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우리 나이에 깜빡하는 건 잘못도 아니고. 거사는 오전 중에 완전 열받다가 점심때 해피앤딩으로 끝난 일이 있어 잠시 여기 소개한다. 6시에 일어나니 핸드폰이 불통이다. 새벽마다 짧고 간단한 문구 보내는 친구 카톡 볼 수 없다. 오늘 토요일 바둑 한다는 바둑 모임 권대감 멘트도 볼 수 없다. 해결책 없는가 싶어 933 컴박사 영수기한테 물어볼려고 전화하니 전화도 불통이다. 핸드폰 전화 둘 다 안되어 갑갑하다. 요즘 우리가 주로 시간 보내는 건 전화 카톡과 TV 다. 갑자기 두 개가 불통되니 사람이 맛이 간다. 핸드폰 없이 나간 산책도 허전하다. 가게는 9시면 문 열겠지. 그런데 9시 넘어 전철역 근처에 있는 가게에 가봤더니 문이 잠겨있다. 옆의 약국에 물어보니 10 쯤 연단다. 나야 젊은 시절 8시면 책상에 앉아 비서실 여직원이 서비스하는 커피 마셨다. 요즘 아이들 10에 출근한다니 이래서야 국제경쟁력이 있을까? 집에 TV가 있어 다행이다. 그거 보다가 10시 30분에 가서 핸드폰 보여주니, 직원이 이름과 주민번호 물어보고 기계를 한참 주무르다 혹시 땅에 떨어뜨린 적 있느냐고 묻고, 없다니 고개 갸우뚱한 후, 갑자기 새 기계로 바꾸라고 한다. 새 기계 바꾸면 수당 얼마 나오나? 젊은 놈 실적 때문에 1년 된 핸드폰 바꾸긴 뭐 하다. 그래 좀 알아보겠노라고 말하고 들고 나와서, 침 맞으러 옆 건물 3층 한약방에 가 계신 내무반장한테 찾아가 보고하니, 오리역 근처에 있는 LG 서비스센터에 가서 문의해보란다. 상현동서 오는 720-2번 버스가 그리 간단다.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오늘이 토요일인데, 12시 넘으면 토요일이라고 일은 하는지 모르겠다. 2시에 미금역 바둑 두는데, 오리역서 허탕치면 밥은 어디서 혼자 먹어야 하나? 좌우지간 버스 타고 가다가 수지 구청 지나면서 생각하니 내 핸드폰이 LG 것인지, 삼성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껍질 벗겨 확인해 보니, 삼성 제품이다. 무작정 오리역 갔으면 어쩔 뻔? 날은 더운데, 버스 두 정거장 걸어서 빠꾸했다. 수지 구청 건너편 삼성 서비스센터 찾아 2층에 올라가니 에어컨 시원하고, 담당 아가씨 이쁘다. 닥아와서 '뭘 도와드릴까요?' 목소리 상냥하다. 고장난 핸드폰 건넸더니, 고 하얗고 날씬한 손가락 좀 보소. 고걸로 핸드폰 윗부분 가리키며, '할아버지! 비행 모드로 되어있네요' 하면서 탁 눌러버리니 만사 끝. 핸드폰 받아서 카톡 켜보니, 우리 933 동기들 서대문 포럼과 남강문학회 카톡에 글이 서너 개 올라와 있다. 아가씨 손가락 한 동작에 핸드폰이 살아난 것이다. '역시 반도체 세계 제일 삼성이라 핸드폰 품질이 좋다. 아가씨도 이쁘고', 내가 인사말 던지자, '할아버지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머루알 같이 까만 눈동자 아가씨가 날 보고 살살 웃는다. 그래 스트레스 확 풀리는 바람에 노점에서 만원 주고 참외 6개 샀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기원으로 갔다.
첫댓글 모르는 거야 어쩔수 없는 일 아닌가요?아무튼 고생 좀 했군요.건강 잘 챙기 시고 행복 하세요.
그쪽 구청 노인복지센터나 주민센터에서 실시하는 [스마트폰 활용하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달만 청강하면 거사는 도사될터.. 이젠 ***없어도 스마트폰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