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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모귀배(刮毛龜背)
거북 등의 털을 긁는다는 뜻으로, 거북의 등은 아무리 긁어 봤자 터럭을 얻을 수 없다는 데서 전하여 수고만 할 뿐 보람을 얻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刮 : 깍을 괄(刂/6)
毛 : 털 모(毛/0)
龜 : 거북 귀(龜/2)
背 : 등 배(月/5)
출전 : 소식(蘇軾)의 동파팔수(東坡八首)
이 성어는 소식(蘇軾; 동파)의 동파팔수(東坡八首)라는 시의 제8수에 나오는 말이다. 제8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식(蘇軾)의 동파팔수(東坡八首)
其八
馬生本窮士, 從我二十年.
마정경은 본래 가난한 선비로, 스무 해 동안 나를 따랐네.
日夜望我貴, 求分買山錢.
밤낮으로 내가 귀히 되기 바라고, 나를 도와 준 것이 산을 살만했는데
我今反累生, 借耕輟玆田.
나는 지금 도리어 어렵게 살면서, 묵어버린 땅 빌려 농사짓고 있으니.
刮毛龜背上, 何時得成氈.
거북 등 위에서 터럭 긁으니, 언제나 털방석을 이루어볼지.
可憐馬生癡, 至今誇我賢.
가련타 마정경 바보 같은 사람, 지금까지 내 어짊을 자랑하고 있네.
衆笑終不悔, 施一當獲千.
사람들이 비웃도 후회하지 않으니, 하나를 베풀어 천을 얻을 사람이네.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유감(有感)' 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처음엔 기린 뿔에 받혔나 싶더니만, 점차 거북 터럭 긁는 것과 비슷하네(初疑觸麟角, 漸似刮龜毛).' 무슨 말인가? 기린 뿔은 희귀해 학업상의 큰 성취를 비유해 쓴다.
위나라 장제(蔣濟)가 '배우는 사람은 쇠털 같은데, 이루는 사람은 기린 뿔 같네(學者如牛毛, 成者如麟角)'라 한 데서 나왔다. 거북 등딱지는 아무리 긁어봤자 터럭 한 올 못 구한다. 거북 털 운운한 것은 수고만 하고 거둘 보람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처음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을 땐 자신이 넘쳤고 뭔가 세상을 위해 근사한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여겼었다. 하지만 갈수록 거북 등을 긁어 터럭 구하는 일과 다름없게 되어 아무 기대할 것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서거정(徐居正)은 '조금 취해 달 보며 짓다(小醉對月有作)'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小醉對月有作 / 徐居正
(조금 취해 달 보며 짓다)
我欲鍊石補靑天
나는 돌을 달구어 하늘을 때우고자 하나
天無缺兮亦無偏
하늘은 이지러짐도 비뚤어짐도 없고
我欲入海探龍珠
바다에 들어가 용의 구슬을 찾으려 하나
海無底兮亦無邊
바다는 밑바닥도 끝도 가도 없구나
少年立志何麤豪
소년 시절 뜻 세움은 왜 그리 추솔했던고
畢竟濩落如莊瓢
끝내는 너무 커서 장주의 바가지 같았네
萬事眞成馬頭角
만사는 참으로 말 머리에 뿔 나기 같은데
途窮已刮龜背毛
곤궁도 해라 거북 등의 털만 이미 긁었네
平生欲與髑髏友
나는 평생에 촉루와 서로 벗을 삼아서
悲歡得失都已箒
슬픔과 기쁨 얻고 잃음을 다 잊고 싶구나
高謌對月月不落
달 대해 크게 읊을 제 달도 지지 않아라
陶鑄乾坤一樽酒
천지를 도야하는 건 역시 한 잔 술이로다
늙마에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세상일은 말 머리에 솟은 뿔처럼 있을 수 없는 해괴한 일들뿐이었고, 그간 자신이 애써온 일들이라 해야 거북의 등을 긁어 얻은 터럭으로 담요를 짜겠다고 설친 꼴이었다는 술회다.
용재(容齋) 이행(李荇)도 만년에 거제도로 귀양 가 시를 지었다. '십 년간 거북 등 긁어 모포를 짜렸더니, 흰 머리로 바닷가서 거닐며 읊조리네(十年龜背刮成氈, 白首行吟瘴海邊).'
10년 벼슬길에서 애쓴 보람이 귀양으로 돌아왔다. 나는 거북 등을 긁어 얻은 털로 담요를 짜려 한 사람이었구나.
안 될 것이 뻔하니 쫓겨난 굴원(屈原) 꼴 나기 전에 기대를 접고 외면해 돌아설까? '그래도'나 '나마저'하는 마음 한 자락에 얹어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볼까?
