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이틀동안 서해바닷가 태안의 골든베이 레조트에서 대학동창들과의 사역형 운동을 일찍 끝내고
동쪽 태백산맥 속 깊은 곳, 봉화의 석포에 별저가 있는 장재훈에게 연락했다.
제2의 인생을 주유천하하는 멋으로 보내는 고등학교 친구(성진, 영, 종국, 풍오)들 4명이 오늘 봄맞이
두릅축제를 하기 위해 석포로 가기로 되어 있다.
석포는 산에 가는 친구들이 외로울 때나 좋을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찾는 곳(우리 산행인들의 로망?)으로
나는 한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이라 궁금했던 차였다.
서해안 바닷가에서 석포까지 430km가 넘는 먼 거리인데 친구들이 아니면 두릅의 향기가 그리워서일까?
용기를 내서 한번 가 보기로 하고 1시 30분경 태안을 떠나 과감히 석포로 향했다.
주변에 봄기운이 완연한 지방도로, 국도, 고속도로 다시 국도, 지방도로를 따라 서산, 안성, 제천, 영주를
거쳐 석포 기차역까지 4시간 정도 달려 역앞에 기다리고 있는 성진을 만났다.
석포는 외지고 작은 마을로 알고 있었는데 주변의 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연을 제련해서 생산하는
큰 공장이 있고 공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아파트와 집들 그리고 학교, 상점등 많은 생활시설들이 들어
선 생각보다 훨씬 큰 동네이다.
성진의 안내로 복잡한 동네 중심가를 벗어나 산골의 맑게 흐르는 내를 건너 한적한데 자리잡고 있는
장재훈의 별저에 도착했다.
넓게 자리잡은 터는 바로 앞에 낙동강 상류의 큰 내가 흐르고 집터를 가로 지르며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과 황토방의 별채, 연못, 철쭉꽃, 하얀 돌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큰 나무와 오월의 화려한 연녹색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나무들에 둘러 쌓여 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 언제든 오고 싶은 곳이다.
마침 저녁때가 되어 큰 나무밑에 자리잡고 종국이 채집한 싱싱한 두릅과 영이네 집의 푸짐하고 맛 좋은
불고기를 가운데 두고 소주, 맥주는 물론 스카치 위스키, 버본 위스키를 한병,두병 마시며 기억나지도
않을 얘기를 주절주절 나누면서 모든 것이 정지된 밤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세월을 보내다 산골의
밤이 깊어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 갔다.
찬기운이 맴도는 집 2층에서 술기운에 대충 쓰러져 잠이 들고 추위에 떨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코 끝에 스치는 싱그러운 숲속 바람에 어제 마신 술기운이 크게 줄어들고 맑은 정신이 돌아온다.
어제 저녁 그자리에 모두 모여 남은 음식과 라면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석포역으로 갔다.
이 지역 비경이라는 계곡을 돌아보기 위해 석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달려 분천역을 나서니 여느 시골역과는 전혀 다르다.
역앞에는 사슴이 끄는 눈 썰매 위에 산타 할아버지가 점잖게 타고 있는 조형물이 눈길을 끌고
제법 번듯한 상점들과 카페도 보이는 관광지의 마을이다.
겨울철에 눈도 많이 와 설경도 좋고, 이곳부터 승부역 까지 이어지는 계곡이 무척 아름다워 철도청에서
개방형 중부내륙 관광열차도 운행하고 있고 유명한 알프스 마터호른 봉우리 밑의 마을인 체르마트
(Zermatt)와 자매결연을 맺은 역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다.
분천역부터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까지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 하여 ''낙동강 세평 하늘길''이라
불리우는 비경길이다.
우선 역앞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씩 마시고 9시경 오늘의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을 벗어나며 영동선 철길과 계곡을 따라 철쭉, 개복숭아등 화사한 봄꽃으로 꾸며진 낙동강 상류의
물길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평탄한 도로를 30분 정도 걸었나?
울창한 소나무 숲에 의자들과 정자가 있어 그곳에서 맥주 한잔씩 걸치고 다시 따가운 봄볕을 쪼이며 흐르는
물길따라 유유자적하게 걷다가 진입불가의 터널을 만나 옆으로 우회하는 숲길로 접어 들었다.
처음 만난 우거진 숲의 깔딱 고개길을 지나니 간이 휴게소가 나와 또 한잔의 휴식이다.
