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통합해 시너지 키워
에이티세미콘 : 김진주 대표
충북 진천에 있는 에이티세미콘은 반도체 테스트와 패키징이 모두 가능한 후공정 전문기업이다. 2002년부터 테스트에 주력해오다 지난해 초 패키징 기업인 세미텍을 흡수합병, 턴키 솔루션을 구축하면서 영업 다각화 기반을 마련했다. 김진주 대표(55세)는 “합병 시너지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스트와 패키징을 한데 묶은 턴키 수요가 늘어나면서 어느 한 분야만 가지고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충북 진천 진천농공단지에 있는 에이티세미콘 회의실에서 만난 김진주 대표는 지난해 초 세미콘과의 합병 얘기를 먼저 꺼냈다. 2002년부터 반도체 테스트에 주력해오던 이 회사는 지난해 초 패키징 기업인 세미텍을 흡수합병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턴키 솔루션이 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회사 이름도 종전 아이테스트에서 에이티세미콘으로 바꿨다.
해외업체 4개 수주 성공
합병을 위해 자가공장을 보유한 패키징 기업을 물색한 후 인수·합병을 위해 1년 이상 공을 들였다. 테스트와 패키징의 턴키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응하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영역을 넓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 기업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story있어야 합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시장 선두 그룹인 대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합병이 필요했어요.” 실제로 해외 경쟁업체 중에는 종합 후공정업체로 변신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낸 사례도 있다. 종합 후공정업체로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UTAC가 대표적이다. 1998년 일본 업체의 테스트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 UTAC는 매출액 3,000달러 수준으로 시작해 몇 번의 인수·합병을 거쳐 종합적인 후공정업체로 변모했다.
합병의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합병 이후에만 미국의 오디오 관련 반도체업체, 미국의 마이크로폰 제조업체, 중국 모바일용 CIS 팹리스 업체 등과 잇따라 거래를 시작하는 등 해외 신규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도 이미 한 곳의 해외업체에서 수주했고 또 다른 한 곳과는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턴키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게 된 데다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합병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패키징 업체를 합병하면서 수출 실적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수출은 1억1,700만 달러로 전년도(2012년 7월~2013년 7월)에 기록한 5,000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1억불 수출탑을 받은 김 대표는 “아직까지는 90% 이상이 국내 대기업을 통한 로컬 수출이지만 해외 직수출 규모를 차츰 늘리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고 말했다.
테스트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
에이티세미콘은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설립 초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사업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사업에도 주력해 모든 반도체 제품에 대해 웨이퍼 테스트와 파이널 테스트가 가능하다.
반도체 테스트란 반도체를 사용하기 전에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는지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다. 반도체 테스트에는 팹(FAB) 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패키징하기 전에 웨이퍼의 개별 칩을 테스트 하는 ‘웨이퍼 테스트’와 완성된 반도체 칩을 테스트하는 ‘파이널 테스트’ 두 가지로 나눠진다. 김 대표는 “5인치부터 12인치까지 현존하는 모든 사이즈에 대한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사도 다양한 편이다. 메모리 테스트 부문에서는 하이닉스, 비메모리인 시스템 테스트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각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2개 기업과의 거래 규모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국내 팹리스(공장이 없는 반도체 회사) 기업들과도 거래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일본의 후지쯔, 샤프 등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초 흡수 합병한 세미텍은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전 공정이 끝난 반도체 웨이퍼로부터 칩을 절단, 칩의 전기적 특성 등이 회로 부품이나 인쇄 회로 기판에 전달될 수 있도록 연결한 후 몰딩을 하는 공정이다. 세미텍은 현재 에이티세미콘 진천 공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제품의 패키징을 하고 있다. 패키징 산업 자체가 소수의 중소기업에 의해 과점화돼 있지만,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에이티세미콘은 패키지별 제조설비와 공정, 관련 기술 보유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매그나칩반도체, 샤프, 후지쯔 등 국내외 기업과 중소형 팹리스 업체까지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에이티세미콘의 공장은 모두 3곳으로 SK하이닉스 단지 내의 이천 공장에서 메모리 테스팅, 덕평 공장에서는 비메모리 테스팅, 진천 공장에서는 패키징 부문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2002년 창업 후 CEO를 맡아온 김 대표는 강원도 묵호 출신이다. 한양대 공과대학원을 졸업한 후 LG반도체에 입사하면서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17년간의 직장생활 대부분을 메모리반도체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했다. 국내 최초로 72메가D램 램버스(RAMBUS) 제품의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테스트 분야의 기술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2년 11월 프로테스트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테스트를 전담했지만 대만 등에서는 반도체 생산과 테스트 업체들이 분업화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어요.”
김 대표는 중고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등 자금을 마련해 천안 백석동 미래산업 클린룸의 빈 라인을 임대해 둥지를 틀었다. 항온·항습이 갖춰진 데다 테스트가 가능한 설비를 찾던 끝에 미래산업과 연결됐다.
사업 초기에는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그럭저럭’(김 대표의 표현) 유지해오다가 2006년 아이테스트와 합병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아이테스트는 2001년 SK하이닉스에서 분사 형태로 설립됐다. 당시 국내 1위의 테스트하우스였던 아이테스트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우위를 위해 국내 2위였던 프로테스트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아이테스트가 프로테스트를 인수하는 형식이었지만, 김 대표는 엔지니어로서의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를 그대로 맡았다. 합병 결과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합병하기 전인 2006년 매출액은 392억 원이었지만 한 해 지난 2007년에는 581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이닉스 이외에도 삼성전자 시스템 LSI 테스트를 맡으면서 국내 물량을 늘리는 한편 해외 수주도 늘려나갔다. 특히 김 대표가 LG반도체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일본 기업들을 타깃으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LG반도체 재직 시절에 일본 히타치로 출장을 자주 갔었어요. 일본어도 그때 배웠고 일본인들의 문화를 이해했지요. 그때 알고 지내던 담당자들이 일본 내 다른 기업들로 가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수주까지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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