어쩌고 외치면 자무키엘이 듣고 신호를 보내 저녀석들을 불러내는 것인가?"
"뭐, 이상황에서는 전대물도 괜찮다고 보는데. 수도 색깔도 대충 맞지 않나?"
태연하게 말한 찬영이었으나 그 파장은 상당했다. 한순간에 파악한 카이등은 천천히 가이아 워리어즈 + 비영의 수를 꼽아보고, 약간 늦게 파악한 카온등은 한순간에 장난기를 띄어버리고, 그 대상이 된 가이아 워리어즈의 백호와 청룡은 싸움을 멈추고, 현무, 비영, 주작은 한발자국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 파장은 그정도의 영향에서 세력을 접었다. 물론, 지금부터 시작이었지만.
카온과, 진중하게 말한 카이의 이 말을 시작으로, 기해 가이아 워리어즈 + 비영의 '어이, 그만둬!!!'제스쳐가 발동했지만, 이미 망상의 나래가 활짝 펼쳐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겐 씨도 먹히지 않았다.
"흐음.....제작해 볼까. 옛날에는 코스프레도 자주 했지."
"어, 형도 했어?"
"아아. 특히 타이즈는 손이 많이가서..."
"농담은 적당히 하라고..."
끝에 이어진 청룡의 말을, 그때까지 대화를 이어가던 찬영과 지현형제는 싹 무시.
"그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이름은 뭘로할까."
"역시 야수전대 메탈비스트 같은 거 어떨까."
"아니야, ARK는 공무원이니까.....시립전대 다이켄진같은건 어떨까?"
"시립전대라. 지구를 지키는 공무원이란 말이지? 지방공무원쪽이 더 재미있지 않아?"
"너무 흔하다니까, 요즘은. 그렇다면 역시 야수전대가...나을까. 리더의 입버릇은 '너의 뼈와 살을 분리해 주마!'정도로 해줄까?"
"아니아니, '앗싸 좋구나'라는 것도 좋잖아. 옛날만화에 나왔지."
"엇, 그거 본거냐?"
"사흘동안 놀지는 않았어."
썬더리온에서 시작 블레이드로 끝을 맺는 이 콤비의 이 대화에, 아직은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가이아 워리어즈가 힘들게 만든 웃는낯을 내밀며 다시한번 중지권고를 했으나, 역시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필살기는...그래! 슈퍼 이나즈마 빅장이..."
"이 자식들!!!! 작작해먹엇!!!!!!!!!!!!"
책상이 있다면 꼭 뒤집을 듯한 기세의 백호가, 마침내 그 이름답게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고함을 치고 말았다. 그러나, 역시 상상의 나래는 아직 그 월광접을 접지 못한다.
"아! 그래, 반경 400리안의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설정도!"
"멍청한! 그러면 한사람이 너무 강해지잖아. 전대물은 개개인이 적당히 약해줘야 된다고!"
"그거야, 원래 약한데 상관 없지 않겠어?"
웃는 얼굴로 검지손가락을 쳐들며 말한 방자한 카온의 말에는, 물론 방자하기는 해도 악의는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분명 누군가들의 분노를 불러오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자식들, 없앤다!!!!"
"그동안 쌓였던것, 모두 풀어주마!"
"........--++"
[아아, 역시, 여기는 재미있단 말이야.]
잠시후 일어난 소동을 보며, 가인은 뭔가 뿌듯한듯한 마음에 웃었다. 가이아 워리어즈의 남자 셋과 그들을 잡고 일어난 블레이드, 썬더리온, 카온, 그리고 카이간의 악의가 넘치지만 살의는 없는 그 싸움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가운데서 점점 가열되고 있었다.
"조금 시끄럽지 않나?"
"아니? 별로..."
세이지의 이 물음에, 얀차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언제나 처럼이지만, ARK의 중앙상황실에 죽을 치고 있던 그들은, 결국 상황은 모두 오퍼레이터들에게 맞기고 그들의 원래의 생활전선, 즉 피아캐럿에 가기를 결의(?)하고 일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센푸지군은 계속 바쁜가 보군. 얼굴이 안보이는데?"
중앙상황실을 나서며 혼잣말처럼 말한 얀차의 말에 세이지가 대답했다.
"아마.....본사가 날아갔으니 새로 공사를 하는 거겠지. 그러고보니, 유우타군도 통 가게에 나오지 않는데?"
"그쪽도 본거지가 날아갔으니까. 하지만 브레이브 폴리스는 그렇다 치고, 센푸지 콘체른까지 탄로났을줄은.....하긴 정보수집능력 하나는 뛰어나다니까, 놈들."
"GGG의 베이타워 기지까지 탄로났을 정도니. 우리도 대단한 첩보능력을 갖춘 용자는 많지만, 아직도 녀석들은 오리무중이야."
"정보가 부족해서야 반격을 걸고 싶어도 걸수 없겠지....뭐, 지금으로선 우연이건 실력이건 있는대로 끌어서 그때그때 대처하는 수 밖엔 도리가 없을듯해."
"그래, 그렇지.......얀차, 세븐 체인져는 여기에 대기 시킬꺼지?"
"응? 다간을 데리고 도쿄까지 갈거냐?"
"아. 그리고, 스파클 파워즈....아니, 브레이브였나. 그녀석들도 잠시 휴식시키는게 어때? 계속 이런 기지에 틀어박히게 하는것도 별로고. 계속 싸우는것도 이런데 박혀있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잖아."
"아, 알았어. 그건 그렇지만...하아, 이해가 전혀 안돼. 며칠전까지만 해도 로봇이었던 녀석들이 이제는 인간과 전혀 다를바 없는 모습이라니. 위화감이 든단 말이야."
"옆집 경찰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광경을 네가 못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아무튼, 말하고 올테니까. 세븐체인져는 여기에 대기시켜줘."
"알겠어."
세이지와 얀차의, 48시간의 휴식허가를 들은 지현이 주작에게 안기자 주작이 돌연 쇼핑을 외치기 시작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이거 꼭 해보고 싶었어!!!!"
"...........훌륭한 이유다. 반박하고 싶지만 유치해지지 않은 이상에야 반박할수 없군......"
청룡의 패배감이 어린 목소리를 만들게 한 주작은, '쇼핑'이라는 한마디에 굳어버린 다른 용자들을 둘러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꼭 쇼핑 안해도 되잖아. 이왕 휴가라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해보면 되잖아요? 나 쇼핑도 하고싶고 지금까지는 하지 못한것이 잔~뜩 있다고. 그러니까 그런것 하면 되잖아?"
"...........비슷한 성별이라서 묻는데 말이야, 비영, 너도 저것 하고 싶나?"
