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곧장 가는 직설화법 보다는 돌려서 말하는 우회화법이 더 지혜로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유난히 언변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목소리가 부드럽기도 하지만 직설적이 아니라
우회적인 표현으로 본인의 의사전달은 물론 효과도 거둡니다.
물론 본인의 부단한 노력과 지적인 자산이 풍부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화법을 가르켜 "담언미중(談言微中)"이라고 합니다.
"완곡한 말로 정곡을 찌름"이라는 뜻입니다.
물을 유리컵에 담으면 마시는 물이 되고, 세숫대야에 담으면 씻는 물이 됩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말에서는 말투가 그릇의 역할을 합니다.
같은 말을 해도 어투가 퉁명스럽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지면
본인의 뜻은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듣는 사람은 마음이 상하거나 괜한 오해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말투란 사전적 의미로 "말을 하는 버릇이나 본새"를 의미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왠지 모르게 호감이 생기거나 신뢰가 가는 사람은
말투가 좋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성격이 나쁠 것 같다거나 짜증을 잘 낼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은
말투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보니
자신의 말투가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말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경쟁력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꼬랑지...<담언미중>고사의 유래
중국 춘추전국시대 중 제나라의 왕인 경공 과 유능한 정승인 안영에 관한 일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지혜를 담아야 안영과 같은 유능한 정승이 되며,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아야 그 지혜를 알아듣고 받아들이는 경공과 같은 왕이 될까?
제나라 경공은 안영이라는 뛰어난 재상을 등용하고 사마양저라는 군사를 둠으로써
나라를 크게 번영시키고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명군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날 경공이 사냥을 나갔다. 재상 안영도 왕을 따라 나섰다.
왕은 열심히 사냥했고, 잡은 사냥감을 사냥지기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맡겼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냥지기가 왕이 잡은 사냥감을 잃어버렸다.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사냥지기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화가 난 경공은 명을 내려 당장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했다.
주변의 신하들은 모두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을 때, 재상 안영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서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우직지계(迂直之計)가 등장한다.
곧장 가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그 계책이다.
안영은 경공에게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끌려 나온 사냥지기 앞에 나섰다.
그리곤 큰 소리로 사냥지기의 죄를 추궁했다.
과연 안영이 추궁한 사냥지기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왕이 잡은 사냥감을 잃어버린 죄 뿐이었을까?
안영은 사냥지기가 세 가지 죄를 범했다고 꾸짖었다.
첫 번째 죄는 기본임무인 왕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고,
두 번째 죄는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함으로서
왕을 부덕한 군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세 번째 죄를 꺼낸다.
우리 훌륭한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로부터 고작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받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네가 이러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느냐?"
군주인 경공 앞에서 이렇게 호통치는 안영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분명히 왕을 지극히 받들고 높이는 듯한 말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게 아니다.
왕이 사냥지기를 죽이려는 죄 그 자체는
사람을 죽일만한 죄가 아님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은 한낱 사냥감에 불과하다며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안영의 말대로라면 왕은 아무 것도 아닌 사냥감 때문에
사냥지기를 죽이려고 하는 옹졸한 군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안영은 사냥지기를 추궁했지만,
실은 우회하여 군주인 경공에게 그의 뜻을 전한 셈이다.
즉, 왕에게 고작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진언했던 것이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당연히 경공은 사냥지기를 용서한다.
모시는 주군과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원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안영의 방법이 바로 우직지계였고,
이러한 화법을 "담언미중(談言微中)"이라고 한다.
곧장 가는 직설화법보다 돌려서 말하는 우회화법,
완곡한 말로 정곡을 찌른 안영의 말은 신하된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주군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 지혜이자 참교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