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 소녀’ 김세영(20·미래에셋)이 ‘이글과 홀인원’으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주 전 MBN 김영주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18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이 유력했던 김세영은 마지막 날 주저앉았다.
코스 세팅이 쉬워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들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지만 김세영은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김세영은 1오버파에 그치며 17언더파로 경기를 끝냈고, 9언더파로 23언더파를 기록한 김하늘(25·KT)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지난 대회와 달리 최종 라운드를 쫓아가는 입장에서 편안히 시작한 김세영은 행운까지 가미되면서 5타 차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하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8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 4라운드. 김세영은 이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5언더파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3억원을 더한 김세영은 4억8800만원으로 올 시즌 상금 랭킹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김세영은 지난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프로 데뷔 2승째를 챙겼다.
또 6억원 이상의 단일 대회 최고 상금(부상포함)을 획득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김세영은 17번 홀(파3) 홀인원으로 1억5000만원의 승용차를 받았고, 소속사에서도 우승 상금의 5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챙기게 됐다.
뿐만 아니라 우승자에게 부여되는 럭셔리 오메가 시계도 덤으로 얻었다.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6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이로 인해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태권도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드라이브 비거리도 수준급이다.
267.20야드로 이 부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1언더파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초반에 고전했다.
1번 홀(파4)을 보기로 시작했고, 4번 홀(파5)에서도 1타를 잃어 1오버파로 처졌다.
그러나 9번 홀(파4)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러프에 힘들게 친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 이글을 기록하며 잃었던 타수를 단번에 만회했다.
홀과 65m 거리에서 56도 웨지로 친 샷이 이글로 연결됐다.
이후 파 세이브를 안정적으로 지켜낸 김세영은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유소연을 3타 차로 압박했다.
그리고 17번 파3의 168야드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유소연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6번 아이언을 잡고 친 티샷은 홀 7m 거리에 떨어진 뒤 자석처럼 빨려 들어갔다.
프로 데뷔 후 첫 홀인원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셈이다. 김세영은 17번 홀 부상으로 벤츠 G350 차량도 덤으로 챙겼다.
까다로운 18번 홀을 파 세이브하자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유소연이 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 승부까지 가게 된 것.
연장전에서 김세영의 장타가 빛을 발휘했다.
유소연은 두 번째 샷을 러프로 날려보내 4온을 했고, 김세영은 퍼터가 가능한 3온(그린에지)으로 승기를 잡았다.
김세영은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1.5m 파 퍼트를 잡아내며 숨 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세영은 “생애 최고의 날이다. 공식 대회에서 홀인원을 처음 기록했고, 한 라운드에서 이글 2개를 잡아낸 적도 없다”며 기뻐했다. 이어 “17번 행운의 홀인원이 나와서 조짐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잭팟이 터질 줄이야.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함박 미소를 지었다.
김세영은 지난 4월 롯데마트 때도 이글 퍼트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세영은 “연장전 퍼트는 롯데마트 때의 마지막 이글 퍼트와 느낌이 똑같았다.
우승하려면 이런 날이 와야 하는 것 같다”고 ‘역전의 여왕’다운 소감을 밝혔다.
상금랭킹 10위 유지를 목표를 잡았던 김세영은 이제 상금왕까지 겨냥하고 있다.
김세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KLPGA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상금왕에 도전하겠다.
또 기회가 되면 되도록 빨리 LPGA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
내년에 큐스쿨을 봐서 내후년 입성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유소연은 아쉬운 2위에 그쳤고, 1억1520만원 상금을 획득했다.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이 1오버파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