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9월, 성큼 다가온 때이른 가을과 함께...
2022년 9월 1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팔월 초엿샛날
지난 8월 한달은
유례없는 변덕스런 날씨의 변화에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촌부도 그랬으니까!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내린 잦은 비, 많이 내린 비는
최근에는 없었다. 사정없이 쏟아부은 폭우로 인하여
전국 곳곳에수재민이 발생하여 망연자실한 모습이
내 일처럼 너무나 안타깝고 안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산중턱 막다른 산골에 사는 우리도 많이 걱정을 했다.
2006년 7월 엄청난 폭우로 인해 98년만의 커다란
수해를 당했던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그때는 하루에 580mm를 쏟아부어 봉평면 일대가
거의 다 침수피해를 입었고 우리는 올라오는 진입로
도로가 파손되고 유실되고 전봇대와 전신주가 모두
쓰러져 전기와 통신이 한동안 두절이 되어 힘들었고
초입 건너오는 교량이 끊어져서 한동안 고립되어 꽤
불편을 겪으며 고생했다. 올해는 그만큼은 아니지만
하루에180mm, 나흘 누적강수량이 392mm였고
쏟아부은 폭우로 인하여 진입로 입구의 절개지가
무너져 내린 산사태가 발생해 거의 한나절 통행을
못하고 고립이 되었으나 빠르게 응급복구 되었다.
그나마 그 외는 별다른 비피해는 없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잦은 비로 인한 자잘한 피해가 있긴 했다.
그동안 21년 세월 무농약으로 지은 텃밭농사,
특히 우리의 주된 농작물인 고추농사를 망쳤다.
잦은 비, 부족한 일조량에 한번도 겪지를 않았던
무름병과 탄저병이 발생하여 꽤 많이 베어내야했다.
지난 초봄 식구들 자급자족한다며 600주를 심었다.
그러나 거의 30% 이상은 병이 들고 못쓰게 되었다.
아내도 촌부도 고추밭에 나가면 한숨 뿐이고 공들인
보람, 땀흘린 노력이 한순간 사라져 슬프기까지 했다.
그래도 최대한 건져보겠다며 혼자 밭고랑을 누비며
쪼그리고 앉아서 익은 고추를 따고 잘 손질을 하여
건조기에 말리느라 아내는 매일 여념이 없는 모습...
아무래도 올해 고춧가루 자급자족은 부족할 듯하다.
그렇다고 슬프고 안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쁘고 반가운 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바로 오래전에 이곳을 떠나 인천으로 올라갔던
둘째네가 지난 30일 산골집으로 컴백을 하였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이삿짐 나르느라 고생했다.
지난 봄부터 차근차근 내려올 준비를 하느라
산골집을 수시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였다.
둘째네가 내려오니 간만에 단지가 꽉찬 느낌이라
우리도 덩달아 좋다.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되어...
이제 둘째네가 다시 오긴 했지만 6년전 막내네가
과수원 운영을 위해 영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엄마를 모시고 우리 부부가 살다가
2년반 전에 엄마를 요양원에 모셨으나 위중하여
지금은 병원에 장기입원을 하고 계셔서 늘 불안한
마음이고 걱정스럽다. 한동안 코로나19가 잠잠해
대면면회가 허용되어 식구들이 교대로 면회를 했다.
이젠 그마저 어렵게 되어 안타깝고 마음만 졸인다.
세상살이가 늘 녹록치 않음을 요즘들어 새삼 더욱
더 실감을 하게 된다. 솔직히 지난 8월 한달은 정말
힘들게 지냈다. 미리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나이듦을 느꼈다. 마음은 늘 젊은 날 그대로
의기양양, 패기로 가득하지만 실제로 몸이 따라주지
않음을 실감하였다. 불과 일년반 전까지 일상이었던
일이었지만 그사이 나이를 먹어 그런지 아니면 워낙
비가 자주 많이 내렸고 습하고 무더운 근무환경으로
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힘들지 않게 가뿐히 했었던
일이 너무나 버겁고 힘들었다. 아침에 일터에 나가면
불과 한시간도 지나지않아 땀으로 범벅이 되고 지쳐
오후에는 맥이 풀려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기진맥진하여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당장에
그만두라고 성화였다. 그러나 성격상 약속은 지키는
촌부라서 당초 계약대로 꼬박 한달을 채우고 나왔다.
수년간 이어오면서 공유했던 일기 [촌부의 단상]을
한달간 공유를 중단하여 모든 SNS를 잠시 접어두고
생활을 해보았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나름대로의
일상을 기록하느라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공유를 하느라 아침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지난날과 전처럼 일기는 매일 썼으나 한달간 아무런
SNS 활동을 하지않고 지낸 날들을 비교해보았더니
실로 엄청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남는 그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 근래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스스로 뿌듯하다.
지난 8월에 읽은 책들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오래전 광고회사 시절 알고 지냈고 전주에서 서점
'잘 익은 언어들'을 운영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이지선 카피라이터 '책방뎐'
-고교 친구이고 대학교수이며 화가인
김영성 교수 '삶의 글 살며 詩'
-페이스북 친구인 여러 작가님들의 주옥같은 작품
주미경 작가 수필집 '타래실'
장정희 작가 소설 '옥봉'
마선숙 작가 시집 '저녁, 십 분 전 여덟 시'
마선숙 작가 소설 '몸이 먼저 먼 곳으로 갔다'
이호남 시인 시집 '내 별 하나 너의 달 하나'
김종필 시인 에세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만큼 외롭다'
-푸른문학에서 함께 활동하는 자문위원, 작가님 저서
김태희 시인 시조집 '아플 때 피는 꽃'
이정희 시인 시집 '연둣빛 사랑'
박기상 시인 시집 '밥은 묵었나'
-푸른문학 33인의 작가님들과 함께 공저로 엮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푸른시 100선' 제6호
지난 8월 한달,
촌부의 공간을 비워두고 지냈습니다.
그동안 모두들 안녕하셨는지요?
이제 다시 촌부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와
일상을 기록하는 [촌부의 단상]을 재개합니다.
늘 잊지않고 기억해주시는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산골촌부 이용식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첫댓글 촌부님
너무 반갑습니다.
오랜만의 평창 소식!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셨네요.
근정님!
반갑습니다.
한달간 비워둔 시간을 조금씩 채워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촌부님 정말로 반갑습니다.
1개월을 떠나서 또 다른 삶을 누비셨는데
혹시라도 누가 될까봐서 연락도 못했답니다.
이제 매일 아침 다시 만나면서 삶을 영위하도록 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렇게 하루를 맞이하자구요
갑작스레 시작한 일이라서...
한달이란 시간이 더디게 가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또 빠른 것 같기도 합니다. 장기 결석을 했으니 열심히 만회를 해봐야겠죠?
염려 해주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백여년만의 비로 고생이 많으셨군요
어찌 안보이시나 궁금했었는데
많은일을 겪으시고
이제 조금씩 정리가 되신듯하니
다행스럽습니다.
늦은감 있지않으려나 걱정스럽지만
올가을 풍요로우시길
진심 바랍니다.
건강은 꼭 챙기시구요~~~^^
나름의 생각과 일이 있어 한달간 비웠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