다시 시원하게 이어지는 물길따라 편안한 산책 길을 걸어 양원역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되어 옆의 간이식당에서 우리가 지닌 음식과 메밀전병, 두릅전등과 함께 시킨 동동주를 한잔씩
걸치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양원역까지는 주변의 꽃과 연록색의 아름다운 숲, 그리고 시원한 계곡물의 유유한 흐름을 즐기며 편하게
걸었다.
이제 오늘 산행(?)의 종착지 승부역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계곡과 길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자갈길, 바윗길과 급한 산비탈의 나무 데크길을 걷고
출렁다리를 건너기도 하며 우리를 비경속으로 끌어 들인다.
가끔 이어지는 계곡 옆의 시원한 숲길,
오월의 푸르른 협곡사이 굽이굽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 주위를 흐르는 계곡물,
긴 세월 물길이 빚어낸 부드럽게 주름진 너럭바위와
햇빛을 받아 곱고 눈부시게 하얀 바위들,
굽이치는 물길이 만들어 놓은 예쁜 모래톱,
바위틈에 수줍은 듯 피어난 철쭉꽃,
깊은 계곡위로 높게 솟은 절벽들,
모두가 어울려 비경을 빚어내며 우리의 걸음 걸이를 가볍게 만든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이어지는 경치는 압권이며 가히 비경이라 할만하다.
승부역에서 열차를 타고 석포역에 도착해서 집(산장)으로 돌아오니 4시경이다.
집 주인은 가까운 현불사나 계곡을 가자고 권했으나 모두들 나이탓으로 뒤로 미루고 종국과 성진은
두릅사냥을 나가고 다른 친구들은 저녁식사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식당까지 걸어서 갔다.
장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주인을 만나 한참의 기다림 끝에 식사를 마치니 어두움이 깔리고 8시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어제는 보지 못했던 집 관리인과 인사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집안으로 들어
왔다. 어제와 달리 관리인이 손을 봤는지 집안에 훈풍이 가득하다.
내일은 어린이 날이라 식구모임이 있어 새벽에 출발하기로 양해를 구하고 일찍 잠자리로~~~
다음날 같이 가기로 한 성진과 풍오와 함께 이른 아침에 아쉬움을 남기고 석포의 아름다운 집을 뒤로하며
서울로 향했다.
다음날 남은 친구들이 현불사에 들려 소원을 빌었다니 다행이다.
*정성스럽고 맛있는 불고기를 푸짐하게 준비한 영이, 살림살이 해준 풍오, 두릅 따주고 굳은 일 맡아해준
성진, 종국 그리고 좋은 장소 마련해 준 재훈 모두 너무 고마웠다.
그냥 기억에 남기기 위해(치매방지용으로) 쓴 글로 틀린 곳 투성이의 두서없는 글입니다.
편의상 성과 존칭을 생략해서 죄송하고
그냥 기억에 남기기 위해 쓴 글이니 널리 양해해주세요
첫댓글 성치않은 몸으로 여러 사람 초대해 피로가 심한 듯한 장원장에게 감사드리고...
불고기에 양주들에....
모두에게 생큐...
항상
이번 여행에서 잔뜩 접했던 싱싱한 나뭇잎을 닮아 모두들 건강하시길.
두릅을 보니 절로 침을 꿀꺽! 난 언제 석포에 가볼 수 있을까?
미세먼지 없는 석포에서 현불사통한 태백산 등정과 덕품계곡 방문을 계획해볼까 합니다.금년내에-^^
사진과 맛갈스럽게 쓴 기행문 잘 읽었습니다. 내년에 다시 가고 싶네.
김종국은 교통사고 난 딸 간병하고, 제천 친구 병 문안 가야 되는거 아니야?
오래만에 그리운 얼굴을 보니 반갑네요. 재년의 운치있는 글은 항상 반갑지요.
소인은 지난 4/4 - 5/7 동안 중국 Xining 에서 출발하여 티벳쪽에 있는 Everest Base Camp (EBC) 를 지나 네팔로 이동하여 Annapuruna Circuit 을 무사히
끝내고 귀가후 지금 좀 정신이 났습니다...ㅎ ㅎ EBC 5200 m 와 Thorong-La Pass 5416m 를 오르며 고산증과 추위를 극복하며
5kg 이상 체중도 줄고 좀 힘들었소. 그래도 무사히 우리 부부가 등반을 성공리에 끝낸 자부심과 좋은
기억을 오래 오래 간직하리라 믿소. 시간 나는대로 Himalaya 의 아름다운 고봉들 사진을 올리려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