"...........그게........성별이 아니라 개인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영씨, 같이가요! 재미있을것 같지 않아요?"
'로봇이었을때는 한 스물다섯살이나 서른살살쯤 되는것 같더니, 지금은 완전 고교생이군. 대학생정도밖에 안보인단 말이다...' '.....다만 분출되었을뿐.' 백호와 현무의 마음속의 혼잣말이다.
"쇼핑인가.....뭐 괜찮지 않을가. 게임이란 것도 흥미가 끌리던걸. 한번 해보고 싶고 말이지."
"그래요? 블레이드는 그런것에 흥미 없는줄 알았는데요?"
"뭐, 한번쯤은 다른 인간들이 하는것을 해보는 것도 경험이겠지."
지현의 말에, 블레이드는 그렇게 말했고, 그것에는 썬더리온이 찬성했다.
"그래. 정말 맛있는 요리를 먹고 감동하는 그 느낌은, 로봇으로서는 경험할수 없는거지."
"........어째서 그런 얘기까지 비약되는 거냐, 너?"
"........카온, 조금 어휘가 늘었군. '비약'이라는 말까지 쓰다니."
"누가 바본지 알앗!!!!!"
버디버디 한 사이는 아닌 것이 카온과 진호였었다. 하물며 자신감이 넘쳐지는 듯한 카온과 더 난폭해진듯한 썬더리온의 상황에서야 별수있는가. 금방 높아지는 말소리들은 볼륨을 줄이는 마음으로 무시한채, 지현이 손바닥을 부딛치며 말했다.
"그럼, 옷을 사러가자!"
".........옷?"
약간 얼빠진 소리로 대답하는 백호에, 비영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저희같이 갑옷을 입고있는 상태에서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쉽습니다. 과연, 그래서 위장의 역활로..."
"아니.....뭐 꼭 그런것은 아니고......아하하. 주작도 그렇게 말하고, 특별히 할일도 없잖아. 모두 옷도 사고 머리도 좀 자르면 어때? 너무 고전적인 틔가 나잖아. 카이도."
".......이 옷이 뭐가 어때서. 전혀 칙칙하지 않단 말이다."
거의 모두가 카이의 그 생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결국 민주주의라는 법칙에 입각, 카이도 겉모습에 조금 보완계획을 적용하기로 했다. 본인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였지만.
"즐거운 것 같은데. 지현이."
"................언제부터 여기 온거야?"
"훗, 하나밖에 없는 형을 그렇게 박대하면 안되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군."
언제부터인지, 스파클들의 집단에서 슬쩍 빠져나와, 지금은 전함 '페이시드 베이스'의 콘솔에 기대어 조용히 커피를 음미하는 찬영의 모습을 싫다는 듯 바라보며, 하인은 언짢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들의 중앙스크린에는, 마침내 '도쿄 돌입작전'의 세부사항을 검토하는 스파클 브레이브들에 스파클 스피릿에 플러스 지현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언짢게 담배에 불을 붙이다니, 묘기를 하는구나."
"묘기 하고싶어서 하는줄 알아? 형이 있으니까 자연히 나오는거야."
"담배는 대체 몇갑이나 피우는 거냐?"
"여덟갑인가. 요즘은 두갑 더 는것 같은데."
"폐에 구멍뚫리기 시작하면 몸에 않좋아."
"이름만 에볼류더는 아니지."
언짢게 말하는 하인의 말에 찬영은 할말을 잊었다. 하긴, 에보류더의 자기치유능력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니까. 신체 능력은 보통사람보다 조금 웃도는 정도의 하인이지만, 그 자기치유능력, AISG와 융합한 덕분에 얻은 자기치유능력으로 인해, 하인은 '에볼류더'라는 칭호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뭐, 괜찮겠지."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하인이 너도 지현이 따라가면 어때?"
"일이 있어. 새끼고양이와 또 외근이야."
"........새끼 고양이라니. 미스 카디프를 그렇게 부르면 또 화내. 그녀가 화낼때마다 힘이 드는것은 에릭씨 뿐이고."
"그 에릭씨는 지금 가족과 함께 코르시카나 시칠리아나 어딘가 멀리에서 휴가중이야. 별수없이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수 밖에 없어."
"싫다 싫다 하면서도 미스 카디프와 같이 다니는 네가 참 대견스럽군 그래."
"총으로 쏜적도 몇번있어. 뭐, 항상 피하니 다치는 곳은 없으니까 걱정할것은 못돼."
하인과 르네의 관계는 거의 앙숙에 천적같았지만 그렇게 제멋대로인 녀석들이 지금은 샹세이르에서 같이 파트너다. 정말, 찬영에게 있어서는, 샹세이르의 방침이 무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괴수는 같이 묶어서 조련시킨다는 건지 뭔지.
"..............건투를 빌지. 무슨일이야?"
"비스트로노비치 박사의 아들이 죽었어. 아내와 같이. 푸에트로 리코에서 요트를 타다가 요트 엔진이 폭발해 둘다 즉사했지."
"뭐!? 어째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커피가 넘쳐 흘렀지만 찬영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당장 험한 기세를 내뿜는 찬영에, 하인은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형이 비스트로노비치 박사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깊은줄은 몰랐는데."
"헛소리 집어쳐!!!! 비스트로노비치 박사라니.......그 노인에게 그렇게 심한짓을 하는 녀석들이 도대체 누구야!!!!!"
"글쎄. 과학자로서 그 노인네가 신망이 깊은것은 같지만, 우리 샹세이르에게는, 바이오네트에게서 배신한 과학자의 한사람에 불과해."
".........바이오네트?"
"다음은 비스트로노비치 박사가 목표가 되겠지. 그 박사가 당하면 우리가 공작중인 바이오네트의 많은 인원들이 흔들릴테니까, 샹세이르에서 나와 새끼고양이에게 경호임무를 떠넘겼어."
하인의 흔들림없는 말에, 충격 받았다는 듯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던 찬영은, 한참후에야 간신히 수습한듯, 평정을 찾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햇다.
"..........호오, 경호라면, 좁은 공간에 둘이 웅크려 몇날몇일동안 있는건가?"
"..........형이 옛날에 동인 활동을 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돼먹지 못한 이상한 전개는 만들지 마!!!!!"
"네가 담배를 끊으면 생각해 보지."
"..........뭐, 망상은 자유라니까. 그럼 가겠어."
"아아."
형제의 작별은 이렇게 시원찮은 것이었다. 하인이 코트를 끌며 나간 후, 찬영은 다시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혼잣말로 말했다.
"..........비스트로노비치 박사라......대체......."
오전 10시 27분.
