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2일 가해 부활 제5주간 금요일 (복음: 요한 15,12-17)
복음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12-1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13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14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15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16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17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무조건 들어주십니다>
기도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부정한 동기, 2. 회개 없음, 3. 약한 믿음, 4. 하느님 계획과 반대되는 기도, 5. 끈질기지 못함 등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자격 없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총을 줘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입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에 계속 은총을 소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어 열매를 맺는 가지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영화 ‘몬테 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 2002)은 친구의 여인을 사랑한 페르난도가 친구 에드먼드를 반역죄로 몰아 탈출할 수 없는 감옥에 갇히게 하여 자신이 친구의 아내와 결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에드먼드는 결혼식 당일에 체포되어 샹티요 감옥에 갇히고, 그의 미래와 사랑을 모두 빼앗깁니다. 그는 감옥에서 고독과 절망에 시달리며 13년을 보내게 됩니다. 이 감옥에서 아베 신부를 동료 수감자로 만나고 그에게 글도 배우고 검술도 배워 결국 탈출에 성공하여 몬테크리스토섬에 숨겨진 보물도 찾습니다.
에드먼드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파리 사회에 재 진입하며, 그의 적들을 하나씩 파멸 시킵니다. 그는 페르난도 몬데고를 파산 시키고, 그의 이전 상사인 덩글라르를 범죄자로 만들며, 그의 배신자인 빌포르를 미쳐버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에드먼드는 복수의 경로가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를 사랑했던 메르세데스가 그들의 아들을 키우기 위해 페르난도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페르난도는 지금까지 키운 아이가 자기 아들이 아님을 알고 나서는 그 아들마저 죽이려 합니다. 이미 복수에 지쳐있었던 에드먼드였지만, 자기 아들을 지키기 위해 페르난도를 죽이고 결국 복수를 완성합니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성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처럼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성령님을 살리는 길은 열매가 유지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 열매란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은 하느님 아들을 죽이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가지를 잘라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기도해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가지는 열매를 맺어야 수액을 청할 자격을 얻게 됩니다. 기도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받은 성령께 아버지를 향해 칼을 치켜들게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하라고 계속 성령님을 보내시지는 않습니다.
아들은 195cm, 그리고 아버지는 134cm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배구 선수 한성정 씨와 그의 아버지 한은범 씨입니다. 한은범 씨는 어렸을 때 사고로 뼈가 튀어나오며 자라지 못하는 몸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았는데 다행히 몸이 정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키가 커서 배구 선수로 뽑혔습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아버지는 몰래 응원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까, 주변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며 경기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다른 부모님은 배구장에 오시는데 아버지는 왜 안 오시냐”라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네가 괜히 기죽을까 봐”라고 답했습니다. 한성정은 “오히려 그 말씀이 너무 서운했다”라고 합니다. 아들은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아버지가 오시면 제가 더 힘이 나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아버지 욕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고 그 이후부터는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수백 킬로를 달려서 경기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아버지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할까요? 사랑은 준 것을 되돌려 받는 것입니다. 아들은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한 고생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매만지며, “날 위해 온갖 일을 다하셨다. 내가 어릴 적, 차가운 물 속에서 오랫동안 수도 관련 일을 하며 동상에 걸리셨다”라며 “요즘에는 손도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지문도 거의 없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열심히 훈련하여 좋은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집도 지어드리고 차도 사 드렸습니다. 남들이 훈련을 땡땡이치고 도망갈 때 한성정 선수는 그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지신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은총을 받으려면 그 은총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아버지께 청하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 계명을 지켜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청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출처: 원글보기; ▶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