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2022.2.7. 1463호(2022.1.26.)
■ 표지이야기_합칠까? 말까?...단일화, 막판까지 모른다
■ 설특집_호랑이와 함께하는 설 연휴
■ 편집실에서_보고 또 봐도 그리운 설_권재현 편집장
두루마기 차림의 할어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들어섭니다. 한복 차림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가 뒤를 따릅니다. 때때옷을 입은 사촌동생과 차례상 맞은편 끄트머리에 나란히 서서 절을 합
니다.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어른들을 따라 엎드렸다 일어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별 재미가 없었어요. 차례가 어서 끝나기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
던 어머니와 작은어머니 그리고 누나들과 사촌여동생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며 귀엣말을 주
고받거나 큭큭 웃음을 짓곤 했지요. 설날 하면 떠오르는 어릴 적 차례 풍경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흐르면서 차례 풍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던 차례상이 많이 간소화됐고, 조상들께 올리는 절의 횟수도 눈에 띄게 확 줄었
습니다. 지금은 약식 차례 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고 단출한 형태로 바
뀌었습니다. 살아생전 할아버지가 보셨다면 대노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라떼(나때)는 말이야
를 외치던 부모님도 결국 시대의 흐름과 타협하고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늘 그랬듯 세상은 또 저만치 앞서가 있습니다. 명절은 사회가 요구하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신사고와 충동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결혼 직후부터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면 본가와
처가를 나란히 들렀습니다.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두 곳 모두 지방이어서 교통체증과 씨름
하다 보면 매번 기진맥진이었습니다.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처가로 향했습니다. 누나와 매
형들도 본가에서 차례를 마치고 나서야 처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명절이라지만 서로 얼굴
한번 볼수 없었지요. 상황은 처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도로를 달려 해
질 무렵에나 겨우 도착하면 처남 내외는 이미 떠나고 없었습니다. 차례까지는 아들이, 차례
이후는 딸이 책임지는 식의 기막힌 바통터치인 셈인데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공산품 찍어내
듯이 밀어내고 채우는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싶었습니다.
딸을 둔 부모는 항상 차례가 끝나야만 딸 내외를 볼 수 있는 걸까. 아들 내외가 처가에서 차
례를 지내고 본가로 오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머리로는 온갖 문제의식이 똬리를 틀었지만 부모님을 뵈면 늘 상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짧은
연휴에 매번 두곳을 한꺼번에 들르는 게 너무 힘들어 설에 본가를 가면 추석에는 처가를 가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못 가는 쪽엔 며칠 전부터 전화를 드렸습니다. 괜찮다. 다음
연휴 때 보면 되지 뭐.... 수화기 너머 들리는 부모님의 목소리엔 항상 아쉬움이 배어 있었습
니다. 지난 명절 연휴 내내 아들(딸)-며느리(사위)를 끼고 있었던 건 깡그리 잊어버리셨던 걸
까요. 자주 뵙지 못해도 늘 애틋한 가족들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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