도쿄의 시가지를 달리고 있는 한 경찰차 모양의 로봇의 안쪽.
[........대장, 신체리듬이 상당히 떨어진것 같습니다. 아르민 기술고문도...]
"아아."
"응."
운전석의 유우타와 조수석의 레지나는, 경찰차 모드로 변형해 있는 데커드 맥스의 두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 무생물의 용자로봇의 안을 점거하는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물인 주제에 무생물보다 더 못한 바이오리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두 인간이고, 덕분에 하나의 무생물은, 성격에 않맞게도 생물적으로 말을 먼저 꺼냈다가 두 생물의 왠지 무생물적인 대답을 듣고 만것이었다.
[.......들어가 쉬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안돼."
"싫어."
그 대답은 생물답게 동시에 돌아왔다. 의외였던 것은, 반론설명도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논리적이지 못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와."
"쉬고 싶지만 쉬었다가는 영영 안깰까봐서..."
두 사람의 그 말을 데커드 맥스는 조금은 이해하고 있었다. 브레이브 폴리스의 용자들은 현재까지는 GGG 메탈락커룸에 임시본부를 개설하고, 순찰과 경찰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런와중에 유우타는 데커드에게 임시 지휘를 맞기고, 자신은 경찰청과 일본정부의 여러사람을 찾아다니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브리핑도 십수차례나 했다고 한다. 이유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 브레이브 폴리스의 예산을 감당하기 위해서. 레지나는 현재 GGG 베이타워 기지 해저에 임시로 설치된 도크에 있는 브레이브 폴리스의 이동형기지 [브레이브 베이스]의 최종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ARK의 '페이시드 윙'에 착안을 받아, '전천후이동지휘함'의 목적을 띄고있는 브레이브 베이스는, 일단 겉모습 자체로는 페이시드 윙같이 '날렵한 전함'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전함이었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적절히 칠해지고, 무장은 보통인 대신 복합형 레이더를 강화해 전선에서의 지휘를 확실하게 하고, 보급기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300m정도의 방어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건조까지, 진통을 많이 겪은 것도 사실이었다. 경시청의 예산으로는 택도 없을정도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했고, 기술 원조야 다른 단체들에게 받았다고 해도, 현재 EPT 대응장비를 개발하느라 엄청난 예산을 써버린 브레이브 폴리스로서는,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게 당연했다. 그때문에 인력은 절감되어 레지나의 고생은 심해지고, 유우타는 정부의 사람들에게 몇차례나 브리핑을 하고 설득을 해 간신히 예산을 받는 지경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니 지금 피로가 극에 달한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때문에 ARK에서 온, 조금 순화 시켜서 '놀러가자'라는 말에 응할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정신이 말짱한 지경에 할것도 없으니 놀러나 가자, 라는 생각에 데커드 맥스를 타고 지금 약속장소로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상태에서 놀러갈 생각을 하다니. 자신의 대장과 기술고문이라는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데커드 맥스였다. 물론 두사람다 겉보기로는 정상이었다. 옷도, 유우타는 평범하게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레지나는 후드가 달린 주황색 반팔 티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있어, 어떻게 보면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평범하게 외출나온 차림이었다. 하지만, 눈가의 깊은 검은 자국이란...그 피로는 인간의 것이 아닌듯 했다.
"데커드 맥스는 상태가 어때?"
[예?]
"갑자기 돌아와서 놀랐지만, 요즘은 신경조차 못써주고 있어서 미안."
"그래. 나도 정비 해줄테니까."
유우타와 레지나의, 여전히 무생물적인 생기없는 목소리는 너무낮고 또 감정이 없어, 한순간 데커드 맥스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사고 회로에 혼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아....예......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걱정보다는....;;;;]
하지만 대답은 무언. 둘은 대단히 축 처진 몰골로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도쿄, 이케부쿠로(쇼핑몰이 많은 도쿄시의 한 부분.).
위에서 충분하게 설명된 유우타와 레지나의 상황이지만, 불행하게도 스파클 브레이브들에게 전달된 사항은 저 위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것이었고, 충분히 설명 되었다고 해도, 이미 와서 진을 치고 있는 폭풍의 용자, 센푸지 마이토군과 그 마이토의 '놀아보자!!'사상에 감화되어 있는 스파클 브레이브 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렇게 피곤하다는 거냐? 유우타는 허약하네~!"
어깨를 힘차게 두들기는 마이토의 기세에 이리 흔들렸다 저리 흔들렸다 하는 유우타의 모습은 사실 불쌍하다고 평받아도 될만한 정도지만, 불쌍하게도 그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정도로 애틋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도 벌써 이틀인가 사흘 밤을 샜단 말이야. 하지만 이팔청춘에 그정도로 뻗으면 곤란하지!"
"..........너.......말야.........."
토모나가 유우타. 적어도 현재까지는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그렇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러나 역시, 사람과 물은 그 형질을 변하는데에 특기인것이다. 이렇게 흔들려서야 상처받은 마음에 금이 가는것은 당연. 끓어버리는 것도 당연이다.
"작작햇!!!!!"
"우악!!! 무슨짓이얏!!!!!"
마침내 작렬하는 브레이브 폴리스 대장 대 폭풍의 용자의 혈투는, 그 난잡함이 하늘을 찌르고 그 혈기가 땅을 가릴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뿐.
"좋아!!! 일단 옷이다!!! 사러가자!!!!!"
"..........아, 난 빠질래. 아무래도 난..."
"무슨 소리냐! 카이! 네놈은 칙칙하니까 더 단정하게 해둬야 한다고!!!"
"뭐가 어째!!! 갑자기 나이들어보이는 네놈보다는 훨씬나!!!"
"뭐라고!!!?"
결국 현무가 백호를, 청룡이 카이를 끌고, 지현, 주작, 그리고 비영의 뒤를 이을때까지, 서로를 향해 악다구니를 써대는 그들의 관계는 악화전선을 치달아 갔다.
"흐흠. 아까부터 본건 싸움밖에 없는것 같은데."
"아무래도 네녀석이 온것이 화를 일으키나 보군."
"뭐, 서로 피곤한것 뿐이니까. 그렇겠지."
칙칙한 갑옷 + 칙칙한 옷을 입지않고, 그래도 인간의 품위라는 옷의 기본형을 유지하는 스파클 브레이브 카온과 스파클 스피릿 블레이드, 그리고 썬더리온은, 한 그룹이 왁자지껄하게 떠나가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아직도 난투를 벌이고 있는 유우타들쪽을 잠시 보고는, 서로를 마주봤다.
"뭐할래?"
"여기는 쇼핑몰이니까.....아키하바라(전자상가가 많은 도쿄의 한 지역.)나 가볼까?"
