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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평화와 공공성 센터' 개소
2008년 10월14일(화)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16일 특강
한신대학교(총장 윤응진)는 16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학 관계자, 교계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공공성 센터' 개소식을 개최한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한신대 수유리 캠퍼스에 마련된 이 센터는 평화와 공공성에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펼쳐 두뇌집단 역할을 하고 아울러 지식인과 활동가의 교육도 벌일 계획이다.
평화와 공공성 센터 소장으로 임명된 채수일 한신대 신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해 온 한신대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며 사회 정의를 세우는데 이바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신대는 대학별 특성화 방침 아래 대학본부인 병점캠퍼스에 '지역사회개발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수유리 캠퍼스에는 이 센터를 설립해 진보 성향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듀얼 캠퍼스(Dual-Campus)' 전략을 펴고 있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
[한신대 ‘평화와 공공성 센터’ 창립기념 강연]
-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 2008. 10. 16(목)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존경하는 서재일 기장 총회장, 나홍균 이사장, 윤응진 총장, 채수일 소장, 그리고 교수, 학생과 내빈 여러분!
오늘 한신대의 ‘평화와 공공성 센터’ 창립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몇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한신대는 창립 이래 일관되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자들에게는 자유를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헌신했습니다. 즉, 한신대는 단순히 개인적 구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원에도 적극 나섬으로써 가장 모범적인 ‘예수님의 대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신대는 자유와 정의의 실천을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싸우고 노력해 왔습니다. 한신대를 졸업한 수많은 인재들은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에 참여해서 현실개혁에 몸 바쳐 힘쓴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나라 도처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곳에 한신대가 있었고, 정의에 목말라 하는 곳에 한신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한신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대학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대학 중의 하나라는 것을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1994년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한 이래 일관되게 미국은 북한과 직접대화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공동이익을 실현하는 ‘햇볕정책’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이러한 정책을 일관해서 추진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전반기에 상대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저의 ‘햇볕정책’을 두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북한에 대한 대화와 협상을 반대했습니다. ‘악을 행한 자와는 대화할 수 없고, 어떠한 보상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지나는 동안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너무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을 추방했습니다. 또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깨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마침내 2006년 10월에는 핵실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전쟁으로 북한을 응징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또 일본과 함께 추진한 경제제재도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한 결정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제가 합의한 북한과 직접대화를 시작하고 주고받는 협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늦게나마 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은 잘된 일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부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정책을 취했더라면 북핵문제는 진작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핵보유국가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매우 잘된 것입니다. 이제 북한은 다음의 제3단계 협상을 통해서 핵에 대해서 일호의 의문의 여지없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나와서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평화의 대열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남북관계도 큰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정부는 남북대화를 열지 못해서 국제적 흐름에서 소외된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남북대화는 시급히 재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과 손실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해야 할 결단은 첫째,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문제의 인정 없이는 남북관계의 정상적인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지금 굶주림 속에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북한 동포를 위해서 쌀의 인도적 지원을 조속히 재개해야 합니다.
셋째, 개성공단의 노동자 숙소를 약속대로 지어줘야 합니다. 지금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노동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인데 개성지구의 노동자는 이미 모두 고용했고 이제는 외지에서 데려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가 필수불가결합니다.
넷째,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교류 협력의 시발이고 북한 영토 내에 있는 우리의 기지인 것입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193만명의 국민이 북한을 직접 경험해서 북한에 대한 큰 자신을 얻게 되고 통일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이상과 같은 사항들을 실천하면서 북한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야 합니다. 정상회담만이 새로운 신뢰 속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 협력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 구현에 성공적인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6.15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민심이 크게 변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쌀을 주고 비료를 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남쪽이 우리를 미워한다는데 그것이 아니지 않느냐. 이것이 남쪽의 우리에 대한 동포애가 아니고 무엇이냐. 남쪽은 잘 살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통일을 하루 속히 했으면 좋겠다’는 심리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문화적 변화까지 일으켜서 지금 북한 내에서 남한의 대중가요, TV 드라마, 영화 등이 비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6.15 이후 8년간 우리는 북한을 이 만큼 변화시켜 놓은 것입니다. 어찌 이를 ‘퍼주기’라 할 수 있으며, ‘잃어버린 10년’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러한 견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법은 북한으로의 진출입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지하자원의 보고입니다. 