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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6 - 가지 말아야 할 길 (下)
1. S# 재혁의 오피스텔. (밤)
태희 : 그 여자하구 같이 있었니. 지금까지?
재혁 : (멈칫.. 돌아본다)
태희 : 저녁때 회사 앞에서 너 기다리구 있었어. 그 여자.. 니 차에 태워 같이 가는 거 봤어.
재혁 : (본다)
태희 : (보며) 너.. 왜 이렇게 내 기분 비참하게 만드는 거니? 나한테 엉뚱한 상상하지 말래 놓구
너 왜 자꾸 나한테 이상한 상상하게 만드는 거야?
재혁 : (시선 돌리며) 피곤하다. 다음에 얘기하자.
태희 : 그 여자는 괜찮구 난 피곤하구?
재혁 : 태희야.
태희 : 니 마음을 알고 싶어. 너.. 나하구 결혼할 생각은 있는 거니?
재혁 : 그 문젠 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잖아.
태희 : 아니. 오늘 들어야겠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재혁 : (보면)
태희 : 대답해. 너 정말 나하구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재혁 : (본다)
태희 : (보며) 대답해.
재혁 : 나한테 어떤 대답이 듣고 싶어.
태희 : (? 본다)
재혁 :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지 얘기해. 나하구 끝내구 싶어? 원하는 게 그거야? 좋아 그럼 끝내줄게. 그럼 되는 거지.
태희 : 장재혁!
재혁 : (버럭) 넌 어쩌면 그렇게 모든 게 다 니 멋대루야!
태희 : 뭐?
재혁 : 넌 언제나 니 기분, 니 멋대로 말해놓고 행동하잖아! 회장님 문제도 그렇구 결혼문제도 그렇구!
너.. 정말 내 생각이 필요는 한 거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기는 한 거야?
태희 : (본다. 충격 받아 멍하니 보면)
재혁 : 대체 나야 말루 너한테 뭐니? 어떤 의미야! 회장님한테 이날 이때껏 도움 받은 댓가루 언제든 필요할 때 불려가야 하구,
언제든 니가 원할 때 기분 맞춰줘야 하는 사람이니? 누굴 만날 자유도 없는 사람이야 나!
태희 : 재혁아..
재혁 : 내가 널 비참하게 만든다구? 너 정말루 비참한 게 뭔지 알기나 해!!!
태희 : (멍하게 쳐다보면)
재혁, 폭발한 감정을 주체 못한 채 숨을 몰아쉬며 바라본다. 그러더니 주체하지 못해 그대로 돌아서서 왔다 갔다 한다.
태희 : 재혁아.. (부르는데)
재혁 : 돌아가.
태희 : ...!
재혁 : (본다. 보더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러면서 돌아선다)
그의 돌아선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태희. 바라보더니 천천히 가방을 집어 들고 재혁을 지나쳐 나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재혁, 돌아본다. 보는 시선에서.
2. S# 오피스텔 복도.
재혁의 방에서 나오는 태희. 잠시 문 앞에 서 있다가 천천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순간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눈물이 두 눈 가득 고인다..
최대한 누르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단추를 누른다. 누르다가 그대로 벽을 짚고 선다.
뚝.. 뚝.. 떨어지는 눈물.. 소리를 죽인 채 어깨가 흔들리는데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 태희를 본다. 연민으로 바라보더니.
재혁 : 태희야.
태희 : ...!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다)
재혁, 본다. 보더니 다가가 태희를 돌이켜 세운다.
입을 꼭 다문 채 재혁을 바라보는 태희, 보더니.
태희 : 나쁜 자식..
재혁 : (본다)
태희 : 나쁜 놈..
재혁 : (본다. 보더니 말없이 안아준다)
태희 : (주르르 흐르는 눈물)
재혁, 낮은 한숨으로 태희를 꼭 안아주는 모습.. 길게.
3. S# 평창동 전경. (밤)
4. S# 이층거실. (밤)
소파에 앉아 잡지 책자를 들춰보고 있는 승희. 그 뒤로 힘없이 올라오는 태희 보인다.
승희 : (벌떡 일어나며) 언니.
태희 : (한번 보더니) 아직 안 잤니?
승희 : 잠이 와야죠. (살피듯) 그나저나 어떻게 됐어요? 지금 장재혁 씨 만나구 오는 길이예요?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만 자라. (그러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승희 : (? 돌아보면)
5. S# 태희의 방.
안으로 들어와 외투를 벗는 태희.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승희.
승희 : 왜요? 장재혁 씨가 발뺌해요? 선우 기집애,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요 막?
태희 : ...
승희 : 이왕 가서 단도리 하는 김에 아주 확 밟아버리지 그랬어요. 정신 차리게. (하는데)
태희 : 윤희야! (조금 엄하게)
승희 : (멈칫.. 보면)
태희 : 이건 재혁이하구 나.. 두 사람의 문제야. 이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두 돼.
승희 : 그래두 난.. 언니가 걱정 되서..
태희 :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됐어. 우린 괜찮을 거야.
승희 : (보면)
태희 : 피곤하다 윤희야. 나 그만 쉬고 싶어.
승희 : (본다. 보더니) 네.. (돌아서서 나가는데)
태희 : (그 뒷모습이 안 되서) 윤희야.
승희 : (돌아보면)
태희 : 잘 자.
승희 : 네에. 쉬세요. (그대로 서운해 나가면)
태희, 본다. 보더니 그대로 털썩 의자에 앉으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허탈한 기분.. 시선에서.
6. S# 승희의 방.
방으로 들어오는 승희, 들어오다가 한번 돌아보더니.
승희 : 괜찮을 거라구? 허.. 저렇게 고상 떨다간 뒷 통수 얻어 맞구 앞 통수 얻어맞지.
두고 봐. 내 말 안 들었다간 분명히 나중에 땅 치며 후회할걸? (돌아보는 시선에서)
7. S# 철웅의 집 전경 (밤)
8. S# 철웅의 집 거실.
선우와 연웅, 철웅, 그리고 수탁 안으로 들어온다.
박귀중 : 이제오니?
선우 : 네 아저씨. (안쪽에 대고) 할머니 저희 왔어요.
길여옥 : (주방에서 뛰어나오며) 아이구 이제 오는구나. 그래 다친 데는 괜찮구?
연웅 : 괜찮으니까 퇴원했지. 안 괜찮으면 병원에서 내보내줬겠어?
길여옥 : 아이구 이 녀석아. 그러게 멀쩡허니 왜 싸움질을 허구 댕겨 그래. 너 그러다 진짜루 몸 상하믄 어쩔 거야.
선우 : 앞으로 또 싸움질하면 할머니가 회초리로 좀 때려주세요. 애들은 맞아야 철든대요, 할머니.
철웅 : 내가 애냐?
선우 : 정신연령은 딱 아홉 살 이잖어 너.
연웅 : 그렇죠? 언니두 그렇게 생각하죠? 야.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네.
수탁 : 선우 양이야 말루 우리한텐 든든한 아군이죠, 연웅 씨. 하하. (웃는데)
철웅 : (근데 이 자식들이 무섭게 노려보면)
연웅 : (찔끔하더니 괜히) 할머니 저녁 준비 아직 안됐지? 내가 좀 도와줄까? 뭐할까? 어? 말만해.
(하면서 팔 걷어부치고 쓱 안으로 들어가면)
수탁 :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연웅 씨. (따라 들어가면)
길여옥 : 아이구 얘들아 부엌 정신없어..