썬더리온의 말에, 둘의 귀가 쫑끗 세워졌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다. 게임몰 같은게 많이 있는."
"아아. 그럼 거기나 가볼까."
"뭐, 시간 때우는 데는 좋지 않을까."
점점 사람이 모여드는 가운데, 관심거리가 된 마이토와 유우타의 난동극에서 재빨리 멀어진 그 셋은, 아키하바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뒤의 마이토와 유우타와 레지나를 모르는 듯 행동하면서.
".........확실히, 사람들 눈에 띄기는 하는군."
".........당연하지. 그럼 갑옷입은채로 거리에 나오면 사람들이 무시해 줄거라고 생각했어?"
청룡의 말에 주작이 삐죽대듯 말하자 청룡은 신음성을 내었다.
옷을 사러온 가이아 워리어즈와 카이, 지현들은,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코스프레라고 둘러대기는 해도, 갑옷을 입고있는(전편 참조) 그들의 모습은 특이하다 못해 어째보면 촌스럽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편들이라지만, 너저분한 갑옷이란 것은 그 외모에 매치를 못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그 눈에 띄는 사람들은, 거의 쫓기듯 이 매장에 들어와, 지금은 옷을 고르고 들어가 있는 백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늦는군, 바보녀석."
"저기.....말이야."
"응?"
현무나 비영은 지현을 따라다니며 옷을 고르고 있었고, 카이는 멀찍이서 흥미없다는 듯 서있던 차라, 탈의실 바로 앞에 있던 청룡과 현무는 그들과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드물게도 주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청룡은 백호하고 왜 그렇게 싸우는 거야?"
".........................뭐?"
"아니, 요즘들어 주위에 말다툼도 늘은것 같고....."
"상관할 일은 아니지 않냐."
"............뭐야, 그 태도는. 그럼 진짜 백호가 싫어서 그러는 거야?"
"............""헤에. 가만히 있는것 보니 그런건 아닌것 같은데."
"............다르니까."
"응?"
"다르니까, 자주 충돌하는 거다."
"그것뿐?"
"그래. 특별히 녀석이 싫은것은 아니다."
이것은 문제발언? 이라고 한순간 생각한 주작이었지만, 그것을 놀릴만한 시간을 주지않고, 청룡이 다시 말을 잇는 바람에, 급히 입을 다무는수밖에 없었다.
"..........다 신경이 날카로워 져 있다."
"응?"".........마이 페이스를 지키는 그 세녀석 빼고, 아까의 난투극을 벌인 그 둘을 빼고. 여기 안의 녀석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신경이 날카로워 져 있어. 나도 포함해서."
".........그래?"
".........내가 아닌듯한 느낌 때문인가.......전부다 로봇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란 모습으로 땅을 밟고 있잖나........"
혼자말 하고 있네. 이럴때는 가만히 놔두는게 좋을까....주작은 그렇게 생각하고, 발끝으로 땅을 톡톡 차며 청룡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불안하니까.........일까. 요즘들어 말다툼이 잦은 이유는."
".........."
"...........뭐, 서로에게 악의는 없어. 그냥 불안을 푸는 일뿐이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는것이 좋을지도."
".........응."
그리고, 다시 옷을 이것저것 고르는 무료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탈의실의 문이 벌컥 열렀다.
"캬악! 이거 뭐야! 위에는 달라붙고 밑에는 팔락거리잖아!"
모두의 시선이 그 탈의실 문 앞에서 나온 소리의 주인에 집중되었고, 곧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말았다.
"...........백호....인가?"
"...........머리가 하얀것 보면 그런것 같은데."
텁수룩했던 뒷머리를 몽땅 뒤로 묶고, 앞머리중 옆의 한가닥을 고리로 묶은 헤어 스타일에, 상의는 딱 달라붙는 검은색 쫄티를, 하의로는 굉장히 통이 큰 힙합풍의 흰색바지를 차려입은 백호의 그 모습은, 아까까지 있었던 '촌스러운 전사'풍의 그 촌스러웠던 모습을 일신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그 자신은 그 옷의 꺼림찍한 질감에 기분나빠해 하고 있었지만.
"........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거저 먹기로 격언된것이 아닌거 같은데."
"........"
지현의 말에 현무가 무언으로 고개만 끄덕거려 줬다.
"으으....이것보다는 갑옷이 훨씬 편하단 말이다! 젠장..!!"
"......이상하군, 이 철갑이 가볍다는 소리를 하다니."
"시끄러워! 젠장..."
청룡의 빈정거림에 투덜대며, 자신의 갑옷과 대검을 들고나온 백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갑옷은 대충 바닥에 던지고, 띠로 대검을 등에 묶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저 구석에 서있던 여종업원이 눈쌀을 크게 찌푸렸지만, 지금에서야 그녀의 작은 행동이 신경을 끌리 있겠는가.
"그래도 보기좋군. 이제야 사람같아."
"닥쳣!!! 다음은 네놈들 차례다!!! 어디, 그 모습들이 얼마나 변하는지 보잣!!!!!!"
백호의 핏줄선 손가락의 배웅을 받으며 탈의실에 들어간 청룡은, 십여분만에, 백호와 비슷한 '기분나쁜 표정'을 하며 나왔다.
"........조금 붙는군."
"........어때. 내 기분 알겠냐?"
"........으...음...."
......빗질좀 해줘야 겠는걸. 저 산발의 푸른머리를 정리하려면. 지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푸른 장발과는 묘하게 매치가 되는 흰색 티에 푸른색 청바지라는 평범한 복장을 보며, 단순한 복장인데도 일단 원판이 좋으니까 잘 어울린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멋진 프로모션을 하면서 기분나빠하는데 이유를 이해 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함께.
".......현무도 왠지 기분이 나쁜것 같군."
"........."
고개를 흔들면서도 묘한 느낌이라는 듯한 얼굴의 현무가 탈의실에서 나왔을때는, 큰 갑옷이 벗겨지자 너무 마른듯한 느낌이 드는 생각이 모두에게서 떠올랐다. 상당히 호리호리한데다가, 지현과는 키 차이도 너무나는 장신에, 헐렁한 흰색의 반팔 와이셔츠에 정장바지인듯한 것으로 최대로 볼륨을 줘도, 뭔가 고목나무같은 느낌인 것이었다. 뭐, 보기는 좋았지만.
"...............으음..."
십분후, 한참을 계속, 뭔가 고민하는 듯한 현무의 신음소리에 맞춰, 주작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지현의 웃음섞인 목소리에 자신있게 대답하는 주작이었지만, 다른멤버들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흰색의 플레어 스커트에 들어있는 옅은 분홍색 꽃무늬에는 전혀 적응을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물론, 그것을 입고 챙 넓은 흰색 모자를 눌러쓴 그 여자를 보며 밉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지만.
