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학생은 모두 27명이다. 그런데 그 중에 한 명은 장애인이다. 우리 모두 그 애를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보고 ‘장애우’라고 하라고 하신다. 요즘에는 그 애한테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그냥 “기영아!”라고 불러 주기만 한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부르고마는 그런 행동을 한 것이 기영이한테 무척 미안하다. 처음에는 ‘장애우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라는 것으로 기영이에게 잘 대해 주고 잘 놀아줬다. 그래서 아직도 몇 몇 친구들은 기영이를 아주 잘 도와준다. 그런데 기영이가 걱정이다. 친구들이 기영이를 도와주는 만큼 기영이가 스스로 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장애는 더욱 심해질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중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니 무척 불행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장애는 불편하지만 우리와 다 같은 사람이니까 불행하지는 않다. ’라는 생각으로 힘을 주면서 기영이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많이 도와주고 놀아줘야하겠다. 솔직히 나는 기영이가 막 이상한 말을 하고 행동도 잘 못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절대 친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리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몸이 불편해졌고 몸이 불편하니까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나는 기영이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때 기영이한테 한 일들이 후회되고 기영이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왜 그렇게 찔리면서도 기영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증오하고 미워했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는 비장애인이지만 내 친구처럼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친구를 더 이해하고 싶다.
“기영아! 그 동안 함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무궁화 이한설(효정고 3-5반)
가까운 모퉁이에 이씨와 장씨가 살고 있다. 23년 째 세상을 듣지 못하는 이씨는 온몸이 꽈배기처럼 말려드는 서른여덟 장씨와 언제나 함께한다. 어버버어버버 외계언어를 해대는 그들은 오늘도 활짝 피는 웃음 몇 개주고 받으며 한참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의 행복을 알 수는 없지만 아파트 옥상에 피어있는 허연 무궁화를 떠올린다.
어버버 어버버 외계언어를 해대는 그들은 한참을 더 이상한 얼굴로 오늘 아침엔 참 즐겁게도 바쁘다. 끽끽대는 휠체어에서 낄낄 웃고 있는 장씨와 삑삑대는 보청기를 끼고 있는 이씨가 새 옷을 예쁘게 꺼내 입은 걸 보니 어디로 동그란 여름휴가를 가나보다.
23년 째 세상을 듣지 못하는 이씨는 온 몸이 꽈배기처럼 말려드는 서른여덟 장씨와 어려운 버스를 타고 길쭉한 기차를 타고 사람들 눈길을 타고 둘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시작하고 보니 벌써 해가 머리를 숙이고 스물스물 기어오는 어둠에 쫓겨 건물을 찾았다.
무궁화 다섯 개 박힌 호텔로 들어가 어버버어버버 외계언어를 알지 못하는 호텔지배인은 그들은 건물 밖으로 안내하고 어눌한 손짓, 발짓 온 몸을 비틀고 그 슬픔을 알 수는 없지만 축축한 소매에 피어나는 시커먼 무궁화를 기억한다.
무궁화 사암천리 화려가앙산- 호텔건물, 차갑게 박힌 무궁화는 23년째 세상을 듣지 못하는 이씨와 온 몸이 꽈배기처럼 말려드는 장씨에게는 너무 날카롭다.
