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7. 경남.
낮은 데서 자라는 앵초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데 크기가 훨씬 작고 특히 잎 뒷면에 눈을 연상시킬 만큼 흰 털이 많아서 눈 설(雪) 자를 써서 설앵초로 불리는 고산 식물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 특산종으로 멸종위기에 몰려 있는 귀한 식물입니다.
30년 넘게 야생 식물을 찾아 다녀보니 설앵초가 줄어둘고 있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더군요. 어제만 해도 근처의 또다른 산에 올랐는데 불과 이틀 전에 비가 많이 왔음에도 습지는 물이 마르고 설앵초는 눈에 띄게 줄어 있더군요. 휴식년에 들어간 습지도 있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니 누런 흙빛만 보일 뿐 검은빛 이탄층의 복원은 요원해 보이더군요. 그 습지 아래 졸졸졸 흘러내리던 그 맑고 시원한 물맛은 이제 살아 생전에 다시 맛보게 될지 자신이 없더군요.
건강에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등산 인구가 늘어나고, 꽃을 찾아다니는 사진가들도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이탄층은 점점 딱딱한 점토로 굳어가고 여기저기 밟힌 자생지는 지표면 아래로 흐르던 물길을 잃어버리고 땡볕에 노출되어 말라가니 수분 공급이 끊긴 습지는 점점 억새밭으로 변해가는 형편이었습니다. 다행히 산림청이나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금지 구역을 지정하거나 휴식년제를 이용해서 회복의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파괴의 속도는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