연웅 : (안에서) 걱정 마. 다 알아서 한다니까. (하는데 그릇 떨어지는 소리)
길여옥 : 쟤들이 근데.. (주방으로 들어가면)
선우 : 넌 올라가 쉬구 있어. 밥 다되면 부를게.
철웅 : 그래.
선우 : (주방 들어가면)
철웅 : (그런 선우를 빙긋 보더니 윗층으로 올라간다)
한쪽에 앉아있던 박귀중, 돌아본다.
9. S# 철웅의 방.
외투를 벗는 철웅, 거울에 붕대감은 몸을 살펴보는데 똑똑똑 노크소리.
철웅 : 누구야 들어와.
문 열리며 들어서는 박귀중.
철웅 : 어? 아버지.
박귀중 :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냐?
철웅 : (? 본다. 시선에서)
10. S# 주방.
연웅, 수탁, 파와 양파 및 콩나물을 다듬고 있고.
길여옥 : (주전자에 물을 담아주며) 이거 대추하고 감초 넣어 끓인 물이거든. 철웅이 좀 갖다 주고 올래?
선우 : 네. (들고 나간다)
연웅 : (나가는 거 보더니) 할머니. 선우 언니 진짜 캡이지? 성격 좋지, 뒷끝 없지, 할 말 똑 부러지게 다 하지. 어우 시원해.
그 동안 철웅 오빠한테 못한 말 선우언니가 대신해주니까 속이 다 풀리는 거 있지?
수탁 : 제 속도 시원합니다, 연웅 씨.
연웅 : 아, 진짜 철웅 오빠한텐 선우언니가 딱 인데 말야. 둘이 딱 결혼하면 좋겠지? 그치 할머니?
길여옥 : 그러게. 그러면야 좋지만서두.. 사람 인연이 어디 그렇게 마음대루 되나.
수탁 : 그럼요 할머니. 인연이란 건 쌍방 간의 이끌림이거든요.
(연웅과 자기를 은근히 가리키며) 혹시 뭐 느껴지는 거 없습니까, 연웅 씨? 이끌..림...?
연웅 : 수탁오라버니. 오버하지 말구 콩나물이나 다듬으셔.
수탁 : (보더니 썰렁해져서 콩나물을 다듬는다)
길여옥 : (본다. 껄껄.. 웃는 얼굴에서)
11. S# 이층 복도.
물주전자를 들고 올라오는 선우, 철웅의 방 쪽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박귀중E : 그 사람들.. 누구냐?
선우 : (멈칫.. ?해서 문 쪽을 보면)
12. S# 철웅의 방안.
철웅 : 네?
박귀중 : 어제 병원에 왔던 사람들 말이다. 누구냐?
철웅 : (대수롭지 않게) 그냥.. 사업하는 형들이예요.
박귀중 : 무슨 사업인데?
철웅 : 뭐.. 그냥 이런 거 저런 거..
박귀중 :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본다. 보더니) 너.. 별 일 없는 거지?
철웅 : (그 말에 멈칫.. 본다. 보면)
박귀중 : 물론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두 세상에는 말이다 철웅아.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이라는 게 있다.
철웅 : (보면)
박귀중 : 니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알지마는.. 사람 일이라는 게 그게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서..
너도 모르게 속수무책으로 말려들 수 가 있는 거다.
철웅 : ...
박귀중 : 너.. 이렇게 마음 못 잡구 있는 거 볼 때마다.. 꼭 아버지 탓인 거 같아서 항상 마음이 무겁다.
니 엄마 일찍 세상 떠난 뒤로..할머닌 장사 때문에 나는 회장님 때문에, 어린 너희 두 남매 제대로 건사도 못해준 게..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려.
철웅 : 아버지. 제 나이가 몇인데 아직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 정도로 먹여주시구 키워주셨음 됐죠.
사내자식이 이 나이 먹어서까지 뭘 더 바라면 그게 나쁜 놈이구 염치없는 거죠.
박귀중 : 그래두 아버지 마음은 그런 게 아니다.
철웅 : 아버지. 아버지는 저한테 해주실 수 있는 거.. 다 해주셨어요. 물론 아버지 보시기에 저 사는 거 조금은 한심하겠지만..
그래두 전.. 제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보며) 그럼 된 거잖아요.
박귀중 : (본다.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아버진 너 믿는다. 너는 내 아들이니까.
철웅 : (본다. 왠지 그런 아버지가 짠해서 보면)
13. S# 이층복도.
다 듣고 있던 선우, 본다. 보더니 조용히 돌아서서 프레임-아웃.
14. S# 옥상. N
주전자를 든 채 걸어와 한쪽에 쭈그리고 앉는 선우. 문득 반지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들여다본다.
선우 : 철웅인 좋겠다. 그치? 저렇게 좋은 아버지두 있구.. 나두.. 저런 아버지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반지를 보며) 우리 아버진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보고싶다.
그러면서 자조적인 한숨..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길게..
15. S# 제하그룹 전경. D
16. S# 회장실.
진실장, 옆에 서 있고 결재에 싸인을 하고 있는 김필중. 똑똑똑.
김필중 :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박귀중.
김필중 : (보더니 싸인 한 서류 진실장에게 넘겨주며) 진실장은 나가봐.
진실장 : 네? 아.. 네. (받아서 밖으로 나간다)
17. S# 회장실 앞.
밖으로 나오는 진실장, 의아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18. S# 회장실 안.
소파에 앉는 김필중, 그 앞으로 내미는 서류봉투.
김필중, 안에 있는 내용을 들춰본다.
김필중 : 그러니까 친부가 따로 있었구만..
박귀중 : 네 회장님. (보며) 태희 양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겠습니다.
김필중 :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네.. 이 일은 자네하고 나하고 둘만 아는 걸로 해.
특히 태희 귀에 안 들어가도록. 무슨 말인지 알겠나?
박귀중 : 그럼..
김필중 :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야. 입 다물어.
박귀중 :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서류를 들여다본다)
승희의 호적초본(또는 출생을 알 수 있는 다른 무엇)이다.
김필중, 본다. 시선에서.
19. S# 복도.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오는 박귀중. 그 뒤를 쫒아나오는 진상만.
진상만 : 이봐요 박기사.
박귀중 : (돌아보면)
진상만 : 회장실엔.. 무슨 일입니까?
박귀중 : 그냥 회장님이 뭘 좀 심부름을 시키신 게 있어서요.
진상만 : 무슨 심부름인데요?
박귀중 : 글쎄 내용은 저두 모르겠습니다. 허허.
그러더니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일별하고 올라탄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진상만, 고개를 갸웃.. 대체 뭘까 바라보는 시선에서.
20. S# 다른층 복도 일각.
선우, 청소 카트를 밀고 온다. 소방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 쪽으로 청소카트의 방향을 바꾸는데
그만 턱! 바퀴가 모서리에 걸린다. 끼어서 안 움직여지는 카트.
아직 카트 움직이는 것에 서투른 선우, 힘으로 밀어보는데
그만 기우뚱하며 카트위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선우 어? 돌아보면. 그 중에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 다 저 끝까지 굴러가다가 지나가던 발에 툭.. 맞는다.
그 두루마리 화장지를 집어 드는 손 같이 틸-업하면 김필중 회장이다.
김필중, 선우 쪽을 보면 선우, 흩어진 물건들을 정신없이 줍고 있다.
김필중 근처에 떨어진 두어 개 두루마리 화장지를 같이 주워주면.
선우 : 됐어요, 할아버지. 제가 해두 돼요.
