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나무
--- 시 / 리울 김형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질병과 사고가...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아픔과 슬픔이... 그러나 이 명품 바이올린의 휘파람빛 선율 앞에서 원망과 좌절의 두 눈은 어느새 사르르 봄햇살 같은 감동의 눈물로 녹아내린다.
로키산맥 수목한계선, 고개 드는 순간 매가 병아리 채가듯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기에 상심지 켜고 두 주먹 불끈 쥐기보다 고개 숙이고 무릎 꺾어 기도하는 나무...
살점 뚝뚝 떨어지고 뼈를 부러뜨리는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의 채찍을 탓할만도 한데, 혹한의 고통과 절망을 뜨겁게 끌어안고 알을 품듯 잔뜩 웅크린 채 호흡조절하는 그...
서슬퍼렇게 시공을 가르는 칼바람이 몸속 곳곳에 피처럼 파고들어 뒤틀리고 휘어진 채 똬리 틀고 풍상에 옹이진 상처는 사리로, 진주로 용오름하고...
그는 바위처럼 단단한 몸과 담금질로 연단된 마음으로 평생 무릎 끓고 움켜쥐었던 인고의 바람소리 토해낼 뿐인데 모두들 하늘빛 음악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대, 지금 힘들고 어려운가? 죽을만큼 어둡고 아픈가? 그렇다면 하루하루 나름 멋지고 향기로운 삶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니 결코 포기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기꺼이 견뎌내라!
모진 칼바람과 매서운 눈보라에 뜨겁게 웅크린 세월이 짙게 쌓인 나이테일수록 고혹적 공명이 반짝이는 것처럼 고단한 가시밭길과 어깨동무하며 걸어온 영혼이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다운 향기 발하는 것처럼...
* '무릎 꿇은 나무' 이야기
캐나다 로키산맥의 수목한계선에는 '무릎 꿇은 나무'라는 특이한 형태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해발 3000~3500m 지점인 이곳은 바람이 매섭고, 눈보라가 심하며 강우량이 적습니다.
이런 거친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나무는 성장을 억제하고, 자신의 몸을 비틀고 웅크려 마치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으로 휘어져 버립니다.
키가 작고 뚱뚱하고 모양도 뒤틀린 이 나무를 가구를 만드는 목공소에서도 반기지 않습니다. 심지어 꽃이나 잎도 제대로 피우지 못해 초식동물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천대 받는, 별볼일 없는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휘어지고 뒤틀려 볼품 없는 나무. 바로 이 나무가 전 세계에서 가장 공명이 잘 된다는 명품 바이올린의 소재로 사용됩니다.
로키산맥 자락에서 보잘 것 없이 초라하게 자라고 있는 무릎 꿇은 나무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많은 사람의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꿇은 나무'로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거친 비바람과 모진 눈보라를 견디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 나무처럼 어쩌면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고통 없이 살아온 사람에겐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사람, 향기가 진한 사람은, 한겨울 눈보라라는 역경과 난관을 견디고 일어선 사람 아닐까요? 지금 힘들고 어려운가요? 죽고 싶을만큼 아픈가요? 그렇다면 어쩌면 하루하루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름 멋지고 향기로운 삶'을 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흙이 흔하다고 해서 가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흙을 잘 고르고, 잘 빚고, 잘 구우면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남기도 합니다. 고려청자도 그 소재는 진흙입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모두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하찮고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식견과 안목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 감춰진 무한한 가치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하늘은 아무런 행운도 없는 자를 태어나게 하지 아니하며, 땅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를 길러내지 않는다." - 명심보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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