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성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예산과 정책이 실행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도 이제 반년을 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언급한 발언이다. 장 실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배경은 최근 일자리와 임금격차 등 경제분야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소득주도성장(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으로 세제개편과 최저임금 인상 등 부의 분배가 골자)의 '설계자'로 통하는 장 실장은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고용상황과 소득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통계청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따른 실업대란이 양극화 심화"...장하성 "연관성 입증 힘들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나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정책 노선 변경 등에 대해선 사실상 '정면돌파' 의사를 내비쳤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평가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 "소득주도성장으로 성장이 나빠졌다는 건 최저임금 인상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단정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역대 최대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100만명 실업대란을 직면했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 소득은 월 132만4900원이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7.6% 감소한 것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최상위 20% 가구 소득은 913만49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0.3% 상승한 수치다.
역대 최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만들어진 데 대해 통계청은 ‘실업대란’을 꼽았다. 실업대란은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 또는 숙박·음식업계 일자리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년동기대비 7만400개 감소되면서 발생했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이달 실업자 수는 103만 9000명이다. 실업자 수 100만명은 7개월 연속 기록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 같은 경제상황을 만든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지표의 연관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장하성 실장의 발언과도 정면 배치된다.
▲ 반장식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비서관이 지난 5월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청와대
장하성은 '양치기 소년'?...정치권 "장실장 발언 못 믿겠다"
정치권에서는 장 실장의 “기다려달라” 발언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장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지난 19일 실업대란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 때도 “올해 연말에는 다시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야권에서는 ‘장 실장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7월 고용동향이 아주 참담했다. 8월 고용동향에서도 고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장 실장을 인사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장 실장의 최근 경제 관련 발언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 실장이 경제 악화 지표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다려달라’ 발언을 했는데, 이는 이전 반장식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비서관 발언과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반 전 수석은 지난 5월 20일 춘추관에서 일자리 관련 기자간담회 때 “일자리는 사실 계속 늘고 있고 6월부터는 고용여건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용 통계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반 전 수석은 지난 6월 27일을 마지막으로 일자리수석비서관직을 내려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