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48]다시, 천년의 내일을 향한 행진
‘오수’라는 작은 면소재지에서 어제(8월 29일 오후3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6월 30일) 1천년 전의 의견으로 알려진 오수개가, UN FAO 가축다양성 정보시스템(DAD-IS)에 ‘대한민국 개품종’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오수개 UN FAO 등재 기념비 제막식’과 이를 기념하는 심포지엄과 특강이 그것. 말하자면, 진돗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함’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니,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여, 임실군과 오수개연구소는 5t이나 되는 커다란 오석烏石 전면에 오수개를 예술적으로 양각했다. 말쟁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1천년 전 자기 몸의 털에 물을 묻혀 불길에 둘러싸인 주인을 살리고 죽은 오수개가 1천년만에 ‘부활復活’한 것이다.
심포지엄과 특강은 주제도 주제러니와 200여명의 참석자나 발표자들의 표정도 사뭇 진진했다. 먼저 ‘개품종 등재의 의미와 자원주권’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 김승창 박사의 발표가 있었으며, 대전대 박승규 교수가 한국의 고대 견종에 대한 설명과 오수개를 역사·문화적으로 고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원광대 김옥진 교수가 치유 반려동물로서의 오수개 활용방안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심도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오수 반려동물 컨텐츠를 활용한 세계화전략에 대하여 전북대 지역혁신센터장인 채수찬 교수와 연구원박사가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었다. 이때 견주와 함께 강당에 등장한 오수개 세 마리(시루, 머루, ??)는 단연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덕스럽게 생긴 귀와 황금빛 공작꼬리, 든든한 두 다리, 보는 사람마다 찬탄이 이어졌다. 기념비에 양각한 오수개를 보라! 그 흡사함에 더욱 놀랄 것은 불문가지. 더더욱 놀랄 것은 1천년 전에 세운 의견비(발자국 네 개를 남긴 채 거꾸로 하늘로 승천하는 개형상)를 뒤집어놓으면 현재의 오수개와 거의 비슷한 것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랴. 멀리 전남 진도국립국악원에서 피리의 명인과 여성소리꾼, 징과 대금 이수자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왔다. 고마운 일이다.
어제 점심을 먹으며 갑자기 필이 꽂힌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물론 오수개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하여 30여년 동안 애쓴 분들(특히 35년전에 30대 후반의 나이에 외우 심재석 회장은 오수의 미래를 설계하고, 오수개의 복원에 헌신했다. 그에게 바치는 헌시의 의미도 있었다)에게 ‘글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 급히 써내려간 게 축시祝詩같은 형태가 됐다. 축시라니? 가당치 않게 이런 글을 써본 것은 내 생애 처음이다. 달력 두 장을 찢어 쓴 게 너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길다란 한지에 옮겨 적은 게 아래의 졸시이다. 제목 <오수개 만세>. 100여명이 꽉 들어찬 식당에서 이 졸시를 졸지에 낭송한 것은 나로선 솔직히 영광이었다. 기록으로 남겨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http://youtu.be/ZuBsvzGg2js
"오수개 만세"
-오수개의 국제기구의 개품종 등재를 계기로 기념비를 세우는 데 있어, 고향 오수의 미래를 설계하고, 오수개의 복원에 헌신 한 심재석형을 생각하며
의리, 용기, 믿음의 상징인 오수개가
아아,
오늘 1천년의 잠을 깨고
마침내
21세기 이 혼탁한 세상에 부활하는도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분명코 뜻하는 바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
전라북도 임실 오수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다.
역사는 엄중하다.
누가 오수개 의견이야기를 설화라고 지꺼리는가?
큰 개 오獒자에 나무 수樹자,
이 땅의 이름부터 설화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촌노들이 입으로 입으로 전한 게 1천년의 세월이다.
‘어쩌면 그런 일이’ 그때 세운 의견비가 우리 눈앞에 현존하고 있지 않은가.
1254년 고려의 문인 최자도 기록했다.
개주인이 개무덤을 만들어놓고 슬피 울어 노래한 것이 견분곡이라 한다.
지팡이를 꽂았는데 살아 거대한 노거수로 우리 앞에 있질 않은가.
조선초 문인도 개무덤을 바라보며 한시를 읊었다.
반려동물의 천국을 증명이나 하듯
1천년 전의 오수개의 혼이 부활하여
1천년 후의 오수면민들이 기념비를 세우는 가상한 의지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역사에 분명코 무슨 뜻이 있지 않고서야
이토록 있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까닭이 없다.
누가 개를 미물이라고 우습게 말하는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면 최고이고 다인가?
갈수록 무도해져가는 이 세상에
1천년 전 오수개의 혼이 되살아나
인성교육의 거울이 되고, 본보기가 되려 함이 아닐는지.
그렇다.
오수개는 의리의 표상이자 사랑이다.
살신구주, 죽음으로서 주인을 살린 오수개에게서 배우자.
세상은 너무 부박하고 가볍다.
개만도 못한, 개보다 못한 인종들이 쌔고쌨지 않은가.
의리와 사랑으로 뭉쳐 우리 사랑하자고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덕스럽게 늘어진 두 귀를 보라.
곱게 말아올린 황금빛 공작꼬리를 보라.
꿋꿋하게 땅을 딛고 선 두 다리를 보라.
그대, 오수개여!
1천년만에 이 조그만 소읍을 마음껏 활보하시라.
이제 머지않아
오수개가 판치는 오수땅이 완죤히 개판이 되어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로 우뚝 설 것임을 의심할 이 누구인가?
오늘은 경사스런 날, 오늘은 좋은 날.
저 가을하늘 드높은 창공을 보라.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오수개 제막을 축복하는 것같지 않은가.
국제기구 유엔에 의해 대한민국 개품종으로 당당히 등재되어
‘명함’을 받지 않았는가.
이게 어찌 우연한 일이겠는가? 필연인 것을.
1천년 전의 어제,
1천년 후의 오늘,
다시 1천년 후의 내일을 위하여
오늘 오수개와 함께 축포를 터트리자.
오수개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