"..........저도 그것을 입어야 합니까?"
"골라줄까? ^.^"
".........사양하겠습니다."
금방 헤쓱하게 질리는 비영. 자신이 고른 옷을 들고 주춤주춤 탈의실로 가, 십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비영. 대체 무슨일일까 하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주춤주춤 비영이 나오는 순간, 모두의 눈이 크게 띄어졌다.
"..........놀라셨다면 갈아입겠습니다만..."
"아니, 아니에요! 분위기가 틀려 보여서..."
황급히 손을 내젓는 주작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모두 생각했다. 소매없는 옅은 하늘색의 셔츠에 짧은 청색 반바지가 보랏빛의 단발머리 조금 매치가 안되어 있었지만, 대신 보랏빛 일색의 ,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갑옷모습때 보다는 훨씬더 그녀의 매력을 살려주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현이나 주작과 함께 거리에 나간다면 뭇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리라. 뭐, 백호나 청룡이나, 다른 남자들도 분명 시선을 끌겠지만.
청룡의 말에 극렬하게 반응한 카이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주위의 분위기에서 자신의 상황은 꽉 붙들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지현의 시선에 담겨있는, '다른 사람들은 다 빼입었는데, 너만 그렇게 있는 다는 것은 말도 안돼잖아'라는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그 시선에는 도저히 저항할수 없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결국 검을 내려놓고(그러고보니, 여기 올때는 모두 무기를 두고 왔는데도, 어찌된일인지 백호와 카이는 검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어느사이에..), 카이는 지현이 건네주는 옷을 받아들고(팽개칠까도 했지만, 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현무의 모습에 생각을 조금 바꿨다.) 탈의실로 향했다.
"하아....카이는 싫은것 같네."
"하지만 고집을 피우지는 않는다. 백호하고는 틀리지."
"무슨 소리 하는거냐, 청룡!!! 쓸데없이는 고집 피우지 않아!"
"그건, 언제나 너의 의견이 무참하게 꺾일 때고."
".........크으...!"
패배감에 젖어버린 백호의 처절한 신음이 약 이십여분간을 이가는 소리와 함께 듣기싫은 이중주를 연주할 무렵, 탈의실의 문이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물론, 그 소리를 듣는순간, 아무 소리도 안하던 여 종업원이 스트레스로 이를 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 그렇게 입으니까 좋잖아."
"........이런옷은 단 한번도 본적도 입은적도 없어."
차이나 스타일의 정장을 어떻게 캐주얼하게 바꾼 검은 계통 칼라의 옷을 입고, 원래 위로 틀어올리고 있던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며, 눈에 거슬리지 않게 푸른색 머리띠를 이마에 묶고 있는 카이의 모습은, 마치 '야쿠자'같은 모습이었다. 뭐, 분위기에 어울리는 모습이라면 뭐라도 좋지만.
"........난 야쿠자가 아니야! 이런모습이 어울릴리가 있나!"
"뭐, 야쿠자건 깡패건 일단 어울리면 그걸로 족하지 않나?"
"........백호 네놈은 날라리 같은 모습인데, 그것도 어울린다면 좋겠냐?"
"뭐얏!! 그렇게 보인단 말이야!!?"
'.......이건 절망적이다..'라는 것을 어깨를 축 늘어트린것만으로 표현해낸 현무의 행동은 오랜시절을 스트레스속에 찌든 감시자 같은것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흥, 야쿠자니 깡패니, 그런것에는 신경 써주지 않았으면 하는군."
카이는 그렇게 말하며, 벗어놨던 자신의 옷에 손을 대었다. 기이한 광경이 나타난 것은 그때. 아무런 빛도, 소리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카이의 손 안에서 그것이 검은 빛의 손목대로 변하는 것을, 그들은 똑똑히 보고 말았다.
"! 그거, 어떻게 한거야!!?"
백호의 외침과 동시에 지현이 깜짝 놀라며 점원쪽을 바라봤지만, 다행이도 그 점원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백호의 외침에, 카이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카이가 가리키는 것은 불특정 대다수였지만, 아쉽게도 그 불특정 대다수에 해당되는 여기의 모든 인간들은 그것에 궁금증 이는 고개짓으로 사정없이 고개를 흔들었을 뿐이다. 카이는, 그것에 한숨을 푹쉬었다.
"이런....이 옷들은 우리의 몸이 생성될때부터 같이 출현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우리의 힘 일부가 변형해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할수 있지. 그렇다면, 스파클 파워를 조절해 다른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 그런거야!?"
"..........백호는 이해가 가지만 현무, 네가 몰랐다는 것은...."
'미안하지는 않군.' 순간, 카이는 현무가 그런 말을 한것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그 침묵의 현무가, 그의 갑옷에 손을 대어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한순간에 손목 팔찌로 변형하는 것을 보고 놀라며(사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일어난것을 보니, 그런 착각이 드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무는 깨달은것 같군. 중요한것은 머릿속의 연상이다. 자신의 스파클 파워가 그런 모양으로 뻗아가는것을 그려. 쉬운거니까, 금방할수 있을거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거의 이, 삼십분이 투여된 그 작업끝에, 제일 느렸던 백호까지 자신의 갑옷을 흰색의 손목보호대로 바꾸는 것을 끝으로, 그 작업은 끝이 났지만.
"자아...다 됐네. 그럼 당장 계산하고..."
웃는 얼굴로 모두를 향해 그렇게 말한 지현이었으나, 곧 지갑을 들춰보고, 딱딱한 얼굴의 점원에게, 여섯명분의 의복의 비용을 듣는순간은 그 얼굴을 굳히는 수 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여자에게도 충분히 매혹적인 여자의 미소를 활짝 지으며 말할수 밖에 없었다.
"전화한통 쓸수 있어요?"
아키하바라 거리내
"하아........왜 내가 너희들 게임비용을 대줘야 하는거지....?"
"뭘 이정도 가지고. 마이토는 지현이들을 위해 옷값도 대주잖아. 방금 전화받고 간것은 그것때문이겠지?"
"........상황이 다르잖아. 이쪽은 경찰의 박봉이라고...."
"뭐, 나중에 이자쳐서 값아줄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카온도 그것에 어깨를 늘어뜨리는 유우타도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키하바라로 가던 카온, 썬더리온, 블레이드가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바로 유우타쪽으로 홱 돌은거나, 마이토를 찾다가 마이토가 없자 대신 유우타를 끌고간거나....
......솔직히 말해, 돈을 벌 능력이 그들에겐 없지 않는가.