김필중 : (그래도 주워주면)
선우 : 할아버지 저기두요.
김필중 : (? 보면)
선우 : 뒷쪽에두 하나 떨어졌거든요. (헤 웃으면)
김필중 엉거주춤 돌아보다가 뒷쪽에 떨어진 화장지를 발견 주워서 선우쪽에 가져다주면.
선우 : (받으며)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보며) 할아버지두 이 회사에서 일하세요?
김필중 : 그래요. 여기서 일하지.
선우 : 연세도 많아 보이시는데 아직 괜찮으신가 봐요?
김필중 : (? 보면)
선우 : 왜 요즘은 사십대 오십대만 되면 명퇴다 뭐다 뚝뚝 다 짤려 나가잖아요.
김필중 : (픽 웃더니) 글쎄. 나는 사람들이 잘 봐줘서 그런지 아직 자리보존하고 있어요.
(선우를 보며) 근데 처자는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힘든 일을 하는구만.
요즘 젊은 사람들 삼디 업종은 잘 안할라 그런다던데.
선우 : 그런 게 어딨어요. 그것두 다 즤들 배부르니까 하는 소리죠. 직장 짤려서 오갈 데 없구 한 끼 해결하는 것두 힘들어 봐요.
삼디가 어딨어요. 사디 오디라두 해야죠.
김필중 : (본다. 재밌는 아가씨다)
선우 : 근데 할아버진 어느 부서에서 일하세요?
김필중 : 나아.. (생각하다가) 나는 특별히 정해진데 없이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일하는 사람이요.
선우 : 어머 그래요? 저두 그런데.
김필중 : (? 보면)
선우 : 원래는 4층 5층이 담당인데요. 필요하면 다른 층두 왔다 갔다 해요.
일주일에 두 번씩 휴게실이랑 꼭대기 층두 청소해야 하구, 지금은 또 도서관 땜빵 하러 가야해요.
김필중 : 그렇구만. 허허.. (웃는데)
땡! 하고 소방용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선우 : (어? 하고 보더니) 잠깐만요! 같이 가요! (김필중 보며) 그럼 할아버지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이며 보면)
선우, 낑낑 청소카트를 밀고 소방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김필중, 뒷짐을 진 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21. S# 사내 도서관 안.
마대로 바닥을 닦고 있는 (또는 카펫이면 소리 안 나는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모습에서 틸-업하면
선우의 시선은 온통 책으로 쏠려있다.
각종 통신회사 관련 책자들이 즐비한 가운데 선우, 그 중에 하나를 꺼내 읽어본다.
보다가 흘끗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예 자리를 깔고 이 책 저 책 꺼내서 보기 시작한다.
탐독하는 시선으로 읽어내려가면.
다른 일각> 쭉 걸어오면서 필요한 책자들을 들춰보는 태희. 쪽지에 적혀있는 책들을 찾아 쭉 걸어오는데 책이 없는 듯..
돌아보다가 한쪽으로 프레임-아웃.
22. S# 출납데스크.
태희 : (사서에게) 저기 여기 적힌 책들..언제 들어오는지 좀 봐주시겠어요?
사서 : (쪽지 받아서 컴퓨터로 체크하는데. 그 옆으로)
선우 : 저기요. 이 책 좀 빌려 갈려구 하는데요.
태희 : (? 보면)
선우 : (돌아보다가 멈칫.. 태희를 본다) 안녕하세요.
태희 : (눈인사만 잠깐. 시선 돌리는데)
사서 : 사원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선우 : 네?
사서 : 사원 신분증이요.
선우 : 저기 그런 건 없는데.. 그래두 저 여기서 일하는 사람 맞아요. 여기 청소하러 매일 다니는데.. 안될까요?
사서 : 여긴 사내 직원들한테만 대여가 가능합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용역업체 소속이지
저희 회사직원으로 분류가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선우 : 네에. (실망감.. 태희를 한번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태희 : (돌아본다. 그러면서 선우가 빌리려던 책을 본다)
통신서비스에 관한 전문서적.. 태희, 보는 시선에서.
23. S# 복도.
청소기구 들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태희 : 저기..
선우 : (? 돌아본다)
태희 : 잠깐 나하고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여러 권의 책들을 빌려나오는 중, 손에 들고 있을 것)
선우 : (그런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24. S# 회사내 산책로.
앉아 있는 선우 앞으로 내밀어지는 음료수. 선우 보더니 음료수를 받는다.
그 한쪽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는 태희.
태희 : 이름이 이선우라구요?
선우 : 네.
태희 : (시선 한곳에 두며) 어릴 때부터 가끔 이상한 예감이 들 때가 있어요.
아버지가 할아버질 만나러 서울 간다 그랬을 때두... 왠지 아버지를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죠.
(보며) 선우 씨가 장팀장하고 같이 있는 걸 봤을 때도 그랬어요. 자꾸만 선우 씨하고 묘하게 얽힐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선우 : (본다)
태희 : 선우 씨..장팀장 좋아해요?
선우 : 왜 저한테 그런 걸 물으세요?
태희 : 사람을 잘못 사랑하게 되면.. 상처받고 불행하게 돼요. 그렇게 사람을 한번 잘못 사랑하게 되면.. 돌이킬 수도 없는 거예요.
나는.. 선우 씨가 상처받고 불행하게 되는 거 원치 않아요.
선우 : 평생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크게든 작게든 상처받게 돼 있으니까.. 전.. 그런 상처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태희 : 이선우 씨 내 말은..
선우 : 알아요. 저한테 무슨 말씀하고 싶으신지..
태희 : (보면)
선우 : 걱정하지 마세요. 염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태희 : (본다)
선우 : (잠시 보더니 베식 웃으며) 나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원하고 노력한 만큼 가질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근데요.. 사람만큼은 그게 안 되는 거 같아요.
태희 : (보면)
선우 : (짐짓 웃으며) 이만 들어가 볼께요. 늦게 가면 저 또 혼나거든요. (일어나 꾸뻑 인사하더니 돌아서는데)
태희 : 선우 씨.
선우 : (돌아보면)
태희 : (책 중에 두어 권을 집어 들어 일어서더니 선우 앞으로 내민다)
선우 : (? 본다. 태희를 보면)
태희 : 나도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어요. 원하고 노력한 만큼 가질 수 있다고도 믿구요.
선우 : (보면)
태희 : 이거 아까 빌리려던 책 맞죠? 반납기일은 일주일이니까 그 전까지 다 읽구 내 책상위에 갖다놔요.
선우 : (책을 받는다. 다시 태희를 보더니) 이런 말 해두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언닌 정말 멋있는 사람 같아요.
(보며) 언젠가는.. 언니를 이겨보고 싶어요.
태희 : (본다. 여유 있는 자의 미소)
선우 : (선의의 자신감으로 마주보는 얼굴에서)
25. S# 평창동 전경 (밤)
26. S# 평창동 이층거실. (밤)
승희 : (커피를 마시다말고 멈칫..놀라서) 네? 뭐라 구요?
태희 : 선우라는 애 말이야. 니 친구. 그 애하군 언제부터 알게 된 거냐구.
승희 : 아아.. 선우요. 그게.. 그러니까 언제부터 였드라.. 중학교 때였나? (하는데)
태희 : 그 애는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니?
승희 : (뜨끔해서 본다. 보더니) 부모님이요? (하다가 둘러대듯) 있었죠. 있었어요, 걔네 부모.
