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안고 홀로 견디는 자들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디졸브의
짙은 위로’(이동진 평론가)가 담긴
<바튼 아카데미(원제:The Holdovers, 남겨진자들)>의 이야기
‘디졸브’는 장면을 커트하지 않고,
앞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타나게 하는 방식이다.
즉, 한 장면이 페이드아웃(fade-out)되는 동시에
다른 장면이 페이드인(fade-in)되는
점진적이고 부드러운 전환 방식이다.
1970년이 배경인 영화가 아니라,
아예 197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같았다.
1971년 배경이다.
이 영화가 준 메시지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영화 속의 폴 선생은 고지식하다.
아무리 돈이 많은 집안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학생들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낙제점을
아무렇지 않게 주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다.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융통성 없는 것이
정답인 것 같지만, 어떨 때는
적당한 융통성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성장하는 학생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당연히 모른다.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정해 놓은 틀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 학생으로 찍힌다.
그런데, 영화 끝 부분에서 폴 선생은
오른 쪽 눈을 가리키면서
이쪽 눈으로 보라고 말한다.
오른쪽(right)은 다른 의미로는
‘올바른’이라는 의미이다.
무엇이 올바른 쪽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쪽을 봐야 한다고 가르친다.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상실과 생의 허무 속에서도
많은 독서로 견디는 폴 선생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대부분의 인생은 닭장의
횃대처럼 더럽고 옹색한 거야.”
그렇지만 그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에 남은 두 명의 인물(메리와 털리)
속에서 상처를 본다.
그러면서 “모두가 널 버려도
내가 곁에 있어 줄게”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폴 선생에게서
내 남은 삶의 방향을 보았다.
영화의 마지막에 폴 선생의
‘새 출발’이 위로를 주었다.
이사회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술,
‘레미 마르땡 루이 13세’ 꼬냑을
입에 머금다가 차창 밖으로 탁 뱉는다.
그리고 평소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했던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잘 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학교에서까지 버림받았고,
‘버튼’이 내 전부임을 믿으면서
일생을 여기서 가만히 살아왔지만
항상 다른 곳에 꿈이 있었던 그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위해 용기를 냈고,
새로운 출발에 받을 딛는다.
이사회에서 준 꼬냑을 뱉는 것은
아마 그동안의 과거를
뱉어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폴 선생이 떠난다고 울지도 않고,
오히려 악수를 나누며 먹먹해 한다.
메라는 두꺼운 공책을 주면서,
못다 쓴 논문을 쓰라고 건넨다.
“그냥 한글자씩 쓰면 돼요,
뭐가 어려워요”라고 말하면서.
사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