"하아....그러고보니,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구나, 난."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던 썬더리온이나 블레이드는 그 말을 듣지 못했으나, 그들과는 거리를 좀 두고 걸어가는 카온의 뒤를 따르던 유우타와 레지나는, 카온의 그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몇달전만 해도 넌 로봇이었군."
"지금도 로봇이야. 하지만 인간인 모습인 만큼, 돈에 대한것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로봇이라고?"
"로봇...이에요?"
"........흔한게 아니야?"
"흔할리가 없어요!!! 의체 기술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요!!! 의료용의 인공장기 기술이 막 정착하려는 게 고작인데, 온 몸이 기계인 것이 말이 되요!!? GGG의 사이보그 기술도 아직 불안한게 많은데...."
"흐음, 그래? 하지만, 내가 온 우주는 그런녀석들이 꽤 많아서..."
"말도 안돼요!!! 대체 피부같은것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레지나는, 갑자기 카온이 손을 뻗어오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에 있던 유우타가 보기에도, 카온이 잡고있는 레지나의 손은 당황에 잔뜩 굳어있었다.
"자, 차갑지?"
"이, 이건..."
"감촉도 다를거야. 뭐라더라......피부조직을 유기적으로 재구성 했다던가? 그래서 감촉도 다르다고 하더군. 열에는 강하고, 잘 찢어지지도 않고..."
손은 차갑고, 피부는 무슨, 부드러운 동물의 가죽을 만지는 것 같다.
"하아....나 이뢰뵈도 많이 생각했다고. 대체 내가 인간인지, 아니면 로봇인지."
"....정말, 많이 생각했어?"
유우타가 나직이 말하는 그 내용은 빈정거리는 뜻을 담고 있었으나, 그 말투는 정말 순수한것이었다. 그것을 느낀 카온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사실은 별로 생각 안했어."
"그럼 너는 뭔데?"
"용자잖아?"
당연하다는듯 웃으며 말하는 카온의 말에는 진심과 굳은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 말에 역시 담겨있는 농담기에, 유우타는 웃을수 밖에 없었지만. 하지만, 그 사이를 끼어드는 레지나의 얼굴에 그 유우타의 얼굴이 가려졌다.
"스캔하게 해주세요!!!"
"에?!"
열정적으로 외치는 레지나의 얼굴에, 스파클 브레이브 카온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카온씨의 몸, X레이든 단층촬영이든 스캔하게, 아니, 분해하게 해주세요!!!!"
"우악!!!? 뭐라고!!!!"
"분명 엄청나게 정교한 구조로 되어있을거야....그 구조를 완전하게 밝혀내면, 분명 로봇공학과 의학공학에 지대한 발견이 될거라고요!!!!"
"차, 참아줘!!!!! 걸음마 단계라며!!! 분해해도 조립은 할수 있는거야!!!?"
"물론 아니지만.,....로봇공학을 위해 희생하는 셈 쳐요!!!!"
"마,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맛!!!!!!!!!!!"
저 열정과 파워에 카온이 밀리고 있다. 레지나의 의지는 그만큼 강했다.
"메카....페치....인가...."
유우타는 그 말을 되새기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무슨소리 들리지 않았어?"
"음~ 글쎄."
썬더리온, 블레이드와 카온과의 거리는 어느새 멀어져 있었으니, 카온의 비명소리가 주위의 시끄러움에 뭍인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이봐, 블레이드."
"왜그래?"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며 걷지마라.....;"
안그래도, 티는 안내면서도 이리저리 열심히 이곳의 거리를 둘러보는 블레이드 였다.
"............활기찬 거리군. 이런것을 보는것은 몇천년 만일지."
"오천년 만이지? 네녀석의 그 애늙은이 같은 말은 언제라도 들어서 지겨워."
"............내가, 그렇게 말했었나?"
"말하지 않았나. 여기까지 올때의 그 날들을 생각해 봐라."
지구에 오기전의 한달. 블레이드는 썬더리온의 검술 대련 상대이자 코치를 봐주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투기술이 없으면 자멸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자신이 개천검 자신인 이 스파클 스피릿은, 쌍검으로 언제나 썬더리온을 무릎꿇게 했다.
'네놈처럼 무겁게 검을 휘두르는건 오천년만에 처음이다!!!'
'일어나!!!! 그렇게 주저앉는 녀석은 오천년동안엔 한사람도 없었어!!!'
'힘을 빼!!!!! 오천년 전엔, 그렇게 무식하게 검을 휘두른 적은 살아남지 못해!!!'
....라는 말을 해댄 장본인이 블레이드인 것이다.
"......크으. 그것은 어디까지나...."
"늙은 티, 라는 거겠지."
"......무슨소리야. 따지고 보면 네놈도...!"
"하아....글쎄. 이 몸은 최근에야 만들어진거고 내 혼은 17세의 소년의 것이다. 몸이야 어쨌든 마음은 오천살이 훌쩍넘은 할아버지가 그것을 알겠나!!!"
시니컬하던 소년의 혼을 가진 스파클 스피릿이 빈정대자, 제조년도 오천년전은 크게 격분했다.
"아아. 신경쓰지 말고....글쎄, 하지만 뭘 해야 할지..."
"....이럴땐 돈을 가지고 있는 쪽에 끌려 다녀야 하니, 내 의견은 패스하지."
"아, 그래...레지나, 이근처 어디엔가 게임샵이 있지 않나?"
"으음...몰라. 이근처는 나와본적이 없어서."
"하아...오랜만에 게임이나 사볼까 했는데. 나도 오랜만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네..."
어디로 갈지를 골몰하는 것은, 완전히 보통의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저 어깨에 담긴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겠지. 카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떨어진곳에 서서 거리를 주욱 둘러봤다.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느정도 선을 그어두며 자신을 믿자, 이번엔 다른 사물과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심안'이라는, '마음의 눈'으로, 느낌을 어느정도 크게 느낄수 있는 카온은, 겉으로는 헤헤거리며 웃어도 속으로는 그 감정과 느낌에 대해 깊히 생각할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것에 집중한다는 것도 그다지 나쁜일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다는 듯한 행위도 아니니, 느낌에 대해 고민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사람의 마음을 완전하게 읽는 것도 아니고, 감정만을 명확하게 집어낸다고 할까. 그가 싸울때, 다음 동작을 읽는것도, 시각을 넘어서 넓게 볼수 있는 것도, 다 그 감정을 종합해 보여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걸까, 라고 카온은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을 집어낸다, 는 카온의 그 무의식적인 행동은, 그래서 거리를 죽 둘러보는 단순한 행동에서도 계속 되고 있었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분노, 사랑, 환희, 증오, 아니, 좀더 단순한, 혼돈같은 감정들은 분명 카온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에겐, 단순한 생각거리일뿐, 도움을 줄수 있을때는 주지만,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관여하지 않는것이, 그의 행동 방침이라고나 할까, 선이라고나 할까, 그런것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감정에 대해, 그는 갑자기 그의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시가지 내로 퍼져 나가는 느낌, 그것은 '살의'라는 감정이었다.