근데 아빠가 엄마를 버리고 도망갔대나 어쨌대나.. 그 뒤로 걔네 엄마두 다른 남자 만나 따루 살림 차리구,
암튼 콩가루 집안이예요.
태희 :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면)
승희 :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건 물으세요?
태희 : 어? 어어 그냥.. 오늘 낮에 선우랑 잠깐 얘길 하게 됐었거든.
승희 : 네? (긴장) 선우하구.. 단둘이요? 그래서 그 애가 뭐라 그랬는데요?
태희 : (웃음) 내가.. 멋있대. 언젠간 날 이겨보고 싶다드라.
승희 : 어머어머! 기막혀! 선우 그 기집애가 언닐 이기겠다구요? 그 기집애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어디 주제도 모르구.. (하는데)
태희 : 근데 웃긴 건 그 애가 하는 말이.. 정말루 진심인 것처럼 들렸다는 거야.
승희 : (멈칫.. 보면)
태희 : 이름 때문인가?
승희 : 네?
태희 : 그 애 이름이 엄마 이름하구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느껴진 건가?
승희 : (엄마 이름? 순간 핏기가 싹 가신다. 보면)
태희 : (생각에 잠겨 커피를 마신다)
승희 : (본다. 보는 시선에서)
27. S# 승희의 방 (밤)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불안 초조.. 두 손을 마주 잡으며 방안을 서성인다.
생각하는 시선에서.
flash-back> 3부 29씬.
어린윤희 : (그 말에 보며) 나 이제 이름 알어.
어린승희 : 뭐?
어린윤희 : 나 이름 있다구. 선우야. 이선우. 이제부터 선우라구 불러. 알았지?
어린승희 : 웃기지마. 그거 니 맘대로 지은 거잖아.
어린윤희 : 아니야. (그러더니 옷 속에서 끈에 묶인 반지를 꺼낸다) 봐. 여기 분명히 써 있지? 이선우라구.
봐봐. 여기 이름 써 있잖아 이선우. 보이지?
<다시 현실>
승희, 반지를 빼서 안의 글씨를 본다. 바라보다가 손에 반지를 꾹 쥐며 이를 어쩐다.. 이를 어쩐다..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시선..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데서.
28. S# 철웅의 집 전경 (밤)
29. S# 거실.
텔레비젼을 들여다보고 있는 철웅과 연웅. 과일을 먹고 있다.
길여옥, 과일을 마저 깍아서 접시에 놓으며.
길여옥 : 연웅아. 이거 선우 갖다 줘라.
연웅 : (텔레비젼 보다가) 네. (접시를 들고 일어서려는데)
철웅 : (괜히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찍어 누르면서) 아, 텔레비전이 왜 이렇게 재미없냐 이거. 올라가서 잠이나 자야겠네.
(일어나며) 야. 박연웅. 그거 이리 줘라. 올라가는 김에 내가 갖다 주께.
연웅 : (흘끗 보더니 픽 웃음)
철웅 : 근데 짜식이 오빠 말하는데 왜 피식피식 웃구 그래 너? 내가 테레비 재미없어서 올라가겠다는데 불만 있냐?
연웅 : 아우 아닙니다, 오라버니. 불만이라뇨. 가당치도 않습니다.
철웅 : 까분다, 또.
연웅 : 에이 까불다뇨 오라버니. 어떻게 하늘같으신 오라버니한테 이 미천한 여동생이 까불겠습니까.
자 고정하시고, 들고 올라가시지요. (하면서 과일접시 주면)
철웅 : (벌쭘히 과일접시 받아들며)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하면서 연웅한테는 까불지 마. 표정 한번 던진 뒤 올라간다)
철웅, 뒷꼭지가 땡겨 괜히 한번 흘끗 돌아보며 올라간다.
철웅, 사라지자마자.
연웅 : 선우언니한텐 꼼짝도 못하면서 폼 잡기는.
길여옥 : 암튼 오래살구 볼 일이다. 생전 지 물 그릇두 안 갖구 올라가던 애가 과일접시 갖구 올라가는 거 봐라.
연웅 : 그러니까 할머니 철웅 오빠한텐 선우 언니랑 딱이라니까요.
길여옥 : (웃으며 올려다보면)
30. S# 연웅의 방.
책상위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선우. 태희가 빌려준 통신서비스 책자를 들고 보고 있다.
그 뒤로 슬그머니 문이 열리면서 들여다보는 철웅, 조용히 들어와 문을 닫는다.
선우, 듣지 못한 채 책보는 일에 열중하면 철웅,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 소리 나게 쿵! 닫는다.
선우 : (흠짓.. 보다가 철웅을 보며) 어? 왠일이야?
철웅 :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냐?
선우 : 어. 통신 서비스에 대해서 공부중이야. 앞으로 통신회사에서 일 할려면 이 정돈 알아둬야 할 거 같아서.
철웅 : 그래? (보더니) 내려앉아 과일 먹구 해라. (그러면서 방바닥에 앉으며 과일접시 내려놓으면)
선우 : (책을 든 채 내려앉아 과일을 먹는다. 그러면서 시선 계속 책을 보면)
철웅 : 야. 이선우. 사람이 앞에 앉아있는데 뭐하는 짓이야?
선우 : (책에 계속 시선 둔 채) 나 이거 빨리 보구 갖다줘야해.
철웅 :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십분만 쉬었다 읽어.
선우 : 안 돼. (그러면서 계속 책만 들여다보자)
철웅 : (홱 책을 뺏어서 옆에 내려놓는다)
선우 : 야아.
철웅 : 니가 무슨 무적철인 로버트 태권브이냐? 하루 종일 청소 죽어라 하구 들어와, 밤에는 책만 들여다 봐.
하루에 십분 정돈 내 얼굴 봐주면서 좀 쉬기도 하란 말야.
선우 : (어이없이 보더니) 하긴. 너 땜에 병원 왔다갔다 하느라구.. 요즘 좀 피곤하긴 했지.
(두 팔을 쭉 위로 올리며 힘껏 스트레칭한 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
철웅 : 괜히 직장 다닌다고 생고생하지 말구 다 때려치구 나한테 시집와라 그냥.
선우 : (두드리다 말고 황당해서 보면)
철웅 : 내가 니 아빠 해주께. 애. 아. 빠.
선우 : 뭐?
철웅 : 나한테 시집와서 애 낳으면 나, 애 아빠 되는 거 맞잖아. 그치?
선우 : 니가 또 슬슬 간지럽구나? 나한테 맞구 싶어서.
철웅 : 그러지 말구 시집와라. 시집오면 내 할머니 니 할머니 되는 거구 우리 아버지두 니꺼 될 수 있잖아. 거기다 연웅이까지..
나 하나만 가져가면 가족들이 줄줄이 세트루 딸려 가는데 손해 볼 거 없잖아.
선우 : (어이없네. 보면)
철웅 : 거기다 애들두 열두 명쯤 낳는 거야. 나 닮은 사내 녀석 다섯 명, 너 닮은 기집애 다섯 명.
거기에 너랑 나랑 짬뽕시킨 쌍둥이 한 쌍. 그렇게 낳아서 우리 축구단 만들자. 내가 감독하구. 넌 코치하구. 어때? (하는데)
선우 : (퍽! 책으로 철웅의 머리를 때린다)
철웅 : (고개 한쪽으로 쏠린 채 삐딱하게 보며) 왜 때려.
선우 : 정신차리라구 때렸다. 병원한번 들어갔다 오더니 상태가 더 심해졌구나, 너.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철웅 : 야! 아직 가족계획 다 안 끝났어. 어디가? (하는데)
선우 쿵! 문 닫고 나가버린다. 그 뒤에 대고.
