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골치…‘가루쌀’ 앞세워 정면돌파
밀가루 대안 ‘가루쌀’…수급안정 대책 기존 논에서 경작 가능…농민 부담 줄어 2026년까지 생산량 20만t으로 확대 목표 농식품부, 가루쌀 제품 소비진작 활성화 우리의 주식인 쌀은 농업 경제 중심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적 식사인 쌀밥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물가는 대부분 오르는데 쌀 가격은 하락세를 보입니다. 쌀 소비도 줄어 남아도는 쌀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 농업은 쌀 생산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데일리안은 쌀의 날을 맞아 쌀의 역사와 현주소, 개선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3 쌀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참석자들이 가루쌀빵 쿠킹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부가 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 대책으로 내세운 ‘가루쌀’이 관심을 끈다. 가루쌀은 정부가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품종이다. 식량 안보와 쌀 수급 균형을 위해 2019년 농촌진흥청이 가공용으로 가루쌀을 내놓았다. 보통 일반 쌀(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든다. 생육기간이 일반 벼보다 20~30일 정도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통 일반 쌀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에 모내기한다. 가루쌀은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모내기가 가능해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논을 기반으로 활용이 가능해 농민 부담이 적다.
정부는 밥 대신 면이나 빵을 찾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 늘자 가공에 적합한 쌀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에 가루쌀을 재배하면 1㏊당 100만원, 밀이나 조사료까지 함께 심으면 최대 총 250만원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제도 시행에 따라 논에서 밀, 논콩, 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 농업법인에 총 1121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농업 직불제 확대 개편을 통해 직불금 관련 예산을 올해 2조8000억원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7년 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루쌀 상용화에 시동을 걸고 재배면적을 올해 2000㏊에서 2026년 4만2100㏊로 늘릴 계획이다. 생산량은 올해 9만5000t에서 2026년 20만t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분·가공 업계는 ‘대량 건식 제분’을 통한 비용 절감과 환경 친화에 주목한다. 기존 밥쌀은 딱딱하고 치밀한 전분 구조 때문에 물에 불리는 습식 제분만 가능했다. 또 쌀뜨물 등 폐수가 발생해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반면, 가루쌀은 밀가루 제분설비를 활용해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별도 생산라인을 만들지 않아도 기존 설비로 상용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에서 가루쌀 과정을 전시한 모습. 더불어 가루쌀은 밀가루의 불용성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없는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는 특징이 있어 가공업체로부터 주목받는다. 정부는 전국 유명 빵집을 선정해 가루쌀 소비진작에 팔을 걷었다. 소비자들이 가루쌀로 만든 빵을 널리 애용해 주길 바라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가루쌀빵의 대중화를 위해 다음 달 17일까지 전국 19개 동네 빵집에서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에는 대전 중구에 위치한 ‘성심당’(본점),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더 델리’ 등 유명 베이커리도 참여한다. 소비자 행사 참여 유도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올해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 사업자로 국내 식품사 15곳을 선정했다. 쌀라면, 쌀로 만든 빵가루 등 밀가루를 대체할 19개 제품이 선보일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반응을 보고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방침이다. 기존 쌀 가공식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가루쌀을 매입해 안정적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폭넓은 홍보를 통해 인지도 제고와 유통 확산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