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대명각이라는 선인장이 하나 있다. 상무지구 꽃집 주인이 처음 살 때 그렇게 알려주었으니 지금도 이름을 그리 알고 있으나, 검색창에 [대명각]을 치면 중국집 안내만 줄줄이 뜬다. 머리꼭지가 천장에 닿아 늘 안쓰러운 녀석인데, 천장이 높거나 막히지 않은 마땅한 곳이 있으면 보내려 해도 아직 적당한 임자를 찾지 못했다.
세계에서 제일 크고 냄새가 고약한, 독일의 한 식물원에 있는 [시체꽃]이 몇 년만에 꽃을 피웠다고 어제 뉴스에 나왔다. 우리집 대명각도 2, 3년만에,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꽃이 피는데, 금번에는 귀한 꽃대가 3개나 올라왔다. 작은 꽃봉오리가 나와서 피기 직전엔 주먹만하게 커지는데, 이 봉오리 상태로 매달려 자라는 기간은 보름이 넘는다. 하지만 꽃이 열려 피어있는 시간은 아쉽게도 하룻밤에 불과하다.
해질녘부터 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여 자시(子時)에 만개한다. 그리고 이튿날 해가 뜨면 봉오리가 서서히 닫히고, 이렇게 닫힌채로 이틀 정도를 매달려 있다가 까맣게 형체가 변해서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매번 이 광경을 지켜보지만, 참으로 비교할데 없이 허망하다. 금번에는 특이하게 3개의 꽃대가 동시에 올라왔는데, 가운데 봉오리 하나가 열리는 날, 나는 당일 아침에 지리산으로 떠나야 했기에, 개화 장면을 놓쳤다. 다녀와서 나머지 2개 꽃봉오리가 열리는 것을 사진에 담았다.
(그 후에 또 2 송이가 더 올라와 피었답니다 / 맨아래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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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파트에서 천장까지 올라간 선인장은 처음인데다 꽃이 그렇게 튼실하게 핀 녀석이 하루만에 지는 것도 처음알았습니다. 저는 워낙에 꽃을 대하는 정성이 부족하지만 꽃은 언제나 보기 좋고 흐뭇해 지기는 합니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