철웅 : 야. 열 둘.. 적어? 그럼 쌍둥이 한 쌍 더 낳을까? 어? 야! 이선우 말만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할게! 어?
31. S# 이층복도.
문 쪽을 돌아보는 선우, 어이없이 픽 웃더니.
선우 : 누가 마누라 될지 심히 걱정된다. 심히. (픽 웃으면서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위로)
E 때르르릉 울리는 전화벨.
32. S# 철웅의 집 마루.
연웅 : (수화기를 들며) 여보세요.
그 뒤로 이층에서 내려오는 선우.
길여옥 : 왜 내려 오냐? 철웅이 좀 전에 과일 들고 올라갔지 않았어?
선우 : 계속 헛소리 하길래 그냥 두고 내려왔어요. (하면서 과일접시에 있는 사과 하나 집어 베어 무는데)
연웅 : (수화기 막고 돌아보며) 선우언니. 전화.
선우 : (? 본다) 누구?
연웅 : 그 기집앤데.
선우 : 응?
연웅 : 있잖아. 수세미 머리.
선우 : ? (본다. 시선에서)
33. S# 근처 일각. (야외) N
돌아서서 저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승희의 뒷모습.
선우, 본다. 보더니 그 뒤로 다가간다.
승희 : (기척에 돌아보면)
선우 : 너..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승희 : (본다. 보더니) 할 말이 있어서.
선우 : 무슨 할 말?
승희 : 너 우리 할아버지 회사에서 청소하는 거 그만둬.
선우 : 뭐?
승희 : 좋게 말할 때 그 일 그만두라구.
선우 : 너 또 왜 이러는 거야? 나 대리점에서 짤리게 한 걸로 부족하니? 부잣집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까 심심해?
그래서 재미삼아 나 또 괴롭히러 온 거니?
승희 : 너야 말루 왜 이래? 하구 많은 회사 중에 하필 왜 그 회사냐구.
대체 왜 이렇게 날 쫒아 다니면서 내 인생이 끼어드는 거야 너!
선우 : (어이없어 보면)
승희 : 다른 데로 옮겨. 내가 자리 알아봐줄까? 니가 원하면 자리 알아봐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내일 당장 옮겨. 다른 데로 옮기란 말야!
선우 : 싫어. 그렇게 못해.
승희 : 뭐야?
선우 : 나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할 거라구.
승희 : 너 혹시 그 남자 때문이니? 우리 언니랑 결혼할 그 장재혁이라는 남자 때문에 그래?
이선우. 꿈 깨. 너하구 그 남자.. 말두 안 되는 그림이란 거 모르니?
선우 : 도저히 상대를 못하겠구나, 너.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승희 : (팔을 나꿔채서 붙잡으며) 가지마!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하는데)
선우 : (탁! 뿌리치며) 놔! 이거!
승희 : (멈칫.. 놀라서 보면)
선우 : 내가 하구 싶어서 시작한 일이야.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거야. 그러니까 넌 참견하지 마.
승희 : (부들부들 떨면서 노려보면)
선우 : 너어.. 나 가지고 장난치는 게 무척 재밌는 모양인데 나 화나게 하지 마. 나두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야. 알아?
만약 한번만 더 여기서 일 못하게 방해하면 그 땐 너 진짜 그냥 안 둬. 알았어?
승희 : 너.. 정말루 그만 못 두겠다 그거야?
선우 : 그래. 그만 못 둬. 안 그만둬. 그러니까 헛수고하지 말구 조용히 돌아가라 우승희. 아니.. 김윤희였던가?
승희 : ! (보면)
선우 : (돌아서서 간다. 가는데)
승희 : (본다. 부들부들 떨면서 노려보는 시선에서)
34. S# 국밥집 안.
맥주에 안주를 담은 쟁반을 들고 안으로 막 들어가는 오산댁.
그 때 드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오산댁, 멈칫.. 놀라서 돌아본다.
오산댁 : 승희야. 니가 이 밤에 어쩐 일이냐? 어?
승희 : 할 얘기가 있어 엄마. (그러더니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오산댁 : (? 돌아본다. 무슨 일인가해서 쳐다보는 시선에서)
35. S# 방안.
놀라서 쳐다보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 뭐야?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선우가 니 언니를 만나다니.. 아니 왜? 어떻게?
황국도 : 아, 그 회사에서 청소 일을 한대잖여 선우가.
오산댁 : 어이구 끔찍한 기집애. 아니 거긴 왜 또 들어갔대? 어?
승희 :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기집애 막아야 돼. 선우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 굴러들어 온 거 태희 언니가 알게 되면..
그 땐 끝이야. 모든 게 끝장나는 거라구. 엄마 어떡해? 어? 어떡하지? 방법이 없을까..
오산댁 : 아이구 글쎄다. 정신이 하나두 없어서..
승희 : 생각 좀 해봐 조옴!
황국도 : 어따 미치고 팔짝 뛰겄네. 아니 하고 많은 회사 냅두구 왜 거긴 들어 앉어 청소 일을 하구 십진이랴.
오산댁 : 일이 한번 드럽게 꼬일려면 어떻게든 안 꼬이겠어? 암튼 선우 그 년은 우리랑은 악연으루 태어난 년이니까는 아주.
그나저나 그 선우 기집애를 어쩐다?
승희 : 엄마가 말려보면 안될까? 그래두 엄마 말이라면 아직 무서워하잖아 선우.
오산댁 : 어떻게 밑두 끝두 없이 다니던 회사 다니지 말라 그래. 그러다가 뭔가 있구나, 눈치 채면 어쩌라구.
황국도 : 그라지, 그라지.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긁어 부스럼 만들 수도 있지. 암.
승희 : 그럼 어떡해! 나 이대로 들통 나서 쫒겨 나게 할 거야?
우리 세 식구 사기죄로 줄줄이 잡혀 들어가는 거 두 손 놓구 앉아서 기다려?
오산댁 : (난감하다)
황국도 : (한숨을 푹.. 내쉬면서) 어따 거 참..
오산댁 : (생각하다가) 하루쯤.. 어떻게 회사 못나가게 할 방법은 있겠는데.
황국도 : 뭐시여? 방법이 있다고?
승희 : 그게 뭔데?
오산댁 : 모여 봐.
황국도와 승희, 귀를 모은다. 오산댁, 속닥속닥 거린다.
황국도, 과연.. 고개를 끄덕이면.
승희 : 좋아. 그럼 낼 하루만 엄마가 붙들고 있어. 그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지?
오산댁 : (고개를 끄덕인다)
36. S# 철웅의 집 거실.
어두운 거실. 주방에만 불이 켜져 있는 상태.
E 울리는 전화벨.
세수를 끝낸 선우와 거의 동시에 주방에서 나오는 길여옥.
선우 : 제가 받을까요?
길여옥 : 아니다. 됐어. 넌 올라가 출근준비나 해. (하면서 수화기 들고) 여보세요. 네 맞습니다만 뉘세요?
(하다가 멈칫 순간 싸늘해지더니) 아니 오산댁이 무슨 일루 우리 집에 새벽 참부터 전화를 하구 그래?
선우 : (멈칫.. 올라가다 말고 돌아본다)
길여옥 : 글쎄 선우를 왜 찾느냐구 새벽 참부터. 안 돼. 선우 출근해야 돼. 나중에 다시 걸게. 뭐어?
선우 : 무슨 일인데요 할머니?