텅스텐, 마그네사이트, 금, 동, 석탄 등이 널려 있습니다. 또한 세계가 아직 가보지 못한 미개척 관광지들이 많습니다.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평양, 개성 등은 아주 매력적인 관광자원입니다. 북한의 노동력은 가장 우수하고 임금은 중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을 출발한 기차가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3할 정도 절감이 됩니다. 한국은 일거에 태평양 지역의 물류 거점이 될 것입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산업과 금융과 보험업이 일어나고 문화 관광산업이 일어납니다. 우리에게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북한도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이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익의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지금부터 37년 전인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6자회담은 이 4대국에 남북한이 합쳐진 것입니다. 2007년 2월 13일 합의된 6자회담에서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구성할 것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크게 보면 북핵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합의인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입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의해서 엄청난 압박을 받아왔고 때로는 국권까지 상실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세력 균형만이 우리가 평화와 안전을 누릴 수 있는 길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만이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중국, 일본, 러시아의 3국과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즉, ‘1동맹 3협력체제’를 견지해 나가는 것만이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자주성과 이익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국이 상호견제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협력하면 우리의 안전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우리 또한 4대국과의 순조로운 경제협력을 통해서 큰 혜택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동안 일관되게 ‘6자회담은 성공할 것이다. 그 외에 대안이 없다.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햇볕정책 만이 해결의 길이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제 실현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적 합의 속에 남북관계를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원칙 밑에 발전시켜서 남과 북이 다같이 평화를 향유하고 경제적 발전을 실현시키는 공동이익의 방향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게 되면 북한 내에 중국과 같이 중산층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경제인과 지식인과 같은 중산층이 생기면 그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재력 등 실력으로 북한을 민주화의 방향으로 밀고 나갈 것입니다. 과거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중산층인 부르주아지들이 정치를 봉건체제에서 민주체제로 변화시켰습니다. 지금 중국에서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5천만명 이상의 중산층이 서서히 그러나 착실히 민주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당헌에 당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종래와 같은 노농계급만이 아니라 기업인과 지식인까지 포함한 ‘3개의 대표론’을 규정해서 중산층을 지배층에 영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력통일도 반대해야 하고 흡수통일도 반대해야 합니다. 무력통일은 민족공멸의 길입니다. 흡수통일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고 또 수십 년 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결과로 정신적 갈등을 면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계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승자와 패자로 구별된 통일이 아닌 공동승리의 통일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한신대 관계자 여러분!
지금 일부에서는 과거로의 역주행이라는 말이 빈번히 나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이승만 독재도, 박정희 독재도, 전두환 독재도 국민의 힘 앞에서는 무너졌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과거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강해졌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여러분들이 한신대의 창학정신과 한신대 출신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견지해서 다시 한번 이 나라 민주주의와 정의와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는 선봉장이 되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평화와 공공성 센터’의 창설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무궁한 발전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신대 ‘평화와 공공성 센타’ 창립기념 강연 질의응답
o 일시 : 2008. 10. 16(목), 18:00
o 장소 : 서울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
질문 1) 오늘 아침 언론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인용하면서 향후 남측이 북측에 계속 적대적 관계를 펼칠 경우 북측에서는 남북관계와 대화를 단절할 수도 있다는 기사 보도를 보았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었고,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설 등 이상 징후들이 있는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요?
답) 저도 신문을 보았습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6자회담은 성공할 것입니다. 미국과 북한과 직접대화 해서 주고받는 협상을 하라고 제가 오래 전부터 얘기했지만 이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자회담이 성공하면 미국도 이익이고, 북한도 이익이고, 물론 한국도 이익입니다. 6자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그러니까 안 하면 다 손해 보고, 하면 이익이 되는 일인데 왜 안 되겠습니까?. 다만 그 사이에 북쪽이나 미국 내에서 이러한 진전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해를 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네오콘이 심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그 길 외에는 길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머리 맞대고 양보하고 주고받고 하는 것입니다.
“동북아 안보체제가 만들어지면 한반도 안전과 평화는 반석위에 오를 것”
저는 6자회담의 장래에 대해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6자회담은 동북아 평화와 안보체제를 만들 것입니다. 그렇기 되면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는 아주 튼튼한 반석위에 오를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를 개척하고 북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퍼주기’라고 하지만 독일은 20년 동안 매년 32억불을 동독에 주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매년 5억불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이 주면 많이 줄수록 동독이 빨리 망했습니다. 왜냐하면 바깥세상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속고 살고 있고 노예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깥세상이 악마의 세상이 아니라 매력적인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북한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우리의 통일은 공동승리의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쪽은 이기고 한쪽은 처벌당하는 그런 통일을 누가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런 통일을 억지로 하면 나중에 갈등이 심해집니다. 독일의 예가 그렇습니다.