▶️ 刮(긁을 괄/모진 바람 괄)은 형성문자로 颳(괄)의 간자(簡字), 捖(괄)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舌(설, 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刮(괄)은 ①긁다 ②깎다, 깎아내다 ③도려내다 ④갈다(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하여 다른 물건에 대고 문지르다), 닦다 ⑤파헤치다, 폭로하다 ⑥눈을 비비다 ⑦바람이 불다 ⑧모진 바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전에 비하여 딴판으로 학식 등이 부쩍 늘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봄을 괄목(刮目),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빌어 씀을 괄차(刮借), 조금씩 떼어 냄을 괄취(刮取), 깎아내듯이 모조리 쓸어냄을 잔괄(剗刮), 샅샅이 조사하여 찾아 냄을 사괄(査刮),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업적이 크게 진보한 것을 말함을 괄목상대(刮目相對), 때를 벗기고 닦아 광채를 낸다는 뜻으로 사람의 결점을 고치고 장점을 발휘하게 함을 괄구마광(刮垢磨光), 칼로 창자를 도려내고 잿물로 위를 씻어 낸다는 뜻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 새사람이 됨을 이르는 말을 괄장세위(刮腸洗胃), 거북이 등의 털을 긁는다는 뜻으로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을 애써 찾으려 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귀배상괄모(龜背上刮毛), 부처 밑을 기울이면 삼거웃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점잖은 사람도 내면을 들추면 추저분한 점이 있다는 뜻의 속담을 불저괄마모발(佛底刮麻毛發) 등에 쓰인다.
▶️ 毛(터럭 모)는 ❶상형문자로 芼(모)는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눈썹이나 머리털이나 짐승의 털 모양으로, 본디는 깃털의 모양이라고도 하지만, 老(로)의 옛 자형(字形)의 머리털을 나타내는 부분과 닮았다고 한다. ❷상형문자로 毛자는 ‘털’을 뜻하는 글자이다. 毛자는 본래 새의 깃털을 그린 것으로 금문에 나온 毛자를 보면 양 갈래로 뻗어있는 깃털이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毛자는 새나 사람, 짐승의 털을 포괄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 털처럼 보이는 것까지 毛자가 쓰이고 있어 사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상용한자에서는 毛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는 단 1자밖에 없지만, 부수 이외에 글자에서는 모두 ‘털’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毛(모)는 (1)동물의 몸에서 깎아낸 섬유(纖維). 털 (2)십진(十進) 급수(級數)의 단위(單位)의 하나. 이(厘)의 아래, 곧 이(厘)의 10분의 1이며 분(分)의 100분의 1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터럭(몸에 난 길고 굵은 털), 털 ②모피(毛皮) ③희생(犧牲) ④짐승 ⑤풀(=芼), 식물 ⑥나이의 차례(次例) ⑦털을 태우다 ⑧잘다, 자질구레하다 ⑨가볍다 ⑩없다 ⑪가늘다 ⑫가려 뽑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터럭 호(毫), 터럭 발(髮)이다. 용례로는 털이 붙어 있는 짐승의 가죽을 모피(毛皮), 사람의 몸에 난 온갖 털을 모발(毛髮), 털구멍을 모공(毛孔), 털실로 짠 피륙을 모직(毛織), 털뿌리를 모근(毛根), 털뿌리가 살갗 밖으로 나온 부분을 모간(毛幹), 담요를 모포(毛布), 모피의 털이 붙어 있는 겉면을 모면(毛面), 털로 만든 물건을 모물(毛物), 털 가진 짐승을 모족(毛族), 털로 만든 방한구를 모구(毛具), 털끝 만한 작은 일이나 죄를 하나하나 들추어 냄을 모거(毛擧), 온 몸에 털이 많이 난 사람을 모인(毛人), 짐승의 몸에 난 털의 길이를 모장(毛長), 몸에 털이 있는 벌레를 모충(毛蟲), 땅이 메말라서 곡물이나 푸성귀 같은 농작물이 잘 되지 아니함을 불모(不毛), 다리에 난 털을 각모(脚毛), 털이 빠짐 또는 그 털을 탈모(脫毛), 몸에 털이 많음을 다모(多毛), 빽빽하게 난 털을 밀모(密毛), 콧구멍의 털을 비모(鼻毛), 털을 옮겨 심음을 식모(植毛), 가는 털을 호모(毫毛), 뿌리의 끝에 실같이 가늘고 부드럽게 나온 털을 근모(根毛), 얼굴에 난 잔털을 면모(面毛), 털을 깎음을 삭모(削毛), 머리털을 물들임을 염모(染毛), 묵은 털이 빠지고 새 털이 나는 일을 환모(換毛), 모수가 스스로 천거했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것을 모수자천(毛遂自薦), 아주 끔직한 일을 당하거나 볼 때 두려워 몸이나 털이 곤두선다는 말을 모골송연(毛骨悚然), 새의 깃이 덜 자라서 아직 날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성숙되지 못하고 아직 어림을 모우미성(毛羽未成), 배와 등에 난 털이라는 뜻으로 있으나 없으나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복배지모(腹背之毛), 일의 가닥이 자차분하고도 어수선함을 비유하는 말을 잠사우모(蠶絲牛毛),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등에 쓰인다.