길여옥 : (수화기 막고 돌아보며) 오산댁이 많이 아프대는구나.
선우 : 네에? (본다. 시선에서)
37. S# 국밥집 안.
드륵 문이 열리면서 뛰어 들어오는 선우.
선우 : 아줌마! 아줌마아!
황국도 :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나오며) 아이구 선우 이제 왔냐.
선우 : (여전히 불쾌함. 시선 피하며) 아줌마는요?
황국도 : 안에 있지. 시방 떼굴떼굴 굴르면서 난리가 났다.
선우 : (흘끗 보더니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38. S# 방안.
오산댁 : 아이구 나 죽네. 아이구구.. (흘끗 눈치 보다가)
선우 : 아줌마. (들어서자)
오산댁 : (더 죽겠다는 듯) 아이구구.. 아이구구 엄니..
선우 : (놀라서 다가앉으며) 아줌마 어디가 아프신데 그래요? 네?
황국도 : 글씨. 나두 몰러. 머리두 아프다 그러구 배두 아프다 그러구 온 몸이 다 쑤시구 아프다 그러는고마.
선우 : 병원에 가시죠, 왜.
오산댁 : 아이구 병원은 싫다. 죽어두 집에서 죽지 병원엔 안 갈란다. 어이구구 선우야 나 죽는다. 아이구구 엄니..
(흘끗 눈치 봐가며 엄살)
황국도 : 밤새 저러구 앓는 중이두 계속 너만 찾는 겨. 너만.
선우 : (본다. 시계를 본다. 출근시간은 다 되고)
오산댁 : (그러자 더 크게) 아이구구.. 아이구구..
황국도 : 워떻게 좀 안 되겄냐? 이? 저렇게 아프다고 난린디..
워쩌냐. 니가 수고스럽더라두 하루만 좀 니가 봐주면 딱 좋겄는디 말여.
오산댁 : 어이구 나 죽네. 어이구구 배야, 아이구..
선우 : (본다. 보더니) 할 수 없죠. 회사에다 전화해서 오늘만 못나간다 그러죠 뭐.
황국도 : 그래 줄텨? 아이구 고맙다 야. 저그 회사다가는 내가 대신 연락해 줄 텐께 넌 니 아줌니나 잘 보살펴줘라 이?
(종이하고 팬 내밀며) 여기 회사 연락처나 좀 적어라.
선우 : (본다. 보더니 적어서 준다)
오산댁 : (흘끔 보면)
황국도 : 아이고, 그래도 선우 니가 와서 그런가 니 아줌미 아까보다는 앓는 소리가 좀 들한 것 같으다. 그럼 수고 좀 해줘라 이?
내가 후딱 가서 회사다 연락해 놀 텐께. (하면서 나가면)
선우, 걱정스럽게 오산댁을 살핀다.
선우 : 아줌마. 어디가 아픈데 그래요? 네?
오산댁 : 아이구 몰러. 다 아퍼서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겄네. 아이그그..
선우 : (본다. 걱정스런 시선에서)
39. S# 국밥집 안.
밖으로 나온 황국도, 안쪽을 살피더니 얼른 전화를 건다. 아주 작게.
황국도 : 여보세요? 승희냐? 이이. 나여. 일 단계는 성공이여.
40. S# 승희의 방.
승희 : 알았어요. 아뇨 그 회사엔 연락할거 없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저씨하구 엄만 선우나 꼭 붙들어 놓구 계세요....네. (수화기 내려놓는다. 씩 웃는 얼굴에서)
41. S# 신사업팀 사무실 앞.
프레임-인 되는 재혁과 오한영, 안으로 들어오다가 재혁, 멈칫.. 다시 돌아서서 한쪽 게시판에 걸려있는 광고문을 본다.
오한영, 같이 걸음을 멈추고 보면.
신사업팀 수습사원 모집. 2명. 자격 전문대 졸 이상자.
재혁 : (본다. 보더니) 이거 아직 자리가 남았나?
오한영 : 글쎄요. 알아볼까요?
재혁 : 알아봐서 자리 하나 남았으면 남겨두라 그래. 내가 추천할 사람이 하나 있다구.
오한영 : 알겠습니다.
재혁 : (게시판을 보는 시선에서)
42. S# 청소 관리실.
안으로 들어오는 신반장.
신반장 : 이선우 씨 아직 출근 안했어요?
청소1 : 안했는데..
신반장 : 연락두 없었구요?
청소1 : 없었어.
신반장 : 벌써 열시가 넘도록 뭐하는 거야 증말. 간만에 쓸 만한 애 하나 건졌다 했더니.. (하는데)
E 전화벨 소리.
신반장 : (받으며) 여보세요? 누구? 이선우 씨? 아니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43. S# 승희의 방.
코를 막은 채 핸드폰에 대고.
승희 : 감기가 걸려서 그래요. 코가 꽉 막혔거든요. 몸살까지 겹쳤나 봐요 꼼짝을 못하겠네요.
신반장 : (insert>) 그럼 일찍 전활 줬어야지. 4,5층 담당하는 아주머니들만 욕봤잖아 괜히.
승희 : 몸이 아프면 연락을 늦게 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런 거 갖구 깡깐하게 열 내구 그러세요?
몸 아픈 게 제 잘못두 아니잖아요.
신반장 : (insert>) 뭐, 뭐야?
승희 : 그렇게 못마땅하면 짤르세요. 내가 거기 아니면 일할 데 없는 줄 아세요?
신반장 : (insert>) 뭐라구? 아니 일 시켜달라구 와서 조를 땐 언제구. 이선우 씨 머리가 어떻게 된 사람 아냐?
승희 : 남이야 머리가 어떻게 됐든 말았든. 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 안 그래?
신반장 : (insert>) 뭐어? 다, 다.. 당신? 이선우 씨 지금 말 다했어?
승희 : 다했다 그래!
신반장 : (insert>) 어머어머 기막혀!
승희 : 됐어. 됐으니까 긴말할거 없이 그냥 짤러. 그럼 됐지?
하더니 핸드폰을 탁! 접어버린다. 승희, 쌤통이라는 표정으로 씩 웃으면.
44. S# 청소관리실.
수화기 든 채 어이없이 바라보는 신반장. 기막혀 보다가 탁! 수화기 내려놓는다.
청소1 : 왜 그래요 신반장.
신반장 : 그럼 그렇지. 어쩐지 너무 완벽하게 열심히 일을 하드라니. 이거 순 싸이코 아냐. 어? (기막힌 표정으로 전화기 보는데)
E 다시 전화벨.
신반장 : (받아들며) 여보세요. 누구요? 이선우 씨요? (열 받아) 그 정신병자 오늘부로 그만뒀는데요.
45. S# 재혁의 사무실.
재혁 : (수화기를 든 채 멈칫..) 네? 그만 두다뇨? 정말 본인이 그만두겠다 그랬단 말입니까? (듣는다. 듣더니) 네.. 알겠습니다.
재혁,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싶어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걸리는 게 있다.
다시 수화기 들고 번호를 누르더니.
재혁 : 김태희 씨 좀 들어오라고 해줘요.
수화기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데 잠시 후 똑똑똑 노크소리.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태희.
태희 : 무슨 일이세요?
재혁 : 문 닫아.
태희 : (본다. 보더니 문을 닫는다. 돌아서면)
재혁 : (보며) 너 어제 혹시 이선우 만난 적 있어?
태희 : 그건 왜?
재혁 :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그것만 얘기해.
태희 : 잠깐 만났었어. 왜?