"!!!!!"
갑자기 눈앞이 붉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의가 주위에서 팽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팽만한 살의가 뿜어지는 방향에는 토모나가 유우타와 레지나 아르민이 있었다.
11시 45분.
"하아,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뭘, 이정도 가지고....근데 너, 아까 전화에서는 마이토 형이라고 친밀하게 부르더니, 이제는 딱딱한 존대말이라니. 교활한데가 있단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솔직히, 마이토 형과는 이야기도 별로 없는 듯했고...."
지금은 그들의 금전적 구원자 센푸지 마이토가, 밝게 얘기하는 지현과 나란히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던 가이아 워리어즈와 비영, 그리고 카이. 머리도 손질하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의 모습은, 주위의 남성과 여성을 모두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지현이도 밝아진것 같아보여서 다행이야."
주작의 말에, 현무가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우리도 다 밝아진것 같은데? 옛날엔 밥맛이던 청룡이 조금 나아진것 같아서 말이야."
"..........그거야, 아직 젖도 안뗀 고양이를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뿐이다."
"뭐라고!!! 이 도롱뇽같은 녀석이!!!!"
그들의 싸움이 또 시작되면 지겨운 장면의 연속이겠으나, 다행이도 그 싸움이 길어지지는 않았다. 갑자기, 지현과 마이토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멈춰선 마이토가 팔로 지현을 막아서며 감싼것이었다.
"엥? 왜그..."
의아심은 단 1초만에 풀렸다. 그들 모두, 갑자기 머리를 찌르는 듯한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카이와 현무가 마이토와 지현의 앞으로 나오고, 비영이 침착하게 그들의 뒤를 막았다. 주작이 비영의 옆에 서고, 청룡이 마이토들의 오른쪽을, 백호가 왼쪽으로 서는 데는 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머리를 찌르는 듯한 그 감각, '살기'는 그대로 그들 주위를 채웠다.
지현들이 만든 그들 주위로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곳은 일본 최대의 번화가인데도.
"온다."
폭풍의 용자가 나직하게 말하는 것에, 스파클 브레이브들은 긴장하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들의 시선에 드러나는것. 번화가의 건물 사이사이, 길앞과 뒤, 그들의 주위로 늘어서는 것, 그것은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일본 표준시 11시 45분.
용자들을 뒤덮은 살기의 목적은 토모나가 유우타와 레지나 아르민, 그리고 센푸지 마이토였다.
그것을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건만, 그들이 위험을 느낀 바로 그 시간, 정작 알아챈것은 일본에서 몇시간이나 떨어진, 모스크바 국제항에서 총격전을 막 끝낸 두 샹세이르 요원이었다.
이미 출입통제된 모스크바 국제공항 전체에 걸친 총격전의 흔적과 화약냄새, 그리고 죽어 넘어져 있는, 검은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몸이 여기저기에 굴러있었다. 그리고, 그 것을 해낸 두 샹세이르 대원중, 여자쪽은 지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뭐라고!!!!? 다시한번 말해봐!!!!"
샹세이르의 대원, 코드네임 리온 레이누, 르네 카디프는 막 포로로 잡은 한명의 검은 양복의 건장한 사내를 왼팔로 들어올리며, 벽에 세차게 밀어붙였다. 부딛친 벽은 갈라지며 아우성의 소리를 냈으나, 검은양복 남자는 그것에 작은 신음만 냈을 뿐이었다.
"정말이다....비스트로노비치 박사를 죽여야 하는것은 사실이지만......이것 자체가 양동작전.....샹세이르의 눈을 속이기 위해....다! 우리 바이오 네트의 실제 목표는 토모나가 유우타와 센푸지 마이토..!!!!"
"그것을 일본에서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하다니, 머리가 나쁜녀석들이군."
샹세이르의 대원, 유하인은 방금 스무개째의 담배를 바닥에 문지르며 냉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검은 양복의 남자는 기분나쁘게 웃으며 낮게 말하는 것이었다.
"크흐흐....그 둘은 일본에서는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그들을 암살하면.....바이오 네트의 영향력은...한층더 강화....실패해도...오늘안에 다시 습격대가...."
"닥쳐!!!!"
퍼억!!!!!
리온 레이느의 주먹은 정확하게 남자의 턱을 치고, 사자의 여왕의 강인한 주먹을 정통으로 받은 남자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두방째를 날리려는 르네의 주먹은, 그러나 하인이 내뻗은 팔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잔챙이다. 놔둬. 두방 쳤다가는 유전자 조작받은 녀석들이라고 해도 견디지 못할거다."
".........알고 있었어?"
"바이오 네트중, 이렇게 조작받은 녀석들이 있다고는 들었어. 뭐니뭐니해도 워낙 넓은 녀석들이니.....하지만 큰일이군. 그런 거물을 사냥하러간 녀석들이라고 한다면...."
".........어중간한 녀석들이 가진 않을거야. 서둘러야..."
".........뭐, 괜찮지 않을까, 녀석들에게 경고도 했다. 용자로봇이 득실거리는 무서운 나란데 뭐가 걱정일까."
11시 45분 46초.
그 무서운 나라의 틈새를 뚫고 들어온 살인 청부업자는 지금 그의 먹이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프로 살인청부업자다.
수없는 사람을 돈만받고 살해해 줬다. 어떤 가드도 뚫었고, 어떤 강적도 살해했다.
실패는 곧 죽음으로 직결되는 이 일에선 실패란 용납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실패를 할수있는 일도 아니다. 그가 노리는 건 어디까지나 고등학생 들이다. 그들 주위엔 검은 자켓을 입은 남자가 하나 있었지만, 문제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조준기가 노리고 있는 저 소년의 미간을 뚫기만 하면 된다. 아무소리도 없이, 아무 흔적도 없어.
검은 선글래스를 낀 암살자가 잔인한 미소를 안면에 띄웠다.
그래, 이제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11시 45분 46초.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더러운, 극렬한 살의와 기분나쁜 행복이 비쳐나오는 곳을 카온은 보았다.
그들 앞의 건물 옥상이다. 고층 건물로, 그들과는 거리가 떨어져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지만, 심안은 모든것을 넘어 볼수있다. 그의 지각과도 풀로 연동되며, 심안과 연결되어버린 그의 시각이 옥상위의 남자를 초점을 맞췄다.