▶️ 龜(땅 이름 구, 거북 귀, 터질 균)는 상형문자로 亀(귀)의 본자(本字), 龟(귀)는 통자(通字), 龟(귀)는 간자(簡字)이다. 거북의 모양을 본떴다. 그래서 龜(구, 귀, 균)는 ①땅의 이름 ②나라의 이름, 그리고 ⓐ거북(거북목의 동물 총칭)(귀) ⓑ거북 껍데기(귀) ⓒ등골뼈(귀) ⓓ본뜨다(귀) ⓔ패물(貝物)(귀) 그리고 ㉠터지다(균) ㉡갈라지다(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거북의 등딱지를 귀각(龜殼), 거북의 등을 귀배(龜背),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을 귀부(龜趺), 거북의 털로 뜻이 바뀌어 매우 진귀한 것을 이르는 말을 귀모(龜毛), 거북 모양을 새긴 도장의 꼭지를 귀유(龜鈕), 거북 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보기를 귀감(龜鑑), 거북의 등딱지처럼 얼어 터진 손을 균수(龜手),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을 균열(龜裂),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을 균탁(龜坼), 학과 거북으로 둘 다 목숨이 길어서 오래 삶을 비유하는 말을 학구(鶴龜), 없는 거북 등의 털을 벗겨 뜯는다는 뜻으로 없는 것을 애써 구하려고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귀배괄모(龜背刮毛),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이라는 뜻으로 있을 수 없거나 아주 없음을 이르는 말을 귀모토각(龜毛兔角),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이른바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토각귀모(兔角龜毛),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뜻으로 어려운 지경에 뜻밖의 행운을 만나 어려움을 면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맹귀우목(盲龜遇木),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뜻으로 어려운 지경에 뜻밖의 행운을 만나 어려움을 면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맹귀부목(盲龜浮木) 등에 쓰인다.
▶️ 背(등 배/배반할 배)는 ❶형성문자로 揹(배)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北(배)는 사람이 등을 맞댄 모양으로 등지다, 적에 져서 달아나다, 月(월)은 몸에 관계가 있다. ❷회의문자로 背자는 ‘등’이나 ‘뒤’, ‘등지다’, ‘배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背자는 北(북녘 북)자와 ⺼(육달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北자는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北자가 ‘등 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가옥의 형태가 남향으로 정착된 이후 北자는 남쪽의 반대 방향인 ‘북쪽’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자를 더한 背자가 ‘등 뒤’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背(배)는 사람의 등, 등지다의 뜻으로 ①등(사람이나 동물의 몸통에서 가슴과 배의 반대쪽 부분) ②뒤 ③집의 북쪽 ④간괘(艮卦: 8괘의 하나) ⑤배자(褙子: 부녀자들이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 ⑥햇무리(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빛깔이 있는 테두리) ⑦등지다, 등 뒤에 두다 ⑧배반하다 ⑨물러나다 ⑩달아나다 ⑪죽다 ⑫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슴 흉(胸), 배 복(腹)이다. 용례로는 뒤의 경치로 무대의 뒤쪽에 그리거나 꾸며놓은 장치를 배경(背景), 반대로 되어 어긋남을 배치(背馳), 신의를 등지고 저버림을 배반(背反), 은혜를 저버림을 배은(背恩), 신의를 저버림을 배신(背信), 등 뒤로 어떤 일에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뒤편을 배후(背後), 위를 향해 반듯이 누워서 치는 헤엄을 배영(背泳), 몸체의 등이나 면의 뒤쪽을 배부(背部), 임무를 저버림이나 임무의 본뜻에 어긋남을 배임(背任), 어그러진 인륜을 배륜(背倫), 댐이나 물문으로 막았을 때에 그 상류 쪽에 불어 있는 물을 배수(背水), 이치에 맞지 아니함을 배리(背理), 저버리려는 마음을 배심(背心), 땅의 일부분을 팔아 넘길 때 그 사유를 땅문서 뒤에 써넣는 일을 배탈(背脫), 약속한 바를 어김을 위배(違背), 사이가 벌어져 서로 배반함을 이배(離背), 좇음과 등짐을 향배(向背), 배와 등으로 앞과 뒤를 복배(腹背), 어버이를 여윔을 견배(見背), 종이 뒷면을 지배(紙背), 사리에 어그러져 등짐을 괴배(乖背), 등지고 저버림을 반배(反背), 산등성이의 뒤 쪽을 산배(山背), 등에 땀을 흘림을 한배(汗背),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물러설 곳이 없으니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지경을 이르는 말을 배수지진(背水之陣), 남에게 입은 은덕을 잊고 배반함을 배은망덕(背恩忘德), 어둠을 등지고 밝은 데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잘못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돌아감을 배암투명(背暗投明), 땀이 흘러 등을 적시다는 뜻으로 극도로 두려워 하거나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을 한류협배(汗流浹背) 등에 쓰인다.