“북한과 갈등하면 우리가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남북관계는 과거 10년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저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확실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 북한과 대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주고받는 협상을 할 것입니다.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인정 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과 미국이 급속히 가까워지고, 머지않아 국교까지 할 것인데, 우리만 북한과 갈등하고 살면 어떻게 우리가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6자회담도 그렇습니다. 그 동안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6자회담에서 우리가 북한 김계관 대표와 단독으로 얘기해서 미국에 전해주고 또 미국 부탁받아서 그것을 북한에 전해주고 이런 역할까지 했습니다. 이 내용은 거기에 참가했던 대표에게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6자회담은 성공하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체제는 이루어지는 것이고 또 현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은 국제적 대세, 국민의 여론에 따라 북과 대화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평화와 협력으로 나갈 것이고 또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2) 김 전대통령은 한미관계를 남북관계 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시고 설득력 있게 미국을 설득해 왔습니다. 그런덴 최근 신정부는 한미동맹을 최고 가치로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를 볼 때 한미관계를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
답)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둘 다 중요한 것입니다. 제가 연설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절대로 필요합니다. 조선왕조 말엽 일본이 우리를 침략하고 러시아가 우리를 먹으려고 하고 중국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 때 그 때 미국만 제대로 붙잡았다면 국권이 상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을 붙들지 못한 실수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손잡아 이렇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는 아니지만 주변의 러시아, 중국, 일본과 친선하면서도 또 여러 가지 경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3국에 비하면 힘이 약합니다. 이것을 보완해줄 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미국입니다. 미국이 여기에 와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 여기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고 북한도 못 일으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동북아시아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평화와 안보체제가 반석 위에 오르게 되면 그 때는 한미동맹도 변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통일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까지 안심하고 살 수 없습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통일을 하면 아까 말과 같이 큰 이득을 보게 됩니다. 북한은 지금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풍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거리가 가깝고, 말이 통하고, 문화 인종이 같습니다. 지금 유럽나라들이 북한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웨덴 등이 북한의 지하자원과 관광자원을 보고 진출하고, 심지어 북한이 건설할 것을 내다보고 SOC 분야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상당히 들어왔고 개성공단에도 벌써 들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한에서는 큰 발전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 세계 도처는 경제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북한만이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미개발의 지역입니다.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어 철도가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면 우리는 일본이나 미국, 동남아시아가 상당 부분 와서 태평양 쪽의 물류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남쪽의 철도를 통해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닷길은 해적 때문에 상당히 위험합니다. 말라카 해협, 소말리아 등. 그래서 우리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만이 경색 상태에 있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그 때는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가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내다보고 살아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은 문제를 판단할 때 망원경과 같이 멀고 넓게 봐야 합니다. 동시에 현미경과 같이 좁고 깊게 봐야 합니다. 이 둘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서 미래를 개척하는 길이 중요하고, 그것이 북한으로 가는 유일한 중요한 길인데 왜 우리가 이것을 소홀히 해야 합니까. 이런 의미에서 미국도 중요하고 북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물론 북한이 같은 동포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현 단계에서는 둘 다 중요하다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3)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그동안 미국이 주장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 질서에 대해서 상당히 반성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9 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비추었을 때 우리 국민과 정부에 해 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미국이 시장경제 한 것은 잘했지만 시장을 너무 방임했다”
답) 미국이 경제적으로 위기상태에 있습니다. 이제 세계가 미국의 유일 강대국 시대는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30년 동안 신자유주의, 말하자면 시장에 모든 걸 맡기고 정부는 간섭을 안 하고 규제를 해제하고 세금을 낮추었습니다. 결국 부자들 위주의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하느님이 아닙니다. 자유롭게 놔두니까 거기서 부패가 생기고 여러 가지 모럴 해저드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상황은 금융기관들이 무리한 대출을 해서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은행에서 대출할 때는 대개 (담보의) 5할 이내로 대출해 줍니다. 그러나 미국은 8할, 9할까지 대출해서 1할만 다운페이를 가지고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니까 은행들이 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들은 견실하게 운영해야 할 것을 불건전하게 운영하고 기업들에 무리한 대출을 해주어서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엄청난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지불담보 채권을 담보로 해서 또 다시 돈을 빌리고, 돈을 빌린 기업은 두 번째 담보로 3번째 빚을 얻고 그것이 국제적으로 펴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 상태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가닥을 잡을 수 없습니다. 어느 것이 안전하고 어느 것이 부실한 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이 시장경제 한 것은 물론 잘했지만 시장을 너무 방임하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미국 경제위기와 관련 ‘한국에서 배워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는 기대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성공할 수 있다.”