재혁 : 무슨 얘기 했어?
태희 : ?
재혁 : 그 여자한테 무슨 얘길 했냐구.
태희 : (본다.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보더니) 그걸 왜 니가 알아야 하는데?
재혁 : 니가 그 여자한테 회사 그만두라 그랬니?
태희 : 뭐?
재혁 : 그 여자한테 가서 회사 그만두라 그랬어?
태희 : 왜? 이선우가 회사 그만뒀다니?
재혁 : 정말 모르는 일이야?
태희 : (본다. 보더니) 굉장히 불쾌하게 들린다, 그 말? 뭐니 너? 내가 그 여자 이 회사에서 내쫒기라두 했다는 뜻이니?
왜? 내가 이선우한테 달려가 장재혁 내 남자니까 건들지 마라, 이 회사에서 당장 사라져라.. 그랬을 까봐 이러는 거야 너?
재혁 : 정말 모르는 일이야?
태희 : 모르는 일이야! 모르는 일이라는데 왜 자꾸 확인하구 캐묻는 거야 너! 기분 나쁘게!
그렇게 못 믿겠음 이선우한테 직접 가 물어봐. 그럼 되잖아!
재혁 : 아니면 됐어. 나가봐. (시선 돌리면)
태희 : (본다. 보더니 기막혀) 너 정말 못됐구나. 내가 너 좋아하구 무조건 받아주니까 이젠 내가 함부로 보이니?
재혁 : 그런 거 아니야.
태희 : 근데 왜 자꾸 이런 식으로 날 대하는 거야?
재혁 : (본다. 보더니) 그만하자. 너하구 또 싸우고 싶지 않아.
태희 : 나두 너하구 싸우고 싶지 않아. 가만히 앉아 마음 다스리구 어떻게든 너 이해해 볼려구 노력하는 중이라구 지금.
근데 왜 자꾸 내 기분, 내 감정 건드는 건데 너? 이선우가 회사 그만둔 게 그렇게 마음 쓰이니?
재혁 : 불쾌했다면 미안하다. 그러니까 그만하자구. (그러면서 서류를 펼쳐 들어본다)
태희 : (본다.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46. S# 재혁의 사무실 앞.
나오는 태희, 쿵! 문을 세차게 닫는다. 지나가던 직원들 돌아본다.
오한영, 쳐다보면 태희, 재혁의 사무실 쪽을 한번 돌아보더니 그대로 나간다.
오한영, 태희가 나간 쪽과 재혁의 사무실 쪽을 번갈아 보면.
47. S# 재혁의 사무실 안.
시선 들어 잠시 생각에 잠기는 재혁.
재혁 : (다시 수화기 들더니) 이선우 씨 연락처 좀 알 수 있겠습니까? (시선에서)
48. S# 철웅의 집 거실.
울리는 전화벨.
철웅, 이층에서 내려오면서 전화를 본다. 다가와 수화기 집어 들고.
철웅 : 여보세요. (대답이 없자) 여보세요. 누구야? 전활 했으면 말을 해 얄 거 아냐.
재혁F : 이선우 씨 좀 부탁드립니다.
철웅 : 선우? 선우 회사 갔는데.
재혁 : (insert>) 뭐라구요?
철웅 : 선우 회사에 출근 했다 구요. 근데.. 전화 거는 댁은 누구쇼?
재혁 : (insert>) 여기 회삽니다. 이선우 씨가 회살 그만두겠다고 연락이 와서 댁으로 전화 드린 겁니다.
철웅 :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선우가 회살 그만두다니. 그럼 오늘 선우 회사 안 갔단 말입니까? (순간 표정 굳는데서)
49. S# 거리 일각.
연웅 : 뭐? 선우언니가 없어져?
철웅 : 회사에 출근하겠다구 나간애가 회사에 출근을 안했대. 거기다 회사 그만두겠다고 연락까지 왔었대.
어젯밤까지 통신회사 들어가겠다구 책 보던 녀석이 갑자기 회사 그만두겠다는 게 말이 돼?
수탁 : 이상하긴 하네요.
철웅 : 너 뭐 아는 거 없어?
연웅 : 어젯밤에 그 기집애 전화받구 잠깐 나갔었는데.
철웅 : 그 기집애? 누구?
연웅 : 있잖아. 우승흰지 저승흰지하는 애.
수탁 : 우승희 양 말이군요.
철웅 : 승희가 어젯밤 찾아왔었냐?
연웅 : 어. 늦게 전화가 와서 선우언니가 만나러 나갔었어.
철웅 : (돌아본다. 시선에서)
50. S# 국밥집 방안.
오산댁과 황국도.
오산댁 : 어이구 피곤해. 아픈 척 하는 것두 힘들어 못해먹겠네.
황국도 : 워떡혀. 오늘 하루만 붙잡고 있으라는디. 붙잡고 있으야지.
오산댁 : 참나.. 딸년이 뭐라구.. 살다살다 별짓을 다하구 앉었네 내가. (하는데)
선우 : 아줌마. 죽 끓여왔어요. (하면서 죽 그릇 얹은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오산댁 : (재빨리 뒤집어지며) 아이구구.. 아이구구..
황국도 : (얼른) 어따. 선우 니가 수고가 많다. 죽까정 끓이고.
선우 : (황국도는 무시. 오산댁 옆에 앉으며) 아줌마. 죽 조금만 드세요. 네?
오산댁 : 아이고고. (흘끔 보며) 무슨 죽이냐?
선우 : 잣죽이예요 아줌마. 아줌마 잣죽 좋아하시잖아요.
오산댁 : 자앗죽? (솔깃해서 보면)
황국도 : 어따 그 잣죽 거 맛나것네. (입맛 다시면)
선우 : (황국도 무시. 오산댁한테) 드실 수 있겠어요?
오산댁 : 그러게 몸이 아퍼서.. 넘어갈라나 모르겄다. (하더니 아아 입을 벌린다)
선우 : (떠먹여준다)
오산댁 : (먹는다. 맛있다. 맛있게 먹으며 신음소리만) 어이그그.. 어이그그.. (하면서 또 아아.. 입 벌리면)
선우 : (떠먹여 주는데)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철웅E : 여기 아무도 없어? 이봐요!
소리에 일제히 멈칫하는 선우와 오산댁, 황국도.
황국도 : 히! 이게.. 누구랴? 이?
51. S# 국밥집.
철웅, 한쪽에 있는 의자 괜히 한번 걷어차며.
철웅 : 여기 아무도 없냐구!
하는데 밖으로 나오던 황국도, 흠짓 놀래서 본다.
황국도 : 자..,자, 자네가 어찌 또 여까정 왔는가? 이?
철웅 : 선우 어딨어? 당신들 선우 어따 감췄어? 어?
황국도 : 서, 선우? 글씨 선우는 시방.. (하는데)
선우 : (그 뒤로 나타나며) 나 여깄어. 왜?
철웅 : 너 어떻게 된 거야? 회사 간다, 그런 애가 왜 여깄냐구. 저 아저씨가 너한테 또 무슨 짓 한 거야? 어?
황국도 : 아니여! 난 암 짓도 안 했당께.
선우 : 아줌마가 아파서 오늘 하루 결근했어. 왜?
철웅 : 그럼 너 회사 그만둔다 그랬다는 건 뭐야?
선우 : (놀란다) 뭐? 내가 회사를 그만두다니. 누가 그래?
철웅 : 아까 회사에서 전화 왔었어. 니가 회사 그만 둔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구. 대체 무슨 일이야 너.
