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마태복음 6:12-
저는 위의 주기도문의 한 구절을 지난 20여 년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암송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성구가 제게 주는 깊은 교훈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 없이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약 한 달쯤 전의 일입니다. 어느 성도 가정에 이사축복 예배를 드리러 갔을 때였습니다. 함께 참석한
여집사님께서 위의 주기도문을 가지고 심각한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자매: 목사님, 저는 주기도문을 외울 때마다 이 구절에 가서는 목이 메어 계속할 수가 없습니다.
목사: 왜 그럴까요?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주면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지요.
자매: 그러나 그것이 제게는 쉽지가 않아요. 저는 미운 사람이 자꾸만 생겨 나요. 그러니 하나님께 내 죄를 사하여 주십사고 할 때마다 조건부 용서에 마음이 걸려요. 나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하지도 않고 나의 죄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목사: ......
저는 그 짧은, 그러나 심각한 교훈이 담긴 대화를 통하여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매님과의 대화가 늘 제 가슴을 떠나지 않고 부딪혀 왔습니다.
양심: 너는 과연 하나님께 온전히 용서받은 삶을 살아오고 있는가?
나: 아무렴, 용서받고 말고. 예수님의 보혈 공로로 구원받았지.
양심: 아니, 구원을 물은 것이 아니야. 구원은 말할 필요도 없이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를 믿어 선물로 얻지. 그러나 하나님 앞에 깊이 용서받은 삶을 살고 기도에 전혀 막히는 일이 없느냐는 말이야?
나: ......
여기에 와서 저는 다시 용서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는 최근에 정말 분노와 미움을
가져다 주는 사건에 부딪히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이거야 어디 참고 용서할 수가 있겠는가. 정말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갚아야지....' 하는 고뇌와 분노가 꽉들어찼습니다. 그런데도 매일 기도원에 나가 두 주일을 계속하여 설교하는 동안 성령님께서 제 마음에 충만히 계셔서 저의 삶을 청소하는 일을 계속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성령님의 깊은 감화 감동으로 제 자신의 모든 죄를 다 고백하고 깊은 은혜 속에 살게 해주십사고 간구하는데 갑자기 그 문제의 주기도문 구절이 가슴에 다시 부딪혀 왔습니다.
양심: 너는 너를 분노케 하고 미움을 유발하게 한 사람들을 용서해 주었는가?
나: 아차! 용서가 이렇게 괴로움을 동반하는 것인 줄 몰랐군! 주님, 그저 저의 죄만 용서하여 주세요.
그러나 응답 없는 기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 그 가운데 번뇌가 범벅이 되어 밤새도록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 자매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 정말 주기도문의 말씀이 그렇게 힘든 말씀인 줄 미처 몰랐구나!'
새벽녘에 가서야 저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주여, 용서를 받기 위해 용서해 주기를 원하나이다.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시옵소서."
그러자 예수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가슴을 짓밟던 분노가 아침 안개같이 사라져 가고 기쁨과 평안이 새벽 공기처럼 심령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 모든 죄도 하나님 앞에 다 용서받았다는 기쁨의 환호성이 가슴 가득히 메아리쳤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모든 일을 내 결심과 내 의지와 내 뜻대로 해보겠다고 발버둥치던 허수아비 같은 저의 모습이 가엾게 보였습니다.
<나의 신앙 나의 생활 中에서... 197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