무궁화(사랑하는 동생)
정하늘(삼일여자고 1-7반)
“야. 김지운! 너 또 이거 왜 꺾어 온거야?” “이뿌잖아! 왜 맨날 누나는 이거가지고 화내? 정말 짜증나.” “이게? 너 정말 혼나볼래? 됐어. 약이나 먹어.” 오늘도 지운이는 어디서 꺾어 왔는지 무궁화 한 송이를 나에게 건넸다. 꾸지람 당할 걸 알면서도 싱글벙글 웃으며 꽃을 건네는 지운이. 그러다가도 약 먹자하면 금세 어두워지는 귀염둥이 우리 동생이다. 병이 있지만 항상 햇빛처럼 밝은 우리 동생. 새소리보다 더 곱고 짱짱한 목소리. 천사처럼 따뜻하고 착한 마음. 나는 공부를 해야 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처럼 지운이는 학원을 못가니까 내가 나서서라도 지운이를 공부시켜야 했다. 3시간 공부를 열심히 한 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아르바이트 장소인 편의점에 갔다. 카운터 일을 보면서 내내 지운이 생각만 헸다. 약을 잘 챙겨 먹었을지. 갑자기 열이 나서 아파하는 건 아닌지... 결국엔 지운이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안심한 뒤에야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다. 요새 나는 걱정거리가 많이 생겼다. 지운이 걱정은 엄마가 죽은 뒤부터 계속 되었고 아빠가 도망간 뒤에는 걱정이 2배가 되었다. 그리고 요새는 돈 때문에 걱정이다. 병원비는 모르고 돈 벌기는 어렵고... 내 몸은 약해져가고... 걱정 후에는 내가 무조건 열심히 돈 벌고 지운이를 잘 돌봐야한다는 결론이 주어졌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니 미래의 화가 우리지운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뭐 그리냐고 물어보니 그냥 미소만 보이고 다시 그림을 그린다. 지운이가 그림 그릴 동안 나는 구멍난 양말을 꼬맸다. 남들은 구멍 난 양말을 버리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해야지 우리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누나! 다 그렸어.” “보자. 우와~ 지운이랑 무궁화네? 근데 왜 맨날 지운이는 무궁화를 그려? 그리고 왜 무궁화를 그렇게 좋아해? ” “그냥 좋아! 하하.” “그리고 또 누나가 물어 볼 거 있어. 무궁화 맨날 어디서 꺾어 오는 거야?” “음... 비밀이야! 내가 나중에 다 말해줄게!” “그래. 알았어! 오늘 알림장 쓴 것 보여줘.” “자! 내일 편지 쓰기 한 대!” “편지쓰기? 우리 지운이는 누구한테 쓸 거야?” “누나!” “아이, 이쁘다. 그럼 내일 예쁘게 써서 줘.” 다음 날 아침. 우유배달을 다하고 오니 지운이가 자고 있었다. 지운이를 깨워서 씻긴 뒤 학교에 보냈다. 이쁘게 편지 써오라는 말과. 오늘도 3시간 공부를 열심히 한 뒤 일하러 갔다. 일을 열심히하고 잇을때 지운이 담임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먼저 하실 분이 아니었기에 살짝 겁이 낫다. “여보세요? 지운이 선생님인데요.. 아까 지운이가 열이 많이 나고 해서 먼저 집에 보냈어요.” 쿵쿵. 심장소리가 귀에서 들린다. 지금 나는 미쳐버릴 것 같다. 지운이가 혹시라도 잘못된 건 아닌지... 지금 바로 집에 뛰어가보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하다보면 금새 지나가는 시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 기다리던 마치는 시간이 되자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눈물이 옷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운이가 잇을 방문을 열었다. 지운이는 아기양처럼 소곤소곤 자고 있었다. 이마를 만지고 열이 없다는 걸 안 후에야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지운이 옆에 조그마하게 있는 편지를 읽었다.
무궁화에게... 누나! 나 지운이야. 무궁화에게... 이거 보고 깜짝 놀랐지? 하핫. 사실은 누나가 무궁화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누나 웃는 얼굴을 무궁화를 닮았어. 그래서 그림 그릴 때 내 옆에 무궁화를 그리는 거야. 그 무궁화는 바로 우리 누나! 하하. 그리고 매일 꺾어오는 무궁화 있지? 그거.. 엄마 무덤 옆에 있는 무궁화야. 저번에 누나랑 엄마무덤에 갔을 때 옆에 무궁화가 있는 거야! 그래서 우리 누나 닮은 그 무궁화를 꺾어 오자라고 생각했어. 누나 나 오늘 조금아파. 그래서 길게 못쓰겠어! 나중에 이쁘게 다시 써줄게. 그럼 사랑해~ 안녕! -지운이가 그래.. 그런 거였구나. 무궁화가 무얼 뜻하는지 안 후에 나는 지운이에게 고마웠다. 지운이가 날 얼마나 생각하는지. 사랑하는지 참 착한 우리 귀염둥이.. 사랑스러운 우리 귀염둥이. 눈물을 닦고 예쁜 종이를 꺼내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너무 사랑한다고. 누난 지운이가 건강한 게 좋다고. 아프지 말라고. 행복하자고. 바르게 자라서 멋진 화가가 되라고. 너무 귀엽다고. 자랑스럽다고. 그리고 누나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맙고 지운이 때문에 항상 기쁘고 행복하다고.....