반응은 그래서 더더욱 빨랐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여상스럽게 그냥 걷는 모습이겠으나, 그 평범한 동작속에는 다른사람들의 눈이 따라가지 못하는 행동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우타와 살수의 사이에 끼어드는 그 찰라의 순간, 카온은 소음기가 부착된 그의 총을 자켓속에서 뽑아, 주저없이 쏘았다.
11시 45분 46초.
그의 조준기 안에 뭔가 그림자가 언뜻 스쳐지나갔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자신의 시각이 한순간 사라진것에 의아해 했다.
뭐라고 해도, 약물에 강화까지 받은데다가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으니 언제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의사들의 말이었지만, 갑자기 시각이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야가 사라지고, 거의 동시에 의식마저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다.
살수의 의식은, 바로 그곳에서 끊겼다.
11시 45분 47초.
"........사람이었나....?"
"? 카온?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디로 갈지 결정했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듯 해도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카온의 행동에 둘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곧 생각을 접고 앞으로 걷기시작했다.
11시 46분.
드르르르르륵!!!!!!
"........하아. 스무명이 전방향에서 쏴대는 머신건이라니, 나도 꽤 거물이 됐군."
"새삼스러운 소리는 하지않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청룡의 말은 너무 실감이 나는지라, 마이토는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솔직히, 그런말을 점잖고 태연하게 늘어놓고 있을정도로 상황이나 기타등등이 좋은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둘러싸자마자 다짜고짜 머신건을 꺼낸 양복남자들의 공격은, 마이토와 진호를 둘러싼 가이아 워리어즈의 스파클 파워에 저지당했다. 백색, 청색, 붉은색, 그리고 흑색의 막 비슷한 것이 그들을 둘러싸 마이토와 진호를 지키고 있었고, 카이와 비영은 그 안쪽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백호씨, 제가 방어를 하겠습니다. 무기를 가지고 계신 백호씨께서 바깥으로 공격 해 주십시오."
"쳇, 결국 공격할수있는건 나와 카이인가!"
"무기는 어느때나 불러올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방어막을 펼친 상태에서는 조금 어렵지."
"알았다고, 카이...좋아!!! 간다!!!!"
기합과 함께 검을 빼든 백호와 카이는, 미친듯한 머신건의 소용돌이를 적당히 피하고, 때로는 힘을 발출해 바리어로 막으며, 남자들의 사이를 관통해갔다.
"핫!"
촤악!!!
기합과 함께 정면의 남자의 머신건의 총대를 자르고, 그 태세에서 바로 남자의 손등을 쳤다. 손등에서 피가 튀어올랐지만, 그것은 베인게 아니라 심한 타박상 때문이었다.
"....이녀석, 인간이 아닌데?"
그것은, 그 피가 튀어오르는 즉시 나아버리는 남자의 피부를 본 카이의 말이었다. 그런 모습은 백호도 보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잖아? 헷, 좋아, 그러면 마음껏 싸울수 있겠지!!!!"
일단 인간이 아닌것을 알자, 칼 등으로 총을 우선 떨어뜨리던 백호와 카이의 행동은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로 소용없는 듯 하군. 우선, 배를 찌르는 데도 꿈쩍않고 총을 쏴대니."
청룡의 말처럼, 방금 카이가 검을 찔러넣고 그것을 빼며 베어버린 두 남자도, 상처를 금방 회복시키고 카이를 향해 손을 뻗쳐오고 있는 것이다.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후..."
"제길!!! 대체 뭐야 이녀석들!!!!"
"......뭐, 목을 치든지 한방에 날리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둘은 머신건을 잡은 남자들의 손등을 쳐 머신건을 모두 베어버렸다. 그 체술은 엄청난 것이었으나, 그 양복 남자들은 피투성이가 되고 손등에서 총을 놓쳐도 그들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둘은 열배나 되는 적의 틈안에서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다.
"안되겠다, 도망쳐!! 이녀석들, 보통 방법으로는!!!"
콰앙!!!!
그러나, 바로 그순간 백호 앞의 양복 남자가 총성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가고 말았다.
".......어?"
콰앙!!! 콰앙!!!!! 콰앙!!!!!!!
다시 총성이 잇따르고, 그것들은 정확한 조준을 자랑하며 양복남자들을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잔인한 장면이었다. 그 파편들에서 녹색의 체액들이 퍼져나오는 것까지 모두 합해서.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은데...]
그 총을 쏜 사람, 아니 용자는, 바로 그들 뒤에 어느샌가 서있던 가인이었다. 아마 기습을 걸려고 했던듯, 기적도 안울리고 돌격해와 무작정 총을 쏴댄것 같았다. 그 덕에, 등장 대사고 뭐고 없었던 듯 했지만. 하지만, 마이토의 기분을 상하게 한건 그것뿐이 아닌듯 했다.
"가인!!!! 늦었어!!!!!! 3분 1초야!!!!!"
[뭣!!!! 내가 1초나 늦었단 말이야!!!?]
12시, 정오.
"그래, 무사해. 걱정하지 말라니까. 카온이 같이있으니, 위험하지는....응? 그래서 안심이 안된다고? 하하...괜찮아, 데커드. 아무튼 그건물이니까, 경찰들 확실히 지원해줘."
"응...괜찮아. 카온이 구해줬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새에 해치웠데. 응응.....듀크, 너무 카온을 무시하면 안돼. 전에 약했다고 지금도 약하다고는....아니, 오지마, 괜찮으니까.."
멀리서 각자의 경찰수첩에 대고 말하는 유우타와 레지나의 말을 간간히 들으며(간혹 핏줄 서는 부분도 있었지만.), 카온은 무거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하아...사람이었을줄은....그 느낌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가슴속의 딱딱한 느낌이 갑자기 카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뭐라고 해도, 그는 '사람을 죽였다'. 아무리 인간같지도 않는 느낌을 풍기고 있다고 해도, 그는 '사람을 죽인'것이었다.
"........하아. 역시 마음은 무겁고..."
별수없다는 듯 중얼거리긴 해도, 카온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평생 잊을수 없겠지. 이 무거움은.
"......고민하네."
"그래.....카온이든 누구든, 모든 용자들에게 공통되는 질문이니까."
레지나의 말에 대답하는 유우타의 말은 약간 핀트에 어긋나 있었지만, 지금은 레지나의 마음에 와닿는 가장 정확한 말이었다.
".....카온!"
"응?"
약간 허술해 보이는 얼굴에 고민은 없다. 이미 가슴속에 뭍은것이리라. 그 자국은 마음속에 영원히 남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