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양반
홍 재 석
추워지는 날씨에 종종거름으로 시장을 들어서는 어느 부인은 시장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를 힐끔 처다 보고 몇 발작을 가다가 뒤돌아 오더니 작은 손지갑을 열고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천원어치 반찬은 집안 식구들의 찬이 되겠지만 자선냄비에 넣은 천원은 몇 만 명의 반찬이 되겠구나 하면서 나 혼자 중얼거렸다.
그 부인의 마음과 행동이 바로 도덕(道德)이고 인륜(人倫)이다.
누구나 먹고 사는데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힘들게 일하고 가족과 식구를 건사하면서 알토란같이 사라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아니던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세상을 사라가려면 절대로 홀로는 살아 갈수가 없는 법이다.
그 부인의 천원은 티끌모아 태산이 되는 것임으로 어렵고 힘겨워 살아가는 불우 이웃들의 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정성이 담긴 천금 같은 돈 이 되는 것이다 옛 말에도 십시일반(十匙一飯) 이라 했다 주는 마음도 즐겁지만 돕는 마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은 점점 풍요로워 지지만 남을 돕는 아름답고 갸륵한 정성의 마음은 삭막한 세태에 눌리어 빛이 바래고 있는 현실이므로 그 부인 같은 생각을 우리들이 모두 가져야만 함께 사라가는 우리 모두에게 명랑한 웃음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우리들은 가정단위, 이웃단위, 지역단위, 사회단위, 로 살고 있으며 서로 생각이 같은 끼리끼리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사라가는 사회생활에는 유문 불문의 규범이 반드시 존재한다.
도덕은 인륜대도(人倫大道) 이다,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이다,
착한일은 하고 악한일은 하지 않는 마음과 행동인 것으로 점잔은 양반정신이 아니겠는가.
조선조 선조4년(1571) 6월에 청주목사로 부임한 율곡 이이 (栗谷 李珥)선생은 36살에 서원향약(西原鄕約)을 제정하여 이 고장 충청도 주민의 향풍을 순화 시키고 실천하게 하였기에 “충청도 양반” 소리를 듣게 해주신 실화다.
그 서원향약에는 도덕선악(道德善惡)의 실천항목이 있으며 착한일 18가지 악한일 22가지을 명기계도(明記啓導) 하시었다.
이의 실행을 잘하는 사람은 후한 상을 주었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은 벌을 주어서 나쁜 버릇을 고처준 것이 서원향약의 실천운동 의 덕목이다.
몇 일전 시외버스 매표소 앞에 5-6명의 손님들이 줄서서 있을 때 나는 중간에 서있었고 순서 데로 표를 사고 있었다.
나의 순서가 되어 돈을 창구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 옆에 서있든 노인이 먼저 돈을 넣으며 행선지를 말하기에 나는 동작을 멈추었고 그 노인이 표를 받는 순간 반대쪽에 서있든 젊은 여인이 또 앞질러 돈을 내고 행선지를 말한다.
그 순간 나의 생각은 저 노인은 나와 같이 늙은 또래니까 나의 양보를 믿고 한 짓으로 치부하지만 젊은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불숙 새치기를 한다.
그때 젊은 여인의 버릇이 못마땅해서 큰소리로 나의 행선지를 말하니 매표원은 나의 표를 먼저 주었고 다음도 순서대로 매표를 하고 나중에 젊은 여인의 표를 아무 말 없이 매표를 한다.
표를 손에든 여인의 입에서는 “아침부터 재수 없다” 의 소리를 부끄러움 없이 말을 하면서 힐끔힐끔 매표원과 나를 처다 보고 뻔뻔하게 중얼거리며 간다.
그 젊은 여인의 마음과 행동이 바로 도덕불감증의 폐륜 행위다.
남을 앞질러 가려면 자기의 노력과 힘으로 사회질서와 규범을 지키면서 행동을 해야 도리인데 남을 넘어트리고 발고 넘어가려는 마음은 부도덕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것이고 사회질서와 규범을 무시한 극단적 이기주의 의 잘못이다.
이른 장면을 볼 때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 한구석에는 어딘지 모르게 슬퍼지고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되고 쓰라린 마음으로 긴 한숨만 쉬고 나면 씁쓰레한 맛이 입안에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원향약도 물질적인 이해관계보다 정신적인 인륜관계에 보다 중점을 두고 향민들을 조직적으로 끈임 없이 지도 순화시켜 그 정신이 오래도록 개선 발전된 것임으로 이 지방 사람들이 순하고 착한 마음과 행동을 많이 하고 점잔하기 때문에 충청도 양반 소리를 듣는 것이 안일까.
충청도 양반 의 소리를 대대손손 듣고 싶으면 착하고 올바른 언행을 꾸준히 실천해 가야만 될 것이고 예쁜 마음과 아름다운 행동을 주저하지 말고 양반정신을 뒤 살리어 가야만 될 것으로 생각을 해본다.
별첨 서원향약의 도덕요목
착한 일 18가지
* 부모에 효도하고 * 형제간에 우애 있고 * 가족을 잘 다스리며 * 친구와 화목 하고 *이웃과 화합하고 * 윤리 도덕을 잘 지켜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 의로서 자녀를 잘 가르치고 * 청렴 하고 결백하며 * 은혜를 많이 베풀고 * 부지런히 학문에 힘쓰다 *조세 부역을 잘하고 * 제반 규칙을 잘 지킨다. * 사람을 서로 신뢰하고 * 사람을 착한 길로 인도 한다 * 남의 누명을 풀어주며 * 남의 옳고 그름을 밝히다
악한 일 22가지
* 불효하고 인자하지 않으며 * 우애하지 않고 공경하지 않는 행동 * 스승을 공경하지 않는 것 * 부부가 분별이 없고 * 정처(正妻)를 소박하는 것 * 친구간의 신의가 없으며 * 상사(喪事)에 슬퍼하지 않는 것 * 예법을 가벼이 하고 업신여기며 * 즐겨 음란하고 어지러운 제사를 마련하는 것 * 친족과 화목하지 못하고 * 이웃과 화합하지 못한 것 * 아랫사람이 웃어른을 업신여기며 * 술이 험하고 도박하고 송사를 즐기는 것 * 힘센 것을 믿고 싸우기를 좋아 하는 것 * 약한 것을 업신여겨 없는 말을 지어내고 * 거짓말로 모함하고 삼가 하지 않으며 * 조세와 부역을 두려워하지 않고 * 법령을 사사로운 것으로 운영하며 * 기녀를 끼고 술 마시기를 심히 하고 * 게을리 하여 일을 폐하는 일
첫댓글 " 세상은 점점 풍요로워 지지만 남을 돕는 아름답고 갸륵한 정성의 마음은 삭막한 세태에 눌리어 빛이 바래고 있는 현실이므로 그 부인 같은 생각을 우리들이 모두 가져야만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명랑한 웃음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우리들은 가정단위, 이웃단위, 지역단위, 사회단위 로 살고 있으며 서로 생각이 같은 끼리끼리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사회생활에는 유문 불문의 규범이 반드시 존재한다. 도덕은 인륜대도(人倫大道) 이다,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이다,
착한일은 하고 악한일은 하지 않는 마음과 행동인 것으로 점잔은 양반정신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