외 출 김수정(일반부)
마음이 지나치게 쏠쏠하거나 삶이 힘겨워 어깨가 무거워지면 생각의 길은 일탈을 꿈꾼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 이방인이 되어 진정한 자유를 누려보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조금 격을 높여 우리는 ‘외출’이라 부르고 터 한층 격을 높여 ‘여행’이라 일컫는다. 그렇다. 외출은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생활이 미치도록 무미건조하다는 핑계로 무작정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딱히 오라는 곳도 기억에 없고 갈 곳도 생각나지 않았던 여름 오후의 아스팔트는 이글거리는 태양과의 싸움으로 뜨거운 열기를 방출하며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뜨겁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길 위에서 순간 바다를 떠올리고는 미소를 짓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위에 걸터앉아 책을 읽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연거푸 생각하고는 그리움 한덩이를 꿀꺽 삼켰던 그 날이 새삼 떠오른다. 바닷가 마을 방문을 열면 가슴이 시리고 눈이 아프도록 푸른 바다가 성큼 달려와 살아가는 속내를 털어놓았던 고향 집은 아련한 추억을 안고 지금도 몸속으로 흐르고 있다. 마당에 널어놓은 생선의 비늘들이 삶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저녁노을에 불이 붙은 바다는 시뻘건 불덩이를 보듬어 부글부글 끓어 넘쳐 파도의 사연을 탄생시켰던 그 곳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밤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뱃사람이 되기보다 군인의 길을 택해 승승가도를 달리던 젊음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미래를 잃었고 꿈을 포기했고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해야 했었다. 6남매의 가장으로 부모님까지 모셔야 했던 아버지의 어깨가 내 기억 속에는 한쪽이 기울어진 고장난 의자처럼 볼품 없었다. 그랬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균형이 필요한데 너무 많은 배움은 의사소통에 문제를 야기시켰고 결국은 어두운 방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상이 평생이 되어 외로움과 친구해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가장의 무기력함에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게 된 여인은 엄마라는 이름에 순응하면서도 가끔씩 서러움을 한바탕 풀어내며 대성통곡을 해댔다. 그런 날은 슬그머니 집을 나온 아버지가 바다를 마주보고 바위에 앉아 책과 시간을 죽이는 날이었다. 어린 내 눈에도 잊혀지지가 않던 세상에서 가장 슬픈 뒷모습은 무능력한 가장이 책을 읽는 어깨 뒤에 내려앉는 바람이었다. 당신의 외출은 집 앞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여 언제나 저녁이면 다시 집으로의 귀환을 준비해야 했었다. 엄마의 속울음이 잦아들면 약속이나 한 듯 마당에 들어섰던 발자국 소리.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어제의 일처럼 추억의 커튼을 밀치고 인사를 한다. “바다를 한 번 나가 봤으면 가슴이 시원해지려나.” 입버릇처럼 꺼내놓은 그 말을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짧은 외출로 삶의 고단함을 살아야 했던 내 아버지. 오늘따라 당신의 뒷모습이 그리워지는 건 나 역시도 언제나 여행을 꿈꾸지만 저녁이면 돌아서는 외출로 만족하는 일삼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 속에 간절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수십번의 계획을 세우지만 생활을 돌이켜보며 몇 시간의 외출에 만족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혀가며 늙어가고 있다. 삶이 그래도 가치 있고 이유가 있는 건 살아가는 이유가 숨어 있기 때문이고 인생이 고달퍼도 걸어가는 건 언젠가는 이란 말이 들어있기 때문이고 생활이 눈물겹도록 지치고 힘들어도 호흡하는 건 더불어 사는 하루가 생략되어 있음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짧은 일탈이 가져다주는 몇 시간의 여유가 여행이 주는 길고 긴 여유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당당하게 외출을 감행한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볼까? 바다든 산이든 강이든 들판이든 사람 속에든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