선우 : (본다. 보다가 황국도를 노려본다) 아저씨!
황국도 : (얼른 시선 돌린다)
오산댁 : 아이구.. 어떡해. (슬그머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다)
선우, 순간 상황을 알아채더니.
선우 : 승희죠. 승희가 그렇게 시킨 거죠. 그렇죠?
황국도 :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담두..
선우 :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그래두 전 아줌마가 아프다 길래 열 일 제쳐 두구 달려왔는데..
어떻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실 수가 있어요? 네?
황국도 : (쩝.. 입맛을 다시며 시선 돌리면)
선우 : 정말 너무하세요.
그러더니 선우, 한쪽에 있는 가방을 들고 발을 신는다. 그대로 밖으로 뛰어 나가면
철웅, 황국도를 무섭게 쏘아본다. 황국도, 질겁해서 보더니 후다닥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면
동시에 철웅, 어우씨! 하면서 의자를 냅다 걷어차는데서.
52. S# 회사 일각. (밤)
신반장과 청소아줌마들, 정리하면서 한쪽으로 쭉 걸어 나오는데 그 뒤로 뛰어 들어오는 선우가 보인다.
선우, 땀투성이 얼굴로 뛰어와 신반장 앞에 선다.
선우 : 신반장님..
신반장 : (싸늘하게) 여긴 뭐 하러 나타났어? 이선우 씨 회사 그만둔 거 아니었어?
선우 : 신반장님 그게 아니 구요.
신반장 : 왜 갑자기 또 태도가 변하셨어? 아까 전화할 때처럼 한번 맞먹어보지 왜?
선우 : 제가 그런 게 아니예요. 신반장님.
신반장 : 이거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야? 배웠다는 사람이 지금 나이 든 사람 데리구 장난치는 거야 뭐야!
선우 : (멈칫.. 보면)
신반장 : 돌아가. 아무리 일손 모잘라두 이선우 씨 일할 자리는 여기 없어. 알았어?
어디서 나이두 어린 게.. 너. 그렇게 살지 마. 알았어? (그러더니 돌아서서 가버린다)
아줌마들 : (흘끔거리고 돌아보며 가버리면)
선우 : 신반장님! (본다.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53. S# 회사 산책로. (밤)
걸어 나오는 선우, 터벅터벅.. 나오다가 한쪽에 털썩 주저앉는다.
프레임-인 되는 철웅, 본다. 보더니 그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철웅 : 잘.. 안됐냐?
선우 : ...
철웅 : 그러게 뭐 하러 그런 국밥집에 다시 찾아가? 그 사람들한테 아직두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냐?
선우 : 아픈 사람이 나만 찾는다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해 그럼? 미우나 고우나 나 키워준 아줌마잖아.
그렇게 미리 짜구 그런 건지.. 내가 어떻게 아냐구.
철웅 : 어우우!! 이것들을 그냥..
선우 :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회사를 돌아보면)
철웅 : (그런 선우를 마음이 안 되서 보더니) 야. 차라리 잘됐어. 나두 너 힘들게 청소 하구 그러는 거 보기 싫었다구.
그러니까 너두 미련두지 마. 아무래도 너하구 이 회사는 인연이 아닌 거야.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꼬이는 거라구.
선우 : 승희 이 기집애.. (속상해서 시선 돌리면)
철웅 : (마음이 안 되서 본다. 시선에서)
54. S# 거실. (밤)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내려오는 승희, 주방 쪽으로 간다.
55. S# 주방. (밤)
자리 잡고 식사를 하고 있는 김필중과 현자, 서준, 그리고 태희.
승희 :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현자 : 새삼 뭘 그러니? 너 식사시간 제 때 안 지키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니?
승희 : (흘끗 보면)
태희 : 앉어 윤희야.
승희 : (앉으면)
김필중 : 회사 생활은 좀 어떠냐. 할 만 하냐?
태희 : 네. 생각보다 재밌어요, 할아버지.
현자 : 그렇겠지. 왜 안 그렇겠어.
김필중 : 장팀장하구두 잘 지내고 있구?
태희 : (본다. 보다가 자신 없게) 네.
현자 : (흘끗 보더니)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 왜 그래? 너희 둘 무슨 일 있는 거니?
서준 : 엄마아.
태희 : 아니예요. 그런 거 없어요.
현자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 솔직히 근본도 뭣도 모르는 그런 남잘 뭐가 좋다구 그러는지 모르겠다만.
승희 : 근본 있다구 능력까지 있으란 보장은 없잖아요. 집안 좋구 근본 있어도 한량으로 놀구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멀리까지 가서 볼 것도 없죠 뭐. 당장에 우리 집에도 한사람 있으니까.
서준 : (? 그 말에 고개 들어 보면)
현자 : 윤희 너.. 지금 오빠한테 말 다했니? 너 태희가 감싸주니까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승희 : 틀린 말 한 거 아니잖아요.
태희 : 윤희야 됐어. 그만하구 식사해. (그러면서 서준을 본다) 서준아 마음 쓰지 마. 철 모르구 한 말이야.
서준 : (짐짓 웃지만 기분은 별루다. 승희를 보면)
승희 : (시선 무시하며 식사한다)
김필중 : ... (그런 승희를 조용히 보는데)
울리는 전화벨. 밖에서 예산댁, 전화 받는 소리. 여보세요 네.. 네 그러더니 안으로 들어와.
예산댁 : 저.. 윤희양 전환데.
승희 : 저요? 어딘데요?
예산댁 : 전에 살던 집이라는데.
승희 : (뜨끔.. 본다. 보더니) 제가 나중에 다시 한다, 그러세요.
예산댁 : 알았어요. (다시 밖으로 나가면)
현자 :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구 니 주변정리나 잘해. 너 요즘 그 집에서 전화가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니?
승희 : (본다. 흘끗 본 뒤 시선 돌리면)
김필중 : (계속 승희를 주시한다. 시선에서)
56. S# 정원. (밤)
집안 쪽을 흘끗흘끗 살피며 밖으로 나오는 승희. 아래로 내려오더니 핸드폰을 꺼내 든다.
승희 : 엄마 나야. 글쎄 집으로 전화하지 말라니까 왜 자꾸 전화해?
57. S# 국밥집 방안.
오산댁 : (수화기에 대고) 선우가 알아챘어. 그래 이것아. 그냥 곧바루 회사로 뛰어 갔다니까는.
58. S# 정원 (밤)
승희 : 그래봤자 이미 늦었을 껄. 내가 다 손을 써놨거든. 그래. 그러니까 제발 여기로 전화 좀 하지 마. 간 떨어져 죽겠어 정말.
(그러다가) 아 참, 그리구 태희언니가 그 국밥집 엄마명의로 해주겠대.
뭐.. 너무 좋아할 거 없어. 어디까지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 언젠간.. 내가 이 집안의 반을 차지하게 될 거잖아?
(씩 웃으면서 빙그르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어둠속에서 천천히 나타나는 김필중. 뒷짐을 진 채 표정 없이 승희를 본다.
승희 : (순간 들고 있는 전화기를 떨어뜨린다. 숨이 멎을 듯.. 겨우) 하... 할아버지...
오산댁F : 얘! 승희야! 승희야!
김필중, 떨어진 전화기를 한번 본다. 다시 승희 쪽으로 시선 옮기며 엄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승희, 석고상처럼 뻣뻣이 굳은 얼굴로 덜덜 떨면서 김필중을 본다.
심장이 멎을 듯 바라보는 승희의 얼굴에서 스틸.
<1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