시카고 대학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루커스라는 사람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라고 말했습니다. 경제는 기대입니다. 잘 된다고 기대하면 잘 되고 못된다고 기대하면 못 되는 것입니다. 잘된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일하고 돈 받아서 물건도 사고 외식도 하고 이렇게 되면 경제가 호황 됩니다. 못된다고 생각하면 돈 안 쓰고 새로 투자하려고 안 합니다. 문제는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서 따라오며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국민에게 얘기했습니다. ‘과거와 같이 정경유착해서 부정비리 않고 투명하게 하겠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시장에서 하고 정부가 관여할 것은 관여하겠다.’ 제가 대기업 대표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당신들이 과거 어느 당에 돈을 주었고, 누구와 가까운 것은 상관하지 않겠다. 앞으로 분명한 것은 나는 그런 일 안 한다. 나한테 그런 돈 가져올 필요도 없고, 가져와도 받지 않는다. 돈 안 받았다고 차별하지 않고 돈 주었다고 봐주는 것도 없다. 당신들은 앞으로 정부와 결탁해서 이권 얻어 돈 벌려고 하지 말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서 이겨서 돈 많이 벌어라. 그래서 세금 많이 내면 애국자로 생각하겠다.’ 저는 5년 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국민이 믿고, 기업이 믿고 5년 하니까 외환위기 극복에 함께 하자고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은 어떤 사람은 제가 주장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세계가 놀랐습니다. ‘저런 국민은 도와주자’. 이렇게 해서 세계가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과 경제팀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제가 대통령 맡았을 때 외환보유고는 37억불, 부채는 1,500억불이었습니다. 곧 1년 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650억불이었습니다. 완전히 파산 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세계가 도와준 것입니다. 세계가 도와준 것은 국민들이 일어서서 정부를 믿고 지지한 것을 보고 도와준 것입니다. 그 때 저는 외환위기 1년 반 만에 극복한다고 얘기했는데, 야당의 어느 지도자는 ‘만일 정부가 1년 반 안에 극복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년 반 만에 해냈습니다. 그런데 그 분 장 안 지졌습니다(웃음). 아마 지금은 말을 경솔하게 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앞으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대통령과 경제팀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가면 국민이 해 나갈 수 있습니다. 37억불 때도 해 나갔는데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2,600억불입니다. 한 200억불 요새 까먹어서 2,400억불 되었지만 그렇게 된 것입니다. 못해 나갈 것이 없습니다. 세계에서 우리 국민만큼 자랑스럽고 애국적이고 똑똑한 국민이 없습니다.
질문4) 최근 동북아를 보면 경제사회나 시민사회 교류는 활발한 반면에 정치적 협력은 국가적 틀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패권주의 등이 그런데요. 그렇다면 정치적 차원에서 동북아 평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건과 구상이 무엇이 있을까요?
답) 그건 아까 말씀과 같이 동북아 평화는 6자회담을 성공시켜 거기에서 합의된 대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실현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들어옵니다. 우리 주변의 강대국이 모두 들어옵니다. 6자회담에서 강대국과 합의해서 동북아 평화, 한반도 평화를 공동으로 보증하게 됩니다. 제가 1971년에 얘기한 것 같이 4대국에 한반도 평화보장을 하라고 하듯 그런 평화보장을 하면 우리는 동북아에서 안전과 평화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과 관계 개선에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북한과 관계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때로는 과격한 소리를 하고 곧 큰일 낼 것 같이 하는데 그것은 북한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자기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큰 소리를 하고 있는 곳은 군대인데, 군인의 수는 우리보다 많으나 북한의 군장비들은 20, 30년 전 것입니다. 전투기는 약 3천대가 있으나 절반은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신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을 두려워 할 것 필요가 없고, 막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북한이 우리를 이길 능력은 없지만 우리에게 치명타를 줄 능력은 있습니다. 미시일이 있고 핵무기가 있습니다. 장거리포를 쏘면 서울까지 오고, 미사일은 한반도 전체, 일본까지 가지 않습니까. 우리의 원자력 발전소만 하더라도 약 20개 정도가 있는데 그 중 한두 개만 파괴해도 그 피해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므로 전쟁해서는 안 되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그렇게 하면 우리가 공격하고 미국이 공격해서 재가 될 것입니다.
“6자회담 성공시키고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까 한편으로는 6자회담을 구성해서 평화체제를 만들고 한편으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이 싸울 때 마지막에서 ‘너 죽고 나 죽자’고 하자고 하듯이 북한은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허세를 부리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치명타를 줄 능력은 있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므로 우리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기더라도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부분이 파괴되면 무슨 소용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두 가지 즉 6자회담을 꼭 성공시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갖추고,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합니다. 미북관계가 개선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평화를 지지하는데 북한 혼자 다른 소리할 수 없고 우리도 다른 소리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만 고